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장
이객(二客)의 사(死)
정과 사의 공전절후의 혈전!
여기는 무저혈봉 중턱에 광활하게 위치한 구릉,
이름하여,
광통로라 부른다.
바로 마승통천회의 이 차 관문이었다.
하나,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평화로운 곳이었다.
이 때, 저편 구릉을 넘어 일진의 기마대가 나타났다.
두두두두두…
백수혈란진을 파괴한 칠십 인의 기마대였다.
그 뒤를 ,
만락궁주가 이끄는 한녀문의 여인들이 색혼진을 펼치며 뒤따랐다.
그리고,
수많은 정도 군웅들이 기세도 등등하게 나타났다.
풍진일선과 이객은 흰 백마를 타고 그들을 지휘하였다.
"정도군웅들은 한 목숨도 아깝게 여기지 말고 마승통천회의 잔당들을 짓밟으시오!"
풍진일선이 죽장을 높이 쳐들고 쩌렁한 외침을 토하자,
"와―아!―"
수천 명의 정도군웅들이 기세등등하게 호응하는 함성을 천지가 떠나가도록 질렀다.
"아!… 신귀자 늙은이… 보게. 이 정도의 기세를… 내 복수를 하겠네…"
풍진일선은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뇌까렸다.
신귀자의 장렬한 죽음,
풍진일선은 한쪽 가슴이 허전했으나 참아야만 했다.
천하를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 때,
맞은편 갈대숲이 수없이 갈라지며 수많은 혈의인들이 솟구쳐 나왔다.
백여 명 가량의 혈의인들,
그들은 하나같이 손에 강궁을 지니고 있었다.
피―ㅆ슝!
슈슝!
허공을 가르는 시꺼먼 광채,
당겨진 강궁에서 쏟아지는 광채,
"끄―악!―"
"아악!―"
쓰러지는 칠십 인의 기마대들,
강궁진(彊宮陣)-!
그것은 악독무비하기가 이를 데 없는 사절강혼진이었다.
백수혈란진을 파괴한 칠십 인의 기마대도 당해 낼 수가 없었다.
풍진일선이 대경하여 외쳤다.
"기마대는 뒤로 물러서라!"
두두두!…
약 삼십여 기를 잃은 기마대는 재빨리 말머리를 돌려 좌우로 갈라졌다.
일순,
스스스스!…
수많은 한녀문의 여인들이 기러기 형태를 취한 색혼진을 구축하고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슈슈슝!
슝!슝!
무서운 극독이 묻어 있는 화살!
그 화살이 여인들의 가슴을 무참히 관통했다.
"크―아악!―"
"으악!―"
"으훼액!―"
그러나,
여인들은 추호의 동요도 없이 앞으로 앞으로 전진했다.
바로 그 때,
"찢어죽일 놈들!"
한기의 백마가 앞으로 무섭게 치달렸다.
휘사사사삭!―
마상의 영준한 소년의 쥐어진 검이 춤을 추자 무시무시한 검기가 허공을 갈랐다.
사마웅,
바로 그였다.
"크악!―"
"으웨액!"
대여섯 명의 강궁수들이 피를 뿌리며 나뒹굴었다.
바로 그 때,
휙!휙!―
궁수들 뒤에서 일곱 개의 인영이 쏘아져 올라 사마웅을 내리 덮쳤다.
파―샤샤삭!
"으―악!―"
일곱 줄기 강맹한 검기가 사마웅의 허리를 양단시켰다.
바닥에 나뒹군 사마웅…
"으으… 기형… 님,… 불초한… 동생이… 먼저… 눈을… 감게 되었습니다. 으으… 부디… 정도를 살려 주시기를…"
사마웅은 기영천, 그를 부르다 숨을 거두었다.
그의 시체 앞에 일렬로 선 일곱 흑의나인들!
바로 마검칠도수였다.
열다섯 살의 사마웅이 죽음을 당하자 풍진일선의 두 눈에서는 원광이 무섭게 뻗쳤다.
"이―노옴들!"
그는 벽력 같은 폭갈을 토하며 마검칠도수에게 덮쳐갔다.
차―앙!―
창! 창!―
마검칠도수는 유유히 검을 휘두르며 풍진일선을 핍박했다.
한편,
피슈슈슝!―
강궁수들은 계속 뒤로 밀리면서도 화살을 쏘아댔다.
