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상담을 요청하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밥대신 패스트푸드를 너무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한번은 자녀를 데려왔길래 아이의 식습관을 구체적으로 물어본 적이 있다.
주홍이는 약간 살이 찐 중학교 3학년 남자아이였다. 주홍이의 하루 식단을 보면 아침은 밥대신 초코 우유나 딸기 우유 한 잔으로 가볍게(?) 때우고, 학교에 가면 무조건 매점행. 간식으로는 주로 크림빵이나 피자빵을 먹고, 점심은 학교 급식, 학교를 마치고 5시 30분 경에는 학원에 가는데 저녁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친구들과 햄버거 세트(햄버거, 프렌치 후라이, 콜라)로 저녁 겸 간식을 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학원이 끝나는 9시경에는 친구들과 함께 치킨이나 너겟으로 밤참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주홍이의 식단은 패스트푸드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주홍이뿐 아니라 대부분의 N세대가 패스트푸드에 편중된 식생활을 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의 폐해는 비단 비만이나 변비 등 육체 뿐 아니라 정신적 문제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심각하다.
작년 2월, 조선일보 기사에 비행 청소년은 일반 청소년들에 비해 인공첨가물이 많이 함유된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하고 있다는 결과가 소개된 적이 있다.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식습관이 비행 청소년을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증거다.
뭐? 햄버거 먹으면 문제아가 된다구?
최근, 비행 청소년의 식사와 영양 상태를 조사한 한 연구에 의하면 교내 폭력이나 가정 내 폭력을 일으킨 아이들의 식생활 패턴이 ① 설탕을 좋아하며 설탕이 많이 들어간 것을 다량 섭취한다 ② 채소를 전혀 먹지 않는다. 고기를 좋아하며, 잘 먹는다 ③ 극단적인 편식을 하고 아침에 결식한다 ④ 인스턴트 음식, 패스트푸드, 냉동 식품과 가공 식품을 선호한다고 보고되었다.
만일 자녀가 햄버거를 입에 달고 산다면 문제아가 될 가능성이 많아지는 것이다. 햄버거에 들어있는 동물성 단백질은 우리 몸 안에서 칼슘을 소변으로 배출시킨다. 단백질만이 아니라 패스트푸드 속에 단골메뉴처럼 들어있는 나트륨 또한 칼슘이 몸 안에서 흡수되지 못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칼슘이 부족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성격이 급해진다. 우울해지거나 불면증이 생기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이 끈기가 부족하거나 화를 잘 내는 것은 칼슘 부족의 영향도 있다.
요즈음 선진국에서는 ‘저혈당증병’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병이 퍼지고 있다. 이 병은 백색 밀가루나 백설탕이 주된 원인이 되고 비타민이나 미네랄 부족이 합하여 일어난다고 한다.
패스트푸드의 과다 섭취도 이 병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병의 특징은 기분이 우울해지고 자살하고 싶은 충동과 돌발적으로 흉기를 휘두르고 싶게 만드는 것 등으로 나타났다. 칼슘 부족에 ‘저혈당증병’까지 불러오는 패스트푸드. 결국 패스트푸드가 범죄에 일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햄버거에 든 식품첨가물이 원인 모를 병을 유발하거나, 아이들의 과잉행동장애, 주의력 결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으니 패스트푸드가 아이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목숨 걸고 햄버거 먹을래?
