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판도나무에게
![]() ![]() 2015/04/18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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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판도나무에게 말했노라.
판도나무야, 나에게 산에 대해 이야기해다오.
판도나무야, 나에게 산에 대해 이야기해다오.
그러자 판도나무가 꽃을 활짝 피웠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1983~1957)
스룰 하고도 다섯 살 때 출판사 편집부 말단으로 들어갔더니, 첫 일감이 낯선 그리스 작가의 자서전 교정이었다. 이 낯선 작가의 삶은 피의 여로(旅路)이고, 영혼은 사상과 이념의 격전지였다. 다만 이 낯선 작가에게 홀려 전집을 내자고 출판사 사장을 꼬드겼다. 그가 태어난 저 멀고 먼 크레타 섬에 꼭 가보리라고 했지만 정작 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꿈은 기어코 이루어지는 것인가. 마침내 재작년 여름, 크레타 섬에 갔다! 키잔차키스의 소박한 돌무덤 앞에 서 있는 묘비를 손으로 쓸어보았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살아 있을 때 작가가 직접 쓴 묘비명이다.
중앙일보 시가있는아침/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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