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제는 제주의 불교-영실, 존자암.
수업은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5월 14일(음 4월 7일).
너무나도 절묘한 타이밍이다.
선생님은 "존자암의 '존자'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셨다.
존자는 '부처님의 제자'라는 뜻.
그리고, 기원전 500여년 부처님의 16명의 제자 중 여섯번째 제자인 [발타라 존자]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제자 900여명을 데리고 [탐몰라]라는 곳으로 갔다는 기록이 있다. 탐몰라는 어디일까? 탐라일까? 영실에는 부처님의 제자라는 이름의 암자가 있다. 공교롭게도 그 뒤에 있는 오름의 이름은 불래(佛來), 즉 "부처님이 오신다."이다.
'진짜 석가모니의 제자인 발타라 존자가 900여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기원전 500여년 전에 제주에 불교를 전파했던 걸까?'
삼국 시대 불교 전파, 고구려 소수림왕, 신라 눌지왕, 이차돈 순교, 왕권 강화....
머릿 속에 파편처럼 남은 '학창 시절 암기의 흔적'이 흔들리며, 귀가 쫑끗해졌다.
만약, 탐몰라가 탐라국이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 전래 시기를 1천년 앞당기는 것이다...!
긴가민가? 궁금증을 가지고 존자암 입구로 들어섰다.
산사로 가는 길은 항상 설레인다.
존자암으로 가는 길도 그러했다.
속리산 법주사의 일주문으로 들어가는 길이 호젓한 이유는
속세를 떠나기 전 생각을 충분히 정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법주사로 '가는 길'도 궁금했다.
목적지를 가기 위해 어떠한 길을 지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양 옆에 빼곡한 나무 사이로 햇살이 내리고, 산새는 저마다 지저귀었다.
무슨 나무인지 이름을 몰라도 그저 좋은 숲길이지만,
이름을 알게되면 다음에 알아보아 더 반가우니
선생님의 나무와 풀, 꽃 이야기는 항상 즐겁다.
주목(朱木)은 붉은 열매를 맺는 한라산의 대표 식생이다.
숲의 정복자, 서어 나무. 서어 나무가 있는 숲은 극상림으로 가장 안정된 상태이다.
cf. 그에 비해 여러 종의 나무가 섞여 있는 곶자왈은 어린 숲이라고 한다.
오리발은 고로쇠 나무.
닭발은 단풍 나무.
제주어로 사오기라고 부르는 벚나무.
옛부터 '똘내미' 시집 보낼 때, 벚나무 궤짝을 혼수로 준비해 주었다고 한다.
팔만대장경을 만들 때도 벚나무가 주되게 사용되었고, 제주에서도 많은 나무가 공수되었다고 하니,
목재의 견고함은 증명된 것이다.
부러진 벚나무 가지에 수국이 덩쿨로 올라탔다.
이것은 바위 수국. 헛꽃이 한장이라고 한다.
봉오리는 맺혔으나 꽃을 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처음에 호기심을 자극했던
"발타라 존자의 제주 상륙설"은
탐몰라를 탐라로 잘못 여긴 것으로
범어를 잘못 번역한 해프닝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스리랑카를 지칭한 것.
만약, 탐몰라가 탐라였다면,
제주 사람들의 대부분은 발타라 존자와 함께 온
900여명의 제자들의 자손일테고....
그럼....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을 것 같다...는
상상을 잠시 해보았다.
제주의 불교가 부흥한 건 몽골 점령기 때로,
고려시대 제주의 가장 대표적인 3대 사찰은
법화사, 수정사, 원당사라고 한다.
당시 몽골인들을 위한 사찰로 세워진 법화사.
조선 시대 기록에 따르면, 규모가 엄청나 절에서 부리는 노비만 280여명이며, 궁궐로 사용할 것을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법화사에는 삼존불상이 있었고,
몽골 멸망 후,
명나라가 탐내 육지로 옮겨졌다는 기록만 있을 뿐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고...
수정사는 현재 제주시 외도에 그 터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1600년대, 김상헌의 <남사록>에는 제주의 불교에 대한 내용도 기록되어 있다. 그가 제주로 들어올 때 비바람이 거세 쉴 곳을 찾아 간 곳이 수정사였다.
초가 두칸 짜리 절에 기거하는 스님들에게
처자식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의 억불 정책과 제주의 지리적으로 고립된 환경에 불교 원래의 교리를 잃고, 쇠퇴하고 퇴락하게 되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조선 시대의 타락한 중들이 제주로 들어와 처자를 두고, 사유재산을 거느리며, 군역은 하지 않는 등의 폐풍을 만들어낸 사례가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원당사는 원당봉에 위치한다.
기황후와 관련되 있는 사찰로 그 규모와 위엄이 상당하였다고 한다.
원당사에는 기황후가 세운 5층 석탑(원당사지 5층 석탑)은 제주 유일의 석탑으로서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원당사는 현재 불탑사(조계종)로 그 이름을 바꾸었다. 그래서 원당사지 5층 석탑도
불탑사지 5층 석탑으로 불린다.
불탑사(구 원당사) 옆에 또 다른 절이 생기고,
그곳이 '원당사(태고종)'라는 이름을 가져갔다.
그리고 만들어진 또 다른 절, 문광사(천태종)까지...
그렇게 원당봉에는 세 개의 절이 있게 되었으니,
원당봉에 오를 때 각기 다른 종파의 사찰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1908년. 안복려관이라는 승려가 화북지역에 관음사를 창건하고, 원당사와 법화사의 옛 명성을 찾아 제주 불교를 부흥시키려 노력했다고 하니,
그녀의 이름도 기억해야겠다.