햄버거에 늘 따라붙는 지저분한 이야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햄버거의 패티 속에 들어가는 고기는 고양이 머리를 갈아서 만든 것이라느니, 먹다 남은 고기 찌꺼기를 모아 만든 것이라느니. 아마도 이런 이야기들이 근거 없이 떠도는 것은 햄버거에 사용되는 패티의 성분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패티의 성분은 패스트푸드 업체의 일급 비밀이다. 순수 쇠고기 100%라고 광고하는 햄버거이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우지방이 10% 이상 들어가지 않으면 푸석푸석해져서 모양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뼈 없는 닭고기라고 하는 너겟 같은 것은 닭고기로 맛을 낸다기보다 쇠고기 추출물 등 각종 첨가제에 의존하고 있다. 곁들여지는 소스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배합성분은 나와 있지만 자세한 성분은 알 수가 없고, 인공 첨가물 같은 것은 아예 표시도 되어 있지 않다. 패스트푸드를 구성하는 각종 화학조미료들은 우리 몸의 대사과정을 교란시키고 발암물질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패스트푸드를 화학식품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햄버거를 필두로 하는 패스트푸드는 일명 정크푸드라고 불린다. 정크푸드란 열량은 있지만 영양이 없는 음식으로 ‘쓰레기 음식’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햄버거의 패티에는 삼겹살보다 더 많은 지방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 때문에(지방 함량 : 삼겹살 25%, 햄버거 40%) 패스트푸드의 확산에 따라 어린이 비만이 증가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 어린이 4명 중 1명은 과다체중이나 비만상태에 있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다. 이 수치는 6, 70년대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1980년대 일본의 패스트푸드 판매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하니까 어린이 비만율도 두 배 증가하고, 중국에서는 맥도날드가 처음 문을 연 이래 10년간 10대 비만율이 3배나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01년 한국영양사회와 교원노조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중심의 식습관을 가진 초등학생의 비만율은 88년 12.5%에서 98년 35.6%로 10년 사이에 3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더 무서운 것은 비만아 가운데 고혈압과 지방간, 동맥경화, 당뇨, 심근경색 등 소아성인병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30%가 넘는다는 발표다.
패스트푸드의 위생 상태도 의심해볼 일이다. 서울 시내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햄버거 75종에 대한 위생검사에서 22종(29%)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되었다. 비록 식중독의 직접원인이 되는 대장균 O-157이나,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 리스테리아 등이 검출되지는 않았지만, 대장균군은 식품 위생에 있어서 오염의 지표이므로 대장균군의 검출은 비위생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먹거리도 패션이다!
음식이 몸을 만든다. 그래서 먹거리도 패션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먹는 음식 외에 몸을 만드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건강하고 기쁘게 살기 위해서는 먹거리 패션을 바꿔야 한다. 모든 먹거리를 선택에서부터 신중하게 해야 한다. 패스트푸드가 좋지 않다는 걸 분명히 알았다면 자신뿐 아니라 자녀들까지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도시락을 싸 주는 것이다. 가정에서 만드는 음식은 소금 등 나트륨의 비율이 낮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게 한다. 도시락을 쌀 때 주의할 것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류에서 점진적으로 한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끼리 ‘음식일지’를 써 보는 것도 좋다. 하루 동안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를 기록하면서 가족끼리 확인한다며 패스트푸드의 양은 줄 것이다. 또한 패스트푸드가 영 먹고 싶다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패스트푸드 데이를 만들어 그날만 먹도록 해야 한다.
몸을 잘 관리하는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부여받은 일차적인 사명이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천하를 얻고도 생명을 잃으면 무엇하겠느냐’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혀는 그저 파수꾼이라는 것이다. 혀가 주인이 되면 우리 몸은 망가지게 되어 있다. 혀를 위해서가 아니라 몸을 위해 음식을 먹자. 그게 최선의 방법이다.
필자는 고려대학교 및 대학원 졸업하고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주)풀무원 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장학재단 두레연구원을 거쳤다. 현재 건국대학교, 신흥대학교 등에 출강 중이며 낮은울타리 건강생명치유 공동체인 모라비안트레저(080-338-6568)의 본부장이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
1.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을 적어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둔다. 그리고 패스트푸
드가 먹고 싶을 때마다 한 번씩 읽어 본다.
2. 외식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3. 아침밥을 꼭 먹는다. 가급적 잡곡밥이면 좋다. 아침에 밥이 힘들다면 죽이나 누
룽지부터 시작한다.
4. 햄버거를 먹지 않음으로 내 몸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기 위해
건강일지를 쓴다.
5. 아침 식사를 하기 어려운 경우 시중에 나와 있는 생식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