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각본, 감독 : 왕가위
출연 : 장국영 양조위 장진
Leung Chiu-Wai, Cheung Kwok-Wing, Chang Chen
내용
보영 (장국영) 과 아휘 (양조위) 의 여권이 펼쳐지고 출국 스탬프가 빠르게 찍힌다. 1995년 5월 1일 두사람은
홍콩을 떠난다.
'우리 다시 시작하자. 보영과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이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폭포가 그려진 전등 갓 위로 빛은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구석에 놓인 허름하고 좁은 침대 위에서 보영과 아휘가
숨가쁘게 서로를 애무한다. 키득거리며 즐거워하는 두
사람.
"폭포가 어딥니까?" 길을 잘못 들었나보다.
'보영이 예쁜 전등을 사왔다. 우리는 그 전등 속의 폭포를 찾아 길을 떠났다.'
버스를 타기 싫다고 보영이 고집해서 기어코 끌고 나온
낡은 자동차가 고속도로에서 고장난다. 라디오 소리는
신경질적으로 울리고 보영이 시동을 걸어본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보영이 나와 함께 있으면 답답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폭포에 미처 이르지 못한채 고속도로에서 헤어진다. 텅 빈 고속도로에서 보영은 히치 하이킹을 한다.
언제나처럼 또다시 홀러 남겨진 아휘는 얼굴을 감싸쥔다.
'그는 다시 돌아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다시 시작하자.'
[쿠쿠루쿠쿠 팔로마]가 흐르는 가운데 느린 움직임으로
이구아수 폭포의 거대한 포말이 보인다. 그것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와 탱고바 BAR SUR
의 도어맨으로 일한다. 버스는 매일 관광객을 실어다 바에 내려놓는다. 어느날 밤 술에 취한 보영이 한 무리의
백인들과 함께 이곳에 들른다. BAR SUR 에서는 탱고
파티가 한창이다. 음악이 흐르고, 보영은 백인 남자와
입을 맞춘다. 일행과 떠들썩하게 차에 올라타는 보영을
바라보던 아휘는 떠나는 차의 뒷모습을 오래 지켜본다.
보영이 탄 차 뒷유리창을 통해 아휘의 모습이 계속 남아있다. 무심한 듯 담뱃불을 붙이는 보영은 점점 멀어지는
거리 속에서 아휘의 시선을 느낀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던 아휘. 갑자기 주먹으로
거울을 깨뜨린다.
탱고 바 앞 델리에서 샌드위치를 사먹던 아휘는 바에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보영이다.
어지러운 호텔 방 침대 위의 보영. 그는 천천히 호텔을
나선다.
어수선한 관광객들의 1회용 카메라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아휘. 담배를 문 표정이 짜증스럽다. 그는 바의 화장실에서 보영과 마주친다. 그들이 스치는 순간, 화면은
두면, 짧게 멈추었다가 흐른다. 보영은 무심하게 지나쳐
다른 남자의 차를 타고 떠나간다.
전화를 받는 아휘. 코스모스 호텔의 붉은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아휘가 보영의 방문을 두드린다. 보영이 문을 열자 술병을 들고 서있는 아휘. 이미 잔뜩 술에 취해 있다. 아휘는
고집스럽게 들어오지 않으려고 하지만 보영은 아휘를 끌어들이고 문을 닫는다. 무작정 키스하기 시작하는 보영을 아휘가 거칠게 뿌리친다. "더러워!" 아휘는 차갑게
소리친다. 침대에 쓰러진 보영도 지지 않는다. " 그래,
넌 뭐 잘났냐? 어서 옵쇼, 어서 옵쇼! 그게 뭐야! " 잠시
말없이 씨근대던 보영이 "보고 싶었어. 너무너무...."
하고 말하자 아휘가 갑자기 술병을 집어 던진다. 보영이
묻는다. " 후회해? " " 넌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후회막급이야." 아휘가 뛰쳐나간다.
골목을 달려가는 아휘. 가끔 시간은 연속되는 것이 아니라 끊어지는 것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BAR SUR 의 입구에 쭈그리고 앉아 술을 마시는 아휘에게 보영이 찾아와 금시계를 주고 가버린다. 순간적으로
시계를 던져버린 아휘는 잠시 후 시계를 조심스럽게 주워
귀에 대본다.
엉망으로 얻어터진 모습으로 보영이 근무 중인 아휘를 찾아온다.
" 그 시계 다시 돌려줘."
라 보카 행 버스에 올라탄 두 사람. 아휘는 보영을 자꾸
뒤편으로 밀어보낸다. 아휘가 거칠게 대하자 보영은 아휘의 바로 뒷자리로 가 앉는다. 보영은 자신이 시계때문에 맞았다고 호소하지만 아휘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아무말 없는 두 사람을 태우고 어두운 밤거리를 달려가는
버스.
" 집이 어디야? " 아휘는 아무 대답 없이 쓰리 아미고 바
앞에 보영을 세워놓고 집에 들러 시계를 가져온다. 돌아가려는 아휘를 보영이 잡는다. " 담배 한대만. " 보영은
아휘가 피우던 담배로 담뱃불을 붙인다. 그 순간, 사방이 환하게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진다. 보영에게 아휘가 말한다. " 다신 오지마. " 보영은 비를 맞으며 버스를
타고 떠난다. 쓰리 아미고 바의 탱고 음악이 다시 화면을
메운다.
BAR SUR 의 입구에서 술을 마시는 아휘.
아휘가 세들어 있는 건물. 복도에서는 계속 전화벨이 울린다. 주인이 받자 아휘를 찾는 보영. 아휘는 그 소리를
들으며 꼼짝도 않는다.
누군가 아휘의 방문을 두드린다. 아휘가 문을 열자 온통
피범벅이 되 보영이 쓰러질듯 서 있다. 아휘에게 안겨 울음을 터뜨리는 보영.
텅 빈 병원 복도의 의자에 보영이 앉아 있다. 보영이 말한다. " 아휘, 우리 다시 시작하자. " 아휘가 보영의 옆에 앉는다.
피아졸라의 탱고 [프롤로그]가 흐르는 택시 안. 보영의
두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다. 아휘는 피던 담배를 보영에게 물려준다. 보영은 천천히 아휘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내려놓으며 기대어온다.
아휘는 보영을 자기 방으로 데려온다. 보영이 전등을 발견한다. " 아직도 전등이 있네. 폭포 가봤어? " " 아니.
" " 언제 우리 같이 가자. " 아휘는 보영에게 침대를 쓰라고 하고 자신은 소파에서 자겠다고 한다. 밀롱가가 흐른다.
보영의 옷에서 아휘는 여권을 발견하고 바지 뒷호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잠든 보영을 바라보는 아휘.
장면이 바뀌면 똑같은 위치에서 보영이 잠든 아휘를 바라보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밤. 저속 촬영된 도시 위로 시간은
쉬지않고 흘러간다. 아휘는 여전히 BAR SUR 에서 일한다.
아휘는 음식을 만들어 손을 쓰지 못하는 보영에게 먹여준다. 몸을 씻겨주는 아휘에게 보영은 침대에 이가 득실거린다고 투정을 부린다. 아휘는 시트를 걷어내고 보영이
가리키는 곳마다 소독약을 뿌린다.
잠든 아휘를 보영이 깨운다. " 담배가 떨어졌어. " " 사와. " 아휘는 졸린 눈을 겨우 뜨며 말한다. " 됐어. " 포기한듯 보영은 재떨이를 뒤져 꽁초를 찾는다.
추운 밤거리. 아휘가 어깨를 움츠린 채 담배를 사고 있다.
아휘가 자고 있는 좁은 소파로 보영이 건너와 함께 자자고 한다.
" 그럼 내가 침대에서 잘까? " 아휘는 싫다고 버티다가
침대로 건너가버린다. 보영이 다시 침대로 건너와 아휘를 안듯이 기대눕는다. " 너 침대에서 잘 거야, 소파에서
잘 거야? " " 너랑 같이 잘 거야." 보영이 우기는 통에
아휘는 꼼짝않고 누워 있다. 보영이 아휘에게 팔을 두르자 아휘가 번번이 뿌리친다. 보영은 슬그머니 다시 팔을
두르며 "아이 팔 아파" 해본다. 아휘는 그대로 꼼짝도 않는다.
아휘가 없는 사이에 보영이 불편한 손으로 끙끙대며 침대와 소파를 붙여놓는다.
아휘는 피자를 사고 있다. 아휘는 돌아오자마자 침대와
소파를 다시 떼어놓는다. 전등 갓의 폭포 그림이 보인다.
라 보카의 낡은 다리. 보영은 답답하다며 산책을 나선다. 아휘는 옷을 뒤집어쓴 채 보영을 따라가며 벌벌 떤다. " 추워 죽겠다. 돌아가자." 들은 척도 않고 휘적휘적 걸어가던 보영이 " 진짜 춥다. 집에 가자. " 하며 돌아선다. 종종걸음으로 되돌아가는 보영을 아휘가 따라간다. " 어휴 추워. "
심하게 앓고 있는 아휘를 보영이 깨운다. " 와, 이마가
뜨거워. 많이 아파? " 아휘가 쥐어 박는다. " 괜히 추운
날 산책가자고 지랄이야." " 이렇게 아플 줄 알았어야 말이지." 보영이 조른다. " 일어나. " " 왜? " " 배고파. "
어이가 없다. 아휘도 한마디 한다. " 너도 인간이냐? "
장면이 바뀌면 공동 부엌에서 담요를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아휘가 밥을 짓고 있다. 계란 껍질을 쓰레기통에 휙
던지는 아휘.
경마장 스탠드. 돈을 딴 보영은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며 마권을 바꾸러 간다. 여전히 추운 표정의 아휘는 뜨거운 차 한잔을 사서 마신다.
방에서 보영은 아휘에게 탱고를 가르친다. 아휘는 자꾸
틀린다. " 너는 항상 여기서 틀려. 혼자 연습해봐. " 혼자 연습하는 아휘. " 한번 해보자. " 보영과 아휘는 탱고를 춘다. 스산한 바닷가 항구의 모습이 잠깐 비친다.
장면이 바뀌면 아무도 없는 공동 부엌에서 두 사람이 탱고를 연습하고 있다. 환한 빛 속에서 춤추던 두 사람은
서로 입술을 더듬으며 키스하다가 조금씩 서두르듯 애무하며 끌어안는다.
