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표가 있나 싶어서 여러 군데를 두드렸지만 없었다. 이제 진짜 포기하자. 바티칸시국이라도 보려고 숙소를 나왔다.
숙소 사장님이 전철을 타라고 톡을 보냈었다. 오테비아노역에서 내리면 된단다.
표를 사는 기계가 빨간 게 이쁘다. 영어로 바꿔서 제일 싼 표를 보니 카드값 포함해서 3.5유로란다. 그려. 산다. 트레블 월렛으로 결재했다. 이거는 진짜 잘 만들어왔다. 신문물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건 순순히 빨리 만들었더니 편리하고 엄청 도움이 되고 있다.
역에 내려서 계단을 올라오니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거기에 포진하고 하고 있던 삐끼들이 표를 사라고 하면서 종이를 디민다. 잠깐 보니 백 유로가 넘는다. 가난한 여행자를 슬프게 하는 가격이다. 표를 구할 수 있네 하고 잠시 흔들렸던 마음을 정말 접게 했다. 아니다. 사실 마지막까지 흔들리긴 했다. 힝.
조각 피자를 엄청 구워 놓았다. 피자는 방금 구워야 맛있다. 저러면 먹을 때 데워 줄 거다
하아.. 눈이 저절로 가면서 나도 모르게 혹시 쓸만한 게 있나 하면서 옷을 들었다 놓았다를 했다.ㅋ
성벽까지 오는 데 한참 걸렸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어디가 입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맵을 켰다. 성벽을 따라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 저 줄은 표를 사는 줄이고 입장 줄은 따로 있을 거다. 저 고생을 하면서 박물관을 꼭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슨 예술이나 역사에 심취해 있는 거도 아니고.
얘들이 스위스 군인들이겠지. 교황청이 공격받았을 때 마지막까지 사수했다고 경비는 스위스 군인들만 한다지. 입구 컷을 당했다. 티켓? 그런다. 여기가 입구가 아닌가벼.
뭐 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다.
돌고 돌아서 입구를 찾았다. 아무런 검사나 제재 없이 일단 그냥 들어가더라. 들어가서 짐검사를 했다.
바티칸 시국은 무료로 아무나 들어갈 수가 있다고 해서 박물관과 입장료가 있는 곳들만 못 가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표 없이는 저기 보라색 원만 들어갈 수가 있단다. 실망했지만 어쩔 수가 없다. 지금 백유로나 넘게 주고 표를 사고 싶지는 않다.
줄이 어마하게 서 있다. 또 줄이야 했는데 그건 성 베드로 성당을 들어가는 줄이었다. 처음엔 나도 줄을 섰다가 포기했다.
줄에서 나와 돌아다녔는데 뭔가 이상하다. 가만 보니 성당 앞 단 위에서 무슨 행사를 한다. 교황님이 새끼손가락만 하게 보였다. 사람들이 홀린 듯이 교황님을 향해서 기도하듯이 서있다. 마이크라도 좀 하시지.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궁금해서 최대한 가까이 갔는데 행사가 끝난 모양이다.
전통 옷이 이뻐서 어느 나라냐고 물었더니 슬로바키아라고 한다. 나 거기 갔다고 브라티슬라바라며 아는 척을 했더니 아주 반가워했다. 같이 사진이라도 찍을 걸 아쉽네.
한쪽에선 연주가 한창이다.
오늘이 날인지 결혼 드레스를 입은 쌍쌍이 꽤 보였다.
날이 뜨거워서 일단 후퇴를 했다. 그냥 이대로 떠니긴 아쉬워서 커피를 사서 앉았다. 왜 길에서 사람들이 탁자에 앉아서 먹는지 앉으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폰의 노예가 되어서 같이 앉아 있어도 폰만 보는데 여긴 다들 서로 구경하고 있다. 점심을 일찍 먹었다. 배는 안고팠지만 그냥 있으니 심심해서 씹었다.
억지로 점심을 먹었더니 더부룩해서 산책 겸 다시 광장에 갔다. 오전엔 행사때문이었는지 입장할 때 짐 검사를 하더니 이번엔 그냥 들어갔다. 의자랑 칸막이가 없어졌다. 가만 보니 오전의 엄청 긴 줄도 안 보였다. 그럼 다시 도전!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가는 줄은 다시 짐 검사를 했다. 엑스레이 투신기를 지나는데 걸렸다. 나이프가 있다나. 가방의 짐을 꺼내 보이면서 나이프는 없다고 하니 보내 주었다. 성당 보기 힘드네.
입장.
미사가 진행 중인 거 같다.
사진 불가인 장소가 있었는데 줄을 서고 몇 명씩만 입장했다. 들어가자마자 의자에 앉았다. 웬일인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지은 죄가 많나 보다. 조금 전 광장에서도 몇 번씩이나 몸이 떨릴 정도로 소름이 돋았었다.
지하 묘지로 가는 길이다.
밖으로 나오면 김대건 신부님의 동상이 있다
다들 여기서 물을 마시고 떠갔다. 나도 물을 담았다. 절에 가면 물을 담듯이.
내부랑 박물관을 제대로 못 봐서 그런지 쉽게 발이 안 떨어졌다. 동네 주위를 돌면서 구경하다가 괜히 유명하다는 젤라또도 먹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이 맞다. 달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왔으면 나보고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ㅎㅎ
필리핀의 졸리비가 여기에 있다. 사진만 찍고 졸리비의 스파게티는 필리핀에서 보자구.
한번 쓴 카드는 충전이 가능한데 저렇게 꼽아야 충전이 된다. 다른 사람은 1.5유로던데 난 3유로 달란다. 시간에 따라 다른 갑다.
숙소로 오는 길에 본 트램이다. 국방색이 근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