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체육과 교육과정 적용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
“종종 실패했다고 여겨지는 교육과정 개정이 실제로는 실패했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교육과정이 실행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Goodlad, 1979) 1.문제의 초점 맞추기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개정은 모든 교과의 전면적 개정, 주기적 개정, 일시적 개정, 개발자 위주의 개정, 문서위주의 개정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제 7차 교육과정도 이러한 특징이 반영되어 있다. 1995년 5월 31일 교육개혁안에서 교육과정 개혁이 제안된 이래 97년 12월 각 교과별 교육과정이 확정․고시되기까지, 제7차 교육과정은 이전에 배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폭넓은 논의를 거치면서 개정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교육과정을 개발한 교과교육학자 및 연구자, 실제 교육과정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에 의해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7차 교육과정 실행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성격은 교육과정을 시각 또는 수준에 따라 다르다. 교육과정을 보는 제 집단(교육관료, 교육학자, 교과교육학자. 교사, 학부모 등)이 교육과정을 동일한 차원(수준)의 문제의식에서 논의를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각기 다른 차원의 문제의식에서 교육과정을 바라보기 때문에 정확하게 문제의 본질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교육학 용어 중에서 ‘교육과정’ 만큼이나 다양한 정의를 가지고 있는 용어도 없을 것이다. 교육과정은 좁게는 ‘문서화된 학습의 계획’에서 넓게는 ‘구조화된 일련의 의도적 학습결과, 그리고 더 넓게는 ’학교의 책임 하에서 학생들이 갖는 경험의 총체‘라고 정의된다. 그러나 교육과정의 정의를 무엇으로 하든, 그것이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안내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건설적인 논의를 전개하려면, ‘범주착오’ 혹은 ‘논점이탈’을 피해야 한다. 이념을 이야기 할 때,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항상 교육과정 개정과 그 실행에 있어, 교육관련 제 집단들이 전면에 나서 논의와 토론을 하지만, 언제나 그들간의 토론은 ‘논점이탈’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을 하기도 전에 지리멸렬한 에너지 낭비를 초래한다. 책임전가 또는 회피의 과정을 밟게 된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실제 교육과정이 실행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실패한 교육과정이라고 단정하게 된다. 이 글은 교육과정을 학자들간의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다양한 정의를 가지고 논의를 진행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교육과정의 문제를 정확하게 밝혀낼 수 없다는 생각에서이다. 다양한 정의를 두 가지 수준- 이념적 수준의 교육과정과 문서적 수준의 교육과정-을 교사의 실천적 수업을 가정하면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2. 이념적 수준의 교육과정: 지평의 융합 인간의 의도적 행동은 생각과 이념의 영향을 받고 이루어진다. 체육교육 활동도 체육교육 이념의 영향을 받아 실행되는 것이다. 이념적 수준의 체육교육과정은 '올바른 체육교육의 모습이 무엇이며, 어떤 목적을 성취해야 하며,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그것을 실현하며, 올바른 평가 방법은 무엇인가'를 이론적이고 논리적인 수준에서 체계화한 것이다. 이념적 수준에서 나타나는 체육교육과정의 모습은 체육교육의 가치와 철학, 또는 체육교육의 목적을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체육교육과정의 사조(가치정향)'와 이 사조를 보다 구체적인 모습으로 체계화한 ‘체육교육과정 모형’으로 집약된다. 체육교육과정 사조는 주로 ‘체육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가치와 목적’의 문제와 연관된다. 그 동안 이러한 가치와 관련하여 다양한 사조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사조에는 ‘교육내용의 숙달, 사회개혁, 학습과정, 자아실현, 생태통합’ 등이 있다. 각각의 체육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가치의 지향점은 다르다. 하나의 교육과정 사조를 통해서 학교체육의 교육적 정당화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각각의 교육과정사조가 학교체육의 가치를 교육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교육과정 사조 중에서 어떤 사조가 현실의 체육교육의 가치와 목적을 정당화하는데 우선적으로 동원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숙고의 과정이 요구된다. 이념적 수준의 문제점과 개선의 방향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 개발의 순서와 관련된다. 