BAR SUR의 문앞 복도에 앉아 술 마시며 근무 중인 아휘
앞에 택시 한대가 멈춘다. 백인 남자가 동양인 남자를 바에 끌고 들어간다. 흘깃 쳐다보는 아휘. 보영과 함께 왔던 그 남자임을 알아챈다. 빈 병을 집어든 아휘는 곧장
바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요란하게 깨지는 소리.
집에 있던 보영이 누군가의 전화를 받는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아휘의 곁에 불쑥 보영이 튀어나온다. " 직장 쫓겨났다며? " 아휘는 쑥쓰러운듯 퉁명스럽다. 마중나온 보영과 아휘의 뒷모습이 골목길 안으로
멀어져간다.
" 그래서 어떻게 복수해줬어? "
푸른 형광 조명 아래 어수선한 그릇소리. 도마소리 속에서 아휘는 접시를 닦고 있다. 중국식당 주방에 취직한것
같다. 이때 낯선 목소리의 나레이션이 들려온다.
'소리만으로도 이곳은 주방이다.'
눈을 감은 장은 전화하는 아휘의 목소리를 듣는다.
'저 사람은 항상 전화를 자주 한다. 아마 상대는 애인일
것이다.'
일을 마친 아휘는 만두를 삶는다. 장은 갈 데도 없다며
주방을 정리하고 있다. " 먹을래? " 아휘는 장에게 만두를 주고 나간다. 장은 뜨거운 만두를 먹으며 마작 테이블을 곧장 지나가는 아휘를 바라본다.
월급날이다. 아휘는 지도를 보며 폭포를 찾는다. 아마
보영과 함께 다시 여행을 갈 모양이다. 부러워하던 장은
얼마쯤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월급을 세어본다. 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갈 거라는 장은 대만에서 '어떤 이유 때문에' 가출했다고 한다.
바쁜 시간에 걸려온 보영의 전화를 받느라 아휘는 눈코
뜰 새가 없다.
" 영화 보러 혼자 가. 일해야 돼. "
잠깐 놔둔 수화기를 장이 집어들어 " 여보세요. " 하다가
아휘가 돌아온다. 아휘와 장의 시선이 잠깐 오간다.
잠든 보영을 깨운 아휘는 다짜고짜 소리를 지른다. " 서랍 뒤졌지? " 아니라고 잡아떼며 대드는 보영. 아휘가 방을 나가자 심통맞게 엎드려 버린다.
화면이 바뀌면 붕대를 감은 손으로 서랍을 엎어놓고 뒤지기 시작하는 보영. 분명 뭔가를 찾고 있다.
" 사귀는 사람 있어? "
새벽 3시 30분에 소파의 아휘를 깨운 보영의 첫마디다.
아휘는 어리둥절한다. 보영이 추근대듯 곁에 바싹 붙어
앉는다. " 다가오지 마." " 분명 속이는 게 있어. " 아휘가 갑자기 되묻는다. " 너는? " " 하늘의 별만큼 많아. "
하며 뱅글대던 보영은 아휘를 계속 귀찮게 한다. 아휘는
화가 나서 보영을 방에서 쫓아낸다. " 얼어 죽어라. " "
몇명이야? " 여전히 집요하게 보영이 묻는다. 정색한 아휘의 반문. " 내가 너냐? "
옥상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아휘. 등 뒤로 다가온 보영이
아휘의 어깨에 물을 붓고 키스하기 시작한다. 옥상 아래로 아이들이 놀고있는 모습과 거리를 지나가는 남자들이
보인다. 보영은 하늘의 구름을 바라본다.
아휘는 식당에서 집으로 전화를 건다. 프라이팬에 계란이 올려져 있다. 전화벨은 계속 울리는데 아무도 받지 않는다.
빈 방. 보영은 탁자 앞에 앉아 TV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점프 컷. 열린 창으로 커튼이 바람에 날리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의자는 텅 비어 있다. 보영이 보이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온 아휘. 방 안에는 보영이 없다. 서랍에 있던 돈도 사라졌다. 보영은 떠난 것일까? 보영이 앉아있던 의자에서 아휘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문을 열고 보영이 들어선다. " 불도 안 켜고 뭐해? " 아휘가 묻는다. " 어디 갔었어? " " 담배 사러. " " 거짓말. " " 좀 돌아다녔어. " 보영의 대답은 무심하다. 아휘는 말 없이 램프 속에 폭포를 바라본다.
아휘가 테이블 가득 담배갑을 한아름 쏟아낸다. 방안 곳곳에 담배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아휘를 보영이 바라본다. " 이제 담배 사러 멀리 나가지 마. " 그러자 쌓아놓은 담배갑을 보영이 왈칵 흐트려버린다. 아휘는 묵묵히
바닥에 떨어진 담배갑을 주워 정리한다.
일하러 나가는 아휘. 보영은 축구 중계만 보고 있다. 커지는 텔레비전 소리. 문이 닫히고 닫힌 문고리의 클로즈업.
빈 방에서 아휘는 보영을 기다린다.
침대의 보영에게 아휘가 묻는다. " 답답해? " 보영이 대들듯 묻는다. " 여기서 잘래? 나 저리 갈까? "
온통 푸른 녹색의 햇빛. 골목길에서 식당 종업원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눈부신 햇빛의 역광 속에서 비껴난 사람들은 마치 어두운 그림자처럼 보인다. 아휘는 모든것이
시들하다. 먼저 들어가버리는 아휘. 장이 그를 바라본다.
보영은 노란 가죽잠바를 꺼내입고 머리를 매만진다. 어디론가 나갈 생각이다.
영업이 모두 끝난 식당에서 아휘는 사람들과 어울려 마작을 하고 있다. 주방에서 장이 그를 바라본다.
'그가 회복되는게 싫었다. 나는 이대로가 행복하다.'
아휘가 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다. 잠든 보영의 눈썹을 만져보는 아휘.
소파에 앉아 재크 나이프를 만지고 있는 아휘. 요즘 계속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휘는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어 식사 준비를 한다.
방으로 음식을 가져왔지만 보영은 먹을 생각도 않고 외출
채비를 한다. 손이 다 나은 듯 어느덧 붕대는 풀려 있다.
아휘도 아무말이 없자 보영이 묻는다. " 내 여권 어디 있어? " 아휘가 모른 척하자 보영은 서랍을 쏟아내고 침대
시트를 뒤집으며 방안을 엉망으로 만든다. 조용히 밥을
먹던 아휘가 웃음을 흘릴듯한 표정으로 보영을 쳐다보며
똑똑하게 말한다. " 돌려주기 싫어. " 방을 뛰쳐나가는
보영. 그 위로 밀롱가가 흐른다.
가라앉은 모노톤의 항구. 아휘는 배를 타고 밀롱가가 울려오는 어두운 물 위를 흘러간다. 뱃전을 끌어안듯 뺨을
대고 엎드려 기대있던 아휘. 끝내 눈물을 흘린다.
일이 끝난 식당 주방. 고래를 숙이고 앉아있는 아휘. 장이 말을 건넨다. " 한잔 하러 갈래? " 술을 많이 마신 아휘는 화장실에서 연신 토한다. 장은 아휘를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간다.
한낮의 태양 아래서 식당 종업원들은 또 한바탕 축구 시합을 하고 있다. 아휘와 장은 즐겁게 몸싸움을 벌인다.
그들 위로 떨어지는 녹색의 태양빛.
아휘. 장은 영화를 같이 보러 가자는 여점원을 거절한다. " 왜 같이 가지 않니? " 장이 대답한다. " 시끄러운
여자야. 내가 좋아하는 건 허스키한 목소리야. "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밤 풍경. 시간은 여전히 도시 위를
질주한다.
쓰리 아미고 바. 아휘의 건너편에 앉은 장은 턱을 괴듯
골똘히 눈을 감고 있다. " 피곤해? " " 이유는 모르지만,
저 사람들 조금 있으면 싸우게 될거야. " 순간 그 테이블에서 갑자기 싸움이 벌어진다. 장은 어릴 적 병으로 눈이
잘 안보이게 된 이후로 소리를 듣는 습관이 생겼다. " 귀가 눈보다 더 중요해. 네 목소리도 슬픈 거 같아. "
식당 뒤편의 골목길에서 축구를 하는 종업원들 사이로 활기차게 움직이는 아휘와 장이 보인다. 켜놓은 라디오에서 골인을 알리는 함성이 들린다. 아휘는 웃고 있다. 내기에서 딴 돈을 나누느라 둘은 실갱이를 벌인다. 그의 이름이 장이라는 것을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을 휘적휘적 걸어가는 아휘. 따뜻한 붉은 색
전등 아래 장이 졸고 있다.
쓰리 아미고 바에서 이별주를 마시는 아휘와 장.
" 그동안 고마웠어. " 장은 대만으로 돌아가기 전에 세상의 끝인 우슈아야 등대에 들러보겠다고 한다. 아휘는 웃으며 말한다. " 거기 등대에 실연당한 사람들이 많이 간대. 슬픔을 버리려고. " 장은 아휘에게 워크맨을 내민다. " 목소리를 녹음해줘. 네 슬픔을 세상 끝에 묻어줄게. " 장이 자리를 피하자 녹음기를 입가로 가져가는 아휘. 흐느낌은 예측도 없이 다가오고, 멈출 수조차 없다.
화장실에서 토하는 아휘.
" 데려다줄까? " 아휘는 고개를 젓고 둘은 악수를 나눈다. 순간 세상의 속도가 잠시 늦춰지고, 아휘는 장을 끌어안는다. '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가 혹시 내 심장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
대낮의 축구 경기장. 모두가 열광하는 한귀퉁이에서 아휘는 꾸벅꾸벅 졸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전경. 저속촬영의 현기증 속에 프랭크 자파의 [I Have Been in You] 가 밤의 풍경을 감싸고 있다. 유흥가로 나선 아휘는 거리를 걸어간다. 거리의 남자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아휘. 잠들지 못하는
밤은 언제나 길게 느껴진다.
커다랗고 허름한 공중 화장실에서 아휘는 보영을 스친다.
'이곳은 더러워서 잘 오지 않는데, 나는 보영과 다를 줄
알았다. 사람이 외로우면 어쩔 수 없나보다. '
화장실의 다른 통로에 무표정한 보영이 보인다.
' 보영을 만난 뒤로 다시는 가지 않았다. '
' 퇴직금을 받았다. 이제 빚을 갚을 수 있다. 사실 이번
직장은 아버지가 소개한 곳이었다. 아버지께 너무 미안하다. '
아휘는 공중 전화에서 홍콩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다.
" 아빠. "
수화기 저쪽의 말은 들리지 않지만 침묵 속에 아휘의 표정을 어두워진다. 곧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총총히 떠난다.
