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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에 올라갔다 올까?' 어디 바람이라도 쐬고 돌아오면 좋겠다.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내가 딱해 보였는지 아내가 반가운 말을 꺼낸다. "여보, 우리 대명포구에 다녀올까?" "뭐라고? 당신 정말이야!" "당신 좋아하는 생선 있나 보게요." "그곳엔 많지. 간재미, 주꾸미, 삼식이, 숭어, 굴…."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주워 세니 아내가 알만 하다며 그만하란다. 우리는 대명포구에서 간재미를 사다 맛있게 먹은 적이 있다. 어떤 생선으로 맛난 음식을 해먹을까? 나는 마당에 나와 차 시동부터 걸었다. 무료한 오후, 포구에 나가는 일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아내 표정도 무척 밝다. 대명포구에 가면 삶의 활기가 느껴진다
마침 휴일을 맞아 주차장에 차량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갯바람에 실린 비릿한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닻을 내린 고깃배와 그 위를 맴도는 갈매기 떼가 그림 같다. 어판장에 들어섰다. 가게 앞을 기웃거리며 서성이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팔팔 뛰는 생선이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아주머니, 간재미 얼마예요?" "두 마리에 2만원만 주세요." "아니, 며칠 사이에 가격이 5천원이나 올랐네!" "물량이 달리고 찾는 사람이 많으면 값이 비싸죠. 떨어지기 전에 어서 사세요." "그래도 좀 깎아주는 맛이 있어야지요." "금이 있는데 깎아달라면 어떻게 해요." 결국 근을 잘 쳐달라는 아저씨 말에 아주머니가 실한 놈으로 두 마리를 건져낸다. 능숙한 솜씨로 생선을 닦달한다. 머뭇거리던 사람들도 너도나도 주문한다. 손놀림이 빨라진 아주머니 얼굴에 생기가 넘쳐난다. 지금 대명포구에는 간재미를 비롯하여 삼식이, 숭어가 한창 제철이다. 각종 어패류에다 젓갈까지 물량이 많다.
"여보, 우린 주꾸미 사자?" "주꾸미? 그거 좋지!" 아내가 주꾸미 1kg을 주문한다. 만 원을 건네자 아주머니가 잽싸게 한 움큼 집어 저울에 올려놓는다. 근이 좋다고 하면서도 덤이라며 두세 마리를 봉지에 넣는다. 초지대교를 넘어서는데 마니산에 걸린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고 있다. 요즘 들어 낮이 많이 길어졌다. 양념한 주꾸미를 프라이팬에 볶다 집에 도착하자 서울에서 공부하는 딸아이가 와있다. 녀석은 올해 대학에 들어간다. 까만 봉지를 들고 차에서 내리는 나를 보고 묻는다. "아빠, 뭐 사왔어?" "엄마가 주꾸미 요리한대." 딸아이가 "와!"하고 소리를 지른다. 자취를 하며 손수 밥을 해먹다 집에 오면 맛난 것이 없는가 하고 많은 기대를 한다.
딸아이도 일을 도와주려는 듯 팔을 걷어붙이며 수선을 피운다. "딸은 난로에 불이나 붙이지?" "난로에다 프라이팬 올려놓고 볶으려고?" 아내의 마음을 헤아린 듯 딸아이가 난로에 불을 피운다. 불이 붙여지자 집안분위기까지 확 달궈지는 것 같다. 아내가 주꾸미 봉지를 내게 내민다. 손질을 해달라는 표시이다. 집에서 색다른 요리를 할 때 나는 늘 조수이고, 아내는 맛을 내는 요리사이다. 주꾸미는 봄철에 먹어야 가장 맛있다고 한다. 봄에 난 주꾸미는 산란기를 앞두고 있어 그 맛이 일품이다. 끓는 물에 데쳐 먹통 채 먹으면 알 씹히는 맛에 반한다. 내장과 먹물을 떼어내라고 한다. 야채와 함께 볶아먹어야 하기에 먹물이 흘러나오면 깔끔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즐거운 저녁 한때가 훌쩍 지나다 "얘! 어서 와." 아내가 딸아이를 불러낸다. 난로 위에 프라이팬을 올려놓는다. 달구어진 프라이팬에서 지지직 소리를 내며 양념한 주꾸미가 볶아진다.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리자 고소한 냄새가 집안 가득이다. 아내가 딸아이한테 한입 건네며 간을 보라고 한다. "내 입맛에 딱 맞아. 정말 쫄깃쫄깃 맛있네! 아빠도 맛을 봐." "매콤한 맛이 이보다 더할 수 없겠다." 딸아이가 납작납작하게 썬 고구마까지 올려놓는다. 고구마 맛도 색다르다. 양이 많아 남지 않을까 생각하였는데 금세 빈다. 다이어트를 한다며 노상 떠들던 녀석이 숟가락질이 바쁘다. 고기를 다 골라 먹은 뒤 제 엄마한테 묻는다. "여기다 이제 밥 볶아먹으면 맛있겠다!" "너, 너무 먹는 거 아냐?"
포구에 나가 갯바람을 쐬고 돌아와 머리는 맑아지고, 싱싱한 주꾸미로 맛난 요리를 먹어 속은 든든하고…. 밤이 깊어가고 있다. 이제 평온한 꿈나라 여행이나 떠나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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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꿀~꺽!!!!!!
살짝 데쳐서 새콤하게 무쳐도 맛이 좋던데요..
ㅎㅎㅎ....좋죠~아....새조개에 쭈꾸미 먹구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