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날입니다.
이번달 함께 읽을 책은 최태성 지음의 『역사의 쓸모』입니다.
이 책은 책 제목 처럼 역사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삶이라는 문제에 대한 가장 완벽한 해설서는 역사라고 말합니다.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에 부딪쳤을 때 해설에서 도움을 얻듯,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인물들의 선택과 그 결과가 담긴 역사에서 인생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과거의 이야기로부터 오늘의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역사 사용설명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궤적을 그리며 살다간 인물들을 소개하며, 사람들의 고민과 사회의 뜨거운 이슈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역사의 교훈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22가지 통찰을 통해 역사로부터 삶의 지혜를 얻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자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저자 최태성은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역사 교사가 되었다.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EBS 역사 자문위원, 국사편찬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2001년부터 시작한 EBS 강의로 역사가 외워야 할 것이 많은 골치 아픈 과목이 아니라 웃음과 교훈이 가득한 감동 스토리임을 알리며 전국 학생들에게 ‘믿고 듣는 큰별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MBC 〈무한도전〉, KBS 〈역사저널 그날〉, tvN 〈수업을 바꿔라〉, KBS라디오 〈박은영의 FM 대행진〉 등에 출연하여 일반인에게도 역사 공부의 재미를 전하고 있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역사 강의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2017년 교단을 떠나 무료 온라인 강의 사이트 ‘모두의 별★별 한국사’와 유튜브 무료 강의 채널 ‘별별 히스토리’를 열었다. 역사 대중화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온라인 강의뿐만 아니라 방송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책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들어가는 글 | 삶이라는 문제에 역사보다 완벽한 해설서는 없다
1장.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2장.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3장.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4장.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나오는 글 | 삶의 밑그림을 그려준 이들을 생각하며
주차별 책 읽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1주차 책 소개, 1장.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2주차 2장.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3주차 3장.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4주차 4장.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 들어가기에 앞서 〉
읽고, 정리하고, 생각 나누기
주차별 내용은 책에서 말하는 바를 요약하고 새날의 생각을 덧붙여서 재편집하여 정리하였습니다.
대체로 책의 내용을 근간으로 하지만 책의 내용과 다른 면도 살펴보고, 또 좀더 자세히 알아보면 좋겠다는 것들을 요약내용에 포함하였습니다. 따라서 책의 내용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합니다.
원문 그대로를 선호하는 분들은 책을 꼭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이야기 자리 주제
이번 주 함께 읽은 책 내용에 대해 편하게 이곳의 해당 게시글에 댓글로 이야기 나눠 봅니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고 내 삶과 연결 접점을 따져보아 적용하다 보면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타인과의 이야기 자리를 통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느꼈는지, 삶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 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그 속에서 틀림이 아닌 다름이 이해되고 다양성으로 사고의 확장이 이어져 서로에게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 읽고, 정리하고, 생각 나누기 〉
이번 주는 1주차로 ‘1장.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에 대한 주제의 내용입니다.
1장.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우리가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때를 돌이켜보면 시험보기 위해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들의 많은 부분을 외우고 또 시험만 끝나면 이내 관심에서 멀어져 곧바로 잊어버리곤 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역사를 시험과목 중 하나로 치부해 쓸데 없는 것을 배우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쓸데없다’는 말은 아무런 쓸모나 값어치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요즘처럼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시대에 ‘쓸데없다’는 말은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합니다. 쓸모 있는 것을 남보다 얼마나 더 많이 가졌는가로 성공을 가늠하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돈 버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면 모두 쓸데없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 속에 이 ‘쓸데없다’는 것만 찾아 모은 분이 있습니다. 바로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입니다. ‘유遺’라는 한자는 ‘버리다, 유기하다’라는 뜻입니다. ‘유사遺事’라는 건 말 그대로 ‘버려진 것들을 모은 역사’입니다.
반면에 『삼국사기』는 고려시대 유학자 김부식이 인종의 명을 받아 편찬한 삼국시대의 역사서입니다. 어느 연도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떤 인물이 있었는지를 쭉 정리한 책입니다. 나라가 주도하여 편찬한 정사正史이기 때문에 신비하고 기이한 일을 전하는 야사野史는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확인, 즉 팩트 체크가 된 사건만 담은 겁니다. 그래서 단군신화 같은 것들은 다루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연 스님은 청년 시절부터 정식 역사로 인정받지 못한 이러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기록한 것입니다. 그 덕분에 일제강점기에 단군을 모시는 대종교가 창시되어 신자들이 독립운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원나라 간섭기에 민족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던 일연 스님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이야기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한 것은 물론, 괴로운 시대를 버틸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준 것입니다. 김부식은 쓸모없다고 버렸지만, 사실은 가치가 없던 것이 아니라 가치를 못 알아봤던 것이죠.
