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론과 생명의학의 전망 4
- 기적(氣的) 세계관을 중심으로-
무 애(無碍) 이 명 복(李明馥)
경기대 대체의학대학원 외래교수/
국제통합대체의학학회 상임이사, 한국선도학회장
3. 기적(氣的) 생명론(生命論)
1) 생명의 5대 요소
생기(生氣)적 생명론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특히 도가(道家)이다. 도가(道家)에서는 인간생명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를 '기(氣)'라고 보며, 이와 함께 ‘정(精)’, ‘신(神)’을 함께 '삼보(三寶)'라고 한다.⑫ 정과 기신은 광의의 기의 양태이며, 특히 정(精)과 신(神)은 기가 질적으로 변화하여 나타난 것으로, 이들은 상호의존적이고 긴밀한 네트워크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인체에서 ‘정(精)이 충실하면 기(氣)가 왕성해지고, 기가 왕성해지면 신(神)이 밝아진다(精實則氣壯 氣壯則神明)’.
종종 정기신의 관계는 촛불에서 초와 촛불, 촛불의 빛으로 비유된다. 촛불에서 '초'(밀랍)에 해당되는 것이 정(精)이며, 이를 바탕(원료)으로 해서 켜는 '촛불'에 해당되는 것은 기 (神) 이다. 그리고 촛불에서 나오는 '밝은 빛'에 비유되는 것이 바로 '신(神)'이다.
또한 인간에게는 정기신(精氣神)과 함께 ‘혼(魂)’, ‘백(魄)’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더 있는데, 이들은 인간생명을 구성하는 5대 요소이다. 이들에 대해 도가의 설명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살펴보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기(氣)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으며, 크게 나누면 기(氣), 기(炁), 기(气+火)의 3종류가 있다. 이 중에 기(氣)는 태초의 극미물질(天原之氣)이자 에너지로 우주의 근원이 되는 에너지원이며, 인류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존재해오는 것이다. 그리고 기(炁)는 인간과 동물 등 생명체 내부에서 운행되는 소위 '생명에너지'(bio-energy)이다. 인체에서 경락(經絡)을 따라 운행되는 에너지는 바로 이 '기(炁)'이다. 그리고 기(气 +火)는 셍명체의 몸에서 외부로 방출되는 기로, 가장 높은 차원의 기이다.
이들 중에 기(氣)가 없으면 만물이 생성되지 않고, 기(炁)가 없으면 생물이 운행되지 않으며, 기(气 +火)가 없으면 생물이 일정하지 않게 된다.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인체 내에서 이 세 종류의 기가 순조롭게 순환되어야 한다. 즉, 기(氣)가 입력되어 기(炁)로 전환되고 다시 기(气 +火)로 출력되어 우주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기(炁)는 인체에서 비장(脾臟)에 저장되며, 오행 상으로는 토기(土氣)와 관련이 깊다고 본다.
한편 정(精)이란 체내를 흐르며 인간이 발육 성장하고, 생명활동을 하게 해주는 미세한 무형유질(無形有質)의 물질이다. 정은 오행상 수기(水氣)를 바탕으로 하고 신장(腎臟)에 저장되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차 부실해지게 된다. 정(精)이 충실한 사람은 기(炁)도 충실하며, 기가 움직이면 정도 따라 움직인다.⑬
그리고 신(神)은 기본적으로 심장에 있으며, 오행상 화기(火氣)로 이루어져 있다. 신(神)에는 원신(元神)과 음신(陰神), 양신(陽神), 영(靈)의 4종류가 있다. 원신은 오염 안 된 원래의 무자아(無自我)로 태내에서부터 갖춰져 있으며, 이를 현대적 개념으로 말하면 '잠재의식'이다. 원신은 감정,잡념 등 의식(意識)에 에워싸여 두꺼운 표피를 이루고 있다.⑭
양신(陽神)은 우리가 뜻대로 주재할 수 있는 마음이다. 가령 ‘열심히 일해라, 공부해라’ 하는 자신의 명령에 따라 일이나 공부를 한다면, 이는 바로 양신의 작용이다. 양신은 주체적으로 움직이며, 일정한 규칙성이 있다.
