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만큼 흥미로운 교우 감독들의 지략 대결
야구는 전략 전술의 스포츠다. 단 한 번의 작전이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때로는 승패를 결정짓기도 한다.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더그아웃 속 감독의 역할도 중요하다. 모교 출신 감독들이 펼치는 지략 대결은 올해 프로야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10개 구단 감독 가운데 모교 출신 감독은 4명이다. SK 와이번스 김용희(행정74) 교우와 NC 다이노스 김경문(경영78) 교우, LG 트윈스 양상문(경영79) 교우, 마지막으로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법학87) 교우가 그 주인공이다.
명가 재건에 나서는 김용희 교우 지난 2007년,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프로야구 무대를 평정했다. 이후 6년 동안 우승과 준우승을 3차례씩 달성하며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SK가 보여준 모습은 팬들의 기대 이하였다. 연이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날지 못하는 비룡이란 비아냥도 참아왔다.
그래서 팬들은 새로 감독으로 취임한 김용희 교우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김 교우는 2011년부터 SK 육성총괄감독과 2군 감독을 맡으면서 팀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올해 SK의 목표는 명가재건이다.
김 교우의 선수시절 경력은 화려하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롯데 자이언츠에서 데뷔했으며, 같은 해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다부진 체격으로 롯데 4번 타자로서 초창기 대표적인 강타자로 군림했다.
김경문 교우, 믿음 야구로 올해도 4강 간다 뚝심, 기적, 믿음의 야구. 김경문 교우를 대표하는 표현들이다. NC는 지난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리그 진입 2년 만에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하며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이재학, 나성범, 박민우 등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하며 신생팀답지 않은 탄탄한 전력을 자랑했다.
창단 때부터 NC와 함께하는 김 교우는 4년차를 맞아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선발진을 든든히 지켜주던 3명의 외국인 투수가 2명으로 줄었지만 별다른 전력보강을 하지 않고 조용하게 스토브리그를 보낸 NC다. 시즌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NC를 5위권 밖으로 분류하며, 올해는 어렵지 않겠냐는 부정적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김경문 교우 존재 자체로 믿음이 간다. 두산 감독으로 있으며 끊임 없이 좋은 선수를 배출했던 화수분 야구의 기억은, NC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김 교우가 더그아웃에 있는 한, 함부로 NC 다이노스를 하위권으로 분류할 순 없을 것이다.
양상문 교우의 LG, 초반부터 롤러코스터 행보 작년 한 해 LG 팬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꼴찌 자리에 있던 이름표가 정규시즌이 끝나자 4위까지 올라온 것이다. 반등의 중심에는 팀을 수습한 양상문 교우가 있었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다 급하게 맡게 된 LG 감독직, 많은 팬들이 포기했던 시즌이었지만 양 교우는 실망을 희망으로 바꿔놓았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출발한 2015시즌, LG 트윈스에 거는 팬들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즌 초부터 선수들의 부상 소식이 양 교우의 발목을 잡고 있다. 베스트 전력을 꺼내놓지 못하고 신예들로 명단을 꾸리며 버티고 있는 LG다. 시즌 개막부터 4연패를 기록했고 든든했던 마무리 투수 봉중근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양 교우가 이끄는 LG는 특유의 끈끈함을 잃지 않았다. 개막 3주차인 4월 9일 현재까지는 LG의 롤러코스터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의 극적인 반등을 기억하는 팬들은 양상문 교우를 믿고 있다. 팽팽한 한 점차 승부 속에서 양 교우의 승부사 기질은 더욱 강하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염경엽과 히어로즈의 도전은 계속된다 리그 MV P, 다승왕, 세이브왕, 홈런왕, 득점왕 등등. 넥센 히어로즈는 작년 한 해 수많은 ‘왕’들을 배출했다. MVP 후보에 오른 선수만 4명.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패하며 염경엽 교우는 아쉬움의 눈물을 보였지만, 그래도 팬들은 염 교우와 함께해서 행복했다.
염 교우는 2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지도력을 인정받고 2017년까지 넥센을 이끌게 됐다. 올해 상황은 녹록치 않다. 40홈런 유격수가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경쟁팀들은 거액의 FA선수를 사들이며 전력을 강화했다. 팀 재정이 여유롭지 못한 넥센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조용하게 겨울을 보냈다.
염 교우가 이끄는 넥센은 다시 도전한다. 겨우내 빈약한 토종 선발진을 다듬고 신예들을 키우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감독인 염 교우가 뛰어난 지략으로 ‘염갈량’ 포스를 내뿜는 한, 팬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히어로즈의 도전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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