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수요일
오늘은 김효은의 『나는 지하철입니다』를 읽고 '지하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지하철은 버스와 함께 서민들이 아주 잘 이용하는 대중교통의 하나입니다. 저도 요즘은 버스보다 지하철을 더 선호합니다.
저는 구시대답게 지하철을 전철이라고 말합니다. 아주 어릴 때 탔던 전차 탓도 클 것입니다. 그때의 전차는 지하철의 한 칸 정도의 길이였지요. 우리 가족은 가끔씩 전차를 타고 부산 온천장에 있는 목욕탕엘 갔습니다. 그땐 목욕탕에 가족탕이란 게 있었습니다. 그 목욕탕은 온천수로 유명한 곳이어서 다른 동네 사람들도 많이많이 찾던 곳으로 꽤 유명한 곳이었어요. 저는 목욕탕 가는 것보다 전차를 타는 게 더 좋았어요. 버스 길 사이에 전차 레일이 깔려 있었어요. 전차 안에선 지나가는 시가지가 창을 통해 잘 보였어요. 풍경 구경. 아무것도 아닌데도 저는 속도에 실려 풍경들이 아주 빠르게 지나가는 게 참 좋았어요. 전차가 없어지고 지하철이 생겼을 땐 전차와 달리 기차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 지하철을 탈 때마다 젊은 시절 좋아했던 에즈라 파운드의 「지하철 역에서」 란 시가 떠올랐습니다. "군중들 속에서 환영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축축한, 검은 가지에 매달린 꽃잎들"
무척 슬픈 시이지만 아마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서민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 은밀히 말하면 민초들에 속하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만든 교통편이라는 편견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새벽 출근 길의 사람들, 밤늦게 퇴근하는 지친 사람들이 애용하는 슬픈 기차. 기차로 말하면 삼등열차인 무궁화 같은.
지금은 그때와 달리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져 지하철을 그때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버스와 함께 일반인들의 평범한 대중교통일 뿐이니까요. 그래도 전철! 하면 왠지 슬픈 기차처럼 느껴져요. 가끔씩은 아주 가끔씩은 지하철 유리창을 통해 에즈라 파운드의 시구절이 떠오르는 걸 보면.
그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김효은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걸 그림으로 그려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3년여 시간을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지친 사람들의 표정 뒤에 숨은 소중한 삶을 들여다보며 엄청난 양의 드로잉을 그렸다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직업도 취재하고, 그 과정을 좀더 입체적으로 표현해내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 덕분으로 김효은 작가는 이 첫 창작 책으로 2021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2021 세계일러스트어워드 어린이책부문 수상/2020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2017 한국출판인회의 우수편집도서상/2017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뽑은 어린이청소년책/2016 교보문고 선정 어린이책전문편집자 추천도서 1위를 수상했습니다. 참 대단하죠?
그 책을 통해 "덜컹덜컹 덜컹덜컹, 삶이 굴러가는 지하철 안의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그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상상력 놀이가 될 듯해요. 반대로 그들이 나를 관찰하는 것도. ^^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과 배려라는 게 생겨나지 않을까요? 때로는 서로에 대한 연민이 사랑으로 가는 길이 되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