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모교 동북고축구부 찾아 후배들 격려 | |
기사입력 2014-04-29 오후 3:39:00 | 최종수정 2014-04-29 오후 3:39:57 | |
▲28일 오후 7시 '2014 브라질월드컵대표팀' 사령탑 홍명보 감독이 자신의 모교인 동북고 축구부를 찾아 후배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 ksport
‘선배’는 지위, 나이, 경험 등이 자기보다 앞서거나 높은 사람을 뜻한다. 그렇기에 선배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관심은 아직 부족함 많은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자칫 어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선후배 관계는 이런 따뜻한 말과 관심 속에 돈독해지곤 한다.
자신보다 앞서 축구인생을 살아온 선배가 후배들에게 전해주는 충고는 더욱 뜻 깊게 다가온다. 현재 대한민국 축구 지존이자 브라질월드컵대표팀 사령탑 홍명보 감독이 그런 존재다.
“잠시 시간을 내 후배들 격려차 왔어요. 길게는 30년이 흘러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네요.”(웃음)
"와, 홍명보 감독님 오셨다!"
28일 오후 7시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동북고 축구부 숙소가 갑자기 들썩거렸다.
오는 6월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2014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하는 홍명보 감독이 모교축구부를 찾으면서 말 그대로 '금의환교(錦衣還校)'였다.40명의 후배들은 홍명보 감독을 둘러싸고 주장 이혁주(3년) 선수의 인솔 하에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말로 홍명보 감독을 맞이했다.
홍명보 감독과의 짧은 인사를 나눈 선수단과 학부모들은 본관 시청각실로 자리를 옮겨 홍 감독으로부터 강연을 들었다. 먼저 홍명보 감독은 동북고 축구부의 60~70년대 과거활약상에 대해 후배들에게 전달하면서 “예전에는 ‘동북고’하면 축구부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공부도 잘한다고 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여기에 모인 후배들은 동북고축구부의 명성을 드높여줘야 한다.’ 는 말을 전하면서 “FC서울과 유스팀 협약으로 문제가 많았다. 우리의 전통유니폼도 입지 못했고, 동북고축구부의 정체성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은 지난해 전통의 유니폼을 다시 찾아 선배로써 너무 기뻐다”고 했다.
이어 홍 감독은 “감회가 새롭다. 부모님들을 만나 뵈니까 예전에 내가 학교 다닐 때 생각이 많이 난다. 나는 외소하고 체력적으로도 약했다. 장명진 감독님보다 그 당시 더 작았다. 다른 팀원들이 건장한 몸을 만들어 갈 때 나는 나만의 축구,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만들기 위해 밤에 혼자 정확한 슛과 골 감각을 익혔다. 여러분들도 체력적으로 약하고, 키가 작다고 해서 절대 실망할 필요 없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고 자기의 단점을 보완하는데 집중하라”고 하며 “지금 잘한다고 해서 계속 잘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선수는 상장하면서 계속해서 바뀐다. 대학가서 더 잘하는 선수도 분명히 있다”며 후배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28일 오후 7시 '2014 브라질월드컵대표팀' 사령탑 홍명보 감독이 모교 동북고축구부를 방문해 강연을 한 후 후배들과 함께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ksport 이어 홍 감독은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이 다시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것에 의문이 들었는데 내가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했을 때 그 답을 찾았다”며 “선수촌에 입소해서 식사를 한 뒤 어느 선수 하나 식사를 준비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선수가 없었다. 선수는 좋은 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주변에 도와주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결국은 인성이 최고의 선수다”라고 했다.
홍 감독은 선수들의 인성에 대해 거듭 강조하면서 “프로 팀이 선수를 드래프트할 때 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가 있던 학교의 감독선생님들에게 묻는다. 그리고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평소에 생활태도는 어땠는지 모두 꼼꼼히 모니터링한 후 결정한다”며 후배들에게 좋은 인성을 갖추도록 당부했다.
