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을 궁리하는 빈곤철학자, 서재욱 운영위원
2019년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첫 번째 손님은 청주복지재단 연구원이자 올해 충북교육발전소의 운영위원을 맡아 큰 수고를 해 주실 서재욱 회원님을 만났습니다. 날씨가 많이 풀린 3월 중순, 청대 인쇄소 거리에 위치한 이름만큼 맛집인 ‘오이시 식당’에서 첫 번째 회원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럼 서재욱 회원님과 얘기한 빈곤과 교육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 보실까요?
Q. 청주에 오신지 이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교육발전소와 인연이 닿게 되었나요?
A. 교육발전소에서 활동하시는 박혜진 선생님(현 운영위원)께서 소개를 해 주어서 교육발전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박혜진 선생님과는 2010년경 대학원 석사 때 같이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는데요, 졸업하고도 박 선생님과 연락을 계속 하고 있다가 2017년 11월부터 청주복지재단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활동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청주대학교 인근에서 살고 있어 근처에 있는 행복카페를 자주 가는데 자연스럽게 교육발전소가 이층에 있어서 가기가 수월하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제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관과 맞는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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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청주복지재단의 연구원이라면 사회복지 전문가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간략하게 전공 소개와 함께 재단에서 하시는 일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사실 대학교 때 전공은 경제학이었는데 대학원에 가면서 사회복지 정책을 공부했습니다. 제가 다루는 것은 복지 정책이라 사람들을 만나 사회복지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임상 실천과는 달라요. 복지 정책을 공부하는데 경제학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제가 정책에서 많이 공부했던 분야는 빈곤인데요. 청주복지재단에서도 빈곤과 관련하여 연구를 할 예정입니다.
Q. 빈곤이라는 것이 상당한 넓은 범위의 주제이고 흥미로우면서도 접근하기가 어려운 부분인데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신 건가요?
A.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되게 좋아해서 (역사를) 줄줄 꿰고 다녔어요. 그래서 대학을 가서는 철학이나 사학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부모님, 선생님도 (그 전공을) 반대했고 주변에서도 (그런 공부를 하면) 굶어 죽는다는 말 때문에(^^) 경제학과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제학과에 들어가 보니 수치로 풀어내야 하는 것이라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전공이 맞지 않아서 동아리 봉사활동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빈민운동을 하겠다고 선배들을 따라 다니며 서울시를 돌아다니다 보니 못 보던 세계를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대만 하더라도 동네마다 차이가 많이 안 났고 친구들끼리 많이 다르지 않았고, 평등한 시대였거든요. 그런데 대학을 와서는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선배들과 어울리면서 빈곤 관련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대학원에 가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서재욱 회원에 관한 TMI ;; 역사적으로 존경하는 인물은 제갈공명이고 재밌게 읽은 책은 『로마인 이야기』, 『이야기 중국사』라고 합니다. 리니지 게임하다가 역사에 관심이 가서 읽기도 하고요. 이런 친구들을 ‘역덕후(역사를 파는 오타쿠)’라고 한다는데요.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의 미래가 궁금해 지네요. ^^. 그럼 앞으로 빈곤에 관해서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A. (한숨~)사실은 제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죠. 제가 공부를 해 왔고 활동 지향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슈파이팅을 해야죠. 문제점을 제시하고 개선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기초지자체 연구원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즉시 지원에 대한 연구와 조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주거에너지빈곤 연구를 해서 이슈가 되었는데요, 간략하게 말하면 ‘노후하고 낡은 집에 살수록 난방비가 많이 나오고 추위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입니다. 그런 면에서 난방텐트라든지 창호지 교체 같은 즉각적인 단열 지원 방안이 필요하고요, 조례재개정 이 두 가지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참, 빈곤과 관련하여 책을 하나 썼는데 행복카페에 한권 기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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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김윤택)와 함께 쓴 서재욱 지음, 빈곤, 어떻게 싸울 것인가』
Q. 사회적 약자와 빈곤은 떨어질 수 없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노인X빈곤, 여성X빈곤, 장애인X빈곤처럼 말입니다. 한부모가구의 가구주가 여성인 경우가 많은 것도 생각이 납니다.