부연하면, 총론에서 추구하는 교육목적과 각론의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교육목적간의 일관성/통합성이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와 같이 교육과정 개발의 순서를 총론 개발을 우선으로 하고, 나중에 총론과의 일관성을 견지하는 입장에서 각론을 개발해야 하는가의 문제와 이와는 반대의 과정을 거쳐 각 교과의 각론에서 나온 교육목적을 전체 교육과정 총론에서 통합적으로 교육목적을 진술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현재처럼 교육과정이 개발될 경우, 총론의 틀에 의해 각론의 교육과정의 논의가 제한되어 버릴 수 있다. 따라서 총론과 각론의 교육과정 개발의 순서를 위의 두 가지 방법을 절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체육 교과연구자와 교사가 먼저 체육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를 출발시키고, 그것이 총론 팀으로 다시 올라가 논의를 통합한 후 다시 각론으로 내려오는 개정의 순서를 바꾸는 것이다. 일종의 변증법적 순환 논의가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의 장점은 교육과정을 직접 개발하거나 실행하는 주체에게 기초적인 결정권을 갖게 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또한 각 교과의 실제적인 교육가치와 목적 그리고 교육적 현실을 반영할 수도 있다. 체육교육과정 개발과 관련하여 총론과 각론 이러한 변증법적 순환 논의가 특별히 요구된다. 이유로, 총론은 개정 방향과 교육목적은 주지교과에 성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며, 체육을 단순히 기능교과로 인식하는 교육학자들에 의해 체육교육의 가치와 목적이 왜곡 또는 오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체육 교과교육자와 교사간의 ‘체육교육의 가치 및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숙고의 과정을 통하여 합의된 체육교육의 가치와 목적을 도출하는 문제이다. 이념적 수준의 체육교육과정 ‘사조’와 ‘모형’은 주로 이론가에 의해 논리적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러한 일은 주로 연구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이론가는 주로 대학의 체육 교과교육자에 해당될 것이다. 체육교육은 논리적 치밀성과 경험적 검증에 의해 학교교육으로 가치 있는 교과로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된다. 연구자는 사회의 변화를 보다 개관적으로 읽어내며, 외국 이론의 수용과 이해에 있어 빠르게 대응한다. 그러나 현실의 모습을 파악하는데는 상대적으로 둔감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이념적 수준의 교육과정 논의의 문제점이 발생한다. 우선 체육교육과정 개발에 있어서 이념적 수준의 논의는 연구자의 몫이며 교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교육과정의 실천자인 체육교사가 현장 학교에서 경험한 체육교육의 가치와 목적이 논쟁에 끼어 들 수 여가가 없게 된다. 이념적 수준에서 말하는 체육교육과정의 가치와 목적을 이론가의 관점으로만 보려는 시도는, 그것이 아무리 이론적인 순수성을 띠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존하는 학교체육을 교육적으로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론가는 그러한 개념적 함정과 혼동의 미로에서 하루속히 빠져 나와야 한다. 체육교육과정 개정의 관행에 밀려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념적 수준의 논의를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이론가뿐만 아니라 체육교사들이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있고, 체육은 또한 어떻게 변하며, 변화하는 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내면화해야 한다. 체육교육과정을 개발(개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체육교육과정의 이념적 수준의 논의가 주체간의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 3. 문서적 수준의 교육과정: 참여와 해석 이념적 수준의 체육교육과정은 주로 체육교육의 가치와 목적을 다루는 체육교육 전문서적이나 체육교육관련 교육자가 갖는 생각과 가치체계의 추상적 실체였다면, 문서적 수준의 교육과정은 이념적 수준을 체육교육 현장에서 구체적인 실천 지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문서화한 교육과정을 말한다. 이 수준에서의 문서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발행한 체육교육과정과 체육교육과정 해설서, 이것을 기초로 하여 각종 출판사에서 만든 교과서 및 지도서가 이에 해당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교육과정의 변화는 문서적 수준의 교육과정을 말한다. 7차에 걸친 교육과정의 개정은 7번째의 교육과정 문서가 만들어졌다는 의미이다. 실제 학교현장의 체육교사는 교육과정의 변화를 이 문서로 확인하고 이 문서를 통해서 새로운 교육과정을 실천하게 된다. 체육교사들은 교육과정 문서에 함의된 개정의 의도(이념적 수준의 교육과정)를 인식하기보다는 문서에 기술된 내용만을 파악하는 경향이 많다. “이번 교육과정의 핵심적인 변화요소는 무엇이며 그것에 의해 교수-학습은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를 논의하기보다는 그저 변화된 학습내용(운동종목)과 평가 방식을 확인하여 이에 따라 학교교육 계획서를 만들고, 형식적인 수업지도안을 짜는 행정사무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