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영혼을 두드리는 심오함
역사
타악기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타악기를 뜻하는 퍼커션(percussion)은 흔들거나 두드리는 충격으로 소리내는 악기 일체를 말한다. 동양에서 서양에 이르기까지, 고대 문명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 나타났던 ‘흔들거나 두드리는 충격으로 소리내는 악기’는 모두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부지기수이다.
어원적으로 퍼커션이라는 용어 자체에는 악기라는 뜻은 들어 있지 않은데, 그것은 타악기가 악기인 것과 악기 아닌 것 사이의 구별이 가장 모호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호른 보스텔과 쿠르트 작스의 분류에 의하면 타악기는 탄성을 가진 단일물질(나무나 금속)로 만들어진 체명악기(idiophone)와 팽팽하게 당겨진 가죽을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막명악기(membranophones)로 나뉘는데, 체명악기에는 트라이앵글, 공, 벨, 차임, 심벌, 실로폰, 첼레스타 등이 포함되며 막명악기에는 일체의 북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타악기를 분류할 때는 음높이 조절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으로 나눈다. 막명악기에 속하는 모든 북은 일단 음조절이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유일하게 팀파니만큼은 연주 전에 미리 조율할 수 있고 연주중에도 올리거나 내리는 음조절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같은 타악기라도 건반을 갖는 타악기는 모두 음조절이 가능하다. 실로폰, 첼레스타, 차임(혹은 차임벨), 비브라폰, 마림바, 글로겐슈필(또는 벨) 등이 이에 속한다. 북종류가 아니면서 건반이 없는 타악기는 대개 리듬을 치기 위해 사용하는데, 그 예로 캐스터네츠, 큰 북과 작은 북, 트라이앵글 등을 들 수 있으며, 공, 탐탐, 심벌 등도 특수한(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쓰인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타악기는 팀파니이다. 팀파니는 가마솥 모양의 반구에 송아지 가죽이나 그것을 대신하는 플라스틱을 덮어 6∼8개의 나사로 조임으로써 음조절을 하는 구조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연주할 때는 2∼3개를 세트로 사용하는데, 팀파니의 채는 길이 30cm 정도의 인도산 등나무로 만든 막대기 끝에 펠트, 펠란넬, 면사, 나무, 코르크, 스폰지 등의 여러 재료로 만든 동그란 머리가 달려 있다. 이 머리부분은 크고 작은 여러 사이즈가 있는데, 단단한 정도에 따라 팀파니의 음색, 음질, 음량이 달라진다. 따라서 팀파니 주자들은 연주곡목에 따라 이상적인 채를 선택하는 데 신중을 기한다.
팀파니의 배치는 저음악기가 왼쪽으로 가고 고음을 오른쪽에 둔다. 오케스트라가 포르티시모를 연주할 때 전체 음량의 90%가 팀파니의 소리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 음량을 갖고 있으며, 트레몰로로 음량을 커지게 하거나 작아지게 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건반 있는 타악기 중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악기가 실로폰이다. 실로폰은 두께를 달리해 조율된 단단한 나무 막대 음판들을 피아노 건반과 같은 방식으로 배열하고, 그 음판 아래에 금속 공명관을 부착한 것이다. 대개 장미나무로 만드는데, 아래에 있는 공명관은 소리의 음질을 높여주고 진동을 지속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은 두 개의 채로 연주하지만 여러 성부를 연주할 때는 양손에 두 개씩 들고 네 개의 채로 연주하기도 한다. 실로폰이라는 명칭은 그리스어의 ‘나무소리’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실로폰은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아주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는데, 15세기경에 아시아의 자바 지방으로부터 온음계의 실로폰이 유럽으로 전해졌다. 실로폰은 채를 건반 위에서 굴리지 않고는 음향을 길게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느리고 서정적인 음악에는 어울리지 않고, 빠른 음계, 분산화음, 글리산도 같은 음형의 반복 등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어떠한 음형도 쉽게 연주할 수 있는데, 합주에서 선율선을 밝게 해주며 또한 선율선의 중심음을 부각시켜주기도 한다. 실로폰과 같은 원리와 구조를 가지며 형태와 음색이 다른 것으로 마림바, 비브라폰, 글로겐슈필, 차임, 앤틱 심벌 등을 들 수 있다.