A. 한부모가족에게 빈곤이 많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부모가구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 아동빈곤율이 반드시 높지는 않아요. 복지가 잘 되어 있으면 그렇지 않다는 거죠. 또한 제가 한 연구 중에 하나가 여성고용율과 아동빈곤과의 관계인데 ‘여성고용율이 높아야 아동빈곤율이 낮다’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따라서 빈곤의 해결에는 고용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교육과 빈곤, 복지의 접점을 찾자면 교육불평등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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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수준이 고졸 이하이고 유색인종일수록, 연령이 낮고 아이가 있는 여성 가구주 가구일수록 자산 빈곤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빈곤의 세 가지 핵심 요소는 고용, 복지, 가족
1980년대 한국에는 복지가 없었어요. 고용과 가족이 두 가지로 움직여서 남성들은 혼자 벌어서 집도 사고 웬만한 것을 다 했어요. 돌봄도 가족, 특히 여성들이 전담을 했고 노부모 부양은 자녀들이 했어요. 그런데 IMF 이후 고용이 무너지니까 고용이 안 되면서 가족도 힘들어지는 거예요. 요즘 청년수당처럼 정부에서 복지를 챙겨주지 않으면 고용도 힘들다는 것이죠.
Q. 복지가 밑에서 받쳐주지 않으면 고용도 힘들고 가족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빈곤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죠. 결국 복지는 서커스단의 그물망처럼 느껴지는데요. 떨어져도 죽지 않을 수 있고 다시 올라설 수 있는 마지막 지지대가 아닐까요?
A.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 40대, 50대의 재취업이에요. 왕성하게 일을 해야 할 시기인데 그때 다 이들이 정리해고 되잖아요. 제가 예전에 덴마크를 간 적이 있어요. 거기에서 사회민주당 국제교류 담당자를 만났는데 그 분이 하는 말이 ‘우리들은 노동자들이 평생 동안 세 개의 직장을 갖도록 하는 것이 우리들의 목표이다’라고 하는 거예요. 첫 번째는 청년기 직장, 두 번째는 장년기에 오랫동안 일할 직장, 마지막은 노인들, 나이 좀 들어서 할 수 있는 직장이라고요. 이 이야기는 덴마크 같은 경우는 재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노동자에게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실업급여를 타는 동안 교육훈련을 무척 열심히 받아서 신발을 만들던 제화공이 IT 업계에 취업하게 되는 것입니다. 스웨덴, 덴마크 같은 경우는 평생교육에 GDP의 1% 정도 쓸 정도로 돈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적극적 노동시장(active labour market)에 적극 개입합니다. 재취업을 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보장해 주는 거죠.
적극적노동시장정책(ALMPs: Active Labour Market Policies)은
실업자들의 일자리를 찾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노동 시장에 개입하는
정부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위키피디아).
Q. 평생교육이라는 취지가 북유럽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용을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평생교육을 지원해 주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한국에서는 교육이라는 단어가 10대 청소년 학생들에게 한정되어 있는 개념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A. 20대 청년들에게도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해요. 이들이 중소기업 안 가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여기서 일을 하다가 그만 두거나 잘리는 경우에는 인생 종 치는 거잖아요. 처음에 어떤 직장에 가느냐에 따라서 나중에 경로가 너무 달라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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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는데 4050세대는 더욱 심각해요. 저는 엔포세대라 하면은 2030이 아니라 4050이라고 생각합니다. 2030이 연애결혼취업을 포기했다면 4050은 아무리 노력해도 위로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세대입니다. 연구를 해 본 결과 그렇게 나오더라고요. 기초생활수급자들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아요. 그냥 수급 받고 사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에요. “일을 하나 국가에서 돈을 받나 내가 좋은 일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이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현재는 기회의 평등 자체가 벌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중ㆍ고등학교때 받는 교육만이 기회의 평등이 아니에요. 평생교육도 기회의 평등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전제가 되려면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게끔 (정부가) 해 줘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평생에 걸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회의 평등이 전제가 되어야지 도전을 해 볼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라는 것이 결과의 평등일 수 있다고 봅니다.
역덕후에서 빈민운동가로, 복지전문가에서 빈곤철학자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서재욱 운영위원의 미래를 즐겁게 상상해 봅니다.
인터뷰 / 2019년 3월 18일 (조영숙, 장지현)
정리 / 2019년 4월 24일 (장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