그 때,
"와―아아!―"
양편 구릉을 넘어 수많은 마승통천회 잔당들이 구름처럼 밀려왔다.
두 번째 대혈전!
펑!펑!펑!
"크아아악!―"
"으웨액!―"
쌍방은 벌떼처럼 맞붙어 무서운 살초를 전개해,
죽이고 죽였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천륜을 어기는 격전이었다.
이객,
그들의 무공은 과연 개세적이었다.
일장에 수십 명의 적의인들이 피를 뿌리며 나뒹굴었다.
반면,
강궁수들을 이끄는 혈령주의 잔인도륙은 잔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크악!―"
"으훼―액!"
오파일방의 제자들과 치열한 살륙전을 치루는 혈령주는 악마였다.
또한,
마령주,
그 역시 묵검을 휘두를 때마다 수많은 정도무리가 찬이슬을 맞고 죽어갔다.
꽈꽝꽝광!…
"크악!―"
"으웩!―"
절규! 절규!
피!피피!…
아!…
인간사 인생무상,
악귀의 광란에 맞서는 불타석가세존(佛陀釋迦世尊),
천계(天界)의 신인(神人)들도 싸우고 있는가?
두 시진을 쉬지 않고 피를 뿌리는 정사양도!
마승통천회의 수하들은 무수히 쓰러져 시산혈해를 이루었다.
정도연하도 마찬가지였다.
풍진일선과 마검칠도수,
그들은 가공전륜한 살초를 전개하여 용호상박(龍虎相搏)의 치열한 격전을 치루고 있었다.
"이놈들!―"
풍진일선은 일곱 자루의 검날을 교묘히 피해 내며 개세절공을 펼쳤다.
"크―악!―"
한 검수가 일장을 얻어맞고 나뒹굴었다.
바로 그 때,
츠싸싸싸쌍!
허공을 섬전같이 가르는 두 줄기 섬광이 있었다.
"크악!"
"의웨액!"
피를 뿌리며 나뒹구는 마검칠도수,
그 앞에 그림자처럼 내려서는 이객들,
풍진일선은 거침 숨을 몰아쉬며 씨익 웃었다.
"여보게들, 노부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네."
하자,
광심불심객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껄껄껄…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허허… 그런가?"
풍진일선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바로 그 때,
"후후후…"
음침한 괴소가 허공을 윙윙 울렸다.
동시에,
태양을 등지고 세 명의 백발노인이 내려섰다.
"허엇!"
"앗! 반약마검객…"
이객은 대경하여 외쳤다.
그들 앞에 내려선 세 명의 노인들,
그들은 반약마검객과,
제천혈마,
그리고,
천잔혈망수였다.
풍진일선이 잔뜩 긴장한 채,
"죽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 이놈들!"
천잔혈망수가 철퇴를 휘두르며 능글맞은 괴소를 날렸다.
"크하하핫…"
동시에 그는 풍진일선을 향해 철퇴를 휘둘러댔다.
씽!…
풍진일선은 두 눈을 부라리며 쌍장을 교차시켰다.
"헛!"
서로 일초를 교환한 결과 풍진일선이 기우뚱거리며 밀려났다.
(아니… 저놈의 내공이 무섭도록 진전을 보았구나!)
풍진일선은 등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전율을 느꼈다.
"크하하하… 풍진일선, 노부의 잔월묵공(殘月墨功)이 어떠한 위력을 지니고 있는가를 견식해 보아라."
천잔혈망수는 비릿한 괴소를 날리며 전신을 붉게 물들였다.
쌍장은 두 배로 부풀어 올랐고 시꺼멓게 변했다.
뻗치는 묵강기(墨剛氣)!
일순,
휘청거리는 풍진일선 앞으로 광심불심객이 뛰어들었다.
꽈꽈꽈꽈꽝!―
시퍼런 광채가 번뜩인 순간 엄청난 폭음과 함께,
"크악!―"
"으아악!―"
두 마디 처절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천잔혈망수가 사지가 난분된 채 오 장 밖으로 나가 떨어졌고,
광심불심객이 복부가 갈라져 오장육부를 내쏟으며 쓰러졌다.
"허―엇!"
냉면무심객이 대경하며 광심불심객을 부축했다.
"여보게…"
"으으으… 으… 냉면무심객… 허무하군."