역사는 아득한 시간 동안 쌓인 무수한 사건과 인물의 기록입니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의 삶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의 흥망성쇠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어느 새로운 대상을 접하든, 어떤 일을 벌이든 역사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없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음식도, 옷도, 우리 삶을 구성하는 주변의 모든 것이 역사 속에서 함께 발전해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예로 책 속에는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요즘 고급 스포츠라고 하면 아마도 골프를 떠올릴 것입니다. 고려시대 귀족들이 즐겨 하는 고급 스포츠는 무엇일까요? 그건 매사냥이었습니다. 매를 날려 보내면 이 매가 토끼나 꿩 같은 작은 짐승들을 잡아채 옵니다. 저마다 자기 매를 가지고 모여서 내기를 합니다. 그런데 이 사냥용 매가 굉장히 비쌌습니다. 새끼일 때부터 훈련하며 길러야 하는 만큼 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 주인은 자신의 매에 하얀 깃털을 매달아둡니다. 자기 이름을 써서 이름표를 달아둔 것이죠. 이걸 떼면 도둑질입니다. 그러면 이 이름표를 뭐라고 불렀을까요? 답은 ‘시치미’입니다. 매가 비싸니까 어떤 사람들은 시치미를 떼어내고 마치 그 매가 자기 것인 양했습니다. 시치미를 떼고도 모르는 척 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시치미 떼지 말라는 말이 유래된 것입니다. 요즘도 많이 쓰는 말이죠.
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눈앞에 보이는 글자만 읽습니다. 죽어 있는 텍스트로 접합니다. 그러지 말고 역사 속에 들어가서 인물들과 만나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 보는 것입니다. 꿈이 뭐예요? 왜 그런 일을 했어요? 그 선택에 후회는 없나요? 꿈이 이뤄진 것 같나요? 이렇게 물어보고 답을 상상해보는 겁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내 삶에 대입시켜서 답해보는 것이죠.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얻지 못했던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천 년 동안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가슴 뛰는 삶을 살았던 사람을 만나 그들의 고민, 선택, 행동의 의미를 짚다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역사가 갖는 매력이지 않을까 합니다.
역사가 흘러가는 것을 보면 희망이라는 말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옵니다. 어쩌면 역사는 실체가 있는 희망입니다. 아무런 근거 없이 조금 더 살아보자고, 버텨보자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조금만 더 멀리 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두렵겠지만 나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세상도 변하는데 나의 인생이라고 늘 지금과 같을까요? 힘든 세상에서 희망마저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두려움은 희망 없이 있을 수 없고 희망은 두려움 없이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 따르면 두려움을 느끼는 우리는 모두 어떤 형태의 희망을 품고 있다는 말도 됩니다. 인생이라는 항로에서 방향키를 놓치지 않는다면 언젠가 나의 노력도 역사의 수레바퀴와 맞물려 순풍이 불어오듯 결실을 맺는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희망을 품고 두려움을 껴안은 채 오늘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우리는 수 많은 선택 속에 삶을 살아갑니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한 선택이 안좋은 결과를 보았다고 해서 그 일을 되돌리기 위해 예전의 선택을 물릴 수는 없습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건 선택한 자의 몫입니다. 그래서 후회는 늘 우리를 따라다닙니다. 점수가 조금 부족한데 그래도 이 학교에 지원해볼까? 내가 좋아하는 일보다는 잘하는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언제 잘릴지 모르는 회사에 다니는 것보다 내 사업을 꾸리는 게 낫지 않을까?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후회가 적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만,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한 채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갈림길은 당장 그 차이가 눈에 보입니다. 한쪽은 쭉 뻗은 길이고, 다른 쪽은 가시밭길입니다. 탄탄대로로 가면 되지 뭐가 걱정인가 싶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무조건 좋기만 한 선택은 없습니다. 이 길이 편하고 이득을 줄 것 같지만 사실은 옳은 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 나에게는 좋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가 되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우선 내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나만 생각해도 되는 걸까? 이런 갈등이 생길 법도 합니다. 결과를 살짝 엿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미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과거를 알 수 있습니다. 한두 해도 아니고 수천 년의 시간, 한두 사람도 아니고 수억 명이 넘는 사람들의 사례가 역사라는 기록으로 남아 있으니까요. 미래는 몰라도, 지금의 우리처럼 사는 내내 수많은 갈등 속에서 결정을 내렸을 과거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 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를 조금이나마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품위 있는 선택에 역사적 사고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현재만을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부정을 저질러서라도 더 높이 올라가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까지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근시안적인 선택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역사적 사고란 역사 속에서 나의 선택이 어떻게 해석될지 가늠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요즈음은 특히 역사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본인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자신의 생각이나 말, 의견이 누군가의 나쁜 선택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말이 어떻게 해석되고 사용될 수 있을지 점검을 해야 합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만큼 나의 선택은 많은 타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결국 한 사람의 선택이 사회의 문화를 형성하고,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시 영향을 미칩니다.