' 12월의 아르헨티나는 너무 덥다. 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썼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
우체통에 카드를 넣고 돌아가는 아휘.
' 도살장에 취직했다. 무엇보다 밤에 일할 수 있는 게 마음에 든다. '
잡념을 떨치려는 듯 열심히 일하는 아휘.
푸르다 못해 희게 바랜듯한 형광등과 도살장의 밤. 프랭크 자파의 [I Have Been in You] 가 들려온다.
보영은 다시 아휘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여권이다.
' 보영과 마주치는 게 두렵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다. '
보영은 방문을 두드린다. 똑똑 소리에 문을 여니 아무도
없다. 텅 빈 복도.
' 잠이 오지 않는다. ' 아휘는 생각한다.
' 반대편 홍콩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
라디오 소리. 전철 안내 방송 소리. 거꾸로 보이는 홍콩의 빌딩과 고가도로. 거리를 채우는 소음들이 점점 가깝게 들려온다.
' 보영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밤 늦게까지 일을
했다. '
도살장에서 아휘는 바닥에 흥건한 피를 호스의 물로 흘려보낸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붉은 피 위로 [Chunga's
Revenge] 가 흘러넘친다.
보영이 아휘에게 전화했을 때 아휘는 벌써 이사를 간 뒤이다.
' 드디어 홍콩으로 돌아간다. 보영에게 여권도 돌려주었다. '
여권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 갑자기 돌아가기 전에 폭포에 가보고 싶어졌다.'
폭포로 가는 비탈길을 자동차가 힘겹게 올라간다. 아휘는 혼자 차를 몰고 간다. 앞 유리창에는 물이 흥건히 고인다.
BAR SUR 에 죽치고 있던 보영은 중년 남자의 탱고 파트너로 춤을 춘다. 그때 꿈같은 모습이 보인다. 방 안에서
껴안고 춤추는 아휘와 보영의 모습이 창을 통해 비친다.
탱고 바 앞 보도에 주저앉아 새벽을 맞은 보영. 내리는
비 속에 보영은 술에 취해 서서히 쓰러진다.
시간은 23시 59분에서 0시 0분으로.
아휘의 방. 보영은 담배를 차곡차곡 정리한다. 방바닥을
닦으며 묵묵히 청소를 한다. 옛날 아휘가 앉았던 자리에
말 없이 앉아 있는 보영. 폭포 그림의 전등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
아휘는 전등을 수리해서 폭포의 흐름을 역류시켜 본다.
불빛은 여전히 물줄기처럼 흐르고 있다. 이때 피아졸라의 밀롱가가 흐른다. 보영은 북받치는 울음을 참을 수 없어 홀로 흐느낀다. 아휘의 나레이션이 들린다.
' 드디어 폭포에 도착했다. 보영이 보고 싶다. '
쏟아지는 폭포 앞에 서 있는 아휘의 뒷모습. 물줄기가 마치 눈물처럼 사정없이 아휘의 얼굴로 휘어져내린다. 아휘는 웃고 있는 것 같다.
' 1997년 1월. 세상의 마지막 끝 등대에 도착했다. 이렇게 멀리 와 있으니 대만의 집에 가고 싶어졌다. '
등대에 선 그를 중심으로 온세계가 돌고 있는 것 같다.
장은 워크맨을 귀에 댄다. 그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 아휘가 보고 싶다. 녹음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아마도 울고 있는 것 같았다. '
우물우물 스파게티를 먹는 장. 외국인 가족들이 그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 대만으로 돌아가기 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들렀다.
마지막으로 아휘를 한번 더 만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다. '
쓰리 아미고 바에 들른 장은 혼자 눈을 감고 소리를 듣는다.
' 음악이 시끄러워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
장은 거리를 걷고 있다. 해가 뜨기 시작한다.
' 지금쯤 타이페이는 야시장이 설 시간이다. '
등소평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텔레비전 화면이 보이고 아휘의 나레이션이 시작된다.
' 1997년 2월 20일, 나는 홍콩으로 가기 전 대만에 들렀다. 오랜만에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일어나니 대낮이었다. '
타이페이의 야시장에 나선 아휘는 이어폰을 꽂은 채 거리를 지나다 길거리 국수집에 들른다. 익숙한 야시장의 활기 속에 아휘의 표정도 홀가분하다. 국수집 안쪽의 거울에는 등대를 배경으로 찍은 장의 사진이 끼워져있다. 아휘는 구역 패거리의 시비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 장이 왜 집을 떠났는지 알 것 같았다. '
아휘는 전화통화를 핑계로 사진 한장을 슬쩍 가지고 나온다.
' 홍콩으로 가기 전 장의 사진을 훔쳤다. 언젠가 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타이페이의 번화가 대형 교차로. 대니 청의 [해피 투게더] 가 함성과 함께 울려나오는 것과 동시에 멈추어섰던
교차로의 차들이 패스트 모션으로 질주하기 시작하고 도시 전체가 갑자기 환호성 속에 둘러싸인다. 마치 축구 경기장의 함성과 박수 소리처럼.
달리는 전철에서 아휘는 워크맨을 끼고 풍경을 바라보다
바람을 등지고 돌아선다. 아휘의 표정은 언뜻 외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단호하게 미소를 띠고 있다. 아휘가 탄 전철이 어둠속의 시야를 향해 질주한다. 환호성이 울려퍼지는 속에 전철이 어느 이름 모를 역으로 속도를 멈추며
서서히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 곳은 어디일까. 그는 이제 다시 시작할 것이다.
보영 (장국영) 과 아휘 (양조위) 의 여권이 펼쳐지고 출국 스탬프가 빠르게 찍힌다. 1995년 5월 1일 두사람은
홍콩을 떠난다.
'우리 다시 시작하자. 보영과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이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폭포가 그려진 전등 갓 위로 빛은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구석에 놓인 허름하고 좁은 침대 위에서 보영과 아휘가
숨가쁘게 서로를 애무한다. 키득거리며 즐거워하는 두
사람.
"폭포가 어딥니까?" 길을 잘못 들었나보다.
'보영이 예쁜 전등을 사왔다. 우리는 그 전등 속의 폭포를 찾아 길을 떠났다.'
버스를 타기 싫다고 보영이 고집해서 기어코 끌고 나온
낡은 자동차가 고속도로에서 고장난다. 라디오 소리는
신경질적으로 울리고 보영이 시동을 걸어본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보영이 나와 함께 있으면 답답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폭포에 미처 이르지 못한채 고속도로에서 헤어진다. 텅 빈 고속도로에서 보영은 히치 하이킹을 한다.
언제나처럼 또다시 홀러 남겨진 아휘는 얼굴을 감싸쥔다.
'그는 다시 돌아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다시 시작하자.'
[쿠쿠루쿠쿠 팔로마]가 흐르는 가운데 느린 움직임으로
이구아수 폭포의 거대한 포말이 보인다. 그것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와 탱고바 BAR SUR
의 도어맨으로 일한다. 버스는 매일 관광객을 실어다 바에 내려놓는다. 어느날 밤 술에 취한 보영이 한 무리의
백인들과 함께 이곳에 들른다. BAR SUR 에서는 탱고
파티가 한창이다. 음악이 흐르고, 보영은 백인 남자와
입을 맞춘다. 일행과 떠들썩하게 차에 올라타는 보영을
바라보던 아휘는 떠나는 차의 뒷모습을 오래 지켜본다.
보영이 탄 차 뒷유리창을 통해 아휘의 모습이 계속 남아있다. 무심한 듯 담뱃불을 붙이는 보영은 점점 멀어지는
거리 속에서 아휘의 시선을 느낀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던 아휘. 갑자기 주먹으로
거울을 깨뜨린다.
탱고 바 앞 델리에서 샌드위치를 사먹던 아휘는 바에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보영이다.
어지러운 호텔 방 침대 위의 보영. 그는 천천히 호텔을
나선다.
어수선한 관광객들의 1회용 카메라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아휘. 담배를 문 표정이 짜증스럽다. 그는 바의 화장실에서 보영과 마주친다. 그들이 스치는 순간, 화면은
두면, 짧게 멈추었다가 흐른다. 보영은 무심하게 지나쳐
다른 남자의 차를 타고 떠나간다.
전화를 받는 아휘. 코스모스 호텔의 붉은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아휘가 보영의 방문을 두드린다. 보영이 문을 열자 술병을 들고 서있는 아휘. 이미 잔뜩 술에 취해 있다. 아휘는
고집스럽게 들어오지 않으려고 하지만 보영은 아휘를 끌어들이고 문을 닫는다. 무작정 키스하기 시작하는 보영을 아휘가 거칠게 뿌리친다. "더러워!" 아휘는 차갑게
소리친다. 침대에 쓰러진 보영도 지지 않는다. " 그래,
넌 뭐 잘났냐? 어서 옵쇼, 어서 옵쇼! 그게 뭐야! " 잠시
말없이 씨근대던 보영이 "보고 싶었어. 너무너무...."
하고 말하자 아휘가 갑자기 술병을 집어 던진다. 보영이
묻는다. " 후회해? " " 넌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후회막급이야." 아휘가 뛰쳐나간다.
골목을 달려가는 아휘. 가끔 시간은 연속되는 것이 아니라 끊어지는 것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BAR SUR 의 입구에 쭈그리고 앉아 술을 마시는 아휘에게 보영이 찾아와 금시계를 주고 가버린다. 순간적으로
시계를 던져버린 아휘는 잠시 후 시계를 조심스럽게 주워
귀에 대본다.
엉망으로 얻어터진 모습으로 보영이 근무 중인 아휘를 찾아온다.
" 그 시계 다시 돌려줘."
라 보카 행 버스에 올라탄 두 사람. 아휘는 보영을 자꾸
뒤편으로 밀어보낸다. 아휘가 거칠게 대하자 보영은 아휘의 바로 뒷자리로 가 앉는다. 보영은 자신이 시계때문에 맞았다고 호소하지만 아휘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아무말 없는 두 사람을 태우고 어두운 밤거리를 달려가는
버스.
" 집이 어디야? " 아휘는 아무 대답 없이 쓰리 아미고 바
앞에 보영을 세워놓고 집에 들러 시계를 가져온다. 돌아가려는 아휘를 보영이 잡는다. " 담배 한대만. " 보영은
아휘가 피우던 담배로 담뱃불을 붙인다. 그 순간, 사방이 환하게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진다. 보영에게 아휘가 말한다. " 다신 오지마. " 보영은 비를 맞으며 버스를
타고 떠난다. 쓰리 아미고 바의 탱고 음악이 다시 화면을
메운다.
