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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아버지의 사망이 폐렴이었다는 것과 관련하여, 오염에 관련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도처에 세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나무, 우편물, 깡통과 같은 것들을 만지는 것을 두려워 했다. 그녀의 그러한 두려움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그녀는 여러 가지 의식 행동을 했다. 아침에는 서너시간을 씻고 또 씻었으며, 다시 목욕 할 때는 세균을 없애기 위해서 비누의 외층을 모두 벗겨버렸다. 식사시간에는 음식을 세 입에 나누어 먹고, 삼백 번을 씹어서 먹고, 물을 마시기 전에는 물병을 머리 위에서 흔들어야 했다. 나중에는 오염에 대한 불안이 더 심해져서, 그녀는 집을 떠나지도 못했으며, 가사일도 하지 않았고, 전화통화도 하지 않았다. |
B환자의 경우에 ‘오염’에 대한 불안 때문에 강박 행동을 나타내게 된 것이다.
여기서의 비합리적인 생각. 더 나아가 이러한 생각과 느낌, 감각 등이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떠오르는 것이 강박 사고이다.
또한 강박적 사고로 인한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특정 행동을 하는 것, 그것을 강박 행동이라고 한다.
위에서 B씨가 비누의 외피를 벗겨 사용하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씻는 행동이 강박 행동의 예이다.
강박행동은 세수, 숫자 세는 것, 확인하는 것, 수집하는 것 혹은 정리하는 것 등과 같은 반복적인 의식(ritual)을 말한다. 이런 의식을 반복할 때에는 일시적인 긴장감의 감소를 느끼지만 결코 만족감이나 일이 깨끗하게 끝났다는 느낌을 가지지는 못한다. 강박장애를 가진 환자들은 스스로 이런 강박적인 의식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뭔가 나쁜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강박행동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초래될 때, 즉 삶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을 보일 때, 강박 장애라고 부른다. (일반 사람들도 어느 정도의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을 보일 수 있지만 장애라고 하지 않는 것은 일상생활을 잘 수행하고 있기 때문)
계속해서 그리고 반복적으로, 그 사람은 “내 손은 분명 더러울 거야; 나는 손을 씻어야만 해”; “가스 불을 끄지 않고 집을 나온 것 같아”; “내 아이를 다치게 할 것 같아” 같은 괴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사람은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강박사고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런 생각을 피하려고 여러 시도들을 해보지만 결국 큰 불안감만 가지게 된다.
강박장애는 대개 “의심병”이라고 부른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 일어날 만한 것, 일어나지 않을만한 것들을 구별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병적인 의심”을 가지고 있다.
[출처] 강박장애란 무엇인가? from beautiful soul (행복찾기(누구에게나 열린 정신과 상담실)) |작성자 겨울바다
2) 강박장애의 유병율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강박장애에 대한 두 가지 오해가 팽배해 있었다. 하나는 강박장애가 매우 희귀한 병이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강박장애는 매우 고치기 어려운 병이라는 것이었다. 점차 다양한 치료 방법이 모색되고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짐에 따라 장애 현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이에 대한 생각들이 변화되고 있다.
1980년대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 있는 성인 환자들 중에 강박장애 환자의 비율은 대략 1% 안팎의 수치로 나타났다. 즉, 정신과에 입원한 사람들 100명 가운데 강박장애 환자는 한 명 정도 있을까 말까할 정도의 희귀한 장애 현상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근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과 환자가 아닌 ‘정상인’ 100명 중 약 두 세명 정도는 일생에 한 번 강박장애에 걸린다고 보고되고 있어 결코 드물거나 희귀한 장애가 아님을 알 수 있다. 1988년도에 시행된 국내 조사연구에서도 100명 중 두 세명 정도는 강박장애에 걸린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체계적이고 정밀한 조사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유병율 수치는 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많은 경우에 강박장애 환자들이 이를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정확한 조사가 어려워 보인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강박장애 환자들의 증상 발생은 12~14세 사이와 20~22세 사이가 가장 많지만, 실제로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는 것은 평균 17년이 지난 후인 30세 이후라고 보고되었다. 또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진단 기준을 충족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생각과 행동방식에 강박적인 성향이 농후한 사람들까지 합친다면 그 수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남녀 비는 비슷하다. 사회계층, 인종, 민족, 성별에 관계없이 나타난다. 환자들은 대게 학력이나 지능이 높은 편이며, 유전성 및 가족성 발병경향을 보인다. 주요우울증이나 사회공포증과는 달리 정신증과 공존하는 수가 많다.