음을 자유로 조절할 수는 없지만 악기를 제작하면서 임의의 어떤 음에 높이를 맞출 수 있는 악기들은 많이 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자주 보는 목탁형의 악기들과 중국식 혹은 미국식 우드 블록, 봉고, 팀발레스 등은 어느 고정된 음높이를 유지하면서 연주중에 특별한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가 음정의 일치를 통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사용되는 타악기의 수는 과거로 갈수록 제한되고 현대로 올수록 다양해진다. 특히 각종 청각적 효과를 기대하는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기존의 타악기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한편, 자신의 음악적 이상을 표현할 수 있도록 스스로 악기를 만들기 때문에 타악기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한편 앞으로도 계속 개발될 것이다. 이름붙은 타악기만도 수백 개이다. 따라서 본 내용에서는 대표적인 팀파니·스네어 드럼·실로폰·심벌즈 등만 언급하기로 한다.
구입
팀파니
팀파니는 나라나 제작사별로 그 재원이 조금씩 다르지만 그것이 연주상의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팀파니의 고급과 저급은 튜닝 장치가 팀파니의 안에 있는지 혹은 바깥에 있는지, 팀파니의 통(bowl)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팀파니 바깥에 있는 하드웨어 장치들은 얼마나 견고한지 등과 관련해 살펴볼 수 있다. 튜닝 장치들이 팀파니 공명과 음정 등 악기 소리에 영향을 주므로 튜닝 장치가 팀파니 바깥에 있는 것을 권하고 싶다.
팀파니를 고를 때는 페달 시스템과 가죽의 종류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드럼 가죽은 고전음악에 쓰이기 적당한 소리가 나지만 날씨 변화(온도 변화)에 너무 예민해 연주 도중 정확한 음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반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은 날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훨씬 간편하고, 야외 연주라 할지라도 음정변화가 거의 없어 많이 애용된다. 팀파니 제조 회사로는 루드빅, 랭 드럼, 아메리칸 드럼, Gp 퍼커션(미국), 아담스(네덜란드), 프리미어(영국), 소노어(독일) 등이 있는데 연주 단체나 개인에 따라 그 특성을 고려해 구입하는 것이 좋다. 보통 팀파니의 1개당 가격은 300만 원이며, 4개를 (32, 29, 26, 23) 한 조로 구입한다.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가운데 드럼 2개(29, 26)만 구입한다.
스네어 드럼
모든 타악기의 기초가 되는 악기로 중요한 만큼 종류도 많다. 스네어드럼은 그 크기에 따라 스네어 드럼, 피콜로 드럼, 마칭 드럼 등으로 나닌다. 모든 스네어 드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네어의 테두리를 이루는 림(Rim)과 스네어와 드럼 가죽이 직접 맞닿는 스네어 히드(Snare head)이다. 이 부분이 정확히 스네어와 접촉하지 않으면 피아니시모에서 정확한 리듬이 연주되기 힘들다. 스네어 드럼의 경우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므로 그 용도에 따라 구입한다. 가격은 대략 30만원선에서부터 150만원 정도면 되는데, 만약 타악기 전공 학생이거나 혹은 클래식 오케스트라에서 쓰려면 좀 고급을 사고, 단순히 취미로 혹은 드럼 세트에 사용할 드럼은 낙원상가에 가면 저렴한 값에 구입할 수 있다.
