제47장
제마멸사(制魔滅邪)의 사로(死路)
이 제황혈봉의 최정상에 만여 평의 넓은 공지(空地)가 태고(太古)부터 존재해 왔다.
그 곳에,
이만 명 가까운 무림인이 엄숙하게 서 있었다.
흡사 대륙(大陸)을 질타한 천황룡봉무적군(天皇龍鳳無敵軍)처럼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그들의 삼 장 앞에 검은 깃발이 고풍(高風)에 찢어질 듯 휘날리고 있었다.
아!―
참혼령기(斬魂令旗)―
검은 바탕에 붉은 글자가 아로새겨진 영기는 목이 마른 듯 피를 부르고 있었다.
사마(邪魔)의 오욕(惡慾)에 점철된 피(血), 피(血)!…
중천(中天)에 떠 있는 태양(太陽)―
광망한 태양은 시뻘건 불기둥을 뿜어내며 자신에게 도전할 듯 치솟은 제황혈봉을 녹이고 있었다.
하나,
그 곳 공지에 모인 이만에 가까운 인물들은 움직일 줄 몰랐다.
마치 자연석(自然石)으로 이루어진 석상(石像)처럼…
그 때,
휘… 이… 익!
한 백의서생이 춘풍(春風)에 버들가지 휘날리듯 허공을 흐르며 참혼혈령기로 낙하(落下)했다.
천산에서 하강한 선웅(仙雄)처럼…
그러자,
휘익!
휘… 익!
여섯 줄기의 인영이 백의서생 면전에 내려서며 공손히 예를 올리었다.
"기주, 초혼령 배알이오."
"기주, 구혼령 배알이오."
"기주, 신귀자…"
그들은 바로 이객, 음양마신, 신귀자 풍진일선이었다.
그렇다면,
그 백의서생은?
그는 바로 참혼령기주(斬魂令奇主) 기영천이었다.
"와… 아! 기주를 도와 사마(邪魔)를 쳐부수자!"
"와… 아… 아― 강호를 구하자!"
이만 명에 가까운 군중이 노도와 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그들의 함성에 지축(地軸)과 하늘이 흔들리는 듯했다.
신귀자는 손을 들어 그들의 함성을 제지하고 기영천에게 말문을 열었다.
"기주, 제마멸사(制魔滅邪)의 숭고한 뜻을 갖고 참혼령기의 깃발아래 모인 인물들을 소개하겠소이다."
그는 감동에 음성을 떨며 일일이 소개해 갔다.
사천(四川) 광룡비장(廣龍比莊)의 광룡무존(廣龍武尊)을 중심으로 한 오천여 수하들,
운남(雲南) 설산곡(雪山谷) 곡주 설빙냉응(雪氷冷應)의 휘하 이천여 명,
하북(河北) 연비장(燕飛莊) 연비십칠검(燕飛十七劍)과 삼천여 수하들,
강소 소천방 소천군의 휘하 사천여 명,
그리고,
육합맹(六合盟)의 이천여 고수,
칠대문파 삼천여 명의 정예고수,
만락궁(萬樂宮) 궁주가 이끄는 삼백 명의 한녀(恨女).
재생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백삼십 명 사파(邪波) 청년고수,
또한,
아직 신비에 싸인 칠십인(七十人)의 기마대…
신귀자의 보고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 또한 마승통천회로 인해 멸문(滅門)당한 명문세가의 후예들이 전부 모였소이다!"
기영천은 휘날리는 참혼령기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초혼령,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심판이 될지도 모르겠소. 시작하시구료…"
냉면무심객은 품 속에서 참혼록을 꺼내 읽어 내려갔다.
그의 음성은 마지막을 예고하듯 떨려 나왔다.
"마승통천회, 그들은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자, 분시(分屍)로 처단함이 가할 줄 아뢰오!"
그의 논죄는 너무나 간단했다.
기영천은 희미한 웃음을 띠우고 광심불심객에게 눈길을 돌렸다.
"구혼령. 할 말이 있소이까?"