제주에 들어온 불교는 토착 신앙과 타협하며 뿌리를 내렸다.
그러는 동안 교리의 순수성을 잃기도 하고,
종교적 역할이 흐려지기도 하였다.
그나마 영실, 존자암은 사찰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하니,
불타라 존자가 오지는 않았어도
"존자"라는 이름의 뜻은 지켜낸 듯 하다.
조선 시대, 백호 임제. 그는 과거 급제 후 제주 목사로 있는 아버지를 뵙기 위해 가야금과 어사화를 들고 제주를 찾았고, 4개월 동안 제주에 머물고 유랑하며 남긴 책이 <남명 소승: 소인이 본 남쪽 풍경 이야기>이다. 그 책에는 그가 존자암에 머물며 지은 오백장군에 대한 시조가 남아있다.
엄밀히 따지면, 그가 최조의 제주 올레꾼인 것.
임제는 첫 번째 부임지인 평양으로 가는 길에
개성에 있는 황진이 무덤에 시 한수와 술 한잔을 바친 것이 문제가 되어 파직된 인물이다.
그 후 그는 미련 없이 벼슬을 버리고,
팔도를 유랑하였다.
그의 낭만 가인의 삶은
제주에서 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지...
제주의 사찰은 가람양식을 따르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제주 대부분의 사찰이 1900년대에 만들어 졌고,
최근에 복원, 수리, 보수된 곳이 많다보니
고찰의 느낌은 없는 걸까?
화려한 단청이 칠해진 존자암의 일주문은
다분히 "육지"스러웠다.
존자암은 부처님 오신날을 알리는 연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대웅전 앞에는 약수가 있다.
마시면 3년이 젊어진다하니 지나칠 수 없었다.
사찰에 모셔지는 부처님(주불)이 어떤 분인지에 따라 건물의 이름도 다르다고 한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를,
무량수전에는 아미타불을.
다음에 사찰에 가게 되면,
어떤 부처님이 계신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존자암의 특징 중 하나,
바로 대웅전에 부처님 말고도
산신을 모신다는 것이다.
대웅전 석가모니 옆에 산신이 앉아 있으며,
대웅전 뒤에 칠성신과 산신을 모시는 국성재가 따로 있다.
국성재 옆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제주 유일의 부도탑이 있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는 부도탑은
둥그런 현무암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지난주에 함께 본 동자복과 서자복의 얼굴과 닮아 있다.
부도가 놓인 곳에서 서귀포 방향으로 바라보았다.
탁 트인 하늘이었다.
날이 좋아 처음에는 수평선이 보였는데,
잠시 뒤엔 보이지 않았다.
영실 주차장은 1100고지를 지나 오니,
존자암은 1100고지보다 높은 곳(1140고지)에 위치하고 있다.
춘분과 추분, 이렇게 일년에 두 번,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남극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맑고 해무가 없어야만 볼 수 있다는 이 별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하여 수성(壽星),
또는 노인성이라고도 부른다 한다.
토정비결을 쓴 이지함이 이 별을 보러
제주에 3번이나 방문하였으나
끝내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선생님 댁에서는 이 별이 보인다고 하시니!!
언제 다 같이 선생님 댁으로...
"별보러 가지 않을래~♬"라는 노래를
흥얼거려 보았다.
(선생님~ 남극성 보시며, 건강하게 장수하시고 오래오래 수업해 주세요~)
매번 느끼지만,
제주 문화 탐방을 통해 조선 시대와 고려 시대, 더 나아가 기원전까지 넘나들며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이번 시간 여행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반도 불교 전래의 원조가 되고 팠던 "탐몰라 해프닝"과
제주만의 소박하고 담백한 멋을 살리지 못한 사찰의 단청과 건축양식 등...
수업을 통해 제주를 알아가는 만큼
'제주다움'에 생각하게 되고,
또 그만큼,
'제주다움'에 대한 나만의 고정관념을 경계하게 된다.
언제나 즐거운 간식시간!!
"준비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수업이 다행히 스승의 날 전날이었다.
센스있고, 사려깊은 소노수정님과 김치원 총무님의 수고로
김천석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뜻깊었다.
"선생님,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전해 주실 뿐 아니라
제주에 대한 따뜻한 시선 갖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수업때 마다 매번 날씨가 좋은데 이번 수업은 그중에서도 특히나 더욱 좋았던!!
후기 2회차시네요 ㅎㅎ 불교용어는 어려워서 헷갈리는게 많은데 수업내용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수로는 총 3개의 후기를!🥹👍
아른아른 정말 여러모로 아름다운 날이었네요 ㅎ
맛난 간식들로 배까지 흐뭇 🥰😘
맞아요~ 정말 아름다운 날이었어요~☺️
정말 여러모로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명숙쌤 마지막 수업이신게 아쉬웠지만, 다음에 더 좋은 기회에 다시 뵐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맑은 햇살이
여린 연두빛 잎새에서 일렁이며
바람과 애무하는 따사로운 봄날..
게으른 걸음으로 늘작늘작~
익숙해진 미소를 마주하는 즐거움
여러분의 온정이 담뿍 담긴 선물
모든게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매끄러운 글 솜씨,
기분 조오케 읽었습니다.
수고했어요~^^
좋은 날, 멋진 수업!!
선생님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연희쌤이 조근조근하게 이야기 하듯이 들려주는 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드려용~~😉🤗
후기를 보니 절로 가는 길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날 하늘이 얼마나 예뻤는지, 나무는 얼마나 생기를 머물렀는지 알 수 있네요. 절로 가면서 속세의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나봐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후기 속에 담겨 있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