BAR SUR 의 입구에서 술을 마시는 아휘.
아휘가 세들어 있는 건물. 복도에서는 계속 전화벨이 울린다. 주인이 받자 아휘를 찾는 보영. 아휘는 그 소리를
들으며 꼼짝도 않는다.
누군가 아휘의 방문을 두드린다. 아휘가 문을 열자 온통
피범벅이 되 보영이 쓰러질듯 서 있다. 아휘에게 안겨 울음을 터뜨리는 보영.
텅 빈 병원 복도의 의자에 보영이 앉아 있다. 보영이 말한다. " 아휘, 우리 다시 시작하자. " 아휘가 보영의 옆에 앉는다.
피아졸라의 탱고 [프롤로그]가 흐르는 택시 안. 보영의
두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다. 아휘는 피던 담배를 보영에게 물려준다. 보영은 천천히 아휘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내려놓으며 기대어온다.
아휘는 보영을 자기 방으로 데려온다. 보영이 전등을 발견한다. " 아직도 전등이 있네. 폭포 가봤어? " " 아니.
" " 언제 우리 같이 가자. " 아휘는 보영에게 침대를 쓰라고 하고 자신은 소파에서 자겠다고 한다. 밀롱가가 흐른다.
보영의 옷에서 아휘는 여권을 발견하고 바지 뒷호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잠든 보영을 바라보는 아휘.
장면이 바뀌면 똑같은 위치에서 보영이 잠든 아휘를 바라보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밤. 저속 촬영된 도시 위로 시간은
쉬지않고 흘러간다. 아휘는 여전히 BAR SUR 에서 일한다.
아휘는 음식을 만들어 손을 쓰지 못하는 보영에게 먹여준다. 몸을 씻겨주는 아휘에게 보영은 침대에 이가 득실거린다고 투정을 부린다. 아휘는 시트를 걷어내고 보영이
가리키는 곳마다 소독약을 뿌린다.
잠든 아휘를 보영이 깨운다. " 담배가 떨어졌어. " " 사와. " 아휘는 졸린 눈을 겨우 뜨며 말한다. " 됐어. " 포기한듯 보영은 재떨이를 뒤져 꽁초를 찾는다.
추운 밤거리. 아휘가 어깨를 움츠린 채 담배를 사고 있다.
아휘가 자고 있는 좁은 소파로 보영이 건너와 함께 자자고 한다.
" 그럼 내가 침대에서 잘까? " 아휘는 싫다고 버티다가
침대로 건너가버린다. 보영이 다시 침대로 건너와 아휘를 안듯이 기대눕는다. " 너 침대에서 잘 거야, 소파에서
잘 거야? " " 너랑 같이 잘 거야." 보영이 우기는 통에
아휘는 꼼짝않고 누워 있다. 보영이 아휘에게 팔을 두르자 아휘가 번번이 뿌리친다. 보영은 슬그머니 다시 팔을
두르며 "아이 팔 아파" 해본다. 아휘는 그대로 꼼짝도 않는다.
아휘가 없는 사이에 보영이 불편한 손으로 끙끙대며 침대와 소파를 붙여놓는다.
아휘는 피자를 사고 있다. 아휘는 돌아오자마자 침대와
소파를 다시 떼어놓는다. 전등 갓의 폭포 그림이 보인다.
라 보카의 낡은 다리. 보영은 답답하다며 산책을 나선다. 아휘는 옷을 뒤집어쓴 채 보영을 따라가며 벌벌 떤다. " 추워 죽겠다. 돌아가자." 들은 척도 않고 휘적휘적 걸어가던 보영이 " 진짜 춥다. 집에 가자. " 하며 돌아선다. 종종걸음으로 되돌아가는 보영을 아휘가 따라간다. " 어휴 추워. "
심하게 앓고 있는 아휘를 보영이 깨운다. " 와, 이마가
뜨거워. 많이 아파? " 아휘가 쥐어 박는다. " 괜히 추운
날 산책가자고 지랄이야." " 이렇게 아플 줄 알았어야 말이지." 보영이 조른다. " 일어나. " " 왜? " " 배고파. "
어이가 없다. 아휘도 한마디 한다. " 너도 인간이냐? "
장면이 바뀌면 공동 부엌에서 담요를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아휘가 밥을 짓고 있다. 계란 껍질을 쓰레기통에 휙
던지는 아휘.
경마장 스탠드. 돈을 딴 보영은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며 마권을 바꾸러 간다. 여전히 추운 표정의 아휘는 뜨거운 차 한잔을 사서 마신다.
방에서 보영은 아휘에게 탱고를 가르친다. 아휘는 자꾸
틀린다. " 너는 항상 여기서 틀려. 혼자 연습해봐. " 혼자 연습하는 아휘. " 한번 해보자. " 보영과 아휘는 탱고를 춘다. 스산한 바닷가 항구의 모습이 잠깐 비친다.
장면이 바뀌면 아무도 없는 공동 부엌에서 두 사람이 탱고를 연습하고 있다. 환한 빛 속에서 춤추던 두 사람은
서로 입술을 더듬으며 키스하다가 조금씩 서두르듯 애무하며 끌어안는다.
BAR SUR의 문앞 복도에 앉아 술 마시며 근무 중인 아휘
앞에 택시 한대가 멈춘다. 백인 남자가 동양인 남자를 바에 끌고 들어간다. 흘깃 쳐다보는 아휘. 보영과 함께 왔던 그 남자임을 알아챈다. 빈 병을 집어든 아휘는 곧장
바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요란하게 깨지는 소리.
집에 있던 보영이 누군가의 전화를 받는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아휘의 곁에 불쑥 보영이 튀어나온다. " 직장 쫓겨났다며? " 아휘는 쑥쓰러운듯 퉁명스럽다. 마중나온 보영과 아휘의 뒷모습이 골목길 안으로
멀어져간다.
" 그래서 어떻게 복수해줬어? "
푸른 형광 조명 아래 어수선한 그릇소리. 도마소리 속에서 아휘는 접시를 닦고 있다. 중국식당 주방에 취직한것
같다. 이때 낯선 목소리의 나레이션이 들려온다.
'소리만으로도 이곳은 주방이다.'
눈을 감은 장은 전화하는 아휘의 목소리를 듣는다.
'저 사람은 항상 전화를 자주 한다. 아마 상대는 애인일
것이다.'
일을 마친 아휘는 만두를 삶는다. 장은 갈 데도 없다며
주방을 정리하고 있다. " 먹을래? " 아휘는 장에게 만두를 주고 나간다. 장은 뜨거운 만두를 먹으며 마작 테이블을 곧장 지나가는 아휘를 바라본다.
월급날이다. 아휘는 지도를 보며 폭포를 찾는다. 아마
보영과 함께 다시 여행을 갈 모양이다. 부러워하던 장은
얼마쯤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월급을 세어본다. 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갈 거라는 장은 대만에서 '어떤 이유 때문에' 가출했다고 한다.
바쁜 시간에 걸려온 보영의 전화를 받느라 아휘는 눈코
뜰 새가 없다.
" 영화 보러 혼자 가. 일해야 돼. "
잠깐 놔둔 수화기를 장이 집어들어 " 여보세요. " 하다가
아휘가 돌아온다. 아휘와 장의 시선이 잠깐 오간다.
잠든 보영을 깨운 아휘는 다짜고짜 소리를 지른다. " 서랍 뒤졌지? " 아니라고 잡아떼며 대드는 보영. 아휘가 방을 나가자 심통맞게 엎드려 버린다.
화면이 바뀌면 붕대를 감은 손으로 서랍을 엎어놓고 뒤지기 시작하는 보영. 분명 뭔가를 찾고 있다.
" 사귀는 사람 있어? "
새벽 3시 30분에 소파의 아휘를 깨운 보영의 첫마디다.
아휘는 어리둥절한다. 보영이 추근대듯 곁에 바싹 붙어
앉는다. " 다가오지 마." " 분명 속이는 게 있어. " 아휘가 갑자기 되묻는다. " 너는? " " 하늘의 별만큼 많아. "
하며 뱅글대던 보영은 아휘를 계속 귀찮게 한다. 아휘는
화가 나서 보영을 방에서 쫓아낸다. " 얼어 죽어라. " "
몇명이야? " 여전히 집요하게 보영이 묻는다. 정색한 아휘의 반문. " 내가 너냐? "
옥상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아휘. 등 뒤로 다가온 보영이
아휘의 어깨에 물을 붓고 키스하기 시작한다. 옥상 아래로 아이들이 놀고있는 모습과 거리를 지나가는 남자들이
보인다. 보영은 하늘의 구름을 바라본다.
아휘는 식당에서 집으로 전화를 건다. 프라이팬에 계란이 올려져 있다. 전화벨은 계속 울리는데 아무도 받지 않는다.
빈 방. 보영은 탁자 앞에 앉아 TV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점프 컷. 열린 창으로 커튼이 바람에 날리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의자는 텅 비어 있다. 보영이 보이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온 아휘. 방 안에는 보영이 없다. 서랍에 있던 돈도 사라졌다. 보영은 떠난 것일까? 보영이 앉아있던 의자에서 아휘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문을 열고 보영이 들어선다. " 불도 안 켜고 뭐해? " 아휘가 묻는다. " 어디 갔었어? " " 담배 사러. " " 거짓말. " " 좀 돌아다녔어. " 보영의 대답은 무심하다. 아휘는 말 없이 램프 속에 폭포를 바라본다.
아휘가 테이블 가득 담배갑을 한아름 쏟아낸다. 방안 곳곳에 담배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아휘를 보영이 바라본다. " 이제 담배 사러 멀리 나가지 마. " 그러자 쌓아놓은 담배갑을 보영이 왈칵 흐트려버린다. 아휘는 묵묵히
바닥에 떨어진 담배갑을 주워 정리한다.
일하러 나가는 아휘. 보영은 축구 중계만 보고 있다. 커지는 텔레비전 소리. 문이 닫히고 닫힌 문고리의 클로즈업.
빈 방에서 아휘는 보영을 기다린다.
침대의 보영에게 아휘가 묻는다. " 답답해? " 보영이 대들듯 묻는다. " 여기서 잘래? 나 저리 갈까? "
온통 푸른 녹색의 햇빛. 골목길에서 식당 종업원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눈부신 햇빛의 역광 속에서 비껴난 사람들은 마치 어두운 그림자처럼 보인다. 아휘는 모든것이
시들하다. 먼저 들어가버리는 아휘. 장이 그를 바라본다.
보영은 노란 가죽잠바를 꺼내입고 머리를 매만진다. 어디론가 나갈 생각이다.
