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古家), 특별한 과거와의 조우
선비의 고장 안동에는 300여 채의 고택이 전아하게 늘어서 있다.
서양식 펜션에 비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특별한 체험을 원하는 여행객에겐 더없이 인기다.
참나무 장작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지글지글 끓는 아랫목에 몸을 뉘면 가녀리게 흔들리는 초롱불
아래 저절로 눈이 감긴다. 순백의 창호지 너머 은은한 달빛이 새어든다. 눈자위를 어른거리는 달 그림
자의 칭얼거림에 잠시 잠을 미루고 삐거덕 방문을 열어젖힌다. 봄 향기를 담은 밤바람이 상쾌하다. 마
당에 내려서서 고개를 젖히니 별천지다. 별빛이 하늘 가득 쏟아진다. 수백 년 된 소나무 대들보에도,
날렵하게 몸을 치켜세운 처마 끝에도, 미끈하게 윤이 나는 대청마루에도 푸른 달빛은 사뿐히 내려앉는
다.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visitkorea.or.kr%2Fphoto%2Fbesttravel%2F12_2_16095.jpg) | 안동하회마을 |
한옥의 하룻밤은 생각만으로도 포근하고 정겹다. 가스 보일러 대신 군불을 지피고 시멘트가 아닌 황토
냄새 짙게 풍기는 토벽에 몸을 기대보는 것, 요란한 TV 화면 대신 밤벌레 노니는 자연에 눈을 맞추는
것, 창문 너머 거대한 아파트 대신 굽이도는 강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전통 가옥
이 주는 하룻밤 동침의 선물이다. 누군들 이 소박한 선물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조선 인재의 절반이 영남이요, 영남 인재의 절반이 안동이다"라는 말에서 보이듯 안동은 학문과 선비
의 고장이며 우리의 전통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다. 약간 과장한다면 도시 전체가 문화재 단지라 할 만
큼 유형과 무형의 문화재가 잘 보존되어 있어 옛 선인의 삶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근간을 이루는 것은 집이다. 모든 집에는 집 짓는 이의 사상과 이곳에 사는 사람
의 흔적이 묻어난다. 사람이 집을 짓지만 결국 집이 사람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선인의 삶을 유추해 보기에 안동만큼 좋은 곳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건축과 관련한 문화재의
30% 이상이 안동에 있기에 그만큼 다양한 삶의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고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장 눈에 띄는 외형에만 눈을 두어서는 안 된다. 당대를 살았던 조
상의 숨결은 보이는 것 외에 깊숙이 배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집에 살고
있는 주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다.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 집안의 내력과 주인의 성격까지
집안 곳곳에 드러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우리네 전통 가옥의 특징은 열려 있다는 것이다. 방 안에서 문을 열면 유연하게 몸을 비틀고 선 노송
이 보이고 창문을 내다보면 새벽 안개 피어오르는 강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런 식이다. 그렇게 우
리 조상은 자연과 더불어 생활했고 자연 속에서 자연처럼 살아왔다.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visitkorea.or.kr%2Fphoto%2Fbesttravel%2F12_2_16096.jpg) | 안동하회마을 돌담길 | 한옥을 유심히 살펴보면 방과 대청마루의 높이
가 다름을 알 수 있다. 방은 천장이 낮고 마루
는 높다. 방은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공간이고
마루는 서서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양반의 고장답게 안동에는 조선시대에 최고 권
세를 누린 안동 김씨, 안동 권씨 등 당대 최고
세력가의 종가를 비롯해 농암 이현보, 퇴계 이
황, 학봉 김성일, 서애 류성룡 등 조선을 대표
하는 학자의 후손이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안
동하회마을을 비롯해 문중 종가의 고택과 서원
등 안동에는 대략 300여 채의 옛집이 보존되어
있다.
이중 숙박을 하며 한지 공예, 다례, 종가 음식
배우기 등의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지례 예술촌과 수애당이 대
표할 만한 전통생활체험장. 농암 이현보의 종
손이 살고있는 농암 종택도 작년부터 외부인에
게 방을 내주고 있다.
안동시는 올해부터 이들 고택을 비롯해 전통문
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고가를 대폭 늘릴 예정이
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안동에서, 그
것도 전통고택이라면 이보다 더 특별한 잠자리
가 어디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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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visitkorea.or.kr%2Fphoto%2Fbesttravel%2F12_2_16102.jpg) | 한옥집 풍경 | 한옥체험 안방 |
고향집에 온 듯한 편안함, 전통 가옥 체험
[수애당]
수애당 문고리를 들어 방문을 열자 순간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하다. 니스칠 잘 배어 맨질맨질
한 장판이며 한지를 바른 벽지와 문풍지에서 켜켜이 쌓인 전통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외관의 웅장함
과 달리 방 안은 쾌적하고 깔끔하다. 단아하게 놓인 색동 이불이며 감물을 들인 베개, 한지 공예로 만
든 아기자기한 소품에서 예스러움과 멋을 잘 조화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전통가옥의 멋은 지키되, 도
시 사람을 배려해 최대한 편리함도 갖춘 것이다. 수애당에서는 주인 아주머니와 함께 한지 공예를 하
는 특별한 체험도 할 수 있다. 가족은 물론 다른 손님과도 함께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대가족이 화목하
게 복닥거리며 살던 옛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아침식사 시간은 다시 한 번 어울림의 소중함을 되새기
게 되는 기회다. 묵는 손님 모두가 대청마루에 모여 앉아 따뜻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함께 식사하는 모
습이 여간 정겹지 않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인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 쌀뜨물로 끓인 미역국이며 양
념 깻잎, 땅콩 조림, 안동 간고등어 등의 맛깔스러운 반찬은 안동 지방의 전통 양반 상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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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visitkorea.or.kr%2Fphoto%2Fbesttravel%2F12_2_16100.jpg) | 수애당 안주인 | 수애당 한지공예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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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visitkorea.or.kr%2Fphoto%2Fbesttravel%2F12_2_16103.jpg) | 지례예술촌 |
[지례 예술촌]
지례 예술촌 수애당에서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가면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고요한 호수와 홀로 마주한
웅장한 고택촌을 만나게 된다. 1988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전통 가옥 체험을 시작한 지례 예술촌
이다. 야트막한 산을 등지고 임하호에 발을 적시고 앉은 모양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조화를 이
룬다. 총 125칸 규모의 전통 가옥 10채는 한울타리 안에서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을 만큼의 오지. 빼어난 주변 환경과 웅장한 고택의 멋스러움 외에는 신경쓸 것도 돌아볼
것도 없다.
