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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멋집 소개 스크랩 목포/ "어? 밴댕이 맛이 이리 고소했나?
younggoo김영구 추천 0 조회 20 09.05.20 14:2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007 음식기행 = 목포/밴댕이회/만선식당

 

 

(1만원하는 밴댕이 기본 상차림, 특히 백김치  맛이 좋다)

 

큰일 났다. 글이 잘 풀리지 않는다. 음식 이야기보따리는 한 아름 챙겨왔는데 정작 글이 꽉 막혔다.  여독이 풀리지 않는데다 기대감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해진 결과다. 이럴 줄 알았다면 음식기행 합네 하면서 블로그에 떠들지나 말고 조용히 다녀올걸. 어디 어디 다닌다고 설레발 떠들어 놨으니 꼼짝 마! 빨리 기행기 올려라! 다.

 

2주일간의 여정이라 써야 할 이야기도 만만치가 않다. 딱, 개학을 앞두고 밀린 일기를 써야하는 심정이다. 잠시 망각한 게 있다. 진실 된 글이라면 잘 쓰든 못 쓰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 그래! 글이란 그런 거였지.

 

2월 23일, 음식기행 첫날이다. 하늘이 파랗다. 아껴두고 싶을 정도의 하늘을 뒤로하고 떠나지만 아쉬움은 없다. 어떤 음식, 어떤 맛이 즐거움으로 다가올지 기대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먹는 음식과 즐기는 음식의 차이는 기대감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그렇게 본다면 음식기행이란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게 아니고 즐기러 가는 여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음식을 찾는 호사를 누리고 싶지는 않다. 그럴만한 능력도 없거니와 유명한 집, 값비싼 음식 같은 건 굳이 시간과 돈 들여 지방으로 뜰 필요도 없다. 그런 건 서울에도 쌔고 쌨다.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음식기행을 떠나는 이유가 된다.

 

도시의 음식은 이미 획일화되어버렸다.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처럼 생명력이 없다. 너는 주고 나는 먹으면 그만이다. 이번 음식기행 길에는 그런 음식에서 벗어나 느낌이 있는 음식과 만나고 싶다. 향토색 짙은 음식과 자연의 재료가 주는 순수한 맛을 만난다면 더욱 좋겠다. 그게 비록, 몇 천 원짜리 백반에 딸려 나오는 반찬일지라도.

 

 

음식 맛의 시작은 기대감

 

 

“어디 갈까? 굴 찜 먹을래?”


목포에서 만난 지인이 묻는다. 목포까지 와서 굴 찜이라. 왠지 목포와 굴 찜은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만선식당 가요. 밴댕이 먹게요”

 

 

(목포시 금화동에 있는 만선식당, 싱싱한 밴댕이회가 인기다)

 

만선식당은 2년 전 들렀던 곳이다. 주 메뉴는 송어. 송어는 이곳에서 밴댕이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그때 먹었던 감흥이 아직도 살아있기에 다시 가보고 싶었다. 목포국제여객선을 지나 50여 미터만 더 가면 오른쪽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조그만 식당이다.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이는 식당 안)

 

밤이 되면 인적조차 드문 이곳에 작고 파란 간판이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허름해 보이는 이 식당에 손님이나 있을까 싶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조용하던 골목길과 달리 자리마다 손님들이 앉아있어 식당 분위기는 꽤나 활기차다.

 

테이블 위마다 소주병 서 너 개씩은 기본으로 올려 져 있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저마다 인생사를 논한다. 같이 간 지인은 다른 테이블 손님과 형님 동생 하며 인사를 나눈다. 지방에서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비로소 남도의 어느 항구도시에 있구나 실감난다.

 

밴댕이 한 접시와 소주를 주문했다. 예나 지금이나 밴댕이 한 접시에 1만원. 소위 요즘 맛집 찾는 블로거들 말로 착한 가격이다. 밴댕이를 주문하면 기본으로 나오는 찬 중에 인상에 남는 게 있다.

 

 

(이것저것 소가 들어간 백김치보다 낫다. 맛이 깊다)

 

백김치라고 해야 하나 배추동치미라고 해야 하나. 보기에는 그저 그렇다. 그 흔한 당근이나 밤 같은 ‘소’ 하나 들어가 있지 않다. 김칫독 속에는 다른 재료가 들어있는지 모르겠지만 눈에 보이는 건 오롯이 배추 한가지다.

