呈本郡守李鍾斗 안성 군수 이종두에게 드림
承讀下書 非不多也 拜誨日久 鄙吝復萌 謹伏問 日來政體候 味道康休 鄕庭問安幾時
내려주신 글을 받아 읽어 보니 많지 않은 게 아닙니다. 인사드리며, 가르침이 오래되어 俗된 생각이 되살아납니다. 삼가 묻습니다. 요즈음 건강하시며 정사를 돌보시기에 좋으십니까? 고향의 안부를 언제 들으셨는지요?
※誨가르칠 회. 鄙다라울 비. 吝아낄 린. 萌싹 맹. 味道: 맛, 느낌, 기분, 흥취, 흥미. 康休: 휴식
※李鍾斗: 1902년(광무 2년) 민간인의 기부금으로 民家를 매입하여 안성 최초의 근대학교인 사립안성소학교(현 안성초등학교)를 설립함. 政體候: 用於郡守(군수, 곧 수령에게 사용하는 인사말). 氣體候: 極尊處用(지극히 존경하는 인사말)
承聆否哀慕至切罪 民苟延時日不滅而已
城主님의 뜻을 받들어 돌아가신 어버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간절하지 아니하여 죄가 된다면, 백성들은 오히려 시간이 오래도록 지나도 (怨望이) 사라지지 않을 뿐입니다. <번역을 달리함>
※聆들을 령, 쫓다. 哀慕: 돌아가신 어버이를 슬퍼하며 思慕함. 죽은 사람을 슬픈 마음으로 그리워함
就白民在城主眷注之地 雖日面墻 豈容合喙 敢將所聞所見者 以達小垂察焉
나아가 백성은 城主가 돌보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비록 날마다 소견 좁은 백성들이 시끄럽게 하면 어찌 용납하실 것이며, 구태여 들으시고 보신, 작은 것들까지 미루어 어찌 헤아리시겠습니까?
※將功切罪: 쌓은 功績과 지은 罪를 折衷하여 罪를 定하던 일. 眷注(睠注): 돌보아서 마음을 쏟음. 面牆(面墻): 담벼락을 마주 대하고 선 것같이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다. 는 뜻으로, 見聞이 좁음을 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喙부리 훼. 敢감히 감, 구태여, 함부로, 敢行하다. 垂察: 미루어 헤아려 주시다.
夫人之於道 孰不日知好 而但知好而已 不能眞知其好箇中 有無限好事者也 故有言之者無行之者 有行之者而無樂之者 今我城主好而行之 行而樂之激勵 一鄕有朋自來
대저 사람의 도리에 있어, 누가 하루 이틀 만에 좋아하는 것을 알겠으며, 안다 해도 다만 좋아한다는 것만 알 뿐인데, 그 좋아하는 것 중에 무한히 좋아하는 자가 있다는 것을 진실로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좋아한다고 말하며 행하지 않는 자가 있고, 행하지만 즐기지 않는 자들이 있는데, 지금 우리 성주께서는 좋아하시고 이를 행동에 옮기시고, 행하며 즐기는 것을 격려하시니, 이 마을에 친구들이 멀리서 찾아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