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일기 26 – 코로나19로 가슴 철렁했던 하루 / 킹콩
엊저녁부터 카톡방이 시끌시끌합니다.
‘진안초 방과후 선생님이 코로나19에 걸렸대.’
‘어쩐다냐, 아무 일 없어야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진안초 학생이 코로나19에 걸렸다네요. 진안초는 2주간 원격수업으로 바뀌고, 진안중앙초도 시끌시끌합니다. 그나마 우리 학교는 낫겠지, 싶었습니다.
아무 일 없을 때야 괜찮지만 무슨 일이 터지 나면 어떤 때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움이 클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 서울에 사는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서울 사람들은 코로나19가 너무 일상이라 바로 옆에서 코로나19가 걸려도 그런가보다, 하고 평소처럼 생활한대요. 하지만 우리는 작은 지역이기도 하고, 아직까지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엄청 피부에 가까이 온 느낌입니다.
코로나19 환자가 몇 사람 생기기는 했지만 아직 학교는 안전한 곳이었어요. 그리고 사실 학교처럼 방역을 철저하게 하는 곳이 거의 없어요. 모두 마스크를 끼고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조치를 하니까요.
“진안초 학생이 코로나19에 걸렸다네.”
아침부터 통화를 하는 아내 이야기를 들어보니 올 것이 왔구나, 싶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 신상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 때문에 교육청이고, 군청이고 민원전화가 끊이질 않는답니다. 알려 줘야 대비를 할 거 아니냐고요.
아침부터 장승학교 카톡방에도 발등의 불처럼 코로나19 이야기가 오고 가네요. 진안초와 연관된 학부모도 있고, 학원과 관련도 아이들도 있습니다. 학교에 오자마자 집에 돌려보내기도 하고, 급히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도 하네요. KF94 마스크를 안 쓴 아이들은 다시금 마스크를 바꾸었어요. 책읽기도 취소해야 하나? 농악도? 연극도? 공간혁신도? 학교에 모여 선생님들이 긴급 회의를 합니다. 책읽기는 바로 옆 학부모니까 교실에서 그냥 하면 될 거고, 농악은 오늘 하루 쉬면 될 듯하고, 연극은 외부 선생님인데 어쩌지? 마스크 잘 끼고 바람이 잘 통하는 넓은 공간에서 하면 되려나? 공간혁신은 너무 많이 모이니 정말 안 되겠네. 하나 하나 순간 순간 판단의 연속입니다. 자칫 잘못 판단하게 되면 책임이 따르기에 조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사실 제 마음이야 마스크 쓰고 방역 지키면서 하면 괜찮겠다 싶지만 제 마음만 그렇습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면 안전불감증인 사람 정도 밖에 안 되겠지요.
책읽기하는 윤성이 엄마는 어느새 6학년 교실에 와 있습니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시간인데 읽어야지요. 저도 재미나게 듣고 아이들도 재미나게 듣습니다. 진안도 시끄러우니 농악은 쉬기로 했습니다. 영어 공부 15분 정도 하고, 어제 하다만 진짜시와 가짜시 이어서 공부를 했어요.
2묶음 연극은 다목적실에서 창문 다 열어놓고 하기로 했어요. 오늘은 흥부와 놀부를 각색한 대본으로 직접 돌아가면서 읽는 활동을 했어요. 제법 목소리를 어울리게 흉내내는 아이도 있고, 무뚝뚝하게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게 읽는 아이도 있네요. 그런데 신기하게 돌려가면서 대본을 읽다보면 아, 저 친구가 저 역할을 하면 참 어울리겠구나,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됩니다. 연극 선생님이 각색한 흥부와 놀부가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모둠별로 ‘돈’을 주제로 마인드맵을 했어요. ‘돈’이라는 주제도 순전 아이들이 정한 겁니다. 여러 주제가 나왔는데 결국 연극 주제는 돈이 되었어요. 돈으로 마인드맵을 하는데 마지막에는 안 좋은 결말이 나와요. 막장이라든지 자살이라든지요.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남자 아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거죠. 마인드맵에 나온 다섯 개를 골라 이야기 꾸미기를 하다가 종이 쳤네요.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꾸몄을까요? 얼마나 막장으로 나올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꾸밀 수 있는 재치가 있는 아이들이니 저도 내용이 궁금하기는 하네요. 이렇게 나오면 선생님과 함께 이걸로 대본을 꾸며본다고 합니다.
3묶음에 공간혁신을 하기로 했다가 못 했잖아요. 애들이 입에 나팔을 붑니다.
“쌤, 벚꽃도 피었는데 나들이 가요.”
“이렇게 좋은 날 나들이 안 가면 언제 가요.”
“그럼 벚꽃에 관한 시 공부 잠깐 하고 얼른 끝내고 가자.”
시 공부 한다는 게 20분 넘게 했네요 ㅎㅎㅎ 애들이 “빨리 가요.”합니다. 두 시 다 되어서야 나들이를 나갑니다. 함께 못하는 경륜이, 정경이, 윤아가 눈에 밟힙니다.
퇴근 무렵, 장승 식구들은 모두 음성이라는 카톡이 이어서 뜹니다. 정말 다행이구나 싶습니다. 일상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날이네요.
(2021.4.7.)
첫댓글 참 많이도 위축되기도 하고 거리가 생기게끔 되는거 같아요.
이럴 수록 물리적 거리는 두되 마음의 거리는 더욱 가깝고 따뜻해져야겠어요.
모두 철렁했을텐데, 코로나때문에 서로 탓하며 마음도 멀어지면 어쩌나 더 철렁했네요.
아직 우리에게 코로나는 '안전'이란 이름으로 좁혀지지 않는 '거리'(위험)인 것 같아 많이 속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