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금에 어린 전설
유해용
몽골은 중국 북쪽에 있는 나라이다. 우리나라 역사로 본다면 고려와 조선시대 때 우리나라를 침입하여 한국인들에게 많은 고통을 준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아팠던 역사의 전철은 잘 간직하되, 21세기를 살아가는 이즈음 관광을 목적으로 몽골은 가고 싶은 나라 중의 하나이다. 몽골 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양, 소, 말들을 기르며 살고 있었다. 몽골에는 악기의 위쪽이 말머리 모양을 한 마두금이란 악기가 있다. 어떻게 해서 이 악기가 만들어진 걸까? 마두금에 대해 알고 싶어 ‘오츠카 유우조’의 그림책인 『수호의 하얀 말』 을 읽어 보았다.
넓고 넓은 풀밭이 펼쳐진 나라 내몽골엔 마두금이란 악기에 전해져 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있다. 옛날 몽골의 넓은 초원에 ‘수호’라는 가난한 양치기 소년이 살고 있었다. 수호는 참 성실하다. 늙으신 할머니와 외롭게 살아가지만 할머니를 도와 아침 밥상을 준비하는 아이이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노래도 참 잘하는 아이였다. 다른 양치기 친구들이 부탁하면 언제나 두말없이 노래를 잘 불러주었다고 한다. 수호의 노래는 평원을 지나 풀밭을 지나 멀리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어느 날 늦은 저녁 수호는 하얀 망아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땅바닥에 쓰러져 발버둥치는 망아지를 내버려두면 밤에 늑대들의 밥이 될지도 몰라 데리고 왔다는 수호에게서 착한 마음씨가 느껴진다. 아마도 하늘이 수호에게 하얀 말을 선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호는 평상시에 망아지를 정성껏 돌보았다. 어느 덧 망아지는 훌륭한 말로 야무지고 씩씩하게 자라났다.
고을 원의 원님이 주관하는 말 타기 대회 행사가 열리어 여기에 참가한 수호와 하얀 말은 1등을 하나, 원님에게 강제로 하얀 말을 빼앗기게 된다. 수호는 하얀 말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다가 온 몸을 다치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힘들게 집에 돌아온다.
한편 고을 원님은 하얀 말을 길들이려고 했지만 말은 원님을 말 등에서 떨구고, 수호의 집으로 달아난다. 온 몸에 화살을 맞으며 수호의 집까지 찾아온 하얀 말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안쓰러웠다. 몸에 박힌 화살을 뽑아주었으나, 하얀 말은 숨을 거둔다. 나는 매우 마음이 아팠다. 어느 날 하얀 말이 꿈에 나타나 자신의 몸으로 마두금이란 악기를 만들면 언제까지나 수호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악기는 다 만들어졌고 수호는 항상 마두금을 가지고 다닌다. 수호는 그것을 연주할 때마다 억울하게 죽은 하얀 말과 하얀 말을 타고 즐겁게 초원을 달리는 일들을 떠올린다. 이리하여 수호는 자기 곁에 하얀 말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럴 때면 악기의 소리는 더욱 아름답게 울렸고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들었다. 마침내 수호가 만든 마두금은 넓은 몽골의 초원 멀리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해질 무렵이 되면 양치기들은 한자리에 모여 그 아름다운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러면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고 한다.
마두금에 대하여 더 알아보고 싶어서 찾아보니 『나무위키』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옛날에는 남성들만이 마두금 연주자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마두금 전설 때문인지 여자가 연주하면 부정 탄다는 속설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로는 여성도 마두금 연주자가 될 수 있게 되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도 직접 공연에서 마두금 연주를 선보인 적이 있다. 그러나 연주를 할 때 첼로의 운지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2023년, 한국인 마두금 연주자 타미르가 한국인 아티스트 최초로 몽골 정부에서 수여하는 훈장을 수훈했다.
한편 몽골에서 있었던 일화이다. 새끼에게 젖을 물리지 않는 엄마 낙타한테 마두금을 들려주었더니 눈물을 흘리며 젖을 물려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하기도 한다.
『수호의 하얀 말』을 읽고 나서 마두금 연주를 찾아 들어보았다. 설화 속의 하얀 말의 슬픈 사연을 담아서인지 슬프면서도 애잔한 아픔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았다.
나에겐 몽골하면 칭기즈 칸(成吉思汗)의 나라로 드넓은 고비사막과 몽골고원이 떠오른다. 그리고 바람에 날리는 야생화들 사이로 들려오는 그 한 맺힌 듯한 애잔한 마두금 소리는 한때 화려한 역사를 자랑하는 몽골이 서서히 무대에서 막을 내렸음을 상징하는 듯 서글프게 들려왔다.
이 해가 가기 전에 몽골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