실로폰·마림바·비브라폰·차임
과거와는 달리 타악기도 이제는 세계 각국에서 많은 종류가 수입된다. 전공할 학생이라면 실로폰이나 비브라폰보다는 마림바가 좋다. 마림바는 악기회사마다 음폭의 차이가 있으므로 자기가 필요한 음역을 정확히 판단해 구입하는 것이 좋다. 세계적으로 마림바는 그 음역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므로 큰 것을 사는 게 좋다.
실로폰은 나무로 만든 것이 소리가 좋다. 그러나 어설픈 나무 실로폰보다는 켈론(Kellon)이라는 특수 재질로 만든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가격은 실로폰이 180∼350만원, 마림바는 250∼1800만원, 비브라폰은 350∼600만원, 글로켄슈필은 150만원, 차임벨은 500∼800만원 정도이다. 이런 종류의 타악기들은 위에서 언급한 거의 모든 종류의 타악기 회사에서 생산된다. 마림바원(Marimba one) 혹은 말렛 테크(Mallet tech) 등은 주문 생산을 하고 있는 신예 마림바 제조 회사이다.
심벌즈
심벌즈는 중세 터키에서 유럽으로 소개되었으며, 지금은 심벌즈 없는 고전음악·재즈·대중음악·군악대 등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장르의 음악에서 사용된다.
제조회사마다 각기 조금씩 특색이 있다. 크게는 독일식·프랑스식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독일식은 어두운 소리를 내고 프랑스식은 밝고 화려한 소리를 낸다.
페어 심벌즈의 크기는 대략 16인치에서 20인치 정도로 용도에 맞게 구입한다. 유명 제조회사로는 질드진·새비안·페이스트 등이 있다. 특히 질드진 회사는 17세기 중반부터 심벌즈를 만들어온 연륜있는 회사이다. 가격은 크기(인치수)에 따라 다르며, 보통 20∼30만원(페어 심벌)선이다.
트라이앵글·탬버린·캐스터네츠
‘로만 카니발’ ‘윌리엄 텔’ ‘카르멘’ ‘세헤라자데’ 등의 이국적 특성을 지닌 관현악 작품을 들어보면 이들 악기의 음색에 따라 전체 음악의 음색과 분위기가 좌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의 성격에 따라 세심하게 구입해야 한다. 이 타악기들은 앞의 모든 회사에서 만들고 있지만, 특히 미국의 그로버, 독일의 스튜디오 49 등의 제품이 좋다.
악세서리 타악기(우드 블록·휘슬·앤틱 심벌·카우벨·휩…)
르로이 앤더슨의 소품 ‘썰매타기’ ‘춤추는 고양이’ ‘고장난 시계’ 등을 들어보면 효과음을 위해 여러 타악기들이 등장한다. 고지식한 사람에게는 악기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타악기이다. 그러나 이런 타악기로 말미암아 우리는 생생한 일상의 소리를 음악에서 새롭게 접할 수 있다.
일반 악기점에서 구입하거나 연주자가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휘슬종류의 악기들은 특정 소리를 묘사하는 악기로 새 소리, 기차 소리, 뱃고동 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 사이렌 소리, 타자기 소리를 들려준다. 이 악기들의 가격은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다. 물론 직접 만들면 재료비만 들고, 소리나는 것을 직접 들고 오면 운송비만 든다.
스틱·말렛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타악기 본체 못지않게 방망이·스틱·채 등도 중요하다. 팀파니나 건반형태를 지닌 타악기들은 채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낸다.
스틱의 선택과 구입은 신중을 기해야 하며, 자주 쓰이는 채는 여벌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스틱 제조 회사는 타악기 제조 회사보다 훨씬 많다. 유명한 스틱 제조 회사로는 미국의 빅 퍼스, 마이크 발터, 앙코르, 칼라토 등이 있으며 소규모로 주문 생산하는 곳도 많다.
스네어 드럼 스틱은 1만원 미만, 팀파니나 마림바 말렛은 3∼4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팀파니의 고급 스틱이나 마림바의 4 말렛의 경우 비싼 것은 10만원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