영업이 모두 끝난 식당에서 아휘는 사람들과 어울려 마작을 하고 있다. 주방에서 장이 그를 바라본다.
'그가 회복되는게 싫었다. 나는 이대로가 행복하다.'
아휘가 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다. 잠든 보영의 눈썹을 만져보는 아휘.
소파에 앉아 재크 나이프를 만지고 있는 아휘. 요즘 계속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휘는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어 식사 준비를 한다.
방으로 음식을 가져왔지만 보영은 먹을 생각도 않고 외출
채비를 한다. 손이 다 나은 듯 어느덧 붕대는 풀려 있다.
아휘도 아무말이 없자 보영이 묻는다. " 내 여권 어디 있어? " 아휘가 모른 척하자 보영은 서랍을 쏟아내고 침대
시트를 뒤집으며 방안을 엉망으로 만든다. 조용히 밥을
먹던 아휘가 웃음을 흘릴듯한 표정으로 보영을 쳐다보며
똑똑하게 말한다. " 돌려주기 싫어. " 방을 뛰쳐나가는
보영. 그 위로 밀롱가가 흐른다.
가라앉은 모노톤의 항구. 아휘는 배를 타고 밀롱가가 울려오는 어두운 물 위를 흘러간다. 뱃전을 끌어안듯 뺨을
대고 엎드려 기대있던 아휘. 끝내 눈물을 흘린다.
일이 끝난 식당 주방. 고래를 숙이고 앉아있는 아휘. 장이 말을 건넨다. " 한잔 하러 갈래? " 술을 많이 마신 아휘는 화장실에서 연신 토한다. 장은 아휘를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간다.
한낮의 태양 아래서 식당 종업원들은 또 한바탕 축구 시합을 하고 있다. 아휘와 장은 즐겁게 몸싸움을 벌인다.
그들 위로 떨어지는 녹색의 태양빛.
피처럼 붉은 소스통을 내려놓는 아휘. 장은 영화를 같이
보러 가자는 여점원을 거절한다. " 왜 같이 가지 않니? "
장이 대답한다. " 시끄러운 여자야. 내가 좋아하는 건 허스키한 목소리야. "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밤 풍경. 시간은 여전히 도시 위를
질주한다.
쓰리 아미고 바. 아휘의 건너편에 앉은 장은 턱을 괴듯
골똘히 눈을 감고 있다. " 피곤해? " " 이유는 모르지만,
저 사람들 조금 있으면 싸우게 될거야. " 순간 그 테이블에서 갑자기 싸움이 벌어진다. 장은 어릴 적 병으로 눈이
잘 안보이게 된 이후로 소리를 듣는 습관이 생겼다. " 귀가 눈보다 더 중요해. 네 목소리도 슬픈 거 같아. "
식당 뒤편의 골목길에서 축구를 하는 종업원들 사이로 활기차게 움직이는 아휘와 장이 보인다. 켜놓은 라디오에서 골인을 알리는 함성이 들린다. 아휘는 웃고 있다. 내기에서 딴 돈을 나누느라 둘은 실갱이를 벌인다. 그의 이름이 장이라는 것을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을 휘적휘적 걸어가는 아휘. 따뜻한 붉은 색
전등 아래 장이 졸고 있다.
쓰리 아미고 바에서 이별주를 마시는 아휘와 장.
" 그동안 고마웠어. " 장은 대만으로 돌아가기 전에 세상의 끝인 우슈아야 등대에 들러보겠다고 한다. 아휘는 웃으며 말한다. " 거기 등대에 실연당한 사람들이 많이 간대. 슬픔을 버리려고. " 장은 아휘에게 워크맨을 내민다. " 목소리를 녹음해줘. 네 슬픔을 세상 끝에 묻어줄게. " 장이 자리를 피하자 녹음기를 입가로 가져가는 아휘. 흐느낌은 예측도 없이 다가오고, 멈출 수조차 없다.
화장실에서 토하는 아휘.
" 데려다줄까? " 아휘는 고개를 젓고 둘은 악수를 나눈다. 순간 세상의 속도가 잠시 늦춰지고, 아휘는 장을 끌어안는다. '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가 혹시 내 심장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
대낮의 축구 경기장. 모두가 열광하는 한귀퉁이에서 아휘는 꾸벅꾸벅 졸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전경. 저속촬영의 현기증 속에 프랭크 자파의 [I Have Been in You] 가 밤의 풍경을 감싸고 있다. 유흥가로 나선 아휘는 거리를 걸어간다. 거리의 남자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아휘. 잠들지 못하는
밤은 언제나 길게 느껴진다.
커다랗고 허름한 공중 화장실에서 아휘는 보영을 스친다.
'이곳은 더러워서 잘 오지 않는데, 나는 보영과 다를 줄
알았다. 사람이 외로우면 어쩔 수 없나보다. '
화장실의 다른 통로에 무표정한 보영이 보인다.
' 보영을 만난 뒤로 다시는 가지 않았다. '
' 퇴직금을 받았다. 이제 빚을 갚을 수 있다. 사실 이번
직장은 아버지가 소개한 곳이었다. 아버지께 너무 미안하다. '
아휘는 공중 전화에서 홍콩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다.
" 아빠. "
수화기 저쪽의 말은 들리지 않지만 침묵 속에 아휘의 표정을 어두워진다. 곧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총총히 떠난다.
' 12월의 아르헨티나는 너무 덥다. 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썼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
우체통에 카드를 넣고 돌아가는 아휘.
' 도살장에 취직했다. 무엇보다 밤에 일할 수 있는 게 마음에 든다. '
잡념을 떨치려는 듯 열심히 일하는 아휘.
푸르다 못해 희게 바랜듯한 형광등과 도살장의 밤. 프랭크 자파의 [I Have Been in You] 가 들려온다.
보영은 다시 아휘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여권이다.
' 보영과 마주치는 게 두렵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다. '
보영은 방문을 두드린다. 똑똑 소리에 문을 여니 아무도
없다. 텅 빈 복도.
' 잠이 오지 않는다. ' 아휘는 생각한다.
' 반대편 홍콩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
라디오 소리. 전철 안내 방송 소리. 거꾸로 보이는 홍콩의 빌딩과 고가도로. 거리를 채우는 소음들이 점점 가깝게 들려온다.
' 보영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밤 늦게까지 일을
했다. '
도살장에서 아휘는 바닥에 흥건한 피를 호스의 물로 흘려보낸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붉은 피 위로 [Chunga's
Revenge] 가 흘러넘친다.
보영이 아휘에게 전화했을 때 아휘는 벌써 이사를 간 뒤이다.
' 드디어 홍콩으로 돌아간다. 보영에게 여권도 돌려주었다. '
여권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 갑자기 돌아가기 전에 폭포에 가보고 싶어졌다.'
폭포로 가는 비탈길을 자동차가 힘겹게 올라간다. 아휘는 혼자 차를 몰고 간다. 앞 유리창에는 물이 흥건히 고인다.
BAR SUR 에 죽치고 있던 보영은 중년 남자의 탱고 파트너로 춤을 춘다. 그때 꿈같은 모습이 보인다. 방 안에서
껴안고 춤추는 아휘와 보영의 모습이 창을 통해 비친다.
탱고 바 앞 보도에 주저앉아 새벽을 맞은 보영. 내리는
비 속에 보영은 술에 취해 서서히 쓰러진다.
시간은 23시 59분에서 0시 0분으로.
아휘의 방. 보영은 담배를 차곡차곡 정리한다. 방바닥을
닦으며 묵묵히 청소를 한다. 옛날 아휘가 앉았던 자리에
말 없이 앉아 있는 보영. 폭포 그림의 전등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
아휘는 전등을 수리해서 폭포의 흐름을 역류시켜 본다.
불빛은 여전히 물줄기처럼 흐르고 있다. 이때 피아졸라의 밀롱가가 흐른다. 보영은 북받치는 울음을 참을 수 없어 홀로 흐느낀다. 아휘의 나레이션이 들린다.
' 드디어 폭포에 도착했다. 보영이 보고 싶다. '
쏟아지는 폭포 앞에 서 있는 아휘의 뒷모습. 물줄기가 마치 눈물처럼 사정없이 아휘의 얼굴로 휘어져내린다. 아휘는 웃고 있는 것 같다.
' 1997년 1월. 세상의 마지막 끝 등대에 도착했다. 이렇게 멀리 와 있으니 대만의 집에 가고 싶어졌다. '
등대에 선 그를 중심으로 온세계가 돌고 있는 것 같다.
장은 워크맨을 귀에 댄다. 그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 아휘가 보고 싶다. 녹음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아마도 울고 있는 것 같았다. '
우물우물 스파게티를 먹는 장. 외국인 가족들이 그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 대만으로 돌아가기 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들렀다.
마지막으로 아휘를 한번 더 만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다. '
쓰리 아미고 바에 들른 장은 혼자 눈을 감고 소리를 듣는다.
' 음악이 시끄러워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
장은 거리를 걷고 있다. 해가 뜨기 시작한다.
' 지금쯤 타이페이는 야시장이 설 시간이다. '
등소평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텔레비전 화면이 보이고 아휘의 나레이션이 시작된다.
' 1997년 2월 20일, 나는 홍콩으로 가기 전 대만에 들렀다. 오랜만에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일어나니 대낮이었다. '
타이페이의 야시장에 나선 아휘는 이어폰을 꽂은 채 거리를 지나다 길거리 국수집에 들른다. 익숙한 야시장의 활기 속에 아휘의 표정도 홀가분하다. 국수집 안쪽의 거울에는 등대를 배경으로 찍은 장의 사진이 끼워져있다. 아휘는 구역 패거리의 시비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 장이 왜 집을 떠났는지 알 것 같았다. '
아휘는 전화통화를 핑계로 사진 한장을 슬쩍 가지고 나온다.
' 홍콩으로 가기 전 장의 사진을 훔쳤다. 언젠가 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타이페이의 번화가 대형 교차로. 대니 청의 [해피 투게더] 가 함성과 함께 울려나오는 것과 동시에 멈추어섰던
교차로의 차들이 패스트 모션으로 질주하기 시작하고 도시 전체가 갑자기 환호성 속에 둘러싸인다. 마치 축구 경기장의 함성과 박수 소리처럼.
달리는 전철에서 아휘는 워크맨을 끼고 풍경을 바라보다
바람을 등지고 돌아선다. 아휘의 표정은 언뜻 외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단호하게 미소를 띠고 있다. 아휘가 탄 전철이 어둠속의 시야를 향해 질주한다. 환호성이 울려퍼지는 속에 전철이 어느 이름 모를 역으로 속도를 멈추며
서서히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 곳은 어디일까. 그는 이제 다시 시작할 것이다.
