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일기사식당>
간보기 ; 푸진 음식, 정갈한 음식에 상을 꽉채우는 너무 많은 찬이 부담스러운 식당이다. 프라이팬에 나오는 김치찌개가 명물인 주요리다. 쫀득쫀득한 밥 한그릇으로도 안심이 안 됐는지 눌은밥까지 잔뜩 준다. 다 못 먹어서 죄송, 맛있는데 이것밖에 못 먹어서 안타깝다.
식당얼개
상호 : 진일기사식당
주소 : 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8(승주읍 신성리 1017)
전화 : 061-754-5320
주요메뉴 : 김치찌개백반
김치찌개는 과연 명물이다. 우선 비게까지 쫄깃거리는 돼지고기의 육질이 토종돼지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김치는 자르지 않고 긴 가닥으로 넣었는데 맛이 깊게 배여있다. 그러나 약간 단맛이 나는 것은 좀 어색하게 느껴진다.
보기에는 친근한 무청인 거 같은데 도저히 무청맛을 생각할 수 없는 맛이어서 도대체 무슨 찬이냐고 물었다. 총각김치를 생으로 무치면서 종피나무가루를 넣었단다. 겨자도 아니고, 특별한 맛이다. 무청이 완전 딴 얼굴로 나타난다.
이 지역에서는 흔히 그렇게 먹는단다. 첨에 이 찬을 내면서는 괜찮은지 반응을 살펴 봤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단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가루를 더 달라고 해서 범벅을 해서 먹기도 한단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반드시 올리는 음식으로 삼았단다.
어떻게 이런 창의력이 나올 수 있나. 제 몸의 냄새가 진해서 부담을 덜기 위해 추어탕 등에 산초를 넣는 경우는 봤어도, 새로운 음식으로의 진화를 위해서 상상불가의 양념을 넣는 것은 별로 보지 못했다. 한식의 끊임없는 진화가 아래로부터 일어나고 지속되는 현장을 확인한다.
새로운 별을 발견하는 것보다 새로운 요리의 발견이 인류를 더 행복하게 한다는 프랑스 속담이 다시 생각난다. 덕분에 더 행복해지고 더 풍성한 삶을 누린다.
전어밤젓은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젓갈은 전어밤으로 만드는 특별한 젓갈로 귀하고 비싼 젓갈이다. 부안에 가면 비교적 흔하게 맛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까지 찬으로 내올 줄은 몰랐다. 이 저렴한 식탁에 그것도 호복히 주는 밑반찬에 전어밤젓이라니. 고추를 조금 넣고 무친 젓갈은 진하지는 않으나 제맛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밥과 국이 참으로 인심과 맛이 제대로 담겼다. 밥은 쫀득거리며 입맛을 돋우는데, 국은 살뜨물로 끓인 시래기국이 고향의 맛을 그대로 담고 있다. 거기다 눌은밥은 또 손자를 거둬먹이는 할머니의 끊임없는 성화가 그대로 들어 있어, 과식은 피할 수 없다. 한끼가 하루분 밥상같다.
메뉴는 한 가지다. 주문도 따로 받을 필요없이 사람 수대로 밥이 나온다. 하기야 이렇게 찬이 많고 값이 저렴하니 여러 메뉴도 필요없을 거 같다.
먹은 날 ; 2019.3.
먹은음식 ; 김치찌개백반 8,000원(단일메뉴)
첫댓글 김치찌게백반 한끼로 하루 세끼 열량을 채울 수 있을 듯 합니다. 거기다 맛까지 겸비했으니 一擧四得이라 하겠습니다. 한국음식의 백미는 역시 백반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네, 대단한 식당이었습니다. 너무 많이 줘서 부담스러웠지만 그렇게 계속 퍼주는 인심은 고맙기만 했지요. 젊은 사람들이 가면 더 좋을 듯합니다. 근처에 가면 들러보세요. 아침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