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SHING IN U.S]
4.Florida에서
b. 가다랭이 (Bonito), 참치 (다랑어 Tuna)
Florida에서 살기 시작한 뒤 얼마 않 되었던 때였다.
어느 날 아침 6시쯤 이삭과 함께 피어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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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비바람이 치고 난후라 그런지 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해는 이미 떠올라 눈이 부시는데 반대편 하늘 한쪽 켠에는 어젯
밤의 검은 구름이 아직 남아있다.
피어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피어 끝으로 가는 중간쯤에 Pampano(병어류)를 잡으려는 꾼이
몇 명 있어 지나치며 Good Morning !! 하고 아침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다시 인사치례로 한번 묻는다.
Caught Anything?
그들은 활짝 웃으며 대답한다.
Not Yet..................................
나도 미소 지으며 손을 한번 흔든다.
천천히 피어 끝으로 가니 한사람만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동양인 이였다.
인사를 했다.
그도 반갑게 대꾸하며 뭐라고 수다를 떤다.
후에 친해져서 알았지만 그는 Vietnam계 이민자인데 보기드문
프로 낚시꾼이다.
그로부터 그곳 낚시에 대해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도 받고 또 만
나면 (1주일에 한번 이상 만났음) 늘 옆에서 같이 낚시하며 무척
친하게 지냈는데 지금 이순간 그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 뭐더라 아... 뭐였더라?
하여간 그를 처음만난 그날 Florida 낚시를 처음 맛보았다.
그와 잠깐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사실은 내 영어가 짧아 거의
일방적으로 듣기만 함.) 피어 난간 안전 철망에 끼워 놓은 그의
낚시대가 확 휘면서 줄이 빠른 속도로 풀려 나가는 것이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그가 낚시대를 뽑아 들었는데 완전히 휜채로
지이잉-----------지이이잉 하면서 이리 저리로 정신없이 끌
려 다닌다.
그 스피드가 워낙 빨라서 고기가 가는 방향에 따라 낚시 줄이 물
을 가르는 것이 훤히 보인다.
잠시후 어느정도 수면 가까이로 올라오자 검은 윤곽이 보이기 시
작하는데 마치 100M 육상선수처럼 유영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
다.
고기가 줄을 찌잉 하고 끌고 갔다가는 다시 그가 재빨리 감아 들
이고 또 고기가 달아나다가 잠시 멈칫하는 순간 그가 끌어당기고,
이러기를 몇 차례.....
드디어 고기가 힘이 빠지기 시작 하나보다.
이제 세차게 줄을 끌어가지는 못한다.
그는 천천히 바로 피어 밑까지 끌어 오더니 낚시대를 나보고 들
고 있으라 한다.
받아서 들어보니 이미 힘이 빠진 고기인데도 그 무게에 대가 확
휘며 손에서 팔 전체로 뚜득, 뚜득 움직이는 힘이 강하게 느껴진
다.
그는 자기 쿨러에서 뭔가를 꺼내어 온다.
그것은 갶(Gaff)이라 하는 도구인데 잡은 고기를 끌어 올리는데
사용한다.
모양은 꼭 배가 정박할 때 쓰는 “닻”처럼 생겼고 끝들은 날카롭
게 바늘처럼 되어 있으며 그 크기는 대개 지름이 20~30Cm 쯤이
다.
그 닻처럼 생긴 위쪽에 로프로 이어져 있어 한사람이 낚시대를
들고 있을 때 옆에서 줄을 내려 고기옆 물속에 Gaff을 접근시킨
다음 됐다 싶을 때 확 나꿔 채는 것이다.
그런다음 로프를 당겨 피어 위로 끌어 올린다.
말은 쉽고 보기에도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고난도의 기
술이 필요하다.
챤스를 정확히 포착해야 함은 물론이고 단한번의 시도로 성공해
야 한다.
만일 한번 시도에 고기 몸에 박히지 못하면 십중팔구 Gaff이 낚
시줄을 감게 되니 제아무리 강한 낚시 줄이라도 로프에 똘똘 말
리게 돼서야 어디 견디겠는가 !
게다가 나꿔채려는 액션에 고기도 놀라 마지막 용을 쓰게 되니
로프에 말려 이미 탄력성을 잃은 낚시줄은 맥없이 끊어지게 마련
이다.
정말 맥 빠지는 일이 아닐수 없다.
수십분 동안의 릴링으로 간신히 고기의 힘을 빼놓고 겨우 피어
밑으로 끌고 왔는데 눈앞에 빤히 보이는데서 줄이 끊어져 서서히
물속으로 사라져가다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 온몸의 힘이 다 빠진다.
그것도 힘이 빠질대로 빠진 고기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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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누굴 탓 할 수도 없다.
저딴엔 날 도와준다고 한일이니까...
그럴 때 마다 연신 미안하다고 얘기한다.