왕가위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해피 투게더' 도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남의 삶을 망치는 얘기다. 정서적
고통과 번민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많다. 그러나 영화의
분위기는 매우 경쾌하고 결말도 가슴 떨릴 만큼 긍정적이다.
연인 사이인 라이유 파이 (양조위) 와 호포윙 (장국영)
은 홍콩에서 아르헨티나로 건너 온다. 그러나 둘 사이에
곧 문제가 생기게 된다. 남쪽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을 놓고 다투다가, 호가 갑자기 떠나버린
것이다. 무일푼인데다 고향으로 돌아갈 비행기 삯도 없는 라이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와 한 탱고바의 도어맨으로 취직한다. 그러던 어느날 밤, 별안간 호가 남창임에 틀림없는 모습으로 바에 나타남으로써 라이의 인생에 다시 끼어든다. 부유한 아르헨티나 연인의 팔짱을
끼고 나타난 호는 라이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 한지를 과시한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호는 머물 곳을 찾아
라이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손님의 롤렉스 시계를 훔치다 들켜 흠씬 두들겨 맞은 뒤였다. 여기서부터 이 영화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두사람의 관계에 대한 고통스런 고찰을 시작한다.
호는 뻔뻔스레 둘의 애정관계를 다시 시작하려고 하지만, 라이는 저항한다. 또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 그는
자신이 아직도 호를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를 완강하게 숨긴다. 그의 냉담함과 성적 소극성은 필연적으로 호로 하여금 다른 곳에서 쾌락을 찾아 나서도록 내몬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라이는 호의 성격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들의 관계는 끊임없는 싸움과 욕설로 추락하고 만다. 영화의 후반은 호가 일상적인 매춘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곁눈으로
지켜보면서, 라이가 감정적으로 영적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따라간다. 라이의 거듭남은 브라질 국경의 이구아즈
폭포를 찾았을 때 신비스러운 깨달음의 경험을 통해 절정을 이룬다. 그가 다시 태어나는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타이완 출신의 순수하고 매혹적인 청년, 장과의 갈수록
깊어지는 우정이다.
Lovers who are happy together are all the same.
Lovers whose relationship falls apart are all
different, unique in the ways they inflict emotional
tortures on themselves and each other.
Lai-Yiu Fai and Ho Po-Wing were in love when they
arrived in Argentina from Hong Kong. But
something went wrong while they were driving
south in search of adventures. One day, on the
road, Ho Po-Wing walked away from his lover.
Now Lai works as a doorman at a tango bar in
Buenos Aires. He is trying to save enough for his
ticket home.
When Ho re-enters his life, bruised and bleeding
from a beating, he gives him a bed but refuses to
get back into a sexual relationship.
Domesticity doesn't suit Ho, who is soon spending
nights out on the town. Lai quits his job and starts
working in the kitchen of a Chinese restaurant,
where he befriends Chang, a kid from Taiwan.
Without realizing it, Lai begins to fall in love with
Chang. Meanwhile Ho's life continues to fall to
pieces.
남미의 파리로 불려지는 화려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뒷골목 빈민가의 작은 바에도, 밤이 되자 손님들이 모여들고 흥겨운 탱고판이 벌어진다. 그곳의 바를 찾아 오는 중국인 관광객사람들을 상대로 호객을 하는 일을 하는 양조위와 바에 오는 손님들의 춤상대를 하는 장국영은 이곳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음지에서 생활하는 떠돌이 이방인이다. 빈민가 낡은 호텔의 침실에서 사랑을 나눌 수밖에 없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게이의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랑은 가 장 인간다운 그래서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보편적이고 순수한 사랑이다. 감독은 이러한 사랑의 감성을 인습이나 이데올로기로 거르지 않은 채 본연의 모습 그대로 보여주며 사랑이라는 것이 결국 시간과 공간, 성별과 같은 모든 종류의 선택된 편견들을 초월한 것임과 사랑을 느끼는 두사람의 감정은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진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양조위와 장국영의 탱고씬은 영화 내에서 홍콩에서 온 두 남자가 어떻게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가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방인인 두 남자의 우수짙은 사랑과 들큰하고 칙칙한 남미의 초여름, 웅장한 폭포와 황량하게 뻗은 고속도로는 애절한 선율속에 정열적인 몸놀 림의 탱고와 리드미컬하게 섞여 작품속에 녹아들어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에 등장하는 장국영과 양조위는 그들의 뿌리를 떠나 부유하는 이방인이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홍콩의 정반대 위치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나 사랑을 하고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결국은 서로를 떠나간다. 이 남미의 황량한 오지야말로 철새처럼 구름처럼 부유하는 행려자. 이방인들에게 있 어 시한부의 아늑하지만 불안정한 휴식처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언제 떠나고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이별도 만남도 모두 이 안에 있다. 그러나 사랑 때문에 생기는 아픔조차 감독은 시 한부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해피투게더를 영화의 제목이자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감독의 의도도 이들의 방황과 분리가 반드시 아픔이나 슬픔만이 아닌 행복한 내일을 의미할 수도 있다 는 것을 전하는 것은 아닐까.
해피투게더의 사랑은 성별과는 무관한 사랑이다. 시간에 관한, 사랑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관한 빗겨가고 놓쳐버린 감정들을 그려내고 싶었다. 왕가위는 항상 그의 영화에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인간관계 내에서의 의사 소통의 단면을 그려내 왔다. 그는 온갖 종류의 엇갈리고 비껴가는 감정의 층을 예리하게 들여다보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제시한다. 그러기에 퇴폐적이고 충동적인 동성의 사랑을 그렸을거라고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실망할 것이다. 물론 감독은 자기작품에 대한 해석을 관객 각자에게 맡긴다. 그러나 애초에 감독은 이 영화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낭만'과'당사자들 외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죽음의 과정'을 그리고 싶어했고, 당연히 이러한 사랑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만이 아니고 동성들 사이에서도 모두 일어날 수 있는 것임을 영화를 접한 관객들은 결국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모조모
왕가위에게 깐느의 감독상을 안겨준 작품.동성애를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국내에는 제때에 들어오지 못하다가 1년이 지나서야 수입되었다. 내러티브의 철저한 파괴와
열려있는 플롯, 파격적인 영상으로 요약되는 왕가위 스타일은 <해피 투게더>에서 절정에 올라있다. 크리스토퍼
도일의 촬영과 왕가위의 페르소나 양조위의 연기는 왕가위 영화와 불가분의 관계로 역할을 한다.
스토리
남미의 쌀쌀한 초여름, 지구상 홍콩의 반대편에 위치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에는 네온 간판의
화려한 빛이 새벽까지 흘러나온다. 그 환한 빛 아래 애절한 선율에 맞춘 탱고 무용수의 정열적인 몸놀림과 아르헨티나의 음지에서 하류층이 겪는 모든 생활을 섭렵하며 살아가는 두 이민자의 사랑이 있다. 한 사람은 기약 없이
훌쩍 떠났다가 바람처럼 나타나 그만을 기다리던 연인과
잠시 동안의 사랑을 나누고 떠나가고,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이런 연인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언젠가 그가 떠날까 하는 두려움에 하루하루 절망과 기대가 교차하는 감정의 격변을 지닌 채 살아가는 다른 한 사람이 있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할 수밖에 없는
연인을 붙잡을 수도, 떠나 보낼 수도 없는 그는 결국, 홀로 서고, 짧은 이별을 뒤로 한 채 내일로 향한 도로에 서는데...
40억의 제작비가 들어간 깐느 출품작
프랑스, 한국, 일본이 공동 출자한 이 영화가 4월, 후반작업을 끝내고 오는 5월 제 50회 깐느 영화제 경쟁부문
본선에 진출하기까지, 왕가위 감독 특유의 비밀스러운
연출방식과 끊임없는 시나리오 수정으로 호기심을 유발했던 『해피투게더』의 제작과정은 이 영화가 세계 언론의 발이 미치지 못하는 남미의 현장의 촬영과 동성연애
소재라는 점에서 세계 언론의 기대를 부채질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현장로케
이 이국의 분위기는 감독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자극해 그는 그의 영화 사상초유의 40만 자라는 엄청난 분량의 필름을 사용하였다.
왕가위는 항상 그의 영화에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인간관계 내에서의 의사 소통의 단면을 그려내 왔다. 그는 온갖 종류의 엇갈리고 비껴 가는 감정의 층을 예리하게 들여다보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제시한다. 그러기에 퇴폐적이고 충격적인 동성의 사랑을 그렸을 거라고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실망할 것이다. 물론 감독은 자기 작품에 대한 해석을 관객 각자에게 맡긴다. 그러나 애초에 감독은 이 영화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낭만'과 '당사자들 외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죽음의 과정'을 그리고 싶어했고, 당연히 이러한 사랑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만이 아니고 동성들 사이에서도 모두 일어날 수 있는 것임을 영화를 접한 관객들은 결국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영화평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행려자들의 추억을 담은 영화
세계 초유의 아트디렉터로서 전세계 영화인 및 그의 매니아들의 주목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는 그의 차기작인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제 50회 깐느 영화제에 『해피투게더』라는 제명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전통적인 장르영화의 속성인 기승전결의 완결된 형식을 파괴해 온 왕가위는 열려 있는 플롯과 실험적인 카메라 앵글로 늘 새로운 영화적 구성과 화면을 창조해 각광받아왔다. 그는 그의 여섯 번째 작품 『해피투게더』에서 세계 최첨단의 디지틀 카메라가 연출한 총천연의 화면을 사용, 흑백과 칼라를 넘나드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 다양한 기호를 파생시키고 있다. 탱고, 폭포, 키스, 결별, 언어, 흑백화면, 조명탑, 패스포트, 손지도 등 작품 내의 수많은 기호들의 상징에 대해 감독은 관객들의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남미의 파리로 불려지는 화려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뒷골목 빈민가의 작은 바에도, 밤이 되자 손님들이 모여들고 흥겨운 탱고판이 벌어진다. 그 곳의 샌드위치맨 일을 하는 양조위와 바에 오는 손님들의 춤상대를 하는 장국영은 이곳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음지에서 생활하는 떠돌이 이방인이다. 빈민가 낡은 호텔의 침실에서 사랑을 나눌 수밖에 없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게이의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다. 『해피투게더』의 사랑은 가장 인간스런 그래서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보편적이고 순수한 사랑이다. 감독은 이러한 사랑의 감성을 인습이나 이데올로기로 거르지 않은 채 본연의 모습 그대로 보여주며 사랑이라는 것이 결국 시간과 공간, 성별과 같은 모든 종류의 선택된 편견들을 초월한 것임과 사랑을 느끼는 두사람의 감정은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진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독은 양조위와 장국영의 탱고씬은 영화 내에서 홍콩에서 온 두 남자가 어떻게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가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방인인 두 남자의 우수짙은 사랑과 들큰하고 칙칙한 남미의 초여름, 웅장한 폭포와 황량하게 뻗은 고속도로는 애절한 선율속에 정열적인 몸놀림의 탱고와 리드미컬하게 섞여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등장하는 장국영과 양조위는 그들의 뿌리를 떠나 부유하는 이방인이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홍콩의 정반대 위치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나 사랑을 하고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결국은 서로를 떠나간다. 이 남미의 황량한 오지야말로 철새처럼 구름처럼 부유하는 행려자·이방인들에게 있어 시한부의 아늑하지만 불안정한 휴식처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언제 떠나고 언제 돌아올 지 모른다. 이별도 만남도 모두 이 안에 있다. 그러나 사랑 때문에 생기는 아픔조차 감독은 시한부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해피투게더』를 영화의 제목이자 배경으로 사용한 감독의 의도도 이들의 방황과 분리가 반드시 아픔이나 슬픔만이 아닌 행복한 내일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전하는 것은 아닐까
홍콩,한국,대만이 공동 출자한 이 영화가 4월, 후반작업을 끝내고 오는 5월 제5회 깐느 영화제 경쟁부문 본선에 진출하기까지, 왕가위 감독 특유의 비밀스러운 연출방식과 끊임없는 시나리오 수정으로 호기심을 유발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제작과정은 이 영화가 세계 언론의 발이 미치지 못하는 남미의 현장의 촬영과 동성연애 소재라는 점에서 세계 언론의 기대를 부채질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현장로케!!
