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장,
현숙은 이제 시어머니의 일을 남편에게 모두 맡기고 별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이제 큰 딸인 수지도 대학생이 되었다.
두 아이의 대학 등록금과 수아의 학비 등 만만치가 않았다.
더구나 수지는 연예인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연기 학원을 꾸준하게 다니고 있었다.
다행한 것은 시어머님의 뒷수발을 남편이 맡고 있기에 따로 간병인을 두지 않아도 되는 것이 그나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된다.
현숙은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하루도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 있지를 못하고 발로 뛰어 다닌다.
기존의 고객들만 가지고는 모든 것들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건축물이 올라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뛰어가서 담당자를 만나고 건축주를 만나면서 단 한 개라도 오다를 받아야만 그곳을 물러 나오는 것이다.
그날도 현숙은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건축 중에 있는 건축주와 만나고 있었다.
“허허허..........
아무튼 고사장님의 열의가 대단하십니다.“
“김 사장님!
말씀으로만 그러시지 마시고 결정을 해 주시죠?“
간단한 아침을 먹으면서 현숙은 매달리다 시피 한다.
“내가졌소이다.
입주 서비스 품목이라야 뻔한 것이 아닌가요?“
“많은 것을 해 달라는 말씀은 하지 않겠습니다.
요즘 서비스 품목으로 들어가는 김치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그리고 공기 청정기가 기본이지요?“”그렇지요.“
“일단 그것만이라도 제게 결정을 해 주시지요?”
“허허허...........
그럼, 그렇게 합시다.“
현숙은 뛸 뜻이 기쁘다.
이제부터는 입주자의 주소를 알아서 찾아가는 것이다.
입주를 하기 전에 대부분의 입주자들은 모든 가전제품들을 살림 도구들을 새롭게 마련을 한다.
새로 지은 새 집에서 새로운 가구들로 새롭게 삶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이다.
현숙은 그런 입주자들의 심리는 파악하고 그들을 직접 찾아가 선물을 주고 설득을 한다.
이번 빌라는 삼 십 여 세대였다.
한 매장에서 그 정도의 물량도 적은 것은 아니다.
현숙은 하루 종일 점심도 먹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그 시각 박상천은 어머니를 운동을 시키고 있었다.
벌써 삼년이라는 세월동안 꾸준하게 운동을 해서 그런지 황 여인은 누가 조금만 부축을 하면 걸을 수가 있을 정도로 많은 호전을 보이고 있었다.
“어머니!
조금만 더 운동을 꾸준히 하시면 어머니 혼자서도 걸으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모두 애비 때문이다.
네가 그렇게 해주지 않았더라면 어디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니?“
“얼른 건강해 지셔서 건강하시게 오래 오래 살아가셔야죠!”
박상천을 잠시 어지러움을 느낀다.
“아!”
잠시 바닥에 앉는 아들을 보고 황 여인은 기겁을 한다.
“왜 그러니?
어디 아픈 것이냐?“
“아닙니다.
그저 잠시 어지럼이 있어서.........“
“애비야!
나를 돌보느라고 힘이 많이 들어서 그런 모양이다.
이제 그만 들어가서 쉬는 것이 어떠냐?“
“아닙니다.
그래도 어머니 운동은 마저 하셔야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박상천은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어머니의 운동을 마저 마치고 나서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박상천의 온 몸에선 땀이 비오 듯 흐른다.
“어머니!
이제 목욕을 하셔야지요!“
박상천은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어머니의 목욕을 거들어 드린다.
몸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황 여인은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아직도 목욕은 아들이 해 주어야만 했다.
어머니의 목욕을 시켜드리면서도 박상천은 땀을 비오듯이 흘리고 있었다.
자꾸만 자신의 몸이 밑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오면서 잠깐씩 정신이 아득해져 옴을 느낀다.
간신히 어머니의 목욕을 다 시키고 난 뒤에 옷을 새로 갈아입혀드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눕는다.
그리고 박상천은 이내 정신을 잃는다.
그러나 아무도 박상천이 정신을 잃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더구나 황 여인은 곤하게 잠이 들었을 아들을 깨우지 않으려고 꼼짝을 하지 않는다.
“할머니!
저녁 진지를 올려야 하는데 아저씨가 일어나시지 않으시네요.“
집안일을 도와주는 파출부 아주머니가 걱정을 한다.
“그냥 나 둬요!
그리고 아줌마는 그냥 가요.
우리 아들이 일어나면 이따가 챙겨 달래서 먹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 봐요!“
“네!
그럼 식탁에 준비를 해 놓고 가겠습니다.“
황 여인은 아들이 좀더 잠을 자도록 깨우지 않는다.
아직 가족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다.
수영도 이제 아르바이트로 밤이 늦어서야 귀가를 한다.
어머니 혼자만의 힘만을 믿고 학비를 가져다 쓰기에는 이제 면목이 없다.
수영은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힘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또한 수지는 매일처럼 녹화 현장을 다니면서 연기 연습에 몰두를 하고 수아는 대학 입시 공부로 인해서 밤늦도록 학원에서 공부를 한다.
그러한 것을 황 여인은 모두 알고 있기에 아직 가족들이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피곤해도 아들이 너무 오랜 잠을 잔다 싶어서 자신의 몸을 겨우 일으켜서 방문을 나선다.