광심불심객은 두 눈을 파르르 떨며 격앙에 목소리를 떨었다.
"기주, 그들은 분시도 과분한 처사이외다!"
그답지 않은 엄중 힐란한 문책이었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귀를 기울이던 기영천이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우수를 높이 들어 서쪽 하늘을 가리키며 사자후를 토해 냈다.
"보라! 저 서편 하늘에 점점 밝아오는 천혈마성을…"
수많은 군중들이 일제히 서쪽을 바라보았다.
아!
태양(太陽)을 좀먹으며 시뻘건 혈화(血花)를 뿌리고 서서히 선명(鮮明)해지는 천혈마성(天血魔星).
중인들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
기영천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은은히 입을 열었다.
하나,
중인들의 귀에는 천신(天神)의 사성(死聲)처럼 들려왔다.
"어차피 천 년 전에 이미 예시했던 오늘의 일전(一戰),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생사결(生死決)이오!"
중인들은 어깨를 펴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기영천은 두 눈에서 점점 강렬한 정광이 폭사시켰다.
"오늘의 일전에서 생사(生死)는 그 누구도 보장 못하는 법. 목숨이 아까운 자, 세상에 미련이 있는 자는 떠나시오!"
그러나,
중인들은 전혀 움직일 줄을 몰랐다.
옆사람의 눈치를 보는 자도 없었다.
기영천이 마지막 단언(斷言)을 내렸다.
"마승통천회는 분시로 처형하겠소. 그리하여 강호를 영원한 정토로 만들겠소!"
순간,
"와… 아… 생사를 결하자!"
"참혼기령주 만세!"
중인들은 저마다 장검을 높이 들고 사기를 드높였다.
기영천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마승통천회는 천 년 묵은 괴사(怪事)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소. 첫 관문을 누가 뚫겠소?"
그러자,
"기주, 우리에게 그 임무를 맡겨 주시오!"
"기주, 우리들이…"
네 명의 인영이 강직한 어조와 함께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동서남북의 사대 장주들이었다.
기영천은 아미를 떨며 단호하게 말했다.
"좋소. 그대들에게 첫 결사를 맡기겠소!"
중인들의 가슴에 불타는 전율이 흘렀다.
드디어,
정사(正邪)의 운명(運命)을 건 일대 도박이 막을 올렸다.
…
협곡(峽谷)―
무저혈봉을 올라가기 위한 첫 관문이었다.
이름하여 지천협(地千峽)-!
일 장 넓이의 지천협은 그야말로 용담호혈(龍潭虎血)을 방불케 했다.
휘… 이잉…
스스스… 샤샤…
으스스한 한풍(寒風)에 모로 쓰러지는 한 길 높이의 잡초,
듬성듬성 자리잡은 암석의 괴이한 형상…
바로 구천흉도(九天凶道)의 사로(死路)였다.
그 때,
음산한 분위기를 뚫고 수많은 무림인이 쾌속하게 지천협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첫 관문을 맡은 동서남북의 사대장주와 그 휘하였다.
그 때,
"천잔백팔사진 놈들을 도륙하라!"
"사십사령적혈대를 쳐죽여라!"
음산한 괴음(怪音)과 함께 수백 명의 적의인들이 협곡 양 옆에서 나타났다.
그 뒤를 수만 명의 적의인들이 흉악한 살기를 띠우고 나타났다.
그러자,
"악령(惡靈)들은 쳐부셔라!"
소천신군이 노호를 터뜨리며 그들에게 덮쳐갔다.
순간,
"와… 와…"
"죽… 여… 라!…"
양쪽에서 쩌렁한 함성을 터뜨리며 대혈전(大血戰)의 장을 넘겼다.
촤촤… 촤… 촤악!
쎄쎄… 애… 액…
끔찍하고도 소름이 오싹한 파공성이 터졌다.
"쿠… 우… 악!"
"키… 악!"
각양각색의 처절한 단말마 비명이 협곡을 울려댔다.
순식간에 쌓이는 시신(屍身)과 흘러내리는 피(血)! 피(血)…
하나,
쓰러지는 것은 정도의 무림고수들이었다.
