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생각 / 정삼조
예컨대 오늘날의 현대자동차쯤 되는
낡은 삼천리표 자전거를 하나씩 구해서는
자전거 경주를 벌이는 것이었다
우리 골목 소영웅의 이웃이고
쓸모없는 코흘리개 녀석이 조카가 되고
언제나 철부지인 아들을 이 학교에 보낸
온 동네 아저씨와 삼촌과 아버지들이
잔치를 벌인 것이었다
그러나 올림픽과는 달리
느리게 가는 경주
정해진 시간 안에 가장 덜 간 선수가 이기는 것이었다
너무 많은 짐을 지고
너무 빨리 달려야 했기에
아이들 운동회날만은 그 아픔을 덜어주려 했던 것일까
세월도 그처럼 더디 갔으면 좋았을걸
그로부터 몇 십 년
그 아저씨와 삼촌과 아버지의 바람에 등 떠밀려
숨 가쁘게 달려왔어도
이 운동자에 서니 그냥 그 자리
이제는 나도 옛날의 아저씨며 삼촌이며 아버지가 되어
오늘만은 느리게 가고 싶은 것이다
첫댓글 최고입니다.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