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산행기
글쓴이(닉네임):산 다람쥐
제 1부 삶은 총알이다.
산행이 공지된 11월 25일 일요일^^^
1년에 한번
시골 친구모임이 11월 24일 토요일 수원에서 있었다.
벌써 20년 가까이 모임을 하고 있는 터라 산 좋아하는 나는
조금 걱정을 하며 토요일 밤 친구모임을 가기위해 수원으로 향했다.
유사를 맡은 놈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팔도에 사는 벗들이
거의 다 왔다 생각하자 신이 났는지
권선동 회센터에서 횟집이 제집인 냥 통 크게 회를 쏘며
연신 부족하면 계속 주문하란다.
친구의 와이프 넷과 거제도에서 와이프 떼어놓고 6시간 걸려서 달려온
삼용이란 친구와 와이프도 없는 나,
그리고 유사를 맡은 친구의 아이까지 11명은
부지런히 먹어 됐다.
그런데 문제는 술 !
솔직히 나도 이 술 저술 안 가리고 그런대로 대작은 하지만
문제는 소주>>>>
갓 스물의 나이에 객기로 두꺼비가 그려진 대병 두병을
혼자 먹다시피 하다가 인사불성으로 3일 만에 깨어나고
그 후부터는 소주는 일 년에 반잔이 주량이다.
다른 술은 안 시키고 소주10병 가져오란다.
따르기 바쁘게 원샷!
이놈들이 누굴 죽일라고 몇 번 꺾었더니 완전 잡아먹을 기세다.
아! 이제 낼 산은 다 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런 왠수같은 친구놈들---
그 자리에서 20병 정도의 소주병을 비우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보니 11시반경이 되었다.
전철도 버스도 끊겼다
유사를 보는 친구 놈은 자기 집에 2차로 먹을 술과 안주를 준비해
놨다고 빨리 가자고 보챈다.
이 놈 때문에 내 몸의 알코올 도수는 족히 10%는 넘겠다.
또다시 술 한두 잔이 돌고 시간을 다시 보니 새벽4시
한 두 놈씩 퍼져자고 나도 잘되었다 싶어 친구와이프에게만
나 먼저 간다 조용히 말 하고 수원역으로 향했다.
첫 전철시간표를 보니 5시 10분
잘하면 금정을 거쳐 인천 송도역까지 6시 30분정도에 도착하겠다.
마음은 전철 창가로 스쳐가는 불빛처럼 불안 불안하다.
금정역에서 한번 갈아타고 오이도에서 수인선을 기다리는데
10여분 뒤에 떠난단다.
아직은 그래도 시간이 되겠다 싶어
불안한 마음을 무거운 돌을 얹은 것처럼 꾸욱 눌러도 이놈이
이리 삐죽 저리 삐죽 불안감은 여전하다.
송도에 도착 전 산들애총무님께 기다려줄 수 없냐고 핸폰을
때리고 송도역에 도착하니 다행이 택시한대가 서있다.
기사님 따불!!!! 우성아파트 들렸다, 동막역 O.K?
기사님 기분 좋게 오우 케이!!!!!
집에 총알같이 뛰어 올라가 대충 챙기고 총알같이 택시에 오르니
기사님 역시 총알택시 동막역에 도착하니
어린왕자만 뻘춤이 나를 반긴다.
“차는? 이라고 묻자 아직 차 안 왔는데요.”란다.
이상한 느낌에 산들애님께 “어디세요?”라고 물으니 고속도로란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또 한 번 총알택시를 불렀다.
쌩쌩!!! 고고고~~~
군자톨게이트에서 겨우 일행과 합류하며 죄송한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제 2부 영산 무등산
버스는 무등 산장앞에 우리를 물고기 풀어놓듯 풀어놓았다.
내가 맡고 있는 산악회하고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 자유로움 그대로
나와 어린왕자놈은 선두에 섰다.
조금 가다가 이래서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사알짝 후미로 빠졌다.
아직은 일요산악회에서 두 번째 산행이라 누가 누군지 모르는데
후미에 녹수님 이하 세분이 계셨다.
제철 유적지에서 잠시 머뭇되며 밤새 마신 술 때문에
혹 컨디션 조절을 못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단 생각에
오늘은 후미에 붙자고 마음을 잡아본다.
아~~~!!!!
그런데 다람쥐가 거북이처럼 걸으려니 도저히 안 되겠다.
팔을 걷어 부치고 선두를 잡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이제부터는 속보다.
어느덧 바람은 소리 없이 계절을 몰고 와
길옆 가장자리에는 얼음 꽃이 살포시 앉잤다.
치마바위를 지나 빠르게 더 빠르게 속도를 내자 어제 먹었던
소주의 부유물이 머리며 목이며 등줄기까지 줄 줄 흐른다.
심장은 터져 버릴 듯 쿵쾅대고 더 빨리 가면
너 오늘 제삿날 되는 줄 알라면서
호흡은 거칠게 나에게 욕을 퍼붓는다.