지례 예술촌의 백미는 방에서 바라보는 전경. 방문을 열면 산을 유유히 감아 흐르는 임하호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낚싯대 하나 드리우고 호숫가에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지겨워지지 않을 만큼 평화
로운 전경이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면 살며시 눈을 감고 단잠을 청해도 좋을 일이다. 칠흑같은 어둠
이 찾아오면 온갖 자연의 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풀벌레 우는 소리, 바람결에 잎이 흔들리는 소리까지
이곳에선 생명의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다소 적막하다면 모닥불을 피워 놓고 소곤 소곤 이야기꽃을
피워도 좋다. 다만 비닐 장판을 깔아 놓거나 주인의 살림살이인 피아노를 들여 놓은 방 안 내부는 빨
리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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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visitkorea.or.kr%2Fphoto%2Fbesttravel%2F12_2_16097.jpg) | 장작패기 |
[가장 한국다운 멋을 보여준다, 안동 하회마을]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 73세 생일을 맞이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은
한국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 낙동강이 S자 곡선을 그리면서 마을을 휘감고 돌
아가는 자연경치도 정겹거니와 하회마을에는 여전히 웅장한 고택과 초가집 등이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풍산 류씨 종가인 양진당, 서애 류성룡의 종택인 충효당을 비롯해 탤런트 류시원의 본가와 북촌댁 등
제법 웅장한 고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후손이 살고 있는 곳은 일반인에게 내부를 공개하지 않는다.
하회마을에는 약 30여 채에서 전통 민박 체험을 할 수 있다. 군불도 때고 안동의 토속음식도 함께 만
들어 볼 수 있다. 또한 주인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홀
로 집을 지키며 살아가는 할머니들이 많아 전통 고택다운 체험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나마 "A+민박"이 추천할 만하다. 100년 이상된 가옥으로 하회마을에서 20년 가까이 민박을 해온 가
장 규모 있는 집이다. 세면장과 화장실도 제법 깨끗하게 갖춰져 있고 할머니가 해주는 밥도 맛깔스럽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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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visitkorea.or.kr%2Fphoto%2Fbesttravel%2F12_2_16104.jpg) | 안동찜닭 | 맛집
[종손안동찜닭]
찜닭집 20여 곳이 모여 있는 안동의 찜닭골목에서도 종손안동찜닭은 그야말로 군계일학이다. 대부분의
업소가 규모도 작고 허름한 시장통 통닭집 모양새인 것에 비해 종손안동찜닭은 넓고 쾌적하다. 푸짐한
양과 맛도 만족스럽다. 얼얼할 정도로 매콤하면서 달달한 맛이 일품.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느끼하거나 질리지 않는다. 눈물나게 매운맛은 청양고추의 힘이다. 고춧가루나 후추의 맛
이 아니기 때문에 매워도 속이 쓰릴 정도는 아니다. 찜닭과 곁들인 무가 매운맛을 달래준다. 닭고기의
육질도 굉장히 부드럽다. 정수기 물에 생닭을 한시간 정도 담가 피를 제거하는 것이 관건. 시금치, 당
근, 감자, 양파 등의 야채와 당면을 함께 먹으면 안동찜닭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문의 | 054-855-9457 | 운영시간 | 10:30∼24:00, 연중무휴 | 요금 | - 찜닭(3∼4인분) 1만8000원 - 프라이드 1만2000원 |
[까치구멍집]
안동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 "헛제삿밥"을 전문으로 하는 집. 유달리 제사가 많은 안동에서는 제사 후
남은 제사 음식으로 비빔밥을 해먹던 풍습이 있다. 제사가 아닐 때도 제사 음식을 먹는다 해서 헛제삿
밥이다. 무나물, 배추, 버섯, 토란 등 각종나물에 밥을 비벼 먹는데 고추장 대신 깨소금과 간장으로만
간을 해 담백하게 먹는 것이 방법. 두부, 호박, 동태, 쇠고기 등 아홉 가지 전과 탕이 나온다. 양반상
을 주문하면 간고등어, 조기구이, 탕평채가 더해져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진다. 고래고기를 맛볼 수 있
는 것도 특징이다. 식사 후에는 안동식혜로 입가심을 한다. 찹쌀에 엿기름과 생강, 고춧가루 등을 넣
고 삭힌 후 땅콩을 띄워 먹는 맛이 독특하다. 음식을 놋그릇에 담아 내오기 때문에 고급스럽다.
문의 | 054-821-1056 | 운영시간 | 11:00∼21:00, 명절휴무 | 요금 | - 헛제삿밥 6000원 - 양반상 1만원 - 간고등어 8000원 |
자료제공 : Weekly Friday 글 : 김종학 / 사진 : 김형민 myfriday.joins.com | 작성기준일 2004년 0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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