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엉뚱발랄 탐라도 불량해녀. 제주 산방골 최고의 꽃중년 장원빈과 대상군 최잠녀의 맏딸로 대를 이어 물질 중이다. 그러나 잠녀 대상군 엄마의 자질을 물려받지 못한 불량잠녀다. 야리야리한 체구에 커다란 눈 등 불리한 조건만을 고루 갖춘데다 시시때때로 투정에 땡땡이치기가 일쑤. 탐라도에서 나고 자란 여식은 평생 물질에 메여 사는 것이 이치라지만 바다 건너 새로운 삶을 꿈 꾼다. 그래서 어느 날 제주 앞바다로 푸른 눈 소나이가 흘러왔을 때 스스럼없이 그를 보살피기 시작했다. 설문대할망이 보냈을 지 모르는 구원자였다. 손발이 온통 불도록 전복을 채워도 끝이 없는 진상품 광주리처럼 고된 버진의 일상에 푸른눈 소나이 윌리엄은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배척해야 할 이양인이 아닌, 꿈이요 희망이다. 눈부신 속도로 조선말을 익혀가는 윌리엄과 손을 걸고 동반탈출을 약속한다. 그러나 단순 명쾌 순탄해 보였던 버진의 앞길 곳곳에는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버진네서 귀양을 살고 있는 눈치백단 한양선비 박규는 최대 난관이다. 과연 버진은 이제나 저제나 떠나고만 싶었던 섬, 탐라도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26세, 뼛속까지 양반인 귀양선비. 조선조 최고의 명문가 설향 박씨 일가의 17대손이자 외아들로 뼛 속까지 귀족 선비. 아흔아홉칸 대궐같은 집을 용이 칭칭 휘감더라는 범상치 않은 태몽에 어울리게 소싯적부터 동무들을 몇 곱절은 앞서는 출중한 학문 실력을 보이더니 대과에도 떡하니 장원으로 급제한다. 그러나 스물 여섯 장성할토록 탄탄대로 같기만 하던 인생에 최대 난관이 닥친다. 죄인들 중에서도 최고 악질만 골라 보낸다는 제주도의 진상품 도둑 잠행수색 어명이 내려진 것.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 제주도에서도 서슬 퍼렇기로 유명한 대상군 최잠녀네에 귀양다리 신분으로 빌붙게(?) 되었으니 먹고 싸는 기본적인 문제부터 온 일상이 고되기 짝이 없다. 도적들의 빠른 색출만인 빠른 상경의 길! 시작부터 묘한 악연이었던 최잠녀네 망아지 맏딸 버진과 티격태격으로 두 곱절 고달픈 탐라살이에 가까스로 적응해 가며 타고난 매의 눈으로 사라진 진상품 추적에 나서는데. 엉뚱하게도 도적이 아닌 망아지 버진의 꼬리를 먼저 밟고 표류한 이양인 윌리엄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일이 엉뚱하게 꼬여간다.
