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10.
- 시장 독점, 프라이버시 침해… 美 인터넷 기업에 비판 목소리
- 네이버·카카오, 몸집 커졌지만 사회적 책임 자각은 벤처 수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 유대교 명절인 속죄일에 "내가 지금까지 사람들을 함께하도록 하기보다는 분열로 이끌었던 데 대해 용서를 구한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 확산의 온상이 된 것은 물론,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와 관련된 470개의 가짜 계정에서 페이스북에 10만달러(약 1억1500만원)를 내고 인종차별과 반(反)이민을 부추기는 광고를 집중 게재한 것이 자체 조사에서 확인되자 사과문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정치 개입 논란은 저커버그의 사과문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조사하고 있는 뮬러 특검은 이미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페이스북의 관련 자료를 싹쓸이해 갔고, 미국 의회는 페이스북 경영진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 구글도 백페이지닷컴이라는 온라인 광고 사이트 때문에 궁지에 몰렸다. 백페이지닷컴은 원래 구인·구직이나 중고 거래 광고 등을 올리는 사이트로 시작했지만 세계 최대의 불법 성매매 사이트로 변질됐다. 미국 내에서 미성년자 불법 성매매의 80%가 이 사이트를 통해 거래되고 심지어 인신매매까지 이뤄진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자, 백페이지닷컴을 전 세계 사용자에게 확산시켜준 구글까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미국 일각에서는 '사용자가 제작한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유통한 인터넷 기업에 물을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의 연방 통신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 Act)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인터넷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유럽 국가들이 인터넷 기업의 시장 독점과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등에 대해 공세를 취하면 미국은 '과도한 보호주의'라고 방어를 해줬다. 하지만 인터넷 기업의 힘이 미디어 산업 독식을 넘어 정치까지 좌우할 정도로 막강해지자 미국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내 비판론자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축적되는 막대한 데이터의 소유권을 인터넷 기업이 독점하는 데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한다. 사용자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소유권을 개인에게 귀속시키고 인터넷 기업이 이를 활용하는 만큼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유력지 이코노미스트는 1980년대 미국의 독점 통신 기업 AT&T에 내려졌던 강제 분할이 힘들다면 영국이 수도와 전기 사업을 민영화할 때 도입했던 일종의 독과점 수익 상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인터넷 기업들이 경쟁 시장(competitive market)에서 창출할 수 있는 수익 이상을 낼 수 없도록 수익률을 강제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네이버 본사(왼쪽)와 카카오 제주 본사 모습.
네이버와 카카오 등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두 기업은 벤처 창업 정신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지금 시장에서는 정치적 영향력까지 쥔 포식자의 위치에 있다. 네이버는 국내 3700여 개 전체 신문사와 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광고 수익을 내고 있고, 카카오도 메신저 카카오톡의 4000만 사용자를 기반으로 디지털 음원 시장과 인터넷뱅킹·카카오택시·대리운전 등으로 사업 영역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재벌 대기업이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사업들도 두 기업은 '벤처 출신 기업'이라는 면죄부 덕분에 규제는커녕 어떤 면에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두 회사는 창업한 지 약 20년 만에 자산 규모가 5조원이 넘는 인터넷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회사의 급성장과 함께 서비스를 성공시킨 개발자들의 자신감과 우월의식은 커지고 있지만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각은 여전히 작은 벤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사용자들이 두 회사의 서비스에 문제 제기를 하면 녹음기 틀듯 "검색 알고리즘이 그런 걸 어쩌라고"라는 식의 대답이 먼저 돌아온다. 사회가 두 기업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조형래 / 부국장 겸 에디터(경제담당)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