천잔백팔사진(天殘百八蛇陳)!
사십사령적혈대(四十死令赤血隊)!
그것의 위력은 과연 가공 통천(通天)했다.
그들은 제마멸사의 대의명분을 걸고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정도무림을 무차별히 도륙해 갔다.
"카… 악!"
"으… 아… 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잡초처럼 쓰러져가는 무림인들.
신귀자는 두 눈에 핏발을 세우고 일갈을 터뜨렸다.
"파천사망진(破天四亡陳)을 펼쳐라!"
그러자,
동서남북의 사대장주가 부르짖듯 외쳤다.
"지옥파천혼(地獄破天魂)!"
"정령파천무(精令破天舞)!"
"멸혼파천혈(滅魂破天血)!"
수천의 사대장주의 수하들은 일사분란하게 신형을 날려 패천사망진을 구축했다.
막상막하(莫上莫下)의 용쟁호투(龍爭虎鬪).
신귀자와 풍진일선은 나머지 정도무림을 이끌고 벌떼처럼 밀려오는 적의인들을 덮쳐갔다.
지천협의 사망곡-
도저히 눈뜨고 바라볼 수 없는 목불인견의 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카… 악!…"
"으… 악!"
피(血)와 죽음(死)의 폭풍(暴風)이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채―앵!
우르… 릉―펑!
"크… 으… 악!"
귀를 찢는 듯한 호곡성과 예리한 금속음,
그리고 난무하는 뜨거운 피보라!
시뻘건 태양을 무색하게 하는 검붉은 혈선(血線)이 피무지개를 그렸다.
쐐―애―애―액!
"크… 으악!"
귀신도 대경하여 호곡을 토했다.
아니!
엄청난 피의 사지를 부들부들 떨었다.
"크… 아… 악!"
망혼(亡魂)은 덧없이 육신을 떠나고 남은 것은 찢어진 시체와 피(血)!
그 때,
"으악!"
북방(北方)을 지키던 광룡무존이 천잔백팔사진의 쇄혼수(碎魂手)에 심장이 터지며 쓰러졌다.
신귀자는 재빨리 신형을 날려 북방을 맡았다.
그러자,
파천사망진의 위령이 증가되어 마승통천회의 진세를 파괴해 갔다.
"크―악!"
"카―윽!"
흉맹한 야수(野獸)처럼 날뛰던 적의인들이 지리멸렬하여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러자,
"천잔백팔사진은 혈무대라(血無大羅)를 펼쳐라!"
"마경검후(魔令劍后)를…"
마승통천회의 두 진세를 지휘하던 흉악이로(凶惡二老)가 대갈을 터뜨렸다.
순간,
우르―르! 꽝!
웅―웅―웅!
붉은 적무(赤舞)가 좁은 협곡을 가득 메우며 광풍노도와 같이 파천사망진을 덮쳐갔다.
그 뒤를 나찰의 울부짖음같은 검은(劍音)이 재차 덮쳤다.
"크… 악!"
파천사망진이 여지없이 무너지며 처절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하나,
우… 르… 릉… 꽈꽝!
웅―웅―웅!―
붉은 적무와 검음은 돌멩이와 흙먼지를 일으키며 파천사망진을 덮쳤고,
"카악!"
"으악!"
파천사망진은 초개와 같이 무너져 내렸다.
신귀자는 전신을 바들바들 떨며 일성(一聲)을 터뜨렸다.
"남쪽과 서쪽은 오행(五行)의 금옥진(金玉陳)을 펼치고 북방과 동방은 청검진을 펼쳐라!"
그러자,
휘익!
휘―익!
파천사망진이 번개같이 움직이며 진세를 돌변시켰다.
순간,
번―쩌―쩍!
쎄쎄쎄쎄―앵!
우… 우… 우…
금빛 찬란한 옥광(鈺光)이 수천 수만 갈래의 광선(光線)을 뻗어냈고, 청해(靑海)를 연상케 하는 푸르른 검선(劍線)이 수만 가닥으로 뻗어갔다.