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지금 닥친 상황과 욕망에 자꾸 눈이 멀게 됩니다. 그래서 과거의 무수한 사례를 까먹고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기 십상입니다. 그 잘못 하나 때문에 그때까지 쌓아온 모든 공이 다 무너지기도 합니다. 내가 내뱉는 말과 지금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살펴볼 수 있다면 보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역사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 저자는 정약용의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정약용은 정조가 키운 학자입니다. 그에게 정조는 스승이자 멘토였습니다. 정조 또한 정약용을 총애했습니다. 정약용이 워낙 훌륭했기 때문입니다. 다방면에서 다재다능했고, 실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 바탕은 유학에 있어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집필하였고, 정치와 법, 의학과 지리학, 언어학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거중기와 녹로를 발명해 수원 화성 건설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시인으로서 여러 작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또 500여 권이 넘는 책을 썼으니 뛰어난 작가이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약용에게도 커다란 약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천주교를 믿은 것이 문제가 되어 난리가 난 것입니다. 정조는 그 사실을 모른 척했지만, 계속해서 올라오는 탄핵 상소를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정약용을 내치기로 합니다. 너무나 아끼는 신하지만 계속 붙잡고 있으면 오히려 정약용에게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래서 정약용에게 편지를 보내 물러나서 기다리면 다시 부를 것이라고 미리 언질을 줍니다.
정약용은 상심이 컸지만 어쩔 수 없이 관직에서 물러나서 왕이 다시 자신을 불러줄 날만 기다리며 지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단속하며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는데, 드디어 정조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보름 뒤에 너를 부를 테니 준비하고 있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약속한 날 딱 하루를 앞두고 정조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정조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정약용은 큰 충격에 빠집니다. 이후 신유박해로 수많은 천주교인이 처형당하고, 정약용의 가문은 폐족이 되었으며 정약용 또한 유배를 갑니다. 자그마치 18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고, 그 뒤에 다시는 조정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일생을 마칩니다.
그러나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나라를 탓하고 운명을 탓하며 남은 인생을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18년 동안 무려 500여 권의 책을 씁니다.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분야도 방대합니다. 지방의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서인 『목민심서』, 제도의 개혁 원리와 방안을 다룬 『경세유표』, 형벌의 운영에 관한 『흠흠신서』, 고조선부터 발해까지 역대 왕조의 영토를 연구한 『아방강역고』 등이 대표적인 저서입니다. 이외에도 의학서, 어원 연구서, 시집, 풍수를 분석하거나 아이들을 위해 한자를 쉽게 가르쳐주는 책 등 몇 가지로 설명하기 힘들 만큼 다양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정약용은 책상 앞에서 그 자세로 움직이지도 않고 밤낮으로 글만 쓰다보니 복숭아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일어서서 선반 위에 책을 올려두고 공부하며 글을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약용이 대체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정약용은 형조에 기록된 몇 줄짜리 글로 평가받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글을 남겨 후세의 평가를 받으려 했습니다. 역사가 무엇인지 알았던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죄인의 입장이지만 역사는 자신을 그렇게 기억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쓰고, 또 썼던 것입니다.
교과서를 한번 펼쳐보면 죄인 정약용이 아닌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정약용이 남긴 수많은 저서는 현대에도 활발히 연구되며, 학자는 물론 일반인에게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정약용이 200년 전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자신이 지금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면 정약용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가르침을 얻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역사 속 인물과 소통하면 지금 당장의 닥친 문제를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역사라는 흐름 속에서 현재를 보게 되니까요. 마찬가지로 내 인생 전체에서 지금의 문제는 수많은 고비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해 보는 것입니다. 이 고난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조급한 마음을 약간은 덜어낼 수 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정진해 나가면 그 나름의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새날의 생각 나누기
이번 주는 역사를 대상으로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예로 들어 역사적 사실외에도 야사로서 취급되어지는 이야기들의 쓸모에 대해서 언급하였습니다. 즉 쓸데없다고 생각되어지는 역사도 그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쓸모가 있고 없고가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사람들이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역사,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역사를 재미있게 그리고 생명력을 불어넣어 이 시대에 맞는 의미를 찾아 알려주고 있습니다.
