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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17
⊙ 여론조사상으로는 여당 밀리지만, 아직 變數 많아
⊙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50대 이상의 비율이 20~30대 비율 넘어서
⊙ 유권자들, 與野 모두에 대한 不信으로 ‘응징(膺懲) 투표’ 대신 ‘투표 퍼기(抛棄’) 선택할 수도
⊙ 선거 프레임 짜기, 여성 및 40대 票心, 막판 부동층 흡수, 돌발변수가 관건
⊙ 서울은 대권 주자들의 전초전(前哨戰), 경기는 남경필, 인천은 송영길이 다소 유리할 듯
6·4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들이 최종 확정되면서 여야(與野) 모두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慘死) 이후 선거판도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중앙정부 심판론’이 급부상하고, 박근혜(朴槿惠)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잘한다’)가 4월 1주 61%에서 한 달 사이에 46%로 급락했다. 이 수치는 박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大選) 득표(51.6%)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잘못한다’는 부정 평가가 4월 1주 28%에 불과했지만 한 달 사이에 43%로 급상승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잘한다’(46%)와 ‘잘못한다’(43%) 간의 차이가 오차(誤差) 범위까지 좁혀졌다.
새누리당 지지도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전 새누리당 지지도(4월 1주)는 43%였는데, 한 달 사이에 4%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40대에서는 12%포인트까지 빠졌다(42%→30%).
▲ 세월호 사고 이후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1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정부의 늑장대응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
이런 민심의 변화는 지방 선거의 최대 승부처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선거판을 크게 흔들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세월호 참사 이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정몽준(鄭夢準)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새정련) 박원순(朴元淳) 후보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역전(逆轉)됐다. 지난 4월 11~12일에 실시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이하 조사방식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정 후보가 박 후보를 48.5% 대 45.5%로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하지만 후보가 확정된 직후인 5월 12~13일에 실시한 동일 기관 조사에 따르면, 정 후보와 박 후보의 지지율이 32.9% 대 53.3%로 한 달 만에 20.4%포인트 차이로 역전됐다.
경기도지사 선거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5월 11~12일)에 따르면, 새누리당 남경필(南景弼) 후보와 김진표(金振杓) 후보의 지지율이 40.2% 대 39.4%로 초(超)접전 양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전에 실시한 동일 기관 조사(4월 11~12일)에서는 남 후보가 김 후보를 49.7% 대 34.9%로 14.8%포인트 차이로 크게 앞섰지만, 한 달 만에 0.8%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인천시장 선거에서도 박빙 대결구도가 무너졌다. 세월호 사고 이전(4월 12일)에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유정복(劉正福) 후보(42.0%)와 송영길(宋永吉) 후보(43.8%) 간의 차이는 1.8%포인트였다. 그런데 5월 10일 조사에서 송 후보는 2.7%포인트 상승한 46.5%인 반면, 유 후보는 7.6%포인트 하락한 34.4%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12.1%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새정련 지지도도 동반 하락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미 수도권 선거는 끝났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과연 그럴까? 여론조사는 현재의 스냅 사진에 불과하고, 야당이 ‘분노의 응징 투표’를 이끌어 갈 힘과 대중적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 두고 봐야 한다.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지만 동시에 새정련 지지도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이전 4월 1주 새정련 지지도는 27%였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27%→25%→24%→23%). 눈에 띄는 것은 새정련 핵심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새정련 20대 지지층은 한 달 새 10%포인트 넘게 줄었다. 더구나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호남 지역에서 지지도가 55%였는데 48%까지 하락했다. 중도 성향에서 같은 기간에 오히려 6%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현상은 국민들이 새정련을 대안(代案)세력으로 보지 않고 안철수(安哲秀) 대표의 새 정치에 대해 실망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새정련은 스스로 손과 발을 묶어 버린 채 사태를 방관한 것도 한 원인이다.
여하튼 선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국 선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아무리 ‘세월호 사고’가 메가톤급이라도 현 시점에서 선거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세월호 사고 이후 선거상황을 아주 냉정하게 평가해 보면, 사고 이전 여당의 우위체제가 비로소 여야 간 균형을 이루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야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6・4 지방선거 4大 變數
1. 누가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할까?
