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캠 시작하기 전, 옥션에서 샀던 테이블, 의자 세트 말고는 특별히 시행착오 겪은 바도 없지만 애초의 기대와 다른 몇가지 아이템이 눈에 띕니다.
1. 삼각대
캠핑 초기, 정확한 용도를 모른 채 3종 세트(화로대, 삼각대, 파일드라이버)라는 이야기에 혹해서 구입했습니다. 이후 한동안 고기 굽는 그릴 철망 받침대로 사용했습니다. 정말 그 용도인 줄 알았습니다. 삼각대 벌어지지 말라고 붙여놓은 가로바에 철망을 얹고 고기를 구워먹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삼각대에 매달려있는 쇠사슬 고리의 정확한 사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더치오븐을 거는 용도더군요. 그러나 전 더치오븐이 없습니다. 결국 삼각대는 솔라 샤워백 걸이를 거쳐 현재 화목난로 연통 지지대로 사용 중입니다.
삼각대 사용의 변천사 : 그릴망 받침대 → 솔라 샤워백 걸개 → 화목난로 연통 지지대
2. 콜맨 실내용 선풍기(Cool Zephyr™ Ceiling Fan with Light)
선풍기인줄 알고 샀습니다. 알고보니 환기용 팬이었습니다. 팬 바로 아래에 누워야 아주 미세하게 바람을 느끼는 정도입니다. 겨울철 실내 공기 순환을 위한 아이템이나 이 용도라면 소형 건전지 사용하는 작은 팬이 있습니다. 이 제품은 상대적으로 큰데다 비싼 D사이즈 건전지를 무려 4개나 필요로 합니다. 수납 공간과 유지 비용이 장난 아닙니다.
3. 야전침대 사이드 포켓
뭐 한 3박 4일 이상 머무를 것이 아니라면 불필요한 아이템입니다. 사놓고 한두 번 쓰다가 퇴역했습니다. 그림상으로는 멋져보이지만 실용성은 제로입니다.
4. 스노우피크 화무기
캠핑 초기 다들 목에 걸고 다니는 것이 멋있어 보여서 2개 구입했습니다. 한동안 잘 썼으나 이후 사용 빈도가 줄어들더니 결국은 1개가 행방 불명되었습니다. 나무 젓가락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미끄러워서 젓가락질이 불편한데다 둥근 형태라 테이블 위를 굴러다닙니다. 구입한 것을 제일 후회하는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5. 침낭 압축백
침낭의 부피를 확실히 줄여주긴 합니다. 애쉬캐년 기준으로 한 2/3 크기로 줄여줍니다. 하지만 루프백 사용 이후부터는 압축백이 별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압축하는 작업이 힘들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요즘은 탕파 수납백으로 사용중입니다.
6. 콜맨 랜턴 스탠드
원래의 목적은 겨울철 언 땅에서 사용하고자 한 것인데 별로 사용을 못했습니다. 한 겨울이라도 파일 드라이버가 박히지 않은 경우가 몇 번 안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화목난로 구입 후 실내 생활이 많아져서 더더욱 사용 빈도가 줄었습니다. 반면, 거실 텐트 내에 사용하기에는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합니다. 밖에서는 발에 걸리기 십상입니다.
7. 쿨러 스탠드
매우 튼튼(100kg 견딤)하고 안정적이기는 하나 설치 및 철수가 번거롭고 수납 부피도 생각보다 꽤 큽니다. 안정적이라는 장점을 빼면 그동안 사용하던 BBQ 의자가 간편하고 좋습니다. 결국 BBQ 의자의 편리함에 밀려 3박 이상의 여름 캠핑 때도 퇴출되었습니다.