21세, 금머리 푸른 눈 로맨틱 사나이. 하멜보다도 앞서 역사 최초로 조선땅을 밟은 영국 런던출신 금발머리 귀족청년. 고리대금업의 번창으로 사들인 귀족 작위로 모자라 다시 한 번 진퉁 귀족 가문과의 정략결혼으로 신분 업그레이드에 나선 모친을 피해 이참저참 일본행에 나섰다 제주에 표류했다. 동양 도자기의 매력에 심취해 있다. 엄마도 엄마지만 윌리엄의 황당무계한 뱃길에 불을 붙인 것도 나가사키에 산다는 도자기 장인을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염원에서였다. 폭풍우 끝에 구사일생, 제주도의 버진을 만나 제대로 된 오리엔탈 어드벤처를 겪게 된다. 언어 감각이 남다르게 발달해 있다. 그 어렵다는 조선말 중에서도 으뜸 가게 어렵다는 탐라도 방언 조차 하루가 다르게 익혀 버진과 말문을 트고 급기야 영국행까지 약속한다. 그러나 타고난 호기심과 더불어 영국부터 애지중지 챙겨 온 보물(요강)을 찾을 요량으로 밤마다 마을을 찾다 하나 둘,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늘어나며 해프닝이 꼬리를 물게된다. 결국 관아마저 알게 되며 이양인을 배척하던 그 시절 영국도, 일본도 아닌 한양으로 압송되는데…
33세, 내 손안의 조선을 꿈꾼다. 고작 나이 서른 하나에 조선 최고의 상단을 이끌게 된 시대의 여걸이요 장부다. 아버님이 광해군의 충신이었던 탓에 인조반정 때 부모를 비롯한 모든 피붙이를 잃었다. 집안에서 돌봐주던 종놈의 자식 정치용을 따라가 중인 신분으로 위장하고 객주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목숨을 부지했다. 조선 최고의 상단을 거느리는 대행수가 되었다. 인조에 대한 복수도 되겠기에 시작한 진상품 빼돌리기가 상단의 실질적인 밑거름이 되면서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번 품은 야욕은 끝날 줄 몰라 나라의 이름보다 상단의 이름이 더 중요해질 시대를 꿈 꾸며 방귀 깨나 뀐다는 양반들을 포섭해간다. 재채기 한 번에 나주 쌀값이 폭등하고 손짓 한 번에 개성 인삼 값이 폭락한다는 말이 돌 만큼 조선의 상권을 쥐락펴락할 만큼의 권세를 누리게 된다. 급기야는 조선 땅 전체도 비좁게만 느껴져 청과 왜 사이의 중계무역을 거쳐 세계 정세에 맞물려 돌아가는 국제상단을 꿈 꾸게 된다. 조선 인삼의 수요가 커지고 있던 일본과 일본의 데자마에까지 자리를 잡은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는 그 목표를 향한 최고의 지름길과 같았다. 그리고 그 동인도 회사의 당시 최고의 관심사 중 하나는 왜에서 청으로 드나들기 좋은 육로와 해로의 조차점으로서의 제주도였다. 조정 중신들을 매수하며 제주를 넘길 계략을 세우는 서린 앞에 뜻밖의 복병들이 나타나는데…
수수께끼 같은 일본인, 동인도 회사 상인.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잡혀간 도공의 아들로 일본에서 태어난 조선인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그 출신으로 인해 당한 멸시와 가업을 잇길 바라는 부모의 기대에 질려 태어나 자란 조선인 마을을 떠나 이름까지 바꾼 채 일본인인 척 시침떼고 살았다. 그 때 훔쳐 나간 도자기가 인연이 돼 나가사키 무역항에서 일하다 동인도회사에 취직한다. 국적은 다시 한 번 네덜란드로 바꿨다. 어차피 국적 같은 건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수많은 곳을 떠돌았지만 어디도 안식처라 느껴본 바 없다. 그저 악착같이 돈을 모아 대선박을 마련하고 그 배를 집 삼아, 나라 삼아 살다 동인도회사 같은 국제적 무역상단을 차리고 싶다. 그 꿈이 마냥 허망돼 보이지 않는 타고난 장사꾼이다. 계산도 빠르고 임기응변과 상술에도 능하다. 시덥지 않은 그릇 하나에도 홀딱홀딱 쉽게 반하고 넙죽넙죽 돈을 내놓는 윌리엄은 소중한 고객 중 하나였다. 나가사키행을 요청하는 윌리엄과 그를 찾아올 것을 요청하는 그의 모친 양쪽에서 두 주머니 한 번 차 보려 했던 것 뿐이다. 윌리엄과 함께 오른 배가 그 거친 폭풍우를 만나 그 갑갑하고 꽉 막힌 조선땅 제주도에 표류할 줄은 어떤 계산 속에도 없었다.