선거이론에 따르면 유권자의 선택은 ‘프레임(frame)’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일반적으로 프레임이란 어떤 상황이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또는 틀이다. 가령, 진보 프레임이란 세상을 ‘형평(equality)’의 관점에서 보는 반면, 보수 프레임은 ‘효율(efficiency)’의 시각에서 본다.
동일한 현상에 대해 어떤 프레임을 선택하느냐에 사람의 판단과 행동은 다를 수 있다. 다시 말해, 유권자가 어떤 프레임으로 선거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투표행위가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대선에서 ‘전망적(prospective)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후보가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 갈지를 기준으로 미래를 보고 투표한다. 반면, 지방선거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바탕으로 ‘회고적(retrospective) 심판 투표’를 한다. 따라서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은 보통 ‘정권 심판론’ 프레임을 들고 나온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60%대의 고공(高空) 행진을 하고 있는 데다가, 선거가 새 정부 출범 1년4개월 만에 치러지기 때문에 이런 ‘정권 심판론’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는 ‘선거 프레임’의 변화를 가져왔다. 야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거론하며 ‘응징 투표’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친야(親野) 성향의 지식인들은 ‘박근혜 흔들기’ 프레임을 제기하며 이에 동조하고 있다. 김용옥(金容沃) 한신대 석좌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구조적 죄악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모두 박근혜 본인에게 돌아간다. 세월호 참변의 전 과정을 직접적으로 총괄한 사람은 박근혜 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박 대통령 하야(下野)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야권에 대항하는 여권의 프레임은 ‘박근혜 살리기’이다.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하면 박 대통령은 조기(早期) 레임덕에 빠질 것이고, 차기 정권 재(再)창출도 힘들 것이라는 두려움을 친여(親與) 핵심 지지층에 강하게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월호 사고 이후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일시적으로 이탈한 부동층(浮動層)을 선거 막판에 복귀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老年層 인구 증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추이를 심층 분석해 보면 그 단서가 잡힌다. 전체적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하락하고 있지만 세대별로 중요한 차이가 발견된다. 한국갤럽의 5월 1주(6~8일) 조사에 따르면, 친여 성향의 50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여전히 57%이고, 60대 이상에서는 78%에 이른다. 더욱이 50대에서도 새누리당 지지도가 세월호 직전 57%(4월 3주)→54%(4월 5주)→50%(5월 1주)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50%대로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60대 이상에서도 여전히 60%대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여하튼 이들 5060세대가 지난 대선에서와 같이 투표장으로 달려가 “박근혜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명분하에 ‘박근혜 살리기’에 적극 나선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2012년 대선 연장전과 같은 성격을 띨 수도 있다.
관건(關鍵)은 투표율이다. <표1>에서 보듯이, 2012년 대선에서 5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의 투표율은 80%를 넘었지만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70% 선에 머물렀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50대 이상 투표율은 60%를 넘었지만 20·30대 투표율은 40%대에 그쳤다. 따라서 이런 세대별 투표율 행태가 이번 선거에서 재연(再演)된다면 현재의 여론조사 추이와는 달리 그야말로 박빙(薄氷)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순 지지도에서 야당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반드시 투표할 것이다’라는 ‘적극적 투표층’만을 대상으로 하면 여야 후보의 격차가 줄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구 구성상의 변화도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역대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50대 이상의 비율(41.2%)이 20~30대 비율(37.0%)을 넘어섰다. 4년 전 지방선거 때에 비해 50대 이상 인구는 19.3%포인트 늘어난 반면, 20~30대는 4.4%포인트 줄어들었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 세대별 투표율이 이번에도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투표참여 인구를 산출해 보면, 50대 이상이 전체 투표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49.4%로 절반에 육박한다.