* 강박장애를 가진 환자의 예
한 여성이 피부과를 찾았다. 그녀는 심각한 피부건조 증상이 있었으며, 자신의 피부가 깨끗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는 매일 2시간씩 샤워를 한다.
한 변호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커피를 만드는 일을 계속한다. 그와 같이 사는 동료는 그 변호사가 커피가 오염될 것 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만든 커피가 오염된 것 같아 대부분을 버린다. 그 변호사는 하루에 12시간을 일하는데 그 중 4시간은 커피가 오염되지나 않았을까하는 걱정으로 시간을 보낸다.
어떤 것이나 잘 버리지 못하는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오래된 편지, 오래된 신문, 빈 우유 상자 등 “뭔가 가치 있는 것을 담을 수 있는 것은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지 버리면, 끔찍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집에는 너무나 많은 잡동사니들을 모아두었기 때문에 이제는 집안을 걸어 다닐 수조차 없다. 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이 남자는 또 다른 집을 구해 잡동사니 수집을 계속한다.
자기가 교실을 “시끄럽게” 한 것에 대해 선생님에게 계속해서 사과하고 있는 10살 난 소녀가 있다. 소녀는 자신이 너무 산만하고, 헛기침을 너무 크게 한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소녀에게서 어떤 소리나 동작도 관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녀의 반복되는 사과에 점점 짜증나기 시작한다. 소녀는 “항상 자신이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다.
3) 강박장애의 원인
강박장애를 포함하는 이러한 장애 현상은 단순한 독감 바이러스와 같이 우리의 행복한 삶을 저해하는 이물질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것들은 일차적으로는 우리 삶을 피폐하고 고통스럽게 만들지만, 동시에 다른 방법으로는 얻기 어려워 보이는 것들을 얻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적응적인 의미를 지니고 그 사람의 생활방식 내지는 성격의 일부로 기능하곤 한다.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듯이 강박행동은 최소한 불안감을 신속히 감소시켜주는 매력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심리장애의 증상은 나름대로 역기능적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뭔가의 이득을 주며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떠한 부분이 치료적인 개입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런 의미에서 장애가 발생하고 지속되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치료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학습 이론, 인지 이론, 정신분석 이론, 생물학적 이론 등 다양한 심리학 이론이 강박장애 현상을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여기서 수학 문제의 정석 해법과 같은 명쾌한 설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미리 접어두는 것이 좋다.
‘나는 왜 브람스의 교향곡을 좋아하는가’ ‘나는 왜 남들과 달리 과학 과목을 좋아하는가’와 같이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질문도 그 잠재적 동기와 욕구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치기 시작하면 ‘그냥 좋으니까’를 넘어서는 보다 설명력 있는 대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스스로 혐오스럽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사람들의 복잡한 겉과 속을 무슨 수로 간단히 설명해내겠는가...
(1) 학습이론
학습이론의 대전제는 ‘인간의 행동은 학습된 것이다’ 이다. 이에 대한 보다 익숙한 우리말 풀이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이다. 우리의 일상행동은 아무렇게나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모든 행동이 학습된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것은 인간이 창의성과 독창성이 결여된 기계적인 존재임을 역설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날마다 별다른 의식 없이 하는 많은 행동이 이러한 학습 이론의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귀가 시간이 늦어져서 밤거리를 배회하다 보면 마음 한구석에서 뭉게뭉게 불안감이 피어오른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이것은 집에 늦게 들어가게 되면 아버지한테 혼난다는 사실과, 아버지께 혼나지 않기 위해서는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학습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학습이다.