38세, 버진의 엄마. 막강 잠녀군단의 리더. 탄탄한 근육, 엄청난 스태미너, 맨손으로 상어를 잡았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잠녀. 한 집안의 가장이자 최고 해녀로서 보여주는 리더쉽과 책임감은 그야말로 귀감의 대상이다. 완전 직선적 성격으로 한번 말해서 안 되는 건, 때려서 가르치는 절대 지존 카리스마. 그러나 보여지는 것처럼 매사 강하고 독하기만 한 여인은 아니다. 뒤를 이어야 할 버진이 너무 비실거려서 내심 걱정도 크다. 쓸데없이 반항이나 하고, 아무리 먹여도 비실거릴 뿐이나 포기 따위는 없다. 혹독히 훈련시켜 최잠녀의 딸 답게 제주 최고 잠녀로 만들리라! 관아에서 느닷없이 보낸 귀양다리를 맡게 된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입 하나를 늘이다니... 나라 하는 일은 어째 이 모양인지. 게다가 얼굴만 반반할 뿐,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허례의식만 머리속에 가득 찬 양반 나부랭이다. 정신 교육이 필요하다! 일하지 않는 자, 입으로 들어갈 것도 없다는 원칙 아래 조선조 최강의 양반네 길들이기 대작전이 한 판 벌어진다.
37세, 버진의 아빠. 제주 최고의 미중년. 어렸을 때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꽃 미모로 팬클럽을 몰고 다녔다. 그러나 카리스마 압권의 최잠녀의 ‘이 누나 못 믿니?’ 한 마디에 홀랑 넘어가 오매불망 지고지순 마누라 밖에 모르는 현모양부가 돼 안온한 삶을 꾸리게 됐다. 은근 실한 덩치가 무색하게 유약한 체력으로 걱정시키는 게 미안할 따름이지만 보기만 해도 듬직한 마눌님의 관심이 언제나 자신을 향해 있다는 낙과 두 딸 돌보는 재미로 산다. 어느 날 등장한 한양발 귀양다리로 인해 집 안팎이 좀 시끄러워지긴 하지만 샤방샤방 순진하게 웃어주다 빈혈로 쓸어지는 척 한방이면 온갖 일을 넘길 수 있는 대타로 쓸만하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생활에 아무런 불만이 없는 행복한 사나이지만 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좀 아프다. 물질 싫어하는 큰 딸 버진이 마음도 알고, 그림에 남다른 버설의 재주도 알지만 제주에서 태어난 여자의 운명으로부터 두 아이들을 지켜줄 방법은 사실상 막막하다.
7세, 버진 동생. 제주의 밥 로스! 태어나는 순간부터 완성된 이성과 감성으로 세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꼬마 아가씨. 탁월한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언니 버진과는 달리 언젠가는 잠녀가 되어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담담히 받아 들인다. 어는 날 언니를 쫓아 다니는 필립을 처음 본 순간, 그가 자신의 운명의 배필임을 느끼는데...
37세, 최잠녀와 운명적 라이벌! 끝분母. 용서할 수 없는 이름, 최잠녀의 일생일대 라이벌의 숙명을 이고 태어났다. 잠녀에겐 불리한 커다란 눈, 갸날픈 몸매, 창백한 피부...등 열등한 조건을 두루 갖고 태어나 죽자고 노력했지만 대상군 자리로도 모자라 일평생 공들여 작업해 온 장원빈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뽀사시하던 원빈의 자태를 잊지 못하고 유부녀가 된 지금까지 은근슬근 맴돌고 있다. 한 번도 면전 앞에서는 제대로 한 판 떠보기도 전에 깨갱이지만 어쨌든 인생 최대 목표는 최잠녀를 속 시원하게 한번 이겨보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먼 염원만도 아니다. 오로지 최고의 딸아이를 낳겠다는 일념으로 제주에서 가장 어깨가 넓고 눈이 작은 한쩍벌과 두 눈 질끈 감고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한 결과다. 이쁜 씨에 홀리지 말고 강한 씨를 고르라는 옛말이 다 옳았다. 차세대 탐나 최고 잠녀의 싹수를 보이는 끝분이 최잠녀의 딸 버진을 누르고 차기대상군의 자리에 당당히 오르는 날, 최잠녀 앞에서 아주 통쾌하게 웃어주리라!