8. 콜맨 스테인레스 코펠 셋(Coleman Outfitter Cook Kit)
역시 캠핑 초기에, 스테인레스 식기가 안전하고 세척이 용이하다 소리를 듣고 구입했습니다. 코펠 뚜껑을 후라이팬으로 사용하려다 심한 변색과 더불어 바닥이 우글쭈글해졌습니다. 그래도 잘 사용하다가 손잡이 리벳이 떨어졌고 이후 재활용 신세가 되었습니다. 코펠은 더 이상 구입하지 않았고 수납하기 좋은 가정용 냄비와 스노픽 점보팬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캠핑에 굳이 등산용 코펠을 사용할 이유는 없습니다.
9. 랜턴 걸이 (Cabela's Lantern Tree 5'5)
벼룩시장에 새 제품이 까벨라스 사이트보다 더 저렴하게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충동 구매한 아이템입니다. 잘 쓰러지기 때문에 고가의 랜턴을 걸어놨다가는 그 안전을 보장 못하겠기에 솔라 샤워백 걸이로 몇번 사용했으나 강한 돌풍에 넘어가버렸습니다. 휘발유 랜턴을 걸어놨으면 파손도 파손이지만 더 위험한 일도 벌어졌겠지요. 카벨라스 제품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제품은 2만 원 주고 새 제품을 사서 1번 사용해보고 단돈 5천 원에 팔았습니다. 랜턴 걸지말라는 신신당부와 함께 말이지요.
10. 2006년도 코스트코 스크린 텐트(퀘스트 제품)
장터에서 보기힘든 레어 아이템 중 하나죠. 아직도 미사용중입니다. 원래 계획은 여름철 사각타프 아래에서 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모기와 더불어 바람도 막아주기에 사용할 생각을 접었습니다. 모기야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더위는 참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모기가 별로 없는 곳을 다닌 탓도 있겠지요. 몽산포 해수욕장 같은 곳에서는 필수일 듯 합니다. 아직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사용하겠지 하는 생각에 창고에서 대기 중입니다. 아마 이 상태로 계속 가지싶습니다. 삭아서 버릴 때까지...
이상이 2007년 당시에 구입을 후회하던 장비 목록입니다. 현재 변동된 사항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아래 A, B는 과거에 구입을 후회했다가 최근에는 잘 사용 중인 장비 리스트입니다.
A. 삼각대
더치오븐 용도는 아니지만 화목난로 연통 지지대로 잘 사용중입니다. 겨울에는 땅이 얼기 때문에 펙 박기도 힘들고 하여 연통 고정용 스트링을 설치하거나 파일드라이버를 박기보다 삼각대를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이제는 없어서는 곤란한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원래 용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죠.
B. 콜맨 실내용 선풍기(Cool Zephyr™ Ceiling Fan with Light)
결국 개조를 통해 배터리 및 220v용으로 전환한 후에야 제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내 공기 순환의 정도는 없는 것보다는 낫다 수준입니다. 차라리 12v 차량용 선풍기가 더 효율적일 듯 합니다. 그래도 간편하기 때문에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야전침대를 사용중이기 때문에 이 정도 성능으로도 충분한지도 모릅니다.
이하는 새롭게 추가된 불용 장비 리스트입니다.
C. 카벨라스 코트트리
오캠몰 할인 행사 때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입했습니다. 야전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점퍼들을 걸 생각이었습니다. 결국 몇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수납 부피가 크고 실용성 또한 없기 때문입니다. 좁은 리빙쉘 실내에 이걸 세우면 답답함이 더하겠지요. 다음에 솔로 캠핑 때나 한 번 써볼까 합니다.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아까와서라도...
D. 코베아 리틀썬 히터
캠핑 초기에 구입해서 몇 번 쓰다가 퇴출된 제품입니다. 열효율이 낮고 (1인 무릎 히터용) 결정적으로 막대형 부탄가스 교환 주기가 너무 짧습니다. 2시간을 채 못 버티니 귀찮습니다. 결국 1파운드 프로판 가스를 사용하는 프로캣에 밀려서 창고 신세가 되었습니다.