찰나,
과꽈… 꽝!
붉은 적무와 검음(劍音), 그리고 옥광(玉光)과 푸르른 점선이 허공에서 격돌하며 경천동지할 굉음을 토해 냈고,
우… 르… 릉,
꽈르릉!
그 굉음에 양쪽 절벽이 무너지며 파석(破石)이 폭우(暴雨)처럼 쏟아져 내렸다.
"카악!"
"으―악!"
우박처럼 쏟아지는 파석에 수백의 정사(正邪) 무림인의 머리, 가슴이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하나,
"혈무대라!―"
"금옥진!―"
여전히 진세는 발동했고 인간들은 덧없이 쓰러져갔다.
이제,
아직 살아 있는 자들은 죽은 시체를 밟으며 미친 듯 날뛰었고, 그들의 신발은 선혈에 축축히 젖었다.
아!
인간 세상의 종말이 이러하랴?
아니며, 구천지옥(九天地獄)의 현장이 이러하더란 말이냐?
하지만 정사의 운명을 건 대혈전은 여전히 그 도를 더해갔다.
신귀자는 이마에 굵은 힘줄을 돋우며 외쳤다.
"오행(五行)과 팔괘를 전부 밟으며 생문(生門)을 없애라!"
그는 파천사망진 최후의 진식을 펼쳤다.
배수의 진(陳)-
생로(生路)를 버리고 오직 공격만을 명령한 신귀자,
그러자,
번… 쩌… 쩍!
쎄세세!
눈부신 광선과 거미줄같은 검선이 부챗살처럼 협곡을 차단했고,
"카―악!"
"커억!"
수백의 적의인들은 사지가 찢어지며 분시를 휘날렸다.
추풍낙엽(秋風落葉)―
맥없이 쓰러져가는 적의(赤衣)의 마령(魔靈)들,
그 때,
"저 신귀자 늙은이만 집중 공격해라!"
천잔백팔나진의 흉악한 일괴(一怪)가 폭갈을 터뜨렸다.
그러자,
크―르―릉!
천잔백팔나진의 혈무대사의 붉은 적무가 한 곳으로 뭉쳐지며 신귀자를 덮쳐왔다.
신귀자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며 황급히 허리를 비틀었다.
하나,
펑!
"으―윽!"
그는 왼쪽 가슴에 붉은 적무를 강타당하고 말았다.
그는 소리없이 핏덩이를 토하며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찰나,
"앗! 신귀자―"
기학절초를 펼쳐 적의인들을 쳐부수던 풍진일선은 그 광경에 전신을 휘청이며 비통히 외쳤다.
휘―익!
그는 번개처럼 신형을 날려 신귀자의 상체를 부축했다.
"여보게, 눈을 뜨게, 눈을…"
풍진일선의 노안(老眼)에 굵은 물방울이 맺혔다.
"이 놈의 늙은이야, 눈 좀 떠봐!"
그는 노기를 터뜨리듯 외치며 그의 상체를 마구 흔들었다.
하자,
"자네…"
신귀자는 사신(死神)의 달콤한 유혹을 잠시 뿌리치고 힘겹게 눈을 떴다.
풍진일선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듯 말했다.
"여보게, 내가 숨겨놓은 도화홍실주 다섯 항아리를 다 줄 테니 제발 죽지만 말게!"
신귀자는 파르르 떨리는 눈 속에 희미한 미소를 담았다.
"자네가 그 술(酒)을 다 주면 자네는 어떻게 하고…"
풍진일선이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 괜찮아…"
그러나,
신귀자는 전신을 파들파들 떨며 마지막 남은 기력으로 입을 열었다.
"여보게, 눈… 물은 나중에… 흘리고… 기주를 도와…"
그리고 전신에 미세한 경련을 일으키다가 축 늘어지고 말았다.
사선(死線)을 넘고 만 것이다.
풍진일선은 어이가 없는 듯 한 동안 멍하니 그의 얼굴을 주시했다.
"갔군… 영원히…"
그는 울 힘도 없는지 힘없이 중얼거렸다.