18세, 제주 잠녀계 차세대 유망주. 얼짱 잠녀. 고바순 딸. 엄마가 맨날 타도 최잠녀. 장버진 고것만은 이겨라, 노래를 불러대서 귀에 딱지가 앉았다. 버진과 달리 천직으로 타고난 물질에 찐하게 중독됐다. 두터운 폐에 잔뜩 숨을 머금고 바다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것도 너무 좋고, 아무리 크게 떠도 물들어올 일 없을 것 같은 완벽한 두 눈으로 예쁘고 맛난 조개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돈 버는 재미? 말 해 무엇하랴. 이대로 나가면 버진을 젖히고 최잠녀의 후계자가 됨직하다. 어렸을 때부터 뭇사내들의 시선을 받았지만 관심도 없었는데 박규를 처음 본 순간 홀라당 반했다. 딱 끝분 스타일이다. 엄마는 이쁜넘 밝히다 버진이 같은년 낳는다구 야단이지만 그 엄마에 그 딸 안목 아니겠는가. 귀양다리면 어떤가. 물질해서 먹여 살리면 된다. 큰 맘 먹고 다가가 주었더니 전복이 홍합에 밀리는 모냥새도 아니고 웬 버진한테 더 관심인지 한양것들 속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버진도 달라졌다. 맨날 바쁜 척은 혼자 다 하고, 얼굴도 밝아지더니... 물질도 일취월장이다. 어라.가만히 보니 만만치 않은 꽃돌이, 이양인 윌리엄하고도 친한가 보다. 뜨거운 맛을 뵈줘야겠다.
66세. 오랜 시간 생명의 위협을 받아 의도적으로 광인 노릇을 하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둔한 조정이 안타깝고 젊은 시절 한낱 권력 때문에 동생을 죽인 것을 후회스러워하며 살고 있다. 순박하고 부지런한 산방골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맑고 순수한 버진을 아낀다. 늘 시대를 앞서 탈이었던 그의 감과 안목으로 보건데 언제고 큰 일을 할 재목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처음엔 감시자인가 의심했으나 다른 임무로 내려와 그의 신분마저 꿰뚫어 본 영민한 인재 박규와 탐라에서 겪은 가장 신나는 만남 푸른눈의 윌리엄 모두와 친구로 지내며 헛소리인지 새겨들을 말인지 긴가민가 모호한 지식을 나눠주며 도움이 된다.
41세, 비밀이 많은 공무원. 진상품 도난사건 연루자. 제주의 눈과 귀. 제주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다. 제주관아에 적을 두고 있는 공직 생활 20년. 다들 이젠 설렁설렁해도 될 때라고들 하지만, 나라에서 녹을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그건 반역이라고 생각한다. 청렴하고 사리분별 정확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대쪽같은 성격 덕택이다. 진상품에 문제가 발생하자 제주목사로부터 발본색원을 명령 받는다. 굳건하게 지켜왔던 공무원 생활에 닥친 위기감으로 뒷목이 뻑뻑한데 박규, 이 놈은 또 뉜가? 자신을 위기에 빠뜨릴 놈 같아 불안하고 신경이 쓰인다. 분명 뭔가 꿍꿍이를 가지고 제주 온 것이 분명한데... 자신의 앞날과 공무를 방해하면 경을 칠 요량으로 집요하게 감시한다.
