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장정욱 -
빨랫줄 저편/장정욱
질긴 죄목이었다
젖은 아이를 안고 무지개가 이어진 계단을 올랐다
아이의 입이 지워졌다
울음을 모르는 입에서 뚝뚝
이승의 끝과 끝이 파르르 떨렸다.
환청의 기저귀를 채우고 빈 젖을 물리고
젖지 않는 오줌 아물지 않는 배꼽
무지개가 늘어지지 않도록 바지랑대를 세워 높이 아이를 널었다
- 제20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 장정욱 -
[출처] 뉴스레터 2018. 11월 | 사람향기 | "타인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따뜻한 시 쓰고 싶어" - 제20회 수주문학상 수상자 장정욱 시인 -|작성자 부천문화재단 ................................................................ 올해로 20회를 맞는 수주문학상 당선작으로 장정욱 시인의 ‘빨랫줄 저편’이 선정됐다. 장정욱 시인은 인터뷰를 통해 “나를 위로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내가 위로되어야 타인도 위로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며 “뱃속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 낳았지만 젖을 물리지 못하는 엄마, 차갑고
어두운 저녁 물결 속에 아이를 혼자 두고 온 엄마들에게 이 시를 바치고 싶다”라고 했다.
수주문학상 공모를 위해 매년 8월이 되면 오래된 연인을 만나러 가듯 기대 반 설렘 반의 마음을 안고 우체국으로 향한지 10여 년, 따뜻한 시로
타인을 위로하고 싶어 하는 그녀의 수상이 마냥 반갑다.
Q. 수주문학상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나만의 세계 속에서 공상하기를 좋아했어요. 그 습관이 자연스레 독서로 이어졌고 사춘기를 지나서는 영화 보는 것을 즐겼죠. 아마도 그때 들었고
보았고 읽었던 삶의 이야기들이 지금의 저에게 시를 쓰게하는 원동력이자 영양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Q. 심사위원들로부터 ‘내면에 박힌 기억의 파편들을 섬세한 언어 감각과 적절한 비유로 정교하게 들추어냈다’라는 평가를 받으셨어요.
‘빨랫줄 저편’은 30년 전에 겪었던 어떤 일을 쓴 거예요. 오래전의 상황이지만 어제 일처럼 생생하여 가슴 한쪽에 돌처럼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죠. 살면서 피하려고 애쓴 기억이지만 결국 이렇게 글이 되어 밖으로 나오게 됐네요. 뱃속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 낳았지만 젖을 물리지 못하는 엄마, 차갑고 어두운 저녁 물결 속에 아이를 혼자 두고 온 엄마들에게 이 시를 바치고 싶어요.
Q.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인 부천에서, 올해로 20회를 맞는 수주문학상 수상이라 더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수주문학상을 받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수주문학상에 각별히 애정이 갔어요. 공모한 지는 십여 년이 지났습니다. 매년 8월이 되면 오래된 연인을 만나러 가듯 기대 반 설렘 반의 마음을 안고 우체국으로 발길을 옮기곤 했는데 이렇게 수상을 하게 되어 너무
기뻐요.
Q. 원래 꿈이 시인이셨나요?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문학을 이야기하며 문학으로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또 아픈 곳이 있다면 함께 치유하고 싶었죠. 주부로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는 않았어요.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독서를 하면서 일기를 쓴 것이 나름의 습작 활동이 된 것 같아요.
나를 위로하는 글을 쓰고 싶었죠. 내가 위로되어야 타인도 위로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Q. 평소 작품 활동은 어떻게 하세요?
유년기에 느꼈던 모든 정서가 지금의 글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외할아버지께서 새벽이면 작은 어망에 물고기들을 잡아 오시곤 했어요. 파닥이는
물고기보다도 그물망 한 코 한 코에 배인 비린 냄새가 지금도 나를 향수에 젖게 해요. 이런 기억들을 쫓아가다 보면 감성에 젖게 되고 또한, 그것에 매달려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게 되죠.
Q. 시 창작은 재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시인 장정욱에게 문학적 영감을 주는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가슴을 울리는 단어나 문장이 있으면 메모를 하죠. 요즘은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제부도에 자주 갑니다.
물이 차 있을 때도 물이 다 빠져나간 시간에도 저녁은 붉게 타들어 가며 우리에게 찾아와요. 노을은 하루도 같은 모습일 때가 없죠. 구름이 잔뜩
낀 날에도 구름과 어울려 더욱 아름다운 장관을 만들어요. 이런 자연은 저에게 늘 스승입니다. 삶과 자연은 서로 마주 보며 웃고 울며 서로에게 깊은 깨달음을 안겨주죠.
Q. 앞으로 쓰고 싶은 작품이나 문학을 통해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달거나 쓰지도 않은, 차갑거나 뜨겁지도 않은, 넘치거나 모자라지도 않은, 그런 자연스러운 시를 쓰려고 노력해요. 저는 시를 쓰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는 따뜻한 시를 쓰고 싶어요.
[출처] 뉴스레터 2018. 11월 | 사람향기 | "타인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따뜻한 시 쓰고 싶어" - 제20회 수주문학상 수상자 장정욱 시인 -|작성자 부천문화재단 .......................................................................... 뉴스레터(Newsletter) 뉴스레터 2018. 11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월 | 사람향기 | "타인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따뜻한 시 쓰고 싶어" - 제20회 수주문학상 수상자 장정욱 시인 -
프로파일 부천문화재단 ・ 2019. 1. 15. 1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