역사를 말하는 책 중에 명저라고 할 수 있는 에드워드 핼릿 카Edward Hallett Carr 지음의 『역사란 무엇인가』 책에서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이하 출처1 참조).
여기서 현재는 역사가이고, 과거는 일어났던 사실들을 의미합니다. 역사가는 자신의 눈으로 과거의 사실들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역사를 만듭니다. 그래서 카는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눈을 통해서 그리고 현재의 문제들에 비추어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며, 역사가의 주요한 임무는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임을 의미한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역사가에 의해 선택되지않은 사실들은 역사가 될 수 없고,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역사가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는 어떤 역사를 만드냐의 문제이기에 역사가의 철학을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카는 역사가의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의 가치관은 결국 미래에 대한 전망과 연관된다고 주장합니다. 과거를 돌이켜볼 때 인간은, 비록 우여곡절은 있었더라도,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발전해왔고, 그러한 진보의 과정 자체가 인간이 합리적 이성을 지닌 존재임을 역사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에도 인간의 역사는 더욱 합리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진보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믿음이 현재의 역사가와 과거의 사실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의 성격을 결정하고, 과거에 대한 역사가의 인식 내용을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결국 카는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며 현재의 가치에 비추어 의미있는 역사가 진정으로 의미있는 역사라고 하면서 역사를 서술하는 역사가의 주관을 매우 강조합니다.
반면 근대역사학의 시초라 불리우는 레오폴트 폰 랑케는 카와는 정반대의 입장으로 역사를 바라봅니다. 그는 역사란 과거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며 역사가는 오직 자신을 죽이고 과거가 본래 어떠한 상태로 있었는가를 밝히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아야한다고 합니다. 이때 역사가는 오직 역사적 사실들로 하여금 이야기 하게 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랑케의 주장에는 하나의 의문이 생깁니다. 과연 과거 사실을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도 이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아무리 객관화해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카와 랑케의 두가지 대립되는 역사관에서 이 책 『역사의 쓸모』는 아마도 카의 입장에서 역사의 쓸모를 이야기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이번 주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다”라는 말입니다. 수천 년 동안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가슴 뛰는 삶을 살았던 사람을 만나 그들의 고민, 선택, 행동의 의미를 짚다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 큰 의미를 주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2장.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을 같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참고 도서 〉
O 출처1: 『역사란 무엇인가』, E .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까치 출판, 2016.06.27 출간, 264 쪽, 역사란 무엇인가(개정판 2판) - 교보문고
O 참고: 『하루 10분 인문학』, 이준형, 지일주 지음, 나무의철학 출판, 2020.09.10 출간, 376 쪽, 하루 10분 인문학 - 교보문고
O 참고: 『역사의 역사』, 유시민 지음, 돌베개 출판, 2018.6.25 출간, 340 쪽, 역사의 역사 - 교보문고
〈 마인드 맵으로 한 장에 보기 〉
〈 소통과 성장의 장 〉
카페 : 새날과 함께하는 책 모임 - Daum 카페, https://cafe.daum.net/bookand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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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해가 뜨고 지는 일이 늘 반복되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내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더불어 함께, 새로운 오늘을 충실히 잘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남과의 비교가 아닌,
어제 나와의 비교를 통해 하루하루 성장하는 나를 만나고 싶습니다.
-새날 드림/Dream
첫댓글 〈 이야기 자리 주제 〉
책에서 저자는 품위 있는 선택에 역사적 사고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여기서 역사적 사고란 역사 속에서 나의 선택이 어떻게 해석될지 가늠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자신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나의 생각이나 말, 의견이 누군가의 나쁜 선택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말이 어떻게 해석되고 사용될 수 있을지 점검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SNS가 지배하는 사회, 디지털 사회인 요즈음 역사적 사고가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날 인터넷에는 엄청난 양의 정보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들 정보에는 삶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많지만 가짜 뉴스와 같은 악의적인 거짓 정보, 부정확한 정보, 광고성 정보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해당 주제의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맥락을 이해하고, 편견을 찾아내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역사적 사고 능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검색 포털에서 검색 결과의 순위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정보들을 놓고 시간의 흐름을 중심축으로 한 변화는 물론 과거, 현재, 미래의 상호 의존성에 대해 아는 것을 포함하여 사고하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빠름을 추구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것이 생략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취사 선택하여 정보의 편향성을 토대로 판단하기 쉽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올바른 역사적 사고는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게 한다.”는 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참고)
『왜 역사를 배워야 할까?』, 샘 와인버그 지음, 정종복 옮김, 휴머니스트 출판, 2019.12.12 출간, 298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