이 이국의 분위기는 감독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자극해 그는 그의 영화 사상초유의 40만자라는 엄청난 분량의 필름을 사용하였다. "매일의 시나리오를 촬영현장 근처 커피숍에서 쓰곤했다.내게 새로운 구상이 나오지 않을때는 두가풍과 장숙평이 그들끼리 알아서 촬영을 진행하고 내게 보여주기도 했다. 내게 새로운 구상이 나오면 새벽까지 촬영을 하고 뒤늦게 잠을 청한 배우와 스탭들을 깨워 작업을 한 적도 있다. "<해피투게더> 의 사랑은 성별과는 무관한 사랑이다. 시간에 관한, 사랑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관한 빗겨가고 놓쳐버린 감정들을 그려내고 싶었다." 왕가위는 항상 그의 영화에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인간관계 내에서의 의사 소통의 단면을 그려내 왔다. 그는 온갖 종류의 엇갈리고 비껴가는 감정의 층을 예리하게 들여다보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제시한다. 그러기에 퇴폐적이고 충동적인 동성의 사랑을 그렸을거라고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실망할 것이다. 물론 감독은 자기작품에 대한 해석을 관객 각자에게 맡긴다. 그러나 애초에 감독은 이 영화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낭만'과 '당사자들 외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죽음의 과정'을 그리고 싶어했고, 당연히 이러한 사랑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만이 아니고 동성들 사이에서도 모두 일어날 수 있는 것임을 영화를 접한 관객들은 결국 이해하게 될 것이다.
왕가위와 해피 투게더
왕가위 감독이 <타락 천사>이후에 오랜만에 선보이는 작품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장국영과 양조위가 동성애자로 출연한다고 해서 제작 준비기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작품이다. 아르헨티나의 저명한 작가 미뉴엘 퍼기의 소설 '부에노스 아이레스 어페어'에서 제목을 따온 이 작품은 지난 가을부터 아르헨티나에서 올 로케이로 이루어졌으며 1월 중순경 대만에 마지막 촬영 일정을 마쳤다. 그리고 현재 왕가위 감독에게 직접 편집중이다.
편집이 마쳐지는 대로 일본으로 건녀가서 돌비 사운드를 입힐 예정이다. 왕가위 감독은 지금까지 한번도 자신의 영화에 돌비 사운드를 사용한적이 없는데 이번에 특별히 사용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1995년 <타락 천사>가 국내에서 상영될때 내한을 했다가 동숭동에 있는 극장에서 자신의 영화를 본 왕가위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사운드 문제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좋은 극장에서 입체적인 사운드로 영화를 즐 길수 있다면 관중들로서는 더 큰 기쁨을 누리게 될 거라는 생각을 했고 아시아에서 음향시스템이 가장 좋은 일본에서 이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모든 작업을 마치면서 이 작품은 시사회를 거쳐 칸느에 출품될 예정이고 6월이면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일까? 물론 왕가위는 다른 감독의 작품처럼 편집을 끝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스토리는 이렇다.
장국영과 양조위는 홍콩에서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생활하는 연인이다. 두 사람은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지만 양조위는 언제나 불안하다. 정착지가 없는 장국영은 마음내키는대로 양조위의 집에 머물다가 훌쩍 떠나 버리고 또다시 돌아곤 한다. 그런 과정에서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펄쳐진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또 다른 중국인들이 개입된다. 홍콩에서 혼자 아르헨티나에 가서 생활하고 있는 여인 관숙이는 우연히 양조위를 만나게 되고 이상 야릇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또 한사람인 장진은 대만에서 아르헨티나로 간 청년으로 역시 양조위와 짧은 사랑을 나누는 인물이다.
이상 인물들 사이에 얽히고 설키는 사랑이야기만으로 영화의 분위기는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 예상할수 있겠다. 황막하고 나른한 아르헨티나의 자연과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중국인들의 사랑이야기... 바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어페어'다. 왕조위, 양조위, 장국영 모두 동성애를 다루는 영화는 첫 작업이기 때문에 촬영은 긴장속에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장국영과 키스씬만 소화해내면 된다는 양조위 감독의 말만 믿고 아르헨티나로 간 양조위는 촬영 첫날부터 황당한 지경에 처했다.
첫 촬영부터 베드씬이었기 때문이다. 경험이 없는 양조위로서는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프로는 프로, 맡겨진 역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에 촬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재미 있는 것은 왕가위 감독이다.
왕가위 감독은 처음으로 연출하는 장면이라 긴장을 한 탓인지 카메라를 멀리 두고 배우들과 될 수 있으면 먼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다고 한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배우와 감독 사이의 거리가 점점 좁혀질 정도로.
왕가위 감독은 양조위와 장국영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양조위와 장국영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사람이다. 예를 들어 수영장씬을 활영할때 두 사람에게 옷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라고 하면 양조위는 물을 만져보고 나셔야 조심스럽게 옷을 벗고 천천히 들어가는 스타일이고 장국영은 말을 다 끝내기 전에 이미 옷을 다 벗고 수영하고 있는 스타일이다"
이렇게 각기 다른 스타일의 배우를 연인으로 만들어 버린 왕가위 감독은 아르헨티나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배경으로 택한 이유가 있다. 평소 아르헨티나를 좋아하는 왕가위 감독이 홍콩을 떠나 색다를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지구상에서 홍콩과 가장 먼 나라이다. 그런 이국적인 풍경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열혈남아>,<아비 정전>,<동사서독><중경삼림>,<타락 천사>... 지금까지 왕가위 감독이 만들어낸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음악적인 면이다. 영화의 흥행여부와는 관계없이 영화 음악이 모두 히트할 것이다. 음악에 남다른 조에가 있는 왕가위 감독은 한 작품에서 같은 리듬의 음악을 반복해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그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효과를 노린다.
전례를 보건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도 음악에 소홀히 할 수 없는 듯 싶다.
왕가위 감독은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던 아르헨티나의 탱고 음악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미 고인이 된 음악가 아스트로 삐아졸리는 음악이 쓰여질 예정인데 아스트로 삐아졸리는 아르헨타 국보급 음악가로 왕가위 감독이 유족들에게 판권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음악이 홍콩영화에 쓰이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유족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왕가위 감독은 허락을 얻어냈다.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아르헨티나의 음악이 사용되고 중국인 배우들이 화면을 메우는 영화...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것은 세계 어느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는 애절한 러브스토리이다. 내용이 내용이니 만큼 우리나라에서 개봉될때 과연 어느 정도의 노출과 베드씬이 허용 될지가 관건이지만 왕가위 감독은 전세계에서 모두 같은 영화를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건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국내 팬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 1996년 왕가위 감독의 야심작-춘광사설(春光乍洩) -
-왕가위 감독의 신작 <춘광사설>이 지난 7월29일 주연 배우 장국영(張國榮)과 양조위(梁朝僞)가 허리를 잡고 탱고를 추는 장면을 시작으로 크랭크 인했다. 심지어는 감독도 이 장면이 영화의 어느 부분을 차지할지는 모르지만 아뭏든 영화의 촬영은 이렇게 시작.
왕가위 감독의 스타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배우들은 다른 왕가위 감독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작품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이런 왕가위 스타일에 길들여진 장국영과 양조위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사 [택동(澤東)]과 기획자 나문(羅文)이 주식을 갖고 있는 영화사 [학자(學者)]를 비롯해서 일본, 우리 나라, 프랑스 등 4개국 5개회사에서 약 40억의 제작비를 공동으로 투여하게 된다.
<춘광사설>은 동성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독특한 영화. "장국영과 양조위의 아버지는 20년동안 사랑을 해오고 있는 사이다. 어느날 장국영은 두 사람 사이에 넘지 못할 벽이 있음을 느끼고,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양조위는 아버지를 위해 아르헨티나로 장국영을 찾아 나서고, 그곳에서 오히려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튼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는 장국영과 양조위 두 사람의 뜨거운 키스씬이 있을 예정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두 배우 모두 그 이상의 장면(?)은 없기를 바라고 있다.
장국영은 "왕가위 감독은 자신의 척도가 있다. 그는 한번도 자질구레한 영화를 만든적이 없다. 내가 아는 이 작품의 내용은 왕가위 감독에게 들은게 전부고 대본을 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나는 그를 믿는다." 이렇게 말하면서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있다.
영화는 장국영과 양조위가 이끌어 가지만, 이들 사이에는 양조위의 아버지와 양조위의 부인이 있게 된다. 아버지는 나레이션만 나오기 때문에 배우는 필요 없으며 부인으로 현재 물망에 오른 배우는 장만옥이다. 이 작품은 홍콩 촬영분을 마치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리레스에 가서 약 2개월간의 로케 일정을 갖는다.