한편, 음신(陰神)은 규칙성이 없는 의념으로,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다. 자다가 엉뚱한 꿈을 꾸거나, 공부 중에 갑자기 음란한 생각이 나는 것 등은 모두 이 음신의 작용이다.
영(靈)은 신(神)이 존재하는 최고 차원의 방식이다 그러나 마치 돌 속에 있는 옥(玉)처럼 다른 많은 의식(意識) 속에 깊이 갇혀 있다. 우리가 모든 의식의 표피(현재의식, 잠재의식 등)를 제거하고 마침내 영을 통하게 되면 비로소 자아의 완성을 이루게 된다.⑮
그리고 혼(魂)은 형(形)은 있으나 질(質)이 없는 존재로, 잠재된 영감(靈感)이라 할 수 있다. 혼은 간(肝)에 위치하며, 오행상 목기(木氣)를 바탕으로 한다. 혼과 반대로 백(魄)은 질이 있으나 형이 없는 존재로 폐(肺)에 위치하며, 오행상으로는 금기(金氣)가 바탕이 된다.
이들 정, 기, 신, 혼, 백은 너무 충실하거나 부족해서는 안 된다. 이 5요소는 인체에 필수불가결한 미세물질(혹은 에너지, 정보, 정신작용)로, 서로 전화(轉化)하며 교환이 가능하다. 이중에서 특히 신(神)이 전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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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⑫ 정(精)은 생명의 원질(原質)이며, 기(氣)는 생명활동의 에너지이고 신(神)은 정신작용의 주체로 이들은 모두 광의의 ‘기(氣)'의 양태(樣態)라고 볼 수 있다. 1992년 중국정부로부터 첨단의 신과학, 종합과학, 기(氣)과학으로 공인받은 '원극학(元極學)'에서는 정․기․신을 각각 원기(元氣; 물질), 원광(元光; 에너지), 원음(元音; 정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의학에서 정신질환을 약물, 상담 등의 요법으로 치료하고 있으나,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의학이나 기공학에서는 정기신의 관계에 따라 정신질환을 치유하고 맑은 정신(神明)을 갖기 위해 그 바탕인 정과 기를 강화하는 처방을 하는데, 이는 매우 적절한 전인적 요법으로 사료된다.
⑬ 陣開國․ 鄭順潮, 김택원 역, 『大道行』上 (서울: 도봉,1995), 148~193쪽 참조.
일반인의 기(炁)는 일정한 규칙이 없다. 현대스포츠를 즐기는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도, 그의 기는 규칙적이지 않고 발산(發散)되는 기이다. 불규칙한 기는 수련을 하면 규칙적인 기로 바뀌어 경락(經絡)을 따라 평온하게 흐르게 된다. 정(精)에도 규칙적 정과 불규칙적인 정이 있다.
⑭ 이를 한 층씩 벗겨내고 나면 원래상태, 즉 원신이 나타나는데, 이 상태가 기본적으로 ‘도(道)를 이룬 상태’이다. 우리가 2시간 명상으로 정신집중을 한다 해도 원신상태에 드는 것은 불과 몇 초에 불과하며, 오래 우리를 잡고 있는 것은 양신(陽神)과 음신(陰神)이다.
⑮ 영은 하늘 땅과 통한다(靈通天地). 안에 묵여 있는 영을 풀어 주기 위해서는 수련을 해야 한다. 우리가 영을 수련해서 하늘․ 땅과 통하면 완전한 자아완성을 이룰 수 있다고 하며, 이를 '진인(眞人)', '선인(仙人)'이라 한다.
陣開國 외, 앞의 책, 下, 154~156쪽 참조
- <2002 세계생명문화포럼 논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