국민들이 여야 구별 없이 정치권 전체를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54.5%로 여야 대선 후보가 격돌했던 2002년 지방선거(48.9%)와 2006년 지방선거(51.6%) 때보다 높았다. 무상(無償)급식, 4대강, 천안함 등과 같은 대립 쟁점을 둘러싸고 여야가 치열하게 경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와 같은 대립 쟁점이 부상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선거에 관심이 적은 2030세대가 투표장으로 가야 할 동기가 약해질 수 있다. 세월호 사고로 응징 투표를 주도해야 할 2030세대가 분노는 하지만 투표는 하지 않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를 의식해 여당은 세월호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는 프레임으로 야당을 옥죄고 있다. 그러나 분노의 화살이 여야 모두에게 향하고 있기 때문에 ‘응징 투표’가 아닌 ‘투표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 여성 및 40대 票心
최근 여론조사들을 종합·분석해 본 결과, 세월호 참사 이후 40대 여성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離反) 징후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이들의 긍정적 평가는 지난 4월 4일 62%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인 5월 2일 42%로 급락했다. 한 달 사이 20%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40대 여성의 새누리당 지지도 또한 40%에서 26%로 14%포인트나 하락했다. 고등학생 엄마 연령대인 40대 여성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은 40대 여성의 표심이었다. 한국선거학회의 대선 직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는 문재인, 5060세대는 박근혜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따라서 40대의 표심(票心)이 선거 승패의 열쇠였다. 40대 남성의 경우, 박 후보와 문 후보 지지가 49.6%로 같았다. 그런데 40대 여성의 경우 박 후보 지지는 55.6%, 문 후보 지지는 43.6%로 12.0%포인트 차이가 났다. 두 후보 간의 최종 득표율 격차가 51.6% 대 48.0%로 3.6%포인트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40대 여성의 표심이 박근혜 승리에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 5월 10일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인천시장 여론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여성과 40대에서 표심이 급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사고 이전 조사(4월 12일)와 세월호 이후(5월 10일) 조사를 비교하면 송영길 후보와 유정복 후보의 지지율은 남성 유권자에게선 50.5% 대 38.0%에서 48.6% 대 35.0%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여성 유권자에게선 한 달 전에는 송 후보(37.0%)가 유 후보(46.1%)에게 뒤졌지만, 송 후보(44.4%)가 유 후보(33.7%)를 크게 앞섰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송 후보와 유 후보의 지지율은 40대에서 50.1% 대 39.9%였다가 54.4% 대 27.6%로 바뀌면서 차이가 10.2%포인트에서 26.8%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여하튼 40대 ‘앵그리 맘(angry mom)’의 표심을 누가 잡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3. 막판 無黨派 흡수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과 여야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無黨派)만 늘어나고 있다. 한국갤럽 5월 1주 조사 결과, 부동층의 규모가 30%대를 넘었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무당파의 증가는 여당에서 빠진 지지층이 야당에 바로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야당이 야당다운 역할을 하지 못하고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이 여야 어느 후보로 갈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jtbc·현대리서치 조사(5월9~12일)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이 45.9%, 정몽준 후보는 30.5%로 조사돼 박 시장이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에서는 세월호 전보다 두 후보 간의 격차가 3배로 커졌다고 보도했다. 정몽준 후보는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새누리당 텃밭에서도 박원순 시장보다 17.7%포인트나 낮게 나왔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현상은 정 후보 지지층이 이탈해서 부동층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의 지지도는 오히려 정체(停滯) 또는 하락했다. jt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몽준-박원순 양자대결 구도에서 박 시장은 51.7%(2월 5~7일) → 48.9%(3월 16~18일) → 43.8%(4월 11일) → 45.6%(5월 1일) → 45.9%(5월 9~12일)였다. 반면, 정 후보는 같은 기간에 39.1% → 45.7% → 43.8% → 39.2% → 30.5%였다.
최근 판세변화는 야당 지지층의 결집보다는 여당 지지층 이탈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부동층으로 빠져나간 친여 보수층의 복귀 여부가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 이들에게 투표장으로 갈 수 있는 명분을 주느냐가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국면을 넘기기 위해 대국민담화 → 새 총리 지명 → 내각·청와대 개편 등을 구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여당 후보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수도권 경합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 여부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얼마나 내각개편 등 세월호 관련 수습대책을 잘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역대 선거에서 드러난 유권자의 투표결정 시기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지방선거에서는 대선과 총선과는 달리 선거 막판까지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undecided voter) 규모가 크다. <표2>에서 보듯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 10명 중 6명 정도(62.7%)가 투표 1주일 전까지도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 수치는 2012년 총선(47.5%)과 2012년 대선(25.8%)보다 훨씬 높았다.