돌연,
"크하하하하하… 죽여, 죽이리라!"
그는 벌떡 일어나며 갑자기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풍진일선은 동서남북 미친 듯이 날뛰며 쌍장을 쓸어 냈다.
휘이익… 꽝!
"카―악!"
"으아악!"
그의 광혼쌍장(狂魂雙掌)은 수많은 백의인들의 머리를 부수어갔다.
그러나,
"혈무대라―"
"마령검후―"
여전히 악령들에 진세는 사신처럼 파천사망진을 덮쳤고,
"카―악!"
"악!"
만 오륙천 명으로 이루어진 파천사망진은 풍지박살당했다.
겨우 살아남은 오륙천 명의 인원만이 생사(生死)를 초월한 무방비 공격을 감행할 뿐,
아!―
태양(太陽)은 이미 빛을 잃었고 서쪽의 천혈마성만이 그 시뻘건 불기둥을 더욱 강렬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천지협의 좁은 협곡을 걸어다닐 수 없도록 수많은 시체가 층층이 쌓였고,
혈하(血河)는 장강대해(長江大海)처럼 계곡을 타고 흘러내렸다.
사후도료!
이제 세상의 종말을 고(告)할 때가 되었는가?
자비를 베풀던 부처는 눈과 귀를 막았단 말인가?
아!
적의인들은 때를 만난 듯 악랄한 살초를 전개하고 있었다.
이제,
명문세가의 후예와 소수의 인원만이 최후의 공격을 전개했다.
쎄쎄쎄쎄!
우르르… 꽝!
"카―악!"
"크악!"
사신도 고개를 돌리고 만 처절무비한 혈전은 이제 마승통천회로 승세가 굳어져 갔다.
그 때,
"정도는 뒤로 물러서시오!"
허공에서 기영천의 은은한 청음(淸陰)이 들려왔다.
풍진일선은 황망히 눈을 들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아!…
허공에 가부좌를 튼 채 혼령처럼 떠 있는 기영천,
풍진일선이 재빨리 고함을 터뜨렸다.
"모두 뒤로 물러나라!"
휘―익!
휘익!
미친 듯 장검을 휘두르던 정도무림인들이 썰물처럼 뒤로 물러났다.
순간,
"아―아―아―!"
기영천의 은은한 장소가 멀리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만여 명의 적의인들도 어리둥절하여 주춤거렸다.
"아―아―아―아!"
천상의 선음(仙音)처럼 메아리치는 장소성,
억울하게 죽어간 원혼들의 넋을 달래려는가?
더럽혀진 대지(大地)를 씻으려는가…
그 때,
"아―아―우―우―우!"
기영천의 장소성이 돌연 천군만마(千軍萬馬)가 질타하는 벽력음으로 바뀌었다.
그런 기영천의 벽력음이 갑자기 지옥의 절규로 변하는 순간,
우르르―릉!
꽈꽝!
천지협 양쪽 천 길 절벽이 중간에서부터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집채만한 암석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순간,
"으아… 피해라… 악!"
"카악!"
"으… 아악!"
만여 명 적의인들은 쏟아지는 폭우석(暴雨石)에 전신이 짓뭉개지고 돌더미에 파묻혀갔다.
천번지복―
만여 명의 적의인들은 순식간에 돌더미에 파묻히며 찢어지는 육신을 감당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었고,
폭우(暴雨)처럼 쏟아지는 선혈은 지옥으로 흘러갔다.
아!…
무무선옹의,
마극파천혈(魔極破天血)―
그 위력이 처음 세상에 나타난 것이다.
기영천은 마극파천혈후를 멈추며 낭랑히 외쳤다.
"풍진일선, 이제 얼마 안 남았소!"
풍진일선은 격동에 찬 음성을 토했다.
"가자… 사마(邪魔)의 씨를 말리러…"
그러자,
"와… 와…"
"가자! 고지(高地)가 눈 앞에 있다."
수천의 무림인이 소리 높여 외쳤다.
첫댓글 잼 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