난 속으로 부글부글 끓지만 괜찮다고 오히려 위로한다.
실지로 이렇게 놓친 고기 (Cobia)가 수없이 많다.
그래서 큰고기를 걸었을 때는 주위에 프로꾼이 없나 살피게 된다.
각설하고 드디어 월남양반이 고기를 피어 위로 끌어 올렸다.
길이는 약 70Cm정도 짙푸르고 배는 거의 하얗고 몸 중간에는 약
간의 청색, 녹색 무늬가 있는 정말 멋진 고기다.
그림으로 본 바로 그 참치였다.
허나 알고 보니 그건 다랑어(Tuna)가 아니고 가다랭이(Bonito)였
다.
둘의 차이는 거의 없는데 외관상 Tuna는 색깔이 조금 더 짙고
뚱뚱하다.
아주 뚱뚱한 건 Tuna,
조금 날씬한 건 Bonito라고 이해하면 된다.
껍질엔 비늘이 없으며 단단하고 탄력 있는 가죽으로 덮였는데 윤
기가 넘치며 특히 꼬리 쪽은 아주 가늘고 돌처럼 딱딱하다.
꼬리 지느러미 역시 아주 딱딱하다.
여기서 힘이 나오나 보다.
어쩌다 볼 수 있는 그 고기들의 유영은 정말 빠르다.
그래서 그 곳에서는 Bonito하면 Good Fight !!! 라고 한다.
낚을 때에 맛이 그만이라는 뜻이다.
미끼로는 대개 시가미노 (Cigar Minow)를 쓴다.
Minow란 우리가 작은고기를 대개 송사리, 피라미 라고 부르듯이
그 곳에서 작은 고기를 통칭하는 말이다.
Cigar는 글자 그대로 시가, 잎담배.
그렇다고 꼭 잎담배처럼 생긴건 아니고 여름에 잡히는 시가미노
는 20Cm쯤 된다.
다른 계절엔 대개 8~9Cm 정도...
잡는 방법은 아주 가는 낚시줄에 끝에는 8분의3이나 2분의1 온
스 정도 되는 추를 달고 추 위로 20Cm 쯤부터 작은 금바늘을 1
개 내지 2~3개 단다.
그런 후 물속으로 바로 내려서 대를 까닥 까닥 움직이면 이것들
이 금바늘을 먹을 것으로 착각하여 물게된다.
우리의 파리낚시와 비슷한 이치다.
사실 이 시가미노 잡는 것도 본 낚시만큼 재미있다.
늦가을부터 겨울 어느 때 까지는 시가미노가 안 잡히는데 사서
쓰려면 얼려 놓은 시가미노를 5마리에 1.5$ 씩이나 줘야한다.
그래서 꾼들은 잘 잡힐 때 많이 잡아 집 냉장고에 얼려 두었다가
쓰기도 한다.
작은 낚시대로 잡기 때문에 손맛도 그만이다.
이 시가미노를 잡아서 산채로 바늘에 끼워서 낚시를 한다.
바람만 많이 불지 않으면 이놈들은 몇 시간이고 죽지 않고 생생
하다.
Okaloosa Island Pier의 낚시 미끼는 거의 이 살아있는 시가미노
(Live Cigar Minow)에 의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연 최고의 미끼인 것이다.
역시 Bonito, Tuna 낚시도 시가미노를 쓰는게 원칙인데 내 경우
처음 잡던 날 뜻밖에도 이상한 미끼로 잡게 되었다.
Vietnam친구와 만나 그로부터 시가미노 잡는 법 등, 그 곳 낚시
를 약간 배운 날 다음 두어 주 후 때는 겨울이었다.
아무리 플로리다라지만 한겨울의 피어는 매우 춥다.
안에 추리닝, 겉에 오리털 자켓을 입어도 추울 정도다.
그날 새벽,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비가 오락가락하는데 바람이 강하게 분다.
피어의 끝에는 오직 나 혼자.............................
광어를 잡아볼까 해서 누군가에게 며칠 전에 배운대로 화이트 직
에 홍어 날개를 달았는데 바람이 워낙 세차서 줄이 날려 미끼가
바닥에 가라앉지를 않는다.
미끼를 가라앉히려고 애를 쓰던 중 뭔가 투두둑 하더니 잠깐 찌
잉하며 짧고 빠르게 끌고가다 멈춘다.
순간 번뜩 긴장이 된다.
“얼핏 힘을 느껴보니 작은고기는 아닌데 광어낚시용 미끼를 물려
한다?? !!! 그렇다면 뭔지는 모르지만 떼거리로 몰려 있거나 식욕
이 매우 왕성한 상태일 것이다,”
부랴부랴 낚시대를 강한대로 바꾸고 White Jig을 단 다음 가능한
한 멀리 던진다.
바람이 심해 생각대로 던져지질 않는다.