이들 부동층의 투표행태를 보면 흥미로운 것이 발견된다. 야당보다는 여당 지지가 더 많았다. 한국선거학회 여론조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10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이들 부동층의 41.2%가 한나라당 후보, 34.9%가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 2012년 총선에서는 46.4%가 새누리당, 39.3%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2012년 대선에서는 50.2%가 박근혜 후보, 47.7%가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 이후 형성된 보수(保守) 부동층이 선거 막판 어떤 행태를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정치에 혐오를 느껴 투표장으로 가지 않는다면 여권은 불리해질 것이고, ‘박근혜 살리기’에 동참하면 유리해질 것이다.
4. 돌발變數
역대 선거를 살펴보면 선거 막판 터져 나온 돌발변수로 승패가 뒤집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정치인들의 신중치 못한 막말 발언이 선거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95년 지방선거에서 김윤환(金潤煥) 민자당 의원의 ‘충청도 핫바지론’ 발언이다. 김 의원은 “충청도 사람이 당(黨)을 새로 만든다는데 충청도 사람들이 핫바지냐”라며, 민자당을 탈당해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자민련을 창당한 김종필(JP) 총재를 비난했다. ‘핫바지론’은 충청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겨 주었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면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자민련은 충청 지역을 싹쓸이하면서 ‘녹색 돌풍’을 일으켰다.
따라서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후보와 정당 대표들이 말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그 밖에 선거 막판에 불거질 수 있는 네거티브 후(後)폭풍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선거 막판 나경원(羅卿瑗) 의원의 ‘1억 피부 클리닉 출입설’이 언론에 보도됐다. 선거후 사법부(司法府)에서 거짓으로 결론이 났지만 나 후보에게는 치명적(致命的)이었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세(守勢)에 몰린 측은 ‘네거티브 한 방’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나쁜 심리가 쉽게 작동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후보들은 선거 막판 상대 진영이 제기할 수 있는 ‘치고 빠지는 네거티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종합 판세
수도권 선거의 경우, 어느 정당의 일방적 승리(완승)를 기대하기 어렵다. 2 대(對) 1 승부로 결말 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의 경우 3% 내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지만 선거가 양자(兩者) 구도로 짜여 있고, 미래 예비 대권후보들 간의 대결로 치달으면서 결국 보수와 진보가 총집결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서울에서 박근혜 후보(48.2%)와 문재인 후보(51.4%) 간의 득표율 격차는 3.2%포인트에 불과했다.
<표3>에서 보듯이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 모두 약점(弱點)보다는 강점(强點)이 더 많은 후보들이다. 정몽준 후보의 인물 경쟁력이 박원순 후보와 비교해 볼 때 결코 뒤지지 않는다. 더구나 새누리당 경선에서 정 후보가 예상을 깨고 71.1%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리얼미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4월 28일~5월 2일) 결과,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18.4%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16.0%로 2위였다. 3위는 문재인(文在寅) 의원(12.6%), 4위는 박원순 서울시장(8.6%)이었다. 유권자들은 차기 대권 후보를 염두에 두고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조사결과는 현재 열세(劣勢)인 정몽준 후보에게는 힘이 될 수 있다.
‘브래들리 효과’냐 ‘와일더 효과’냐
▲ 지난 4월 3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몽준 후보. 세월호 사고 이후 두 사람의 지지율은 역전됐다.