그때 생각지도 않게 수영이가 귀가를 한다.
“오!
수영이가 오는구나!“
“할머니!
아버지는 어디 계시고 할머니 혼자서 나오세요?“
“글쎄!
네 아버지가 아까부터 잠을 자고 있는데 이제 그만 깨워야겠다.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더니 배가 고프구나!“
“제가 할 테니까 들어가 계세요.”
“그래!
어서 네 아버지를 깨우렴!“
“네!”
수영이는 가방을 거실에 그대로 놔두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아버지는 침대에 누워계셨다.
“아버지!”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깊이 잠이 드셨나?”
수영이는 침대 가까이 다가가서 아버지를 깨우려하다가 그만 놀란다.
아버지의 표정이 이상한 것이다.
“아버지!.........”
수영이는 놀라서 방을 나온다.
“할머니!
아버지가..........“
“무슨 일이냐?
네 아범이 어떻다고?“
“가 보세요!
아버지가 이상해요!“
“뭐야?
이상하다니?“
황 여인은 몸을 꼼짝을 할 수가 없다.
수영이가 안다시피 해서 안방으로 모셔간다.
“아범아!
이게 웬일이냐?
아범아!
어서 눈을 떠라! 어서!........“
그러나 이미 박상천은 숨이 멈춰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
수영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에 당황한다.
“어서 병원차를 불러! 어서!”
그제야 수영은 어머니께 전화를 하고 병원 응급실의 응급차를 요청한다.
현숙은 수영이의 전화를 받고 당황해서 집으로 달려오지만 이미 박상천은 병원으로 후송이 된 뒤였다.
“도대체 무슨 이런 일이 있다는 말입니까?
멀쩡하던 사람이 죽다니요?“
현숙은 믿기지가 않았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도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늘도 수고를 하라면서 자신을 다독여주던 남편이다.
사인은 과로와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 마비였다.
“여보!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시다니요?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현숙의 통곡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황 여인은 아들의 죽음을 받아 드릴수가 없다.
병원의 영안실에도 따라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아들만 찾는다.
“내 아들!
누가 내 아들을 데려다 주시요.
우리 상천이를 데려다 달라는 말야!
상천아!
어 흐 흐흐흑.............“
그러나 아무도 아들이 어디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고 아들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고에 아이들도 당황하고 슬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제 아버지마저 자신들의 곁을 떠나고 말았으니 어머니가 자신들을 데리고 살아갈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이들은 차라리 통곡을 할 수조차 없다.
어떻게 어머니를 자신들의 곁에 잡을 수가 있을 것인가?
삼남매는 차라리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오빠!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
수지는 앞날이 걱정이 된다.
수영은 동생들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
고창길과 임 여인은 뜻밖의 소식에 놀라서 아무런 말도 할 수조차 없다.
딸 앞에 놓여진 삶이 어찌 이리도 풍파가 거세단 말인가?
“어유~~
이 노릇을 어쩌면 좋다는 말이더냐?
제 배 아파 낳은 자식도 하나도 없이 이제 남의 자식들을 떠맡아야 하는 팔자가 어쩐 일이더냐?“
임 여인은 죽은 사람이 불쌍하기보다는 자식의 앞날이 가슴이 찢어진다.
고창길은 깊은 한숨만 내 쉬고 있었다.
이제는 누구보다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는 자식이다.
중풍을 맞은 시어머니를 놔두고 남편을 잃었으니 그 자식들과 시어머니를 어떻게 감당을 할 수가 있을 것인가?
고창길은 자신의 가슴을 쥐어뜯는다.
이렇게 모진인생인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제 자식이나 키우도록 놔 둘 것을 그랬다는 후회와 회한이 밀려온다.
그러나 고창길은 자신의 딸을 이대로 놔 둘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간신히 장례가 끝나고 산에서 내려오는 딸자식을 고창길 부부는 부축을 한다.
“이제부터 마음 단단히 먹거라!”
“..................”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병든 시어머니와 그 아이들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
“아버지!
지금은 아무런 말씀도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네 앞길은 생각을 해야 한다.”
“항상 제 앞길을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더 이상 아무런 말씀도 하시지 마세요.“
현숙은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시려는 것인지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이제 겨우 남편을 보내고 돌아서면서 아버지로부터 그 어떤 말도 듣고 싶지가 않다.
아래에서는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
안녕히 돌아가십시요.
저는 내 아이들하고 함께 먼저 출발을 합니다.“
“일간 한번 집으로 와서 얘기라도 하자!”
그러나 현숙은 아버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차에 오른다.아이들도 모두 지쳤는지 늘어져 있다.
“힘들었지?
아버지가 안 계시다고 모두 풀이 죽어서는 안 된다.“
“어머니!
저희들이야 항상 어머니만 믿고 살아 왔으니 어머니만 곁에 계시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이 엄마도 너희들만 더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 준다면 더 이상 아무런 욕심도 없다.“
“네!”
그들이 집에 도착할 때는 이미 저녁이 다 된 시간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황 여인은 거실에 나와 앉아 있었다.
황 여인은 그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자 몸을 움직여 그들에게로 다가온다.
그리곤 현숙의 앞에 시퍼런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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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
즐 독 합니다
감사합니다.
급성 삼장마비로 죽음을?
잘봅니다
언제나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즐감요~~~ ! 감사합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