53세. 제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모든 제사를 주관한다. 조선 어디보다 살기 힘든 고장으로 버려진 땅으로까지 취급되는 섬이다 보니 바다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기후의 영향도 크다.그래서 잡신도 많고, 무당들도 많지만, 철저한 유교 정신에 입각하여 제례를 올린다. 제주목사는 물론 어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제주 사람들은 좋은 일이 있을 때나,나쁜 일이 있을 때나,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찾는 대상이다. 그런 그들에게 최선의 조언을 주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존경을 받고 있지만 성인군자라기보다는 이성론자에 가깝다. 뭍과 너무 단절된 탓에 외면 당하고 있지만 제주의 가치를 높이 사며 변혁을 도모한다. 그 적임자로 조선 최고의 상단인 서린을 점찍고 제주를 기회의 땅으로 만들고자 돕는다.
45세, 짝퉁 명품 도자기 생산자. 진지한 눈빛에 한 치의 어긋남을 허용하지 않는 자세로 진정한 자기를 빚어내는 장인의 모습을 갖췄다. 그러나 조선 사람들은 그와 같은 기술자들을 대대로 천대하고 멸시했다. 일본으로 끌려갔다가 조선으로 돌아올 길이 열렸음에도 많은 장인들이 일본에 눌러앉아 버린 이유이다. 그러나 그는 고향 산천에 파묻혀 홀로 굳건하게 자기를 구워왔다. 왜나라에서 좋은 대우를 받는 것보다는 내 나라에서 내 나라의 기술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하루하루 되뇌면서. 덕분에 푸른눈 소나이도 섞여있는 버진 일행을 만나 숨겨줄 수 있었다. 고마운 마음은 알겠지만 입에 발린 칭찬보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해 줬으면 좋겠다. 단,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지 말고 멀찌감치서 느낌으로, 아우라로 말이다. 낙관 따위를 유심히 봐서 뭐에 쓰겠나. 그러나 멀찌감치서도 한 큐에 작품의 진실을 꿰뚤어보는... 얀. 그 자의 정체가 궁금하다.
42세, 박규의 모친, 한양 치맛바람 계의 전설. 금쪽같은 외아들 규. 제주에서 고생은 안 하는지, 그 걱정으로 날마다 밤잠을 이룰 길이 없다. 기껏 무사히 돌아와 이제는 만사형통이다 싶었더니, 제주에서 웬 거지깽깽이같은 잠녀를 하나 달고 왔다. 조선 상위 0.1%안에 드는 가문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어디 그런 천하고 천한 천출을... 두통이 도진다. 장가갈 나이도 지난 규가 그 외로운 곳에 혼자 있는 바람에 잠시 정신이 나간게다. 어서 조선 최고의 신부감을 찾아 짝을 맺어줌으로서 소중한 아들의 앞길을 막는 것들을 모조리 원천봉쇄해야 쓰겠다. 서린상단의 신상품 노리개는 이처럼 불쾌지수가 치솟는 날 최고의 안성맞춤 스트레스 해소처이다.
47세, 박규의 부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가. 젊은 날엔 마흔이면 공직에서 물러나 팔도강산 유람하며 유유자적 살고 싶었으나, 임금이 여직 필요로 하시는 까닭에 차마 일에서 물러나지 못하고 있다. 삼정승을 두루 역임하고, 현재는 청과의 관계가 민감한 판국이라 예조판서의 직함 아래, 외교 문제만을 전문으로 담당하고 있다. 사회에 본을 보여야 하는 입장도 있고, 외아들 규의 유아독존적인 자세가 심히 염려스러워, 모진 맘을 먹고 제주 암행을 보냈다. 어부인의 비난과 원망이 하늘을 찌를 듯 하다. 그 스트레스로 밥알이 제대로 안 넘어가 두 번 돌아가던 허리채가 이젠 세 번이나 돌아가는 지경이 되었을 정도이다. 다행히 규가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와 소화불량은 물러갔으나 나라 일은 더욱 뒤숭숭해져가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반상의 법도가 무너져가고 있다고는 하나, 감히 상인이, 그것도 여자가 집으로 직접 찾아와 교역 문을 열라말라 해대다니... 그 검은 잇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그로서는 세상에 말세가 온 듯하다.