"흑흑… 허무하다니…"
"으으으… 기주님께서… 강호제패를 하시어… 절대지존이 되는 걸 꼭 보려 했건만… 죽게 되었으니 말일세."
"이런 늙은이 보았나. 기주님께서는 충분히 해내실 것이네. 믿지 못하겠나!"
냉면무심객은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비통해 했다.
"암… 으으… 믿고 말고… 허허… 죽기 전에 기주님의 모습을 대하고 싶구먼…"
이 말을 남기고 광심불심객은 고개를 꺾고 말았다.
냉면무심객은 차가운 얼굴에 문득,
냉혹무비한 살기를 드리웠다.
"으으…"
그는 이빨을 으드득 갈며 반약마검객에게 벼락같이 덮쳐갔다.
꽈―앙!―
혼신의 진력을 실은 일장에 반약마검객은 무참히 짓뭉개진 시체로 변했다.
냉면무심객은 또다시 제천혈마에게 덮쳐갔다.
그러나,
제천혈마는 강한 대마였다.
쉽사리 당하지 않은 채 냉면무심객과 용쟁호투를 벌였다.
한편,
운기조식을 끝낸 풍진일선은 벌떡 일어서서 혈전상황을 살펴보더니 구름 너머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정도의 연합고수들이 마승통천회의 잔당들을 짓뭉개며 정상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혈령주와 마령주는 수하들을 잃자 전의를 상실한 듯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마령주… 큰 낭패네. 이러다가는… 이러다가는…"
"으으으!… 알고 있네. 잠자는 사자를 건드린 결과가 되었네. 시기상조… 였음을 우리가 깨닫지 못했네."
"으윽… 정도무리가… 이렇듯 가할 줄은 미처 몰랐네."
혈령주와 마령주는 깨달은 것이다.
제마멸사를…
두두두두두!…
"크악!―"
"으악!―"
전의를 상실한 혈령주와 마령주는 기마대의 말발굽에 무참히 짓밟혔다.
"가자! 마승통천회의 총단을 향해!"
제천혈마를 쳐죽인 냉면무심객이 앞으로 치달리며 쩌렁한 외침을 토했다.
"와아!―"
수많은 정도군웅들은 완전히 마승통천회의 잔당들을 제거하고 물밀 듯 구름을 횡단했다.
그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으며,
천군만마였다.
마승통천회 전문(前門),
굳게 닫혀 있었다.
무시무시한 살운, 그것은 전문과 함께 침묵 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일순,
휙!―
전문 앞에 한 인영이 내려섰다.
피투성이 노인,
풍진일선!
바로 그였다.
그의 두 눈에서는 의기(義氣)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두 시선은 마승통천회 편액에 고정되었다.
"회주! 어서 나와 참혼령기 앞에 무릎을 꿇어라."
쩌렁한 일갈을 토한 풍진일선은 편액을 향해 일장을 갈겼다.
꽈앙!― 우지끈!―
거대한 편액은 박살이 났다.
무엇을 뜻하는가?
마승통천회의 괴멸?…
일순,
"후후후… 풍진일선, 어서 문을 열고 들어오거라. 기다리고 있었다."
사기가 물씬 풍기는 음성이 풍진일선의 귓전을 후려갈겼다.
풍진일선은 살기차게 물었다.
"네놈이 회주냐?"
"후후… 그렇다. 바로 노부가 회주다."
"으으! 천하의 대흉마!"
풍진일선은 이빨을 으드득 갈며 전문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콰앙-!
하나,
전문은 단지 미세한 떨림만 보였을 뿐이었다.
다시 회주의 음성이 들려왔다.
"힘을 헛되게 낭비를 하는구나. 그냥 손으로 밀면 열리게 된다."
풍진일선은 순간 몸서리쳤다.
(음… 무서운 놈이다. 과연 회주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라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크흐… 노부는 멸겁지존이다. 천혈마성의 마기를 타고난 멸겁지존이란 말이다."
"허엇! 멸겁지존…"
풍진일선은 대경했다.
(멸겁지존? 이백 년 전 고금미증유의 대혈마가 아닌가?)
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천강대라무처승과 함께 죽지 않았던가?)
바로 그 때,
허공을 유유히 가르며 전문 바로 앞에 한 인영이 내려섰다.
아!
광마수라생 기영천,
참혼령기주 기영천이었다.
"아… 기주…"
풍진일선은 탄성을 토했다.
첫댓글 잼 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