① 조건형성 이론
파블로프가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개에게 음식을 주거나 냄새를 맡게 하면 개는 당연히 침을 질질 흘린다. 파블로프는 개에게 음식을 주면서 동시에 옆에 있는 전구에 불을 켜주었다. 그 결과 개는 전구의 불빛이 음식을 주는 것과 관련되었음을 ‘학습’하게 되었고, 여러 번에 걸쳐 음식과 전깃불을 짝지은 후에는 전깃불만 비춰주어도 음식이 주어질 것을 예상하며 침을 흘리게 되었다. 이를 고전적 조건형성이라고 한다.
여기서 음식은 무조건자극이 되고, 이러한 음식과 연합이 형성된 전깃불은 조건자극이 된다. 음식이 주어질 것이라는 조건하에서 자극으로서의 가치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또 음식과 같은 무조건자극에 의해 침을 흘리는 것을 무조건반응이라고 한다. 반면에 전깃불을 켜주었을 때 음식을 예상하고 침을 흘리는 행동은 조건반응이라고 부른다. 엄밀히 말하면 전깃불과 침을 흘리는 것 간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나, 반복되는 음식과 전깃불간의 연합을 통해서 중성적인 전구의 불빛만으로도 침을 흘리게 하는 자극의 속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고전적 조건형성이라고 부른다.
또 다른 종류의 조건형성 원리를 살펴볼 수 있다. 스키너는 비둘기를 상자 안에 가두어두고 다양한 행동을 관찰하였다. 비둘기는 부리를 치켜들고 천장을 쳐다볼 수도 있고, 한쪽 벽을 부리고 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퍼드득 날개짓을 하거나 바닥을 탁탁 쪼며 이리저리 부산스럽게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중 한 가지 행동을 정해서 그 행동에 대한 강화자극을 준다고 해보자, 예를 들어 사방의 벽 중에서 정해진 한쪽 벽을 탁탁 쫄 때마다 모이를 주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비둘기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우연히 단추를 탁 쪼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러면 실험자는 바로 비둘기에게 모이를 준다. 아무것도 모르는 비둘기는 신나게 받아먹고 또 이리저리 움직이겠지만,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수록 비둘기가 특정 벽을 쪼는 횟수는 점차 증가할 것이다. 이는 모이라는 강화자극이 특정 표적행동(한쪽의 정해진 벽을 쪼는 것)을 계속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조작적 조건형성이라고 한다.
조작적 조건형성에서는 고전적 조건형성에서처럼 무조건자극과 이와 연합됨으로써 자극의 성질을 얻게 되는 조건자극의 분류는 없다. 단지 어떤 선행된 행동을 강화함으로써 그 행동이 반복되고 지속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행동조성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간략히 살펴본 학습의 원리인 고전적 조건형성과 조작적 조건형성을 바탕으로 학습이론이 강박장애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② 마우러의 2단계 이론
강박장애의 발생과 유지를 설명하기 위하여 1960년에 마우러(Mowrer)의 2단계이론이 제기되었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두 가지 학습 이론에 근거하여 장애의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2단계 과정은 공포반응의 획득에 작용하는 두 가지 학습의 원리, 즉 고전적 조건형성과 조작적 조건형성 과정으로 구성된다. 이 이론의 핵심은 고전적 조건형성에 의해 공포반응이 획득되고 조작적 조건형성에 의해 공포반응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역겨우리만치 더러운 공중화장실이나 이와 비슷한 장소에서 오염이나 감염에 관련된 충격적이고 혐오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하자. 그는 이후로 당연히 공중화장실의 사용을 꺼리게 된다. 점차 자극이 일반화되면서 화장실이란 화장실은 모두 꺼리게 된다. 점차 자극이 일반화되면서 화장실이란 화장실은 모두 꺼리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사용한 이후에는 예전에 겪었던 끔찍한 일을 연상하며 손을 여러 번 씻게 되고 점차 반복하는 횟수가 증가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고전적 조건형성에 의해서 화장실이라는 자극에 대한 공포반응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이후에 그는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손을 수도 없이 씻어야 했고, 나중에는 거의 샤워를 하다시피 해야 그나마 불안감을 어느 정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반복적인 씻기 행동은 ‘오염에 대한 불안감을 일시적이나마 감소시켜주고 그로 인해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강화자극을 통해 강화되었다. 이것은 조작적 조건형성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는 부분이다.