왕가위와 장국영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의 맘보 댄싱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이번 왕가위 감독의 신작 <부에노스 아이레스>에가도 장국영의 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비정전>에서와는 다른 새로운 탱고를 보게 될 것이다. 그것도 장국영 혼자가 아닌, 양조위와 함께 몸을 밀착시켜 야하게 추는 그런 탱고를 말이다. 물론 이 장면은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처음 촬영하면서 연출된 것이라 영화의 어느 부분에 삽입될지 모른다.
심지어 이 영화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는 왕가위 감독의 스타일을 잘아는 마니아라면 쉽게 납득이 될 것이다. 탱고춤 장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왕가위 감독의 택동 영화사와 기획자 나문(羅文)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학자전영유한공사' 및 일본, 한국, 프랑스가 공동으로 자본을 출자하여 만드는 작품이다.
제작비는 우리돈으로 약 40억정도인데, 이는 전작인 <타락천사>보다 약 10억원 가량이 많은 액수이다. 홍콩에서 일부를 촬영한후, 아르헨티나에서 2달간 촬영할 계획이다.
아르헨티나 촬영을 위해서 현지 스태프를 고용한 왕가위 감독은 "그곳 사람들은 정해진 9시간 외에는 더이상 일하지 않는다. 또 1시간의 점심시간은 철저히 지키는 등 매사에 매우 규칙적이다. 또한 촬영장을 빌리는 비용등이 상당히 비싼것도 작업을 하는데 어려운 점"이라고 애로사항을 피력한다.
한편, 왕가위 감독과 함께 주촬영지를 아르헨티나로 결정한 나문은 "아르헨티나의 지역적 특색이 시나리오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장국영이 어렸을때부터 이미 양조위의 아버지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은 도덕적인 속박을 깰 수 없기 때문에, 암울한 사랑을 나눌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아버지에게는 엄연한 가정이 있고, 아들 양조위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두 인물이 사랑을 나눈지 20년후, 장국영은 아버지에게 감정상의 보답을 포함한 어떠한 보상도 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회의를 품고, 그의 곁을 떠나 자신을 찾을 수 없는 곳, '아르헨티나'로 떠날것을 결심한다.
그런데 어느날 한 사건이 양조위로 하여금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아르헨티나로 떠나게 하고, 그곳에서 장국영을 만나게 된다. 둘은 한동안 서로 같이 지내게 되고, 자신들도 모르는 채 금기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 스토리상 양조위와 장국영의 키스신이 있을 수도 있는데, 더욱 더 대담한(?) 연기는 단지 왕가위 감독만이 알 뿐이다. 한편, 양조위는 이에 대해 "더욱 대담한 연기는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반면에 장국영은 "왕가위 감독은 자신만의 척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어떤 것이 되든지 그는 일반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비록 내가 대강의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왕가위 감독의 구술에 의지할 뿐이며, 아직 시나리오는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연출하기 때문에 매우 안심하고 있고, 그를 믿는다"고 말해 왕가위 감독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주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장국영과 양조위 두사람을 주축으로 하고 있으며, 양조위 아버지에 대한 캐릭터는 아직까지 감독의 구술에 의존하고 있을뿐이다.(지금까지 극중에는 등장하고 있지 않다.) 양조위의 아내역도 아직 캐스팅 되지 않은 상태이다. 장국영은 장만옥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하는데, 그는 이 영화에서 여자의 역할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한편, 장국영은 이 영화의 주제를 다음과 같이 총괄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영화는 금지된 사랑의 도피에 대한 하나의 보고서이다. 남자가 남자의 사랑을 피해 달아나는… 장국영은 양조위 아버지의 사랑을, 양조위는 장국영의 사랑을 피해…"
영화평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옷 입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서 최신가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말발, 그리고 그렇게 행동하고 다닌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유행에 참 둔한 나는 왕가위
감독 작품을 처음으로 보았다. 그의 작품은 현재 홍콩영화의 유행이나 다름없다. 몇 해전부터 인 왕가위 열풍을
우리 모두는 알고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작품은 현재 교과서적인 위치까지 올라 선 것같다.
<열혈남아><아비정전><동사서독><중경삼림><타락천사>등 그의 영화에는 메세지가 있고 역동적인 화면과 화려한
색채가 그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 영화에 화면이 좀 흔들리고 광각렌즈(원근감이 강조)를 좀 심하게
사용되면 왕가위법 촬영의 아류라고까지 한다. 그만큼
그의 영화들은 우리에게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파급효과에서도 우리에게 다가오고 영화제에서도 그의 작품은 인정받고 있다(참고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제 50회 깐느영화제 경쟁부문 최우수감독상을 받았다)
그러면 이렇게 유명한 그의 작품을 왜 난 이때까지 안 보았는가? 나는 쭝국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해 그네들의 말이 웃기다. 그들의 어투는 너무나도 차원이 다른것 같다. 배우들이 화를 내어서 싸우는 장면은 나에게 3류 코메디 하는 것처럼 보인다. 꼭 "니가 잘못 했다해~. 너는 뭐 그리 잘 났냐해~" 하여튼 영화를 보며 언어와 그 상황이 서로 따로 노는 것 같아 싫다.
그런 면에서 언어를 이해하며 보는 영화에 대한 영화해석은 참으로 많은 이점을 가지는 것 같다. 우리가 한국영화를 그렇게 잘 비판할 수 있는 것도 그들도 알고 나도 아는 한국어로 말하기 때문에 좀더 그렇수 있다고도 본다.
여하튼 화면과 자막과 음악, 그리고 효과음(쭝국어 포함)을 가지고 영화를 보았다. 그의 영화가 고전적인 스토리 중심의 영화보다는 카메라와 미술등 보여지는 것으로 드러나 지기때문에 좀더 의미전달이 수월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콕 찝어서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뷰어가 주관적으로 느껴야 하기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다.
감기가 들것 같아 감기약을 사먹고 몽롱한 상태에서 극장의자를 침대삼아 기대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이 별
없었다. 일요일 7시 프로라면 연인들이 많이 앉아 있을
법한데 다른 영화를 보러 간 것 같았다. 하지만 여자들이
많았다. 친구끼리 온 사람 들도 있었고 혼자 온 사람들도
있었다. 왕가위 작품은 여자들한테 인기가 좋은가보다.
아니면 각종 매스컴에서 하도 왕가우 왕가위하니까 유행따라 온 것인지..
영화는 처음 그레이영상으로 시작을 했다. 역시 난해한
영화, 작품성의 영화가 시작되나보다 했다. 그리고 화면의 미장센, 구도, 카메라의 사용을 염두해 두며 감상을하려고 폼을 잡았다. 대체적인 화면은 콘트라스트가 높았다. 그리고 흑백영상들도 그레이뿐만아니라 다른 색채로 모노로 처리하기도 했다. 근데 거기서 감독의 의도가 있었다. 두 주인공 사이가 멀어지고 시큰둥해지고 차가운 냉각기운이 있을 때는 흑백영상으로 콘트라스트가 높게 찍었고 둘 사이에 사랑의 기운이
돌고 희망찬 모습은 칼라로 찍었다는 것이다. 또
그 단계의 조심스런 부분들은 다른 색(가령 황토색등)의 모노로 찍었다. 인물간의 감정 상태를 영상의 색채로 표현했다. 그리고 타락천사처럼 광각렌즈를
그다지 쓴 것이 보이지 않았다. 뮤직드라마 처럼 인물의
얼굴이 볼록렌즈처럼 튀어보이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눈여결 볼 두 씬이 있는데 양조위와 장국영이 바의 화장실에서 서로 마주치는 장면에서 잠깐 화면의 정지가 두번 있고 나중에 양조위와 장진의 그런 멈춤
이 잠깐 있다. 영화를 보며 '흡'하며 잠시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가령 우리가 우리가 점 찍어두었던 사람과 까페에서 잠시 마주친다면 그 스쳐가는 시점, 우리는
무언가를 느낄 것이다. 바로 그런 것들을 화면에 담으려고 한 것같다.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이과수폭포를 계속 어둡게 찍었다는 것인데 그 이과수폭포등은 항상 밝았단 말이야.. 왜지?
영화는 중국과 홍콩이 반환되기 직전에 찍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영화의 메세지는 중국과 홍콩이 '해피 투게더'하자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면 영화를 보며 난
누가 중국이고 누가 홍콩일까 하며 생각해보았는데, 그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메세지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지 않는(중경삼림) 홍콩으로의 귀향으로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인물들은 홍콩으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들 사니까.
왕가위 영화에는 음악도 유행시키기도 했다. 중경삼림의
경우가 그랬다. 영화에 자주 흐르는 메인테마(?)는 참
상황과 분위기 잘 맞는다고도 생각든다. 영화가 끝나면서 흐르는 해피투게더는 잘살아보세라고도 들린다.
이 영화가 동성애영화라하여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가 좀 짤린 것 같기도
하다. 그다지 애정 장면이많이 나오지는 않는다.하지만
양조위와 장국영이 키스해 댈뗀 '오! 쉿!오 쉿!'이 마음
속으로 외치는 것 보아 게이의 존재가 아직 거부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귀에 링을
달았는데 남자들이 귀걸이 달면 이제 난 게이라고 여길
것이다
영화를 보며 몇몇 팀들이 자리를 뜨기도 했다. 중간부터
보았던지 재미가 없던지 둘 중에 하나 일것이다. 옛날에
타락천사가 원주에 들어왔을 때 친구가 영화보러 가서 영화끝나보니 뒤에 영화보던 반이 나가있더라는 말이 기억나기도 한다. 유명한 것이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엔 영화가 지루한 구석이 없진 않지만 영화가 계속 머릿 속에서 생각하게끔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의미가
있겠다.
결과적으로 왕가위 감독의 작품을 제대로 처음본 난 '난
예술영화 쪽은 아니다.난 개봉영화쪽이야'라고 다시 생각햇다. 나는 별을 둘반 밖에 안 줬는데 프리미어 보니까
별이 네개다. 오.. 내가 프리미어 본 지 별 네개 짜리는
이번을 포함해서 세번이라고 기억이 되는데.. 사실 프리미어 때문에 이 영화 보기도 했다.
앞에서도 유행얘기했었는데 영화 작품을 보는데, 영화 외적인 것들, TV에서의 선전,비평가들의 평, 기자들의 영화소개등이 영화를 보는 우리들에게 참 영향을 끼친다. 그들의 눈이 나의 눈이 되기도 하고 그들과 반대로 생각하려는 반감도 있고 아직 영화를 보는 주관이 떨어져 나의 글들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야 하는 되새겨 볼 필요없는 글들임에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