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 열병’에 빠진 지자체들 (시사저널 [1019호] 2009년 04월 29일 (수) 김지혜)
수입·홍보 노려 다투어 건립…전문가들 “차별화시키지 못하면 공멸”
전국에 테마파크 붐이 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에 테마파크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분위기인 데다가 실제 특성화할 수 있는 우량 콘텐츠도 있기 때문이다. 소재와 종류는 다양하다. 대관령 양떼목장, 보성 차밭, 전주 한옥마을, 안동 하회마을, 담양 죽녹원 등 소형 테마파크도 있고, 대구 우방랜드, 대전 꿈돌이랜드, 경주의 경주월드와 같이 연간 방문객이 수십만 명인 준 대형 테마파크도 있다. 잘 만들어진 테마파크는 관광객 유치는 물론 지역 특산물이나 천연 자원을 홍보하는 데도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굵직한 지역 테마파크 사업으로는 제주도의 신화역사공원 개발이 우선 꼽힌다. 규모 면에서 다른 지역 테마파크를 압도한다. 2007년 12월에 착공해 2011년에 1차 개장 예정인 이 공원은 부지만 4백4만3천2백1㎡, 총 사업비가 약 1조4천8백84억원으로 숙박과 쇼핑 시설을 갖춘 일종의 테마파크 리조트이다. 인근에 소인국 테마파크, 영상 테마파크, 워터파크, 식문화 체험 테마파크 등이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강원도 인제시는 지역 경제 부흥을 목표로 오토 테마파크 설립을 야심차게 추진 중이다. 조성 부지 1백62만9천㎡에 총 사업비가 1천7백억원이다. 2011년 9월까지 4.13㎞의 자동차 경주장, 1.38㎞의 카트 경주장, 30만명을 수용하는 특급호텔, 모터스포츠 체험관 등 각종 시설을 완공해 이 지역을 자동차 경주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충청남도 부여는 1백65만㎡의 부지에 총 사업비 3천1억여 원을 투입해 한국형 역사 테마파크를 기획하고 있다. 지난 1월22일 테마파크의 기반 시설인 콘도미니엄 공사에 착수했고, 오는 5월 안에 테마파크도 착공에 들어간다. 2011년 12월에 개장할 예정이다.
계획만 세웠다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테마파크도 많다. 충청북도 차이나월드 조성 사업이나 충청남도 천안의 복합 테마파크의 경우 참가를 희망하는 민간 자본이 없어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인 경기 불황 탓도 있지만 수익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테마파크가 다양하게 활성화하면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다. 하지만 레저 전문가들은 테마파크가 난립하는 것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관광개발연구원 테마관광자원개발팀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도 소규모 테마파크는 거의 쇠퇴의 길을 걸었다. 주 5일 근무와 함께 여가 생활을 즐길 시간은 늘었지만 특성 없는 테마파크가 너무 많다. 차별화한 콘텐츠가 없는 테마파크는 일본 사례를 따라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각종 대형 테마파크사업 재시동 (내일, 오승완 기자, 2010-01-14 오전 11:53:50)
‘한류월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사업 활기 … ‘지방선거용 전락’ 우려도
지지부지하던 대형 테마파크 개발사업이 전국에서 재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연초부터 해당 지자체와 사업주체들이 ‘사업본격화’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테마파크 사업은 2007년 이후 유니버설스튜디오, MGM, 마블코믹스 등 다국적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한국진출 선언이 이어지면서 활기를 띠는 듯 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대규모 자금유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UAE의 알알리 그룹은 부산시 기장군에 대형 위락단지를 세우고 마블코믹스 테마파크를 세우려 했으나 지난해 2월 계약을 해지한 뒤 철수했다.
현재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인 곳은 경기도 고양시에 들어서는 한류월드다. 한류월드는 2014년 완공목표로 1~3구역에 공공과 민간사업비 등 6조원이 투자되는 대형 개발사업이다. 99만4756㎡에 호텔과 방송센터, 테마파크 등이 들어선다. 지난해 말 2지구에 대한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이 이뤄졌으며, 상하수도·전기 등 기반시설 공사가 현재 5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말까지 기반시설 공사는 마무리될 예정이다. 6월에는 대명레저산업이 660실 규모의 관광·가족호텔을 착공한다. 한류월드내 건물 중 첫 사업이다. 관광호텔(370실)은 2013년, 가족호텔(290실)은 2014년 각각 완공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테마파크 공사도 본격화한다.
이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의 디지털방송콘텐츠지원센터와 EBS 디지털 통합사옥은 하반기 부지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내년초 착공할 계획이다. 경기도 화성시 송산그린시티에 조성되는 유니버설스튜디오도 19일 사업선포식을 연다. 경기도는 이 사업선포식에서 관련기관들과 함께 사업추진에 적극 협력한다는 협약서에 서명하고, 6월 본협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본협약이 마무리 되면 토지보상을 시작하게 된다. 이 사업은 2013년 완공예정이다. 유니버설스튜디오는 2조9000억원을 들여 송산그린시티 435만2819㎡ 부지에 테마파크 워터파크 쇼핑몰 호텔 콘도 골프장 등을 갖춘 체류형 복합리조트단지로 꾸며질 예정이다.
지난 해에는 유니버설스튜디오 리조트 개발사업을 위해 포스코건설과 USK프로퍼티홀싱, 포스데이타 등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와 자산관리 및 업무위탁사(AMC)를 설립한 바 있다. 미국 영화사인 파라마운트의 테마파크를 열 계획을 세웠던 대우자동차판매도 올해 워터파크 개장을 시작으로 사업을 본격화한다. 대우자판 관계자는 “PF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자체 자금만으로 워터파크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구체적 규모와 일정을 공개할 순 없지만 하반기 착공해 2013년 여름 전에 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자판은 현재 국내외 워터파크 설계업체를 두루 접촉하고 있으며, 최종 설계업체를 선정한 뒤 인천시 사업심의 및 허가를 따낸다는 계획이다.
미국 엔터테인먼트사인 MGM 라이선스를 가진 MSCK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영종도 공항배후지 개발사업 개발계획안 변경을 신청했고, 동시에 제주도 휴양리조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MSCK는 2008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MGM 헐리우드 웨이 제주 아일랜드’ 개발을 위한 투자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이 사업은 서귀포 서광리 일대 194만㎡ 부지에 테마파크와 공룡사파리, 테마 레스토랑, 워터파크, 쇼핑 및 숙박시설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MSCK 관계자는 “사업파트너인 JDC가 지분투자는 물론 각종 인허가를 지원하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세제혜택과 인프라 지원을 받게 된다”며 “조만간 사업을 담당할 합작법인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체 관계자는 “테마파크 사업이 동시다발로 진행돼 투자를 받아내기 어렵고, 현재 계획상 비슷한 시점에 개장하기 때문에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최근 업체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된 것은 지방선거와 무관치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 사업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할 지자체장이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해 앞다퉈 사업개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투자유치도 안 된 상황인데 관할 지자체에서 지방선거전에 ‘그림’이 나와야 한다며 독촉하고 있다”면서 “각종 사업이 선거용으로 전락할 경우 성공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