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알았다. 날이 흐려서 미리 날씨를 체크했는데 비가 온다고 했다. 그래도 아침엔 혹시나 비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숙소를 나섰는데 흥이다. 다행히 비가 많이는 안 오고 맞기는 귀찮은 수준이다.
미리 알아둔 옐로우 택시는 스텝이 뭔지 모르겠단다. 택시를 한 번도 안 타서 부르는 거도 모른단다. 보통 숙소에는 연계된 드라이버가 있는데 여긴 주인을 한 번도 못 보았다. 이집트 총각 스텝 혼자서 손님 안내하고 청소하고 다 한다. 슥소가 깨끗할 리가 없다. 좋은 건 빨래를 하던 된장찌개를 하던 아무도 신경도 안 쓴다는 거다. 비하체에서 이미 먹을 만큼 먹어서 사라예보에서는 계속 외식을 해서 된장찌개는 끓여 먹진 않았지만.
일단 우비를 입고 거리를 보니 비가 와서 그런지 빈 택시가 없다. 기다리느니 가방을 끌고 걸어갔다. 어차피 가방 안은 빈대의 습격을 막기 위해 비닐로 감쌌기에 비에 젖지는 않는다.
트램을 타고 미대사관 앞에 내리니 비가 오지 않았다. 십분쯤 걸으면 터미널이다. 길은 알아 두었지만 딱 봐도 터미널에 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따라가면 된다.
화장실은 1km다. 800원!
버스 안에 화장실이 없다. 세 시간쯤 갔는데 한 번도 안 쉬었다. 미리 800원을 투자하길 잘했다.
날이 흐리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유리창에 대고 사진을 찍었는데도 잘 나왔다. 저 물빛 또 보네.방갑.
버스 왼쪽에 앉아가라고 했다. 오른쪽은 벽만 보고 간다고. 타보면 무슨 말인지 안다. 왼쪽이 답이다.
15분이나 빨리 도착했다. 비하체에서 끼운 노보텔이란 유심칩은 이미 작동을 안 한다. 데이터는 많이 남았는데 뱅뱅 돌기만 하고 먹통이다. 모스타르는 작은 마을이고 그다음은 크로아티아로 넘어갈 거라 없어도 아쉽진 않다.
무거운 가방을 끌고 다니기가 귀찮아서 터미널에서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정하고 미리 캡처를 해 왔다. 맵이 없어도 될듯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위치와 데이터를 켜보니 순간 구글맵이 작동을 했다.
재수. 폰이 꺼지면 안 되니 소중하게 들고 방향을 잡았다.오키.감잡았어.그래 이 정도면 니 할 일 다 했다. 칩아 바이~~
숙소는 작고 예쁜 노란 집이다. 모스타르는 딱 봐도 휴양지 느낌이 났다. 사라예보에서 알게 모르게 쌓였던 어두운 기운이 사람을 힘들게 했는데 여기서 치유해야겠다.
젊은 주인이 싹싹했다. 다른 곳은 숙소비부터 받으려고 하는데 내일 달라고 한다.뭥미. 그러더니 커피, 티 하더니 커피를 한 잔 주고 과자도 내 왔다. 과자를 사양했더니 딸기를 주겠단다. 이런 숙소는 또 오랜만일세. 주는 커피를 마시고 바깥바람을 쐬러 나갔다.
체바체라고 전통 음식인데 별거 없다. 양이나 소고기를 떡갈비처럼 만들어서 양파와 난같이 생긴 밀가루전으로 싸 먹는 거다. 야채샐러드도 하나 시켰더니 소스 하나 없는 진짜 야채다. 식당은 근사한데 고기는 너무 짜고 밀가루전은 미지근하면서 두껍고.. 첫 끼니 실패다.
저녁은 아껴 두었던 진라면 하나를 먹었다. 좀 몸살이 날 듯했는데 먹고 나니 좀 낫다. 역시 한국 음식은 여행 중에는 보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