대강 던진 후 감았다 챘다 멈추었다를 반복하며 릴링을 하는데
뭔가 두둑 하더니 왱~~~~~~~ 하면서 줄이 맹렬히 풀려 나간
다.
드랙을 적당히 죄었더니 끌려나가는 속도가 줄어들며 고기가 방
향을 바꾸어 피어 끝을 원으로 그리며 한바퀴 빙돈다.
그러더니 왼쪽으로 계속 돌아 피어 다리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자세가 이상해졌다.
고기가 끌고 들어간 다리 기둥 쪽으로 달려가 난간에 기댄채 몸
을 앞으로 굽히니 영락없이 머리를 숙여 가랑이 사이로 거꾸로
세상을 보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누가 보면 아주 우스운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중요한건 고기인데 이놈이 계속 줄을 끌다가 방
향을 바꿔 버렸다.
고기가 방향을 바꾸니 줄이 다리 기둥에 닿는다.
끊어질까봐 조바심이 난다.
섯불리 힘을 주어 당길 수도 없다.
다리기둥은 시멘트인데 조개들이 달라 붙어 있어 거칠어 보인다.
고기가 방향을 다시 바꿔주길 간절히 바라며 어색한 자세로 애를
쓰는데 고기는 더욱 방향을 바꿔 아예 줄을 기둥에 대고 갈아버
린다.
대책이 없다.
잠시 후 줄은 아무 소리 없이 투욱 늘어지며 용수철처럼 돌돌돌
말린다.
하나뿐인 직도 같이 잃어버렸다.
나는 입구 Tackle Shop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300M 정도.................
걷다 뛰다..............................
화이트 직 5개를 사왔다.
낚시 줄도 다시 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 !
아직 피어 끝엔 나 혼자.................
두 번째 릴링 때 직을 물려고 솟구치는 고기를 보았다.
바로 그 멋진 고기 Bonito였다.
세 번째 릴링 때,
스트라익이다.
예외 없이 빠른 속도로 줄을 끌며 이리 저리로 방향을 바꾼다.
순간적인 힘이 대단하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끌려 다닐 수밖에...
곧 힘이 빠지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그 반항함이 너욱 세차지기만
한다.
이번에도 불안하다.
아니나.........
ㄷ ㅏ ㄹ ㅡ ㄹ ㄱ ㄱ ㅏ
이놈도 피어 밑으로 들어가 줄을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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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결국 Bonito를 두 마리 잡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이라 하기엔 쑥스러운 점이 많은 게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놓친 마리수가 다섯 마리는 넘었을 듯 싶다.
낚시줄이고 직이고 남아 난게 별로 없었으니까...
그후로도 한동안 나의 낚시에서 Landing 성공률은 50% 정도에서
머물렀었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터인가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요령이 생겼고
그때부터는 잘못 몰아 다리 기둥에 감아 놓치는 일은 없었다.
실은 다리 밑으로 간 고기도 잡는 법이 있긴 있다.
호흡 잘 맞고 실력있는 사람이 도와주면 가능하다.
먼저 고기가 다리 밑으로 해서 피어 반대편으로 가버리면 줄을
끌고 가기 전에 미리 고기가 완전히 Free하도록 줄을 모두 풀어
버린다.
그때 Helper는 고기가 간 쪽으로 가서 늘어져 있는 줄을 낚시로
건져 올린다.
그런 다음 줄을 자른다.
줄을 자르면 원래 고기를 잡았던 사람은 자기 릴을 되감은 후 고
기 쪽으로 가 건져 올려진 고기 쪽 줄을 자른 부분에 다시 묶으
면 된다.
이 일련의 작업들이 신속하게 이루어져 고기가 줄의 한계를 벗어
나기 전에만 할 수 있으면 성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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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그 후에도 간간히 많이 잡았지만 어느 날인가는 죽은 시
가미노를 끼우고 띄워 놓았는데 갈매기 (뒤에 자세히 올리겠지만
이 새들도 1급 낚시방해꾼임) 가 자꾸 덤벼서 감아 들이는데 갈
매기가 시가미노를 물려는 순간 물속에서 서너마리가 쏜살같이
나타나 그중 한 마리가 미끼를 물었다.
떼를 만난 것이었다.
그날 모두 9마리를 잡았는데 열심히 잡은 것이 아니고 팔이 너무
아파 쉬엄 쉬엄 잡았으며 9마리 잡은 이 후에는 낚시대를 걷어
버렸다.
계속했다면 몇 마리나 잡았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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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529[잊을 수 없는 추억들]에 차례가 있습니다.
또 한가지,
차례대로 하면 원래 다음에 Pensacola.......인데 사이에
[Okaloosa Island Pierdml 구경거리]를 넣겠습니다.
이번 b.에 넣을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격려해 주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예전에 하이텔 낚시동호회에 올렸던 글인데 2013년 7
월 지금 보면 어떻게 했었는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