잠시 쉬려 주위를 보니 능선에 눈이 내렸는지
아님 내린 눈이 녹다말았는지 아기의 웃음처럼 나를 반긴다.
한줌 언 삶의 빗장이 뽀얀 햇살에 녹는다.
다시 마음을 잡고 오르니 나와 같이 온
어린왕자가 얼굴이 상기되어 나를 반긴다.
어린왕자를 재촉해서 조금 더 오르니
살아있는 역사가 내 눈에 펼쳐졌다.
원래는 흙속에 묻혔있었으나
지금부터 11만 5천년 경에 지표면의 풍화와 침식으로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노출 됐다는 ‘무등산 주상절리대(柱狀節理帶)’
말할 수 없는 탄성이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진다.
중생대 백악기에 왕성한 화산활동의 결과로 만들어 졌다는 입석대,
돌을 병풍처럼 세워 놓은 것 같은 서석대.
마치 어떤 솜씨 좋은 거인 석공이
자기의 성을 쌓기 위해 5각6각 또는 8각의
6미터에서 10미터 정도 되는 돌을 주워 다가
연습처럼 쌓아본 것은 입석대인 것같고
돌성을 쌓은 것은 서석대가 아닐는지 나만의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주위에 널 부러져있는 너덜겅(돌이 많이 흩어져 있는 비탈)하나 하나에도
멋스러움이 담겼다.
모두들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여기 저기 사진 찍기에 바쁘고
나또한 사면 암설(풍화·침식작용으로 인해 생긴 작은 암석 조각)의 아름다운 한
조각이 된 것처럼 추억을 담았다.
조금 후에 우리는
저번 첫 산행에 애마 파트너였던 뚝심이님,
그리고 가이아님과 깜복님 좋은 예감님과 합류, 여기저기서 추억을 붙들며 장불재로 향했다.
장불재에 도착하니 선두에 섰던 묏골님과 야래향님을 비롯하여 이미 여러분이
자리를 잡고 맛있게 싸온 음식을 드신다.
음식을 전혀 준비 못한 나는 내심 쑥스럽기도 했지만 한자리 꽤 차고는
이것저것 염치는 장에갔다
팔아 버리고 뻔뻔함을 사와서는 잘도 먹어 됐다.
제 3부 산행후기
어느 모임이나 단체에서 노련하고 능력있는 분이 많다는 것은 그 모임의 희망이며 복이다.
비록 2번의 일요산악회 산행이었지만
왠지 산행을 할때나 뒷풀이를 할때나 산행이 끝나 이렇게 후기를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마음이 흐뭇함은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재미있는 닉네임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유롭고 풍족한 마음의 여유를 준다.
그래서일까 2번의 산행에 민폐만 끼친 죄스러움이 많은 나에게
그래도 반갑게 맞아준 많은 우리 일요 산악회 회원님들께
이 기회를 빌어 감사함을 전합니다.
왜 인지 구분이 잘 안되지만 파란 하늘님 동백님 옆에 앉으셨던 고민 끝님.
그리고 우리앞에 앉으셨던 세상밖으로님 최 상주님
너무도 시적인 닉을 지닌 하늘 바람님
2번의 만남에도 나를 사랑한다 농을치셨던 우리 녹수님
그 뒤에 화정(꽃 우물님)님 옆의 하이디님
그 뒷자석에 중봉으로 방향을 잡고 중머리재 새인봉 비경까지
멋지게 마무리하신 묏골님 야래향님
제뒤에 앉으셨던 연꽃 순이님 그리고 집이 대공원옆이라 하셨던 대공원님
그뒤에 청학동 좋은예감님 나의 첫 애마 파트너이자 많은 사진을 찍어 주셨던 뚝심이님
옆자리에 앉으신 사랑을 하는지 많이 이뻐지셨다는 깜복님 이쁜언니 가아아님,
옆에 전철역에서 인사나누신 짱가님
열심히 사진 올리시는 청솔님
그뒤에 앉으신 마지막까지 쓰레기봉지 들고 다니신 대한님 동구밖님
언제나 카페에 활력을 주시는 뱃살 붕어님 해박이님
그리고 언제나 말씀도 잘하시며 이 산악회를 이끌어 나가시는 한잔 소주님
살림꾼 산들애님 그리고 부군이신 행여나님
또 짧은 머리에 기억 못했을 다른 많은 산우님들
감사함을 전하며 송년의 밤에 많이 참여해주세요.
여러분들이 있어서 너무 즐겁고 행복한 무등산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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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작가이신가요? 글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우리 산악회의 산행일기는 산다람쥐님의 몫인듯 합니디ㅡ. 앞으로도 많은 글들을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대풍이님은 아직 제가 못 뵈었죠?
산행도 자주나오세요.
칭찬 감사드리고 정성껏 마음으로 열심이 써보겠습니다.
