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생은 처음이라 >
로그라인: 집 있는 달팽이가 세상 제일 부러운 '홈리스' 윤지호와 현관만 내 집인 '하우스푸어' 집주인 남세희가 한집에 살면서 펼쳐지는 수지타산 로맨스
주제: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결혼을 해야 하는 남자와 잘 곳이 필요한 여자가 만나 두 사람의 합가가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에는 유독 사랑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아버지의 반대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아이까지 모두 잃어버린 뒤 결국 사랑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세희,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라 항상 남동생에게 부모님의 사랑과 지원을 빼앗기며 살아온 지호. 이들은 사랑과 사람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로 자신들은 진정한 사랑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 두 사람 모두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자신이 내 편 하나 없는 세상에서 독립적인 혹은 쓸쓸한 삶을 살고 있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평생을 누군가의 강한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살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난 아래의 장면이 그 누군가의 강한 사랑을 그리고 이 드라마의 주제인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를 가장 잘 나타낸 장면이라 생각해 시퀀스로 선정하게 되었다.
선택한 시퀀스: 엄마가 예비신랑에게 쓴 편지를 읽게 된 지호가 오열하는 장면.
지호의 신부대기실 안, 지호 모가 세희의 가방 안에 무언가를 넣어두고 갔다는 보미의 이야기를 들은 지호는 한숨을 쉬며 세희의 가방에서 보자기를 꺼낸다. 보자기를 풀자 지호의 성장 앨범과 지호 모가 적은 편지가 들어있다. 이를 본 지호는 잠시 멈칫한다.
반면 식장 안에서는, 곧 식이 시작된다는 사회자의 멘트와 동시에 자리에 앉는 하객들이 보인다. 다급하게 계단을 뛰어내려와 세희에게로 향하는 보미. 보미가 세희에게 귓속말을 하자 당황한 세희는 빠르게 신부대기실로 향한다.
세희가 신부대기실에 도착하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호가 보인다. 그저 그런 지호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던 세희는 지호 모의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를 읽기 시작하는 세희.
지호 모
"저 지호 엄맙니다. 아직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네요. 몇 번 못 봐서…. 상견례 때는 미안했습니다. 큰 딸이라는 게 그렇대예… 어떨 땐 남편 같고, 어떨 때는 또 친구같고, 아빠한테 기죽고 동생한테 치이고. 못난 엄마 만나갖고 마음고생 많았습니다 우리 딸. 그래도 다행히 내 안 닮고 똑똑해서 엄마처럼은 안 살겠구나 다행이다 싶었는데 요새 세상에는 어찌 됐든 부모를 잘 만나야지 혼자 똑똑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나 봐요. 세희씨 내 부탁 딱 두 개만 해도 되겠습니까? 지호가 나중에 글 쓰고 싶다 하면 글 쓰게 해주면 안 되겠습니까. 살림은 내가 가서 뭐든 도와줄게예 그러니까 나중에라도 다시 글 쓸 수 있게 지 꿈 포기 안 하고 엄마처럼 안 살도록 그리해주소. 그리고 우리 지호 한번 울면 못 멈춥니다. 그러니까 혼자서 울지 말게 해주소. 울려도 꼭 같이 옆에 있어 주소."
지호는 가슴을 부여잡고 흐느껴 운다. 다시 대기실로 돌아온 보미가 세희에게 입장할 시간임을 알리고, 지호는 세희에게 곧 들어갈 테니 먼저 가라 이야기한다. 그렇게 세희는 다시 식장으로 향하고, 눈물을 멈추기 위해 애쓰는 지호. 그러나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그 순간, 세희가 다시 지호의 곁으로 돌아온다.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는 지호에 울어도 괜찮으니 같이 가자 이야기하는 세희. 세희는 자신이 옆에서 같이 있어주겠다는 말과 함께 지호에게 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