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용담동에 소재하고 있는 내왓당은 “서수문밧(西水門外) 삼동물 가(邊)의 좌정한 열두신위전(十二神位前)”을 모시고 있 당이다.
‘삼동’은 龍沼에서 1km 남쪽에 있는 못으로 주변의 한냇가에는 넓죽한 바위가 널려 있고, 못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부근에 내왓당이 있었다.
淡水契의 《증보탐라지》에 “川外祠(내왓당)는 제주읍 서문밖 1km 지경에 있다. 1882년 임오 고종 19년에 훼철하였다.”고 하였다.
내왓당은 제주시의 광양당, 대정의 광정당, 정의의 성황당과 더불어 국당 중의 하나였다고 심방들은 말한다.
이로 보아 당시에는 큰 당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조선조 고종 때 없어져 버렸다.
내왓당의 무신도는 이 당의 당굿을 맡아 해오던 제주시 남무 高壬生이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가 사망하자 그의 처가 보관하고 있었다. 그녀 또한 사망한 뒤에 무신도는 제주대학교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내왓당의 무신도는 <내왓당 본풀이>에 나오는 열두 신위전을 그린 神圖이다.
<내왓당 본풀이>를 보면, 내왓당에는 12신위가 좌정하고 있는데, 당의 북쪽에는 상위신 三官 제석천왕 마노리(帝釋位), 어모라원망님(寃望位), 수랑상태자마노라(水靈上太子=水靈位)가 좌정하였고, 서쪽에 내외 천도마누라(天子位), 새금상감찰지방관(監察位), 상사대왕(相思位), 중전대부인(中殿位), 정절상군농(相軍位), 내외 불도마노라, 자지홍이 아기씨(紅兒位) 등이 좌정해 있고, 북쪽에는 이 당을 맨 심방 선생들이 좌정해 있다. 그러므로 남아 있는 무신도 10점은 신이 좌정한 자리에 붙였던 神像이라 생각된다.
보통 제주도의 당에는 당나무(神木)에 지전·물색을 걸어놓고 신체로 삼은 당이 대부분이지만, 당집을 짓고 나무나 돌로 신상을 깎아 세우거나 위패를 모신 당도 적지 않다. 특히 내왓당과 구좌읍 행원리의 웃당은 제단에 신상을 그려서 모신다.
무신도의 특징내왓당 무신도는 제주무속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의상의 빛깔은 진녹색과 적색을 주조로 한다. 신화에 등장하는 처녀신들이 한결같이 ‘진녹색 저고리와 연반물 치마’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면, 녹색과 적색은 민중의 미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신성한 색이다.
제주는 옷감이 귀한 곳이고 더구나 색깔이 화려한 옷감은 귀해서 이러한 옷감은 신의를 만드는 신성한 옷감이다. 신당에 걸려있는 물색이 三色인 것도 이와 관련된다.
당에 갈 때 가지고 가서 신에게 바치는 폐백이 삼색 물색이며, 삼색은 빨강, 노랑, 초록(또는 남색)이다. 이러한 삼색 물색을 신에게 바치는 것은 신앙민들이 신의 옷을 만들어 올리는 대신 옷감을 조금씩 끊어다 바치는 것이다.
창조신이 설문대 할망에게 제주 사람들이 명주를 조금씩 바쳐 신의 옷을 만드는 것과 동일한 관념이다. 그러므로 제주 사람들이 삼색 물색의 옷감을 바치면 그 옷감으로 만든 화려한 옷을 입은 신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무신도는 그러한 제주 사람의 신 관념의 상상도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신들의 의상은 굿에 자주 등장하는 양반의 관복 차림‘남수와지 적쾌지(藍水禾紬 赤快子)’와도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다.
쪽빛 명주 두루마기에 붉은쾌자, 여기서도 적색과 남색이 신의 의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 원색의 화려함은 제주 민중이 만들어 낸 것으로 신의 위엄과 신성성을 더욱 빛낸다.
무신도 속에 제주 민중들의 신 관념이 짙게 투영되어 있는 점은 옷감의 색채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무신도의 신들은 모두가 정자세로 앉아 있지만, 요지부동하게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신들마다 독특한 자세와 손놀림을 하고 있다.
부채를 들고 흔들면 금방이라도 풍운조화를 일으킬듯한 모습이어서 바람을 일으키기도 하고, 전염병을 퍼뜨리기도 하고, 홍수가 나게하는 신의 영력이 손가락의 움직임과 부채를 잡고 앉은 모습에 도사리고 있어 폭풍 전야와 같은 긴장감을 준다.
그리고 신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권능과 영력을 과시하는 듯한 주술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다양하고 화려하다.
과장되고 장난기를 보이면서도 기교를 부려 묘사되고 있다. 때문에 내왓당 무신도의 과감하고 세련된 선의 묘사는 민화의 최고 경지를 보여준다.
육지의 무신도가 대부분 장군도이고, 묘사가 사실적이기에 신상은 제장의 무대장치와 같은 장식적인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내왓당의 무신도는 제장에 모시고 굿을 하는 순간 바로 신이 눈앞에 나타나 앉아 있도록 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신앙민이 그리는 신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였다.
이는 신을 바로 제장에 나타나게 한 것이며, 그러기 위하여 민중의 상상력과 신 관념이 대담하고 회화적이면서도 신비롭고 괴기감을 느끼도록 묘사된 것이다.
아무튼 내왓당 무신도는 제주 민중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최대의 걸작이다.
세부항목 명 칭 : 제주도 내왓당 무신도 지정(등록)일 : 2001년 11월 30일 소 재 지 : 제주대학교 박물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