자주가 아니라 거의 갑니다만, 인사를 나누지 못했네요~카페활동을 열심히 하시면 누군지 알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다음에 인사 나누지요~
제가 아직 새내기라 누가 누군지를 못 기억 하는 것입니다 .
다음에 꼭 인사 올리겠습니다.(꾸벅)
후기글에 카페가 풍요로워진듯하네요. 즐거웠습니다..쓰레기봉투 들고다니신분은 대한님이세요..ㅎ 이제 한번 더 오시면 완죤 숙지하실듯 하네요..ㅎ
청솔님도 마지막 내릴때쯤 까만봉지 들고다니셨어요...그걸 말씀하신듯하네요~
청솔님이야 제가 기억하죠!
내리기 전 까만 봉지 들고 오시기에 귤껍질 버린 것 생각납니다.
오해가 있을까 싶어 글은 수정 했습니다.
선글라스 쓰신 모습이 아주 짱 이십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해바라기님? 아니 썬 플라워님!
아직 못 뵈었죠?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자주 뵈었음 합니다.
썬 풀라워님 사진을 보니 어느 분인지 알겠습니다.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짝 짝 좋아요 굿!!!!!너무 재밌어요 다음편 기대할께요
녹수님! 사진 이쁘게 나오셨어요.
웃는 모습이 넘 이뻐요
밤새 술 마시고 씻지도 못하고 산에 갔더니 제 얼굴은 산 거지같아요.ㅋㅋ
산다람쥐님 만나뵙게 되어 반가웠구여..함께 산행하는동안 이쁜언니라 불러주어 즐거웠어요...ㅎ
산행 두번만에 벌써 닉네임을 다 외우시고..ㅋ 담에 또 즐건산행..잼난 산행기 부탁드려용~~~^&^
아직은 닉네임을 못외우는 분이 더 많아요.
우리 산우님들하고 더 가깝게 지내면서 산행기에 많은 분들이 회자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여신 가이아처럼 마음도 이쁘시고 얼굴도 이쁘세요.
한번박히면 잊을수없다는 천재, 시인~~ 이쁜시, 행복한시,, 한편씩 소개해주실꺼죠 ,,화이팅입니다
우리 화정(꽃 우물)님은 칭찬이 과하십니다. ㅎㅎ
그러게요 .
사간나면 가끔씩 시를 써서 올려야 겠습니다.
그런데 시는 써서 어느방에 올리죠?
컴퓨터시네요~
산소님도 못 뵙것 같은데?
혹 저 뵈면 아는채 하세요!
컴퓨터라시면 제가 바보네요?
아직 컴은 시키는 것만 하지 창의력은 없어서 저한테 욕 하신거죠?
농담입니다, ㅋㅋㅋ
당연히 좋은 뜻이라는 것 잘 압니다.
시인이 쓰셔서 그런가 산행기가 한편의 시 네요~~~다음 편이 벌써 기다려 집니다~~~수고하셨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묏골님!
일요산악회 나가서 많이 배웁니다.
저도 백두대간 종주한번 해야 하는데 묏골님 비하면 새발의 피라 겸손해 집니다.
산다람쥐님께서 산행 오시면 벌써 산행기가 기대된답니다. 역시나 한편의 여행기를 읽은것 처럼..마음이 풍요로워지네요.또 담편이 벌써 기대 되요.^^
영남 알프스 갔을때 일요 산악회 처음으로 녹수님 하고 닉네임 알려 주신 분인데
제가 머리가 나뻐서 동백님하고 혼동이 되네요.
암튼 산행기에 다들 즐거워 하시니 더 잘 써야겠네요.
잘 보고 갑니다.한편의 단편영화같습니다.
정조대왕의 이산님이신가?
아님 이산 저산 많이 다니셔서 이산님으로 하신 것인지~~
얼굴을 뵌 기억이 없습니다.
혹 저보면 아는채 해주세요.
산다람쥐님 만나뵈어 반가웠습니다
보는것마다 아름다운 단어로 이어질 수 있는 무한한 감성이 멋스럽습니다
함께 어우러져 가는 걸음에 담아지는 향기가 잔잔하게 이어갈 수 잇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제 느낌에 좋은예감님도 풍부한 감성을 지니셨어요.
그래서 닉네임도 좋은예감이라 지었겠죠.
따뜻한 마음으로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좋은분이 함께해주시니 카페가 더욱 빛이나고 좋네요^^ 잠한숨못자고 약속을 지킬려고, 미리 총무님께 전화까지 줘가며 맘졸이셨을텐데.. 그만 제 불찰로 잊고말았네요. 번거롭게 택시타고 군자요금소까지 오시게해서 미안합니다~*
모임은 혼자 만의 생각으로 움직여서는 안된다고 생각 됩니다.
시간을 지키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산다람쥐님~~~~!
여기 분들 닉네임 참 재미있군요.
다음 산행 함께할가요.
좋은 얘기십니다,,, 담 산행때 천재 시인 을 한분 더 만날수 있음에 기대됩니다,, 반갑습니다 프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