요컨대 우선은 고전적인 조건형성의 원리에 의해 이전에는 중성적이었던 대상에 대해 공포반응을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공포자극에 대한 회피반응이 일어나게 되는데, 회피행동 자체는 별다른 긍정적인 속성이 없지만 기능적으로 공포의 경험을 감소시켜 주기 때문에 강화되어 지속된다. 다시 말하면, 조작적 조건형성의 원리에 의해 회피행동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강박장애 증상이 지속되는 원인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장애의 발생 과정을 효과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많은 강박장애 환자에게서 한 가지 이상의 다양한 강박 사고와 강박행동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전적 조건형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강박사고에 선행하는 다양한 혐오적인 사건들이 있어야만 한다. 물론 여러 가지 부차적인 강박적 사고가 일반화의 결과로 발달했다고 가정할 수도 있지만, 이를 성명하기 위해서는 또 상이한 강박적 사고들이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서 서로 무관해 보이는 상이한 강박사고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환경사건과는 무관하게 강박사고의 내용이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모두 고전적 조건형성 이론으로는 강박장애를 설명하는 것이 충분치 못함을 보여주는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③ 불안감소 이론
불안감소 이론 역시 조건형성의 학습 원리를 응용하여 의례화된 강박행위가 주관적인 불안감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증상이 지속된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마우러의 2단계이론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손을 씻는 등의 의례행위는 불안의 감소라는 긍정적인 강화물과 결합되어 있다. 강박사고에 의해서 불안감이 증가했을 경우 의례행위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는 일시적으로라도 불안감이 가라앉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의례행위는 환자들에게 불안을 회피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어 계속 강화되고 유지되는 것이다. 불안감소 이론은 강박장애가 지속되는 측면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변기에 가까이 갈 때마다 곧 죽을병에 걸릴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는 환자가 있었다. 용변을 안보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변기에 가까이 가자니 이것이 매일 매일의 고역 아닌 고역이다. 변기에 가까이 갈 때마다 혹은 변기에 억지로 앉게 될 경우 샤워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 환자가 수용해야 할 사실은, 변기에 가까이 가고 또는 변기에 앉는다 하더라도 별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씻기 행위는 환자에게 일시적인 불안의 경감을 가져다주므로 자신에게는 효과적인 대처 방법으로 인식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의례행위로 인해 환자는 자신의 오류적인 신념을 반증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강박행위가 불안을 감소시킨다는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 실험 연구가 있다. 이 실험에서는 강박장애 환자들에게 강박행위 수행에 대한 압박감을 일으키는 ‘오염물’과 같은 불안자극을 제시하고 나서, 이들이 의례행위를 하기 전과 의례행위를 한 후의 주관적인 불안감 수준을 측정하고, 이를 의례행위가 방지되거나 지연되었을 경우의 불안감 정도와 비교하는 것이었다. 실험 결과, 먼지나 병균에 대한 오염공포와 이에 따른 씻기 행동을 보이는 강박장애 환자의 경우, 실험적으로 유도된 오염자극은 이들의 불안감을 증가시켰다. 이후에 의례행위를 하였을 때와 의례행위를 하지 못하게 차단했을 경우 환자들의 불안감의 정도가 어떻게 차이 나는지를 살펴보았다. 우선 환자들이 의례행위(씻기)를 하도록 했을 때는 고조되었던 불안감의 수준이 신속하게 감소하였지만, 아무런 의례행위도 할 수 없도록 하였을 때는 불안감이 상승하였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의례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 후자의 경우에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증가되었던 불안감이 자발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의례행위를 차단하는 것은 환자의 주관적 불편감이나 불안감을 증가시키지도 감소시키지도 않았다. 주관적으로 호소하는 불안감이나 맥박, 피부전도반응 등의 측정치 모두에서 이러한 결과가 보고되었다.