홍시연
18세, 박규의 정혼자. 마음이 텅 빈 몹쓸 예의의 지존. 긴 속눈썹 돋보이는 두 눈 얌전히 내리깔고 앉아있으면,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시연이만큼 고운 아이는 내 평생 본 적이 없네. 어찌 자태가 저리 고울 수 있을꼬? 그러나 일부 절친들은 안다. 그 두 눈을 치켜뜨는 순간, 시연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으로 돌변할 수 있는지. 다만 조선 최고 권세가 형조판서의 고명딸로 필요한 우아를 떨 뿐이다. 태생이 고결하다해도 자기관리가 철저해야 이고 태어난 것에 보태 얻는 것이 더 많아진다. 조선 최고의 신부감으로서 조선 최고의 신랑감 박규와의 혼담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성격이 좀 더러운 것 같지만 물 좋고 산 좋은데 있다던가. 문제는 박규가 아니라 잠녀다. 잠녀 따위가 감히 뭐건데 이 퍼펙트한 조합에 티끌을 남긴단 말인가. 맹랑하고 천한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면 우아함도 잠시 벗어야 한다. 몸에 낸 상처는 결국 아물지만, 가슴에 낸 상처는 점점 안으로 파고들어가 마침내 곪아버린다 하였기 때문에…
45세, 뼛속까지 완전 조선인으로 개조된 빨간 머리 연. 호랑이 곰방대 물던 시절, 네덜란드에 살았던 기억도 있으나 이젠 조선 사람이 다 됐다. 네덜란드 말도 잊은지 오래, 조선사람보다 조선말이 더 편하게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태어나서 가 본 나라라고는 딱 두 군데 뿐이라지만 감히 말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조선만큼 남자가 살기 편한 곳도 다시 없을 거라고. 임자~하고 부르면 들입다 궁둥이 부비고 다가앉아 청국장에 열무김치 고추장 팍팍 넣고 비빈 밥상 끌어당겨주는 이 곳이 바로 신천지 아니던가. 아직도 침대 운운하는 윌리엄은 멀었다. 구들방에 등 지지고 누워보기 전에 삶을 논하지 말라. 밥 먹고 양껏 트림도 할 수 있는 이 조선, 정말 정 붙이고 살만한 곳이라 열심히 설파한다. 고마운 마음 가눌 길 없어 병자호란에 참전해 훈장도 받았다. 대포랑 조총도 만들었다. 가끔 양반들 연회장에 불려가고 임금님 행차 앞줄에 서는것도 모두 다 나쁘지 않다.
주리가 맷돌돌리는게 왜이렇게 어울리죠?ㅎㅎ 주리주리 숭당당 숭당당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네요
중반부터는 못봤는데, 화면도 아름답고 서우도 너무 예뻐요~
저는 아주 좋았던 드라마로 기억합니다.
조금은 미흡하다는 생각
재밌게 봤었어요
많은분들이 잘 모르더라구요
꼭 보세요 재미있어요 여러분!!!!!!
원작 진짜 재밌게 보고 윌리암한테 빠져 살았었는데^^
꼭 보세요
서우닷
웰메이드이고 남여주도 매력적이었죠. 윌리엄은 저엉말 잘 생겼는데 연기력이 뒷받침되었다면 좀 떴으려나... (하긴 처녀작일 텐데 연기력을 바란다는게 좀 무리긴 하겠지)
서우랑 임주환도 떴다고 말하긴 무리가 있는데 작품성에 비해 히트한게 아니어서 넘 아까운 드라마.
보고싶어요
되게 인상깊고 신선한 드라마였어요~ 추천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안타까운 드라마에요
보고싶어요
보고싶은 드라마입니다.
이드라마는 본 기억이 없네요.. 재미 있나요??
오오 보고싶네요
재밌어서 2번 봤어요
ㅇ
보고싶어요
안봣는데 잼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