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병원이 우울증 환자를 만든다(허현회지음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에서)
초기에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 질환에 대해서는 프로이트식의 정신 분석으로 치료했다. 그러다가 1950년대에 합성 화학 물질이 정신 질환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약물 치료로 대체했다.
강독성 화학 물질로 만들어진 최초의 우울증 치료제 ‘클로르프로마진’이나 리튬이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면서 시장에서 사라질 즈음 ‘이미프라민’이라는 약이 시장에 나왔다. 이미프라민은 전의 약보다 부작용은 적었지만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역시 시판 금지됐다. 그즈음 로켓 연료로 사용하던 ‘히드라진’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이 시장에 나왔다가 역시 부작용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이어서 나타난 신경안정제 ‘벤조디아제핀’은 현재까지 처방되는 약물이지만 뇌를 수축시키고, 중독성이 크다는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우울증에 대한 생리학적 이해에서 초기에는 모노아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형성하는 아미노산의 생화학적 불균형 때문에 유발된다는 가설을 세웠다. 모노아민에는 세로토닌, 멜라토닌, 감마아미노부티르산,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이 있다. 환경, 영양, 심리 등의 원인에 의해 모노아민의 불균형이 일어나며 이 때문에 기분이 내려앉고 우울한 감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호르몬인 모노아민은 아미노산으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의학적 설명이 확인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라는 것이다.
현대 의학은 초기에 도파민이라는 신경호르몬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우울증을 치료했으나 현재는 대부분의 항우울제가 두뇌의 말단신경 세포에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억제(SSRI)함으로 뇌에서 세로토닌의 이용도를 증가시켜 균형을 맞추는 원리로 치료한다. 이는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이 뇌에서 분비된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가설이다. 즉SSRI는 부족한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 치료제가 아니라 한번 기능을 발휘하고 사라져야 할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다시 활용하는 약이다. 그러나 세로토닌은 95%가 장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장 내부에 염증이 생겨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세로토닌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한다. 따라서 항우울증제를 복용하면 세로토닌이 장에서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구토, 설사, 식욕 부진이 일어나는 까닭이 이 때문이다.
현재 우울증 치료제는 부작용으로 식욕 억제와 구토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이용해 비만 치료제로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있다. 한편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의 연구 결과와 많은 논문들에 의하면 가공식품과 약을 피하고 채식위주의 식단을 꾸리며 등산,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축구 등 운동을 하면 합성 화학 물질로 만든 항우울제보다 세로토닌의 분비가 월등히 증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치명적인 부작용과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약물로 치유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사실 우울증 환자가 아니다. 정상적인 사람들까지 ‘우울증 전단계’라는 굴레로 옭아매 약을 처방하고 있다. 대부분 우울증 환자들은 갑상선 기능 저하, 저혈당, 당뇨병, 심장병, 관절염, 장 기능 장애 등을 앓고 있어서 늘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다. 그 까닭은 약물에 따른 육체적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이 긴장된 상태가 되고 혈류의 흐름에 제약을 받아 결국 스트레스 호르몬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또한 이런 우울한 심리 상태에서는 도파민이나 세로토닌의 분비도 억제된다.
신경정신학자인 존 호건을 포함해 많은 비주류 신경과 의사들은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은 인체의 도처에 흩어져 있고, 그 작용이 너무 복합적이기 때문에 세로토닌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우울증이 혈액과 관련이 있다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다”고 한다. 사실 지금까지 세로토닌의 결함이 우울증을 야기한다는 것과 SSRI제가 세로토닌의 균형을 조절해준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한 번도 입증된 적이 없다. 세로토닌 가설은 1950년대에 조지 애쉬크로포트에 의해 재창되었다가 폐기됐던 가설이다. 사실 심장마비 환자들의 50%이상에게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듯이 우울증 환자들의 50%는 세로토닌 수치가 지극히 정상적이다.
뇌세포는 1,000억 개로 구성되어 있고, 각 뇌세포는 1,000개의 뉴런과 연결되어 있다. 즉 우리의 뇌는 100조 개의 신경망으로 이뤄져 있다. 게다가 신경 전달 조직인 뉴런은 위장을 포함해 신체 곳곳에 다수 분포되어 있다. 100조 개가 넘는 망에서 세로토닌 시스템 하나를 찾아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는 가설이 얼마나 허황된 발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