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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월요포럼이 9월 1일 운암김성숙기념사업회 회의실 3층에서 개최한 제9차 포럼에서 ‘재가 불교 철학을 위한 시도적 논의’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신 교수는 특히 “출가와 재가는 본질적인 차이는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는 바른 공동체에 입단한 출가와 재가가 동등할 수는 없다”며 “재가 ‘불자’는 출가 ‘불자’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데 그 지도를 받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법회에 동참해 정기적으로 대승계를 점검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화엄교학의 입장에서 ‘불자’의 의미와 수행방법에 대해 고찰한 신 교수에 따르면 성불을 위해선 진여(眞如)를 믿고, 부처님을 믿고, 불경의 말씀을 믿고, 승단을 믿는 ‘바른 믿음’과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지관(止觀)을 행동으로 옮기는 ‘바른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바른 믿음이 없는 실천은 세속의 사회봉사와 다를 바 없으며, 바른 믿음이 없는 참여불교는 무늬만 불교이지 불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불자의 삶’과 ‘불자적인 삶’과는 분명한 구분이 필요하고, ‘불교적’이라는 말은 개인의 신념에 관련된 것인 반면 ‘불자’라는 말은 공동체의 규범과 관련돼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불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보살승단’을 인정하고 그들에 귀의해야 하며, 자신 스스로가 ‘보살승단’에 귀의했다고 해서 반드시 불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불자’로 받아들이는 인정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특히 종단에 소속되지 않은 재가단체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재가불자는 역사 및 교리적으로 볼 때 신앙적으로 조직 운영에서 출가불자의 지도를 받게 되어 있다”며 “재가불자는 출가불자가 생활하는 이른바 절에 소속되지 않은 자체만의 별도의 단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물론 별개의 단체라고 해서 의미 없는 것도 아니고 무가치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그 자체만으로 불법(不法)이라 할 수 없다”며 “그러나 그것을 대승의 불자단체라고 한다면 그것은 ‘유사하기는 하지만’(似) ‘아닌 것’(非)인 사이비(似而非)일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 교수는 끝으로 “종단에 들지 않고 불자가 되는 방법으로 시방에 상주하는 삼보를 말 그대로 보배 삼아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는 제3의 길이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 길은 교단에 입단해 수행하는 것에 비교해 그 성취도가 떨어지고 또 사도(邪道)로 빠질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 교수의 이러한 주장과 관련해 “불교운동을 하는 재가불자들이 좀 더 신행생활에 철저해질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야 이의가 있을 수 없겠지만 “오계 받고 법회 꾸준히 참석해야만 불자”라거나 “믿음 없는 ‘참여불교’는 무늬만 불교일뿐”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에 있어서는 많은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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