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서애옥 회장님께
장빈(제주지회)
사랑하는, 보고싶은, 존경하옵는… 그중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지금 우리에겐 “그리움” 이기에
‘그리운 회장님께’라는 글로 어설피 편지 서문을 열어봅니다.
그리운 서 회장님!
그간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죠.
사는 게 뭔지 이 핑계 저 핑계 대다 보니 따뜻한 인사도 전화도 그간 못 드렸네요.
늘 마음만 가득했음을 실토하며 아이들과 점심을 먹다 말고 깜쪽같은 택배 소식에 뭐지? 올 데가 없는데? 하고 열어보니 서 회장님의 사랑 가득한 소식이었습니다.
하얀 네모 박스를 열어보니 그리움의 손편지와 함께 여름 보양으로 보낸 회장님께서 손수 다듬은 사슴 녹용이었어요. 친절하고 꼼꼼하게도 녹용 닳이는 법까지 상세히 여섯 문항을 적어 놓으셨네요.
편지를 읽는 순간 변산반도 끝자락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지고 기름진 김제 평야가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아울러 십여 년 전 아이들과 회장님 댁에 들러 사슴 피를 보고 마시며 건강을 서로 다짐했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새끼 사슴과 사진도 찍고 아드님 승호와도 재미난 소통을 했었는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네요.
회장님께서도 연세가 드셨다구요? 우리 혹시 만나게 되거든 실망하지 말라구요?
회장님!
겉은 겉일 뿐입니다. 조금의 주름살과 조금의 더 그을림, 조금의 피부 거침은 인생의 특별한 훈장이지요. 특히 그 넓은 평야에 농사를 지으시고 사슴과 닭, 개 등 동물들을 키우며 세상 그 무엇보다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 그들과의 소통을 하며 지내오신 회장님이야말로 주름 없고 그을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반칙이고 부정인 것이지요.
만나게 되거든 그 세월에, 그 모습에 더 익고 여물어간 “명품 자화상”으로 여기며 제가 더 큰 박수 쳐 드릴 것입니다. 머잖아 우리 한번 만나요, 회장님.
사는 게 별거 없잖아요. 요즘같이 세상이 흉흉할 때는 언제 살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등바등하며 살 필요하가 없겠단 생각이 드네요.
여름 더위 떠나고 나거든 가을 추수 준비로 바쁘실 테지만 잠시 잠깐 비행기 타고 나들이 오십시오.
이곳 갤러리빈 & 카페에서 Coffee도 마시고 정원에서 사진도 찍고 추억도 나누고…. 소박하고 순수한 우리 삶의 열정을 하루 이틀 얘기로 모자라겠지만, 벌써부터 그 만남을 생각하니 가슴 두근거리고 행복하답니다.
그리운 서 회장님!
회장님 말씀처럼 편지가족이 맺어준 인연이기에 오늘이 있고 그리움이 배가되는 거 같습니다. 제가 제주지회 초대회장을 맡았을 적이 삼십대 후반, 지금 제 나이 쉰둘입니다.
그동안 지회에 큰 기여를 한 것도 없는데 현 회장님과 모든 회원들의 마음씀은 바로 편지가 주는 진정성과 소박함과 진실한 소통이라 여겨집니다.
이 자리를 빌려 사단법인 한국편지가족과 제주지회, 전북지회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인생 삶의 철학을 삼열로 생각하며 삽니다. 삼열은 즉 열정과 열 권, 열 사람입니다.
인생의 연륜과 함께 세 가지를 겸비하신 분! 바로 서애옥 회장님!
회장님과 삼열은 많이도 닮았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1년에 두세 번은 아이들에게 편지쓰기를 강조하며 주고받는 것입니다. 생일날과 결혼기념일, 어버이날 등. 지금까지 모아둔 것만으로도 책 3~4권은 충분히 시리즈로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편지는 감성 키우기의 장인이라 생각합니다.
IU(아이유)가 작사를 하고 작곡을 하여 세상에 사랑받는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바로 일기장! 그 안에 손수 적었던 편지글인데 〈밤편지〉와 〈LOVE POEM(러브포엠)〉 같은 노래도 그래서 더 큰 명곡으로 와닿는 이유입니다.
회장님!
우리 이따금 한 줄의 엽서도 좋고, 한 편의 시도 좋고, 계절의 바뀜을 알리는 수아사슴농장
앞마당의 나뭇잎 하나도 좋고 그것을 보내며 우리 곱게 이쁘게 익어갑시다.
이곳 갤러리 카페 정원에 물든 들꽃과 나뭇잎도 실어 보내겠습니다. 유튜브TV 〈당신이 히어로〉에도 초대하지요.
끝으로 여름 더위 잘 이겨내시고, 세상이 떠들썩한 코로나도 잘 피하시고, 농사는 풍년이기를 소망합니다.
요즘 하우스감귤이 아주 맛있어서 보내오니 냉장고 보관하시어 시원하게 드십시오.
건강을 기원드립니다. 그립습니다. 회장님! 그리운 서애옥 회장님!
2020. 8. 6. 목
제주시 한림읍 귀덕로 68-3 갤러리빈 & 카페
히어로 장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