의례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했을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불안이 급증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불안과 불편감은 자발적으로 감소하여 의례행위를 수행함으로써 감소시킬 수 있는 정도에까지 불안이 감소하게 되고 점차로 의례행위에 대한 저항력을 획득하게 된다.
학습 이론은 증상 지속의 측면에서는 적절한 이론적 설명과 연구 근거를 제시할 수 있으나, 장애의 발생 과정과 증상의 내용에 관련된 현상을 포괄적으로 설명해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과거의 고통스럽고 혐오스러운 기억, 즉 고전적 조건형성의 무조건자극에 해당하는 과거의 사건이 전혀 보고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있다고 하더라도 논리적으로 현재의 행동과 연결을 짓기 곤란한 경우가 많아 장애의 발생 과정에 대한 생명력이 빈곤하다.
또 왜 먼지, 유리가루, 성병감염, 대칭과 조화 등 특정한 주제들이 빈번하게 증상의 소재로 등장하는지에 대해 학습 이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행동주의 이론과 학습이론 보다는 비교적 후기에 등장한 인지이론이 합세하여 현상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가 이루어지고 있다.
(2) 인지행동 이론
심리장애에 대한 여러 가지 심리학 모델 중 인지행동 이론이 취하는 기본적인 입장은 사람들이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가에 따라서 경험하는 바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똑같이 어렵고 힘든 일을 겪어도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사람들마다 독특한 관점과 개성을 가지고 자기 방식대로 세상을 지각하고 나름대로의 설명 틀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가는 생각만큼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가가 보다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 사건에 대한 정서, 감정, 행동반응도 달라지게 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해석하고 생각하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감정반응 및 대처행동의 양상도 달라질 것이다.
강박장애에 대한 인지행동 모델은 다른 정신장애에 비하여 뒤늦은 1980년대에 들어서 제안되었다. 이 역시 다른 인지행동적인 접근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현상을 어떻게 파악하고 해석하는가에 따라서 그 경험 내용이 달라진다는 대전제로부터 문제를 헤쳐나간다. 여기서는 살코프스키스와 라크만이라는 두 심리학자가 제안한 강박장애 모델을 살펴보려고 한다. 두 이론이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으며 많은 부분에서 유사성을 띄고 있다.
① 살코프스키스의 인지행동 이론
살코프스키스는 1980년대 중반에 강박장애에 대한 인지 행동적인 이론을 제안하였다. 이 이론은 강박장애 환자들이 자신의 침투적인 생각으로부터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통해 장애의 발생과 지속을 설명하고 있다.
* 과도한 책임감
이 이론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전에는 장애의 증상으로만 여겨져 왔던 ‘침투적인 생각’을 더 이상 증상으로만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침투적인 생각이 발생하는 것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바라보고 이를 하나의 자극으로 파악했다는 점이 이 이론의 획기적인 특징이다.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수준의 강박사고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와 유사한 내용의 침투적인 생각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음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침투적인 생각은 현상의 기초적인 자극일 뿐 그 존재 자체가 비정상임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침투적 생각의 내용과 침투적 생각이 발생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침투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평가와 해석을 내림으로써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살코프스키스는 이 이론의 중심으로 강박장애 환자들이 침투적인 생각을 오류적으로 해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제안했다.