E. 콜맨 샤워기 + 자작 싱크대 시스템
초기에는 남들 부러움 사며 잘 썼습니다만, 참 손이 많이 가는 장비입니다. 이것저것 세팅하랴 오물 버리고 새물 떠오랴. 정말 부지런하지 않으면 쓸 수 없습니다. 게다가 D사이즈 건전지를 사용하므로 유지비 또한 많이 듭니다. 이후 12V 배터리용 샤워기를 구하긴 했지만, 싱크대 자체에 대한 불필요성 때문에 모두 퇴출되었습니다.
F. 파일드라이버
이건 퇴출이라기보다는 퇴역입니다. 왜냐하면 파일드라이버 2개 있던 녀석이 모두 고장이 났기 때문입니다. 나사산이 뭉개졌는데 언제 수리를 해야지 하면서 2년 가까이 지난 듯 합니다. 이 말은 결국 없어도 캠핑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타프 설치시 랜턴 걸이는 돼지꼬리 2개로 충분하고 리빙쉘 실내에서는 대부분 배터리등이나 전기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타프 아래에서도 최근에는 휘발유나 프로판 랜턴보다는 전기등을 주로 사용하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도 고쳐서 써야죠. 절대 퇴출 아이템은 아닙니다.
G. 탕파
요 녀석도 퇴출이라기보다는 사용 빈도가 떨어진 장비라고 하는 편이 맞습니다. 과거에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캠핑장이 많아서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는데, 최근에 다녀본 캠핑장은 거의 모두가 전기 공급이 원활하기에 전기요에 밀렸습니다. 요즘은 집에서 배탈 났을 때 찜질용으로 가끔 사용합니다.
H. 37cm 웨버 바베큐 그릴
귀차니즘 때문에 바베큐를 즐겨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참 바베큐를 하지 않으면 캠핑을 다녀온 것 같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이제는 동네 식당에서 반조리된 식재료를 사가거나 회를 한 접시 떠가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조리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그 시간을 휴식에 돌리는 편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I. 리빙쉘 이너텐트 + 풀플라이
한 때는 구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던 아이템인데 이제는 1년에 한두 번 꺼낼까말까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었습니다. 난로 + 침대 + 에어박스의 구성이 자리를 잡아서 그렇습니다. 겨울철에는 특히 절대 야침 모드를 선호합니다. 이너텐트 + 풀플라이 구성은 난로의 온기 전달에도 좋지않고 결속 부위에서 찬 바람도 많이 들어오며 결정적으로 이너텐트의 결로가 무척 심하기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J. 코베아 갤럭시 랜턴
피나클 랜턴 도입 이후 창고 선반에서 영원히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1파운드 뿐만 아니라 아답터 사용시 부탄 가스도 함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피나클 말고 갤럭시를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는 다른 프로판 랜턴도 마찬가지입니다. 갤럭시보다는 프로판 랜턴을 구입하여 프로판 또는 부탄가스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편이 경제적입니다. 가격 격차가 크지 않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K. 노스스타 휘발유 랜턴
전기의 편리함과 프로판의 경제성 때문에 뒷전에 밀려난 비운의 랜턴입니다. 그러나 제일 애착이 가는 장비 중 하나입니다. 언젠가 무드 잡고 싶을 때 사용할 생각입니다.
L. 스노우픽 넷렉 스탠드
중고 장터에서 단돈 5만 원에 구입했던 넷렉 스탠드. 몇 번 쓰지않고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먼지나 벌레가 많은 곳에 갈 때나 생각나는 아이템입니다. 평상시에는 자리만 차지하고 크게 쓸모가 없습니다. 이보다는 차라리 행잉 드라이넷이 나을 듯... 그러나 그걸 따로 구입할 생각은 없습니다. 크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안 들기 때문입니다.
장비가 눈에 꽂히면 마치 캠핑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그것 없이도 크게 불편함 없이 잘 지냈으니까요. 덜컥 주문 버튼을 누르기보다는 캠핑 2번 정도는 이것 없이 지내보세요. 그 이후에도 꼭 필요하다 생각되면 그 때 주문해도 늦지 않습니다. 냉각기를 갖고 4주 후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