여하튼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브래들리 효과(Bradley effect)’가 나타날지 아니면 ‘와일더 효과(Wilder effect)’가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브래들리 효과’란 선거 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우세하였던 후보가 실제 선거에서는 여론조사와 달리 득표율이 낮게 나오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지사 선거 때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섰던 민주당의 흑인 후보 토머스 브래들리(Thomas Bradley)가 개표(開票) 결과 공화당의 백인 후보 조지 듀크미지언(George Deukmejian)에게 패배한 데서 유래되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일부 백인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때는 자신의 인종적 편견을 숨기기 위하여 흑인인 브래들리를 지지한다고 거짓으로 응답하였고, 지지하는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였다고 응답한 백인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백인인 듀크미지언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이계진(李季振) 후보와 민주당 이광재(李光宰) 후보가 맞붙었던 강원도지사 선거가 ‘브래들리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선거 전 이계진 후보가 이광재 후보보다 10%포인트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이광재 후보(54.4%)가 이계진 후보(45.6%)를 큰 차이로 제치고 승리했다.
와일더 효과(Wilder effect)는 1989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유래했다. 민주당의 흑인 후보 더글러스 와일더(Douglas Wilder)는 선거조사에서 경쟁자인 공화당의 마셜 콜먼(Marshall Coleman)을 10%포인트나 앞섰으나, 개표결과 불과 0.3%포인트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하였다. 이를 계기로 ‘와일더 효과’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전형적인 와일드 효과가 나타났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 후보는 민주당 한명숙(韓明淑) 후보를 15%포인트 차이로 따돌리며 크게 앞섰다. 하지만 실제 선거결과는 오 후보(47.5%)가 한 후보(46.8%)에게 겨우 0.7%포인트 차이로 신승(辛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 실망해 부동층으로 이탈했던 친여 보수층이 복귀하고, 지난 대선 때와 같이 5060세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박근혜 살리기’ 결집이 이뤄지고, 분노의 응징 투표를 할 것으로 기대됐던 2030세대의 투표율이 저조하면 ‘브래들리 효과’가 나타나 정몽준 후보가 역전 승리할 수도 있다. 반대로 2030세대가 분노의 응징 투표를 하고 여권에서 이탈한 친여 성향의 보수층이 복귀하지 않으면 박원순 시장이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유리해질 수 있다.
마지막 여론조사 勝者가 이긴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사고로 피해를 본 단원고등학교가 경기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경기도 민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가장 주목이 되는 곳이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에도 불구하고 남경필 후보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밴드왜건’ 효과란 “곡예나 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樂隊車)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효과를 내는 데에서 유래했다. 이를 선거판에 적용하면 유권자들은 지지후보를 선택할 때 강자(强者)나 다수파(多數派)가 택하는 것을 추종해 같은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론조사에서 1등을 하는 후보를 무조건 따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는 밴드왜건 효과뿐만 아니라 ‘언더도그(underdog)’ 효과도 도출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 뒤처진 후보에게 더욱 더 노력해야 할 동기를 부여하고, 궁극적으로 유권자들로부터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강자가 판을 치는 한국 선거문화에서 이런 ‘언더도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따라서 세월호 이전과 이후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남경필 후보의 우세(優勢)가 점쳐진다.
인천시장 선거는 송영길 현 시장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유정복 후보가 강점보다는 약점이 더 부각되기 때문이다. 홍영림 《조선일보》 기자는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5월 10일 인천시장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절반 이상의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지만 여당의 유 후보가 뒤지고 있는 이유는 대통령 지지자 중에서 유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절반가량(53.6%)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선거운동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조용한 선거에서 조직과 인지도에서 앞선 현역 송영길 시장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판세를 뒤집기 위해서는 조직이 필요한데 유 후보의 경우, 정치적 연고(緣故)가 경기도 김포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조직을 가동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유 후보가 세월호 참사 직전에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냈다는 것이 악재(惡材)로 작용할 수 있다. 새누리당 경선에서 경쟁자인 안상수 후보도 이런 사실을 지적하며 후보 사퇴를 주장한 적이 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말한 것처럼, 투표가 가까워질수록 여야 어느 쪽의 책임이 더 무거운지를 보는 ‘책임의 분화(分化)’가 이뤄질 것이다. 선거 D-5에 언론을 통해 마지막으로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누가 우위를 차지하느냐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선거에서 마지막 여론조사 공표에서 앞선 후보가 결국 승리했기 때문이다.⊙
김형준 /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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