강박장애 환자들이 느끼는 책임감은 자신이나 남에게 해를 끼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뭐든지 확인을 하지 않으면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다’고 호소하며 정신과 외래에 찾아온 20대 초반의 남자 환자가 있었다. 처음에는 ‘가스불을 안 끄고 나온 것은 아닐까’ ‘수돗물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것은 아닐까’ ‘지갑이나 핸드폰을 떨어뜨린 것은 아닐까’ 등의 의심이 상습적으로 의식에 침투하였기 때문에 집을 나서려면 의례화되어 특별한 순서로 고정된 반복적인 확인행동을 해야 했고, 길을 다니면 뭔가 떨어뜨리지 않았나 계속 바닥을 살펴야 했기 때문에 계속 멈춰 서서 주변을 살피느라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무엇이 두려워서 그렇게 확인을 하는거죠?”라는 질문에 “확인을 안하면 정말로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집에 불이 날 것 같고, 수돗물이 온 집안으로 넘쳐 흐를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전부 다 내 책임이라구요”라고 응답했다. 이것이 바로 살코프스키스 이론의 핵심이다. ‘어떻게 해서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나쁜 일 이 일어날 것 같고, 그것을 예방하지 못하면 다 내 책임인 것 같다’는 것이 강박장애 환자들의 책임감에 대한 역기능적인 신념이라는 것이다.
* 중화행동
과도한 책임감의 지각과 함께 살코프스키스 모델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요소는 역기능적인 ‘중화행동’이다. 중화행동은 침투적인 생각으로 인한 불편한 마음 상태를 본래대로 되돌리고 바로잡고자 하는 의도에서 수행되는 대처행위 모두를 일컫는다. 의례화되어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강박행동 역시 중화행위이다.
살코프스키스의 모델에 의하면 과도한 책임감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어떠한 형태의 행위도 다 중화행동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바닥에 유리조각이 떨어져 있을 것 같다는 의심과 걱정에서 비롯된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닥을 청소하는 것이 바로 중화행동의 한 예이다.
이러한 중화행동은 즉시적으로 격한 불안감을 감소시켜주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자신이 침투적인 생각에 대해 매우 비합리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으며 필요 이상의 책임감과 불안감에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을 직면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역기능적이다. 과도한 책임감과 같은 오류적인 신념은 이와 같은 식으로 중화행위에 의해서 지속된다. 침투적인 생각에 대한 오류적인 해석은 과도한 불안감과 책임감을 느끼도록 만들고, 일어날지도 모르는 나쁜 일을 방지하고 관련된 불편감과 과도한 책임감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중화행위를 수행하게 하지만 그 효과는 매우 일시적이며 결과는 궁극적으로 역기능적이다.
② 라크만의 모델
최근에 라크만에 의해 제안된 강박장애에 대한 인지모델도 살코프스키스의 모델과 유사하다. 라크만의 모델은 개인이 자신의 침투적 인지를 재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강박사고가 발생하고 지속된다고 보았다. 라크만의 이론에서도 침투적인 생각은 오류적인 해석과 평가의 시초가 되는 기초자극으로 간주되고 있다.
침투적인 생각을 재난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개인에게 심각한 의미를 갖는 위협자극의 범위가 확장되고, 결과적으로 침투적인 생각은 더욱 빈번하게 의식으로 침투하여 이를 통제하는 것 역시 더더욱 어려워진다. 침투적인 생각을 재난적으로 해석하고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게 되면 당연한 반응으로 다양한 형태의 중화행동이 나타난다. 중화행동은 일시적으로 불편감을 감소시켜주지만 결과적으로는 재난적인 해석 내용을 반증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고 오류적 해석을 계속 강화하며 악순환의 과정을 밟게 된다. 결국 침투적인 생각에 부여된 재난적인 오해석이 지속되는 한 강박사고도 계속 유지될 것이고, 재난적인 오해석이 주성 또는 제거된다면 강박사고도 감소될 것이다.
③ 강박장애 환자의 사고 과정의 특징
살코프스키스와 라크만이 제안한 침투적 사고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 지각 및 재난적 해석 외에도 강박장애 환자들에게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식을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보인다.
* 난 생각을 통제해야만해!