홍 감독은 지난 런던올림픽대표팀 감독 당시의 이야기도 전했다. 특히 박주영 선수를 언급하면서 “박주영 선수를 발탁했을 때 그 선수와 내가 특별한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함이다. 그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내가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월드컵대표팀 선수를 누구를 발탁할지 고민하고 있지만 역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후배들에게 운동하는 방법과 스승인 히딩크 감독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국축구 선수들은 어릴 적부터 체력을 기르기 위해 산을 오르거나 높은 곳을 오르내린다. 그것은 옳지 않다. 축구는 산에서 하는 게 아니라 운동장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동장에서 게임하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님이 우리선수들에게 기술은 있는데 게임체력이 없다고 얘기하셨다. 그래서 게임체력을 기르기 위해 훈련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의 질의응답 전문이다.
▲28일 오후 7시 '2014 브라질월드컵대표팀' 사령탑 홍명보 감독이 모교 동북고축구부를 방문해 강연을 한 후 학부모님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ksport
A: 축구를 이미 8~9년 한 거 아닌가, 그렇다면 끝까지 해보는 게 좋겠다. 그리고 축구선수출신들이 축구관련기관에 많이 투입되고 있고, 분야도 다양하다. 그건 당연한 거다. 자기 진로를 위해 노력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있는 그대로 그 길을 가면된다.
Q: 감독님은 선수시절 50M, 100M을 몇 초 정도에 뛰었는지요?
A: 나는 빠른 편도 느린 편도 아니었다. 선수시절 약 12초대 뛰었다. 하지만 빠르다고 다는 아니다. 개인기도 중요한 거고 느린 만큼 미리 공이 갈 자리에 가 있는 판단력도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빠르지 않더라도 영리한 선수가 되면 된다.
Q: 사이드백은 어떤 능력이 중요한가요?
A: 기동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판단력과 무엇보다 크로스능력이 탁월해야 한다.
Q 공격수를 발탁하실 때 어떤 기능을 중요시하나요? 그리고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언인가요?
A: 공격수를 발탁할 때 빠른 선수, 개인기가 좋은 선수, 슛이 좋은 선수, 골 결정력이 있는 선수 등 색깔이 다른 선수를 발탁한다. 리더로서는 중요한건 책임감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당시 나는 나이도 많았고 게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 이유는 늘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주장이라서 부담감도 더 컸다. 하지만 우리는 한 팀이었기 때문에 뛰지 않는 선수들에게도 늘 배려하고 함께 하려 했다. 주장은 책임감, 그리고 팀원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Q: 경기에서 실수했을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요?
A: 누구나 실수한다. 청소년대표팀 선수들과 훈련할 때의 일이다. 한 선수가 3번의 같은 실수를 했다. 그때마다 그 선수는 내 눈치를 봤다. 혼 날거라는 생각에 그 선수는 주눅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한마디도 안했다. 4번째는 그 선수가 똑같은 실수를 안 하고 잘했다. 그래서 칭찬을 해줬다. 결국은 극복이 된 거다. 우리도 반복적인 연습으로 실수를 극복할 수 있다. 게임에서는 항상 반복적인 상황이 생긴다. 반복적으로 연습을 해라.
Q: 우리 팀은 분위기를 많이 타는 편입니다. 극복방법은?
A: 모든 선수가 경기를 할 때 리딩 능력을 가져야한다. 그리고 주장이나 3학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기장 밖에 있는 감독선생님은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 단지 선수교체나 포지션 교체만 명령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은 경기를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달려있다. 서로 게임분위기를 읽을 줄 알아야하고 위험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 얘기해주고 함께 노력해야한다. 해결의 몫은 선수들 모두에게 있다.
Q 나라마다 축구색깔이 있는데 이를테면 스페인은 패싱축구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 축구 색깔은 무엇인지요?
A: 우리나라 축구색깔은 희생이다. 히딩크 감독님이 계신 러시아에서 6개월 연수를 다녀왔다. 히딩크 감독님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얘기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감독님이 선수에게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하면 선수들은 뛰어내린다. 그러나 외국에선 감독에게 당신부터 뛰어내리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는 희생정신이 바탕에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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