 

만약 맛이 없다면 정말 형편없는 백김치겠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렇지는 않다. 배추는 뽀독 뽀도독 씹힌다. 삭혀졌지만 생명력이 느껴지고 생명력이 느껴지지만 분명히 시간으로 삭혀졌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 일순간에 진한 맛이 입안 곳곳으로 퍼진다. 곧이어 뇌까지 전달되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 집의 백김치는 이런 맛이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싱싱함이 느껴지는 밴댕이 회)

 

밴댕이가 나왔다. 고추냉이간장과 기름된장, 초장이 나와 식성에 맞게 먹으면 된다. 물론 마늘 고추 상추 깻잎도 차려지니 쌈 싸서 먹어도 된다. 지인이 밴댕이를 고추냉이 간장에 찍는다. 어? 밴댕이를 고추냉이 간장에다. 밴댕이는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된장 고추 마늘과 함께 깻잎에다 싸서  먹어야 제맛 아닌가.

 

 

(금빛과 은빛이 어우러져 있다)

 

그래도 일단 한번쯤은 따라서 먹는다는 생각으로 간장에 찍어 맛을 봤다. 엥? 이, 이 맛은.... 비린내가 없다니. 거기다가 밴댕이가 이리 고소한 맛이었나. 내 눈, 아니 내 입을 의심해본다. 다른 생선의 뱃살에 비해도 손색없는 고소함이다. 육질이 물컹하지 않고 씹히는 맛도 있다. 이건 밴댕이의 재발견이다. 재발견!

 

그러고 보니 밴댕이의 비린내를 감추기 위해 이것저것 함께 싸서 먹은 게 잘못이었다. 비린내와 함께 밴댕이 고유의 맛까지 감춰져 버렸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곳의 밴댕이에서는 왜 비린내가 없는 걸까? 밴댕이 물이 좋은 게 이유다.

 

 

(오전에 만선식당 앞에 가면 그날 배에서 잡아 온 밴댕이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은 2005년 촬영)

 

밴댕이를 잡아 온 배가 바로 옆 바다로 들어오면 바로 가져와 오전에 손질을 끝내 보관해 둔다. 저녁시간 되면 적당하게 숙성까지 되어 신선함에다 맛까지 좋아진 게 지금 먹고 있는 이 밴댕이다. 도시의 밴댕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금빛과 은빛이 이곳의 밴댕이에서는 반짝거리며 보이는 것도 싱싱하기 때문이리라.

 

 

(손질 된 밴댕이를 얼음물에 담가두고 있다)

 

이렇듯 생선이란 선도가 중요하지만 특히 밴댕이는 더하다. 껍질째 먹는 회기 때문에 갓 잡은 것을 손질한 것과 시간이 경과 후 손질한 것의 차이는 비린내와 맛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오늘 이후 밴댕이 먹을 땐 다른 건 없어도 고추냉이 간장은 꼭 있어야겠다. 먹으면서 자꾸 드는 생각.

 

“돈 없고 참치뱃살 생각날 땐 밴댕이를 먹어야지”

 

 

(붕장어로 만든 장어탕 2인분, 14,000원)

 

 

착한가격, 가격대비 만족도 높은 맛집

 

이곳에서는 밴댕이 말고 생선찜 같은 메뉴가 몇 가지 더 있다. 그 중에 장어탕을 주문했다. 도시의 탕이나 찌개는 새빨간 국물이지만 이곳에서는 황토색이다. 맛객이 좋아하는 국물색이다. 아마도 어머니의 찌개가 황토색이어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약간 말린 장어를 사용해 쫄깃함도 느껴진다. 장어는 넉넉하게 들어갔다)

 

실제로 먹어봐도 무작정 맵기만 한 새빨간 국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담백함과 시원함과 깊은 맛 등 좀 더 복합적인 맛이 난다. 국물 속에서 나온 내용물을 보니 붕장어를 조금 말려 씹히는 맛을 살렸다. 국물의 맛에다 장어까지 넉넉하게 들어가 있으니 술과 먹으면 술맛 살리고, 밥과 먹으면 밥맛 살리는 메뉴지 싶다. 1인분에 7천원. 이만하면 밴댕이와 마찬가지로 착한 가격에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하지 않을 수 없다.

 

옥호 : 만선식당
위치 : 목포 국제 여객선터미널을 등지고 왼쪽으로 50여 미터 가다보면 오른쪽 골목에 바로 있다.
전화 : 061-244-3621
메뉴 : 밴댕이 1만원, 장어탕 7천원, 그밖에 생선찜 등.
주소 : 전라남도 목포시 금화동 3-134
 

 

2007.3.9 맛객(블로그= 맛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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