자제력, 절제, 인내, 극기 등은 이들의 생각 기저에 흐르는 구호들이다. 여기에는 공통적으로 통제라는 이슈가 걸려있다. 이들은 생각 자체에 대한 것이든 생각에 관련된 상황에 대한 것이든 통제의 의무를 강하게 지각하는 사람들이다. 책임감의 과도한 지각도 어떤 의미에서는 생각의 내용과 관련된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는 과도한 의무의 지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통제의 대상이 반복적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강박적인 생각, 이미지, 충동 그 자체이든 아니면 유리가루가 떨어져 있는 마룻바닥과 같은 강박사고에 포한된 상황에 대한 것이든 이들은 자신의 의지하에 이를 통제해야만 한다는 의무를 강하게 지각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특징적이다.
* 이것은 그저 단순한 생각만은 아니야 !
단순히 이런 생각이 떠오른 것만으로도 그 생각은 매우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것이 강박장애 환자들의 또 하나의 특이한 사고 경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투적인 생각을 잠깐 스쳐지나가는 무의미한 잡념으로 무시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생각이 자신의 마음속에 떠올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생각이 중요한 것임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예를 들면 그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내가 이것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생각은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어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 사고행위 융합
생각자체에 과도한 의미와 중요성을 부과하는 오류적인 사고 경향 중에는 ‘사고행위 융합’이란 오류가 있다. 이것은 생각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여 행각과 행위의 경계가 허물어져서 생각이 바로 행동과 같은 실제성을 띤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강박장애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사고행위의 융합에는 두 가지 과정이 있다. 하나는 도덕성 융합 오류이고 다른 하나는 가능성 융합 오류이다.
도덕성 융합 오류란 쉽게 말해 ‘못된 생각을 하는 놈은 못된 짓을 하는 놈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는 것이다. 나쁜 생각을 하는 것과 그런 행동을 실제로 하는 것 사이에는 도덕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행위와 사고의 윤리성을 동등하게 여기는 것이 도덕성 융합이다.
가능성 융합이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면 이 생각을 하고 있음으로 인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라는 식의 오류적인 사고이다. 나쁜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나 남에게 그러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적 오류를 가지고 있다면 매우 위험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험난한 절벽 사이에서 외줄을 타는 것과 같은 긴장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성적이고 공격적인 충동처럼 나쁜 생각을 하고 있으면 자신이 실제로 그런 일을 저지를 것만 같고 교통사고나 에이즈 감염과 같은 위험한 생각을 되풀이해서 하면 그런 일이 실현될 것만 같이 느껴지는 이러한 가능성 융합 오류 역시 도덕성 융합과 마찬가지로 생각을 생각 아닌 실제적인 것으로 해석하여 ‘사고의 중요성’을 과도하게 평가하는 오류적인 과정의 하나이다.
* 안전불감증 또는 안전과민증
사람들은 평상시에는 느긋하게 잇다가 위험이 눈앞에 닥치면 어깨를 움츠리고 긴장하게 된다. 즉, 별다른 위험요소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을 이유없이 위협적이라고 느끼지는 않는다. 그러나 강박장애 환자들은 이와는 정반대로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증명되기 전까지는 평상시 상황을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혐오스러운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비합리적으로 높게 평가하며, 혐오스러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결과를 매우 심각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보통 확인되지 않거나 때로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위협자극을 두려워하며 회피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사람들에게라면 발생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사건이 이들에게는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되곤한다. 위험한 일이 발생할 확률과 그 결과의 심각성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당연히 이들을 불확실한 상황 속에 있는 것을 매우 불안하고 견디기 어려운 일로 만들어 버린다.
* 불확실한 상황에의 과도한 두려움
사람들이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을 불편해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어떤 예기치 못한 나쁜 일이 생길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해로운 일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나에게 찾아온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긴장감을 주고 입이 바싹 마르게 한다.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예측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은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는 법이다.
실제로 위험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강박장애 환자들이나 보통 사람들 간의 차이가 없지만, 위험률이 낮은 조건에서는 강박장애 환자들은 실현가능성이나 결과의 심각성을 보다 부정적으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현 가능성이나 위험요소에 대한 과대평가 및 오류적인 해석은 그 자체로는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사고 과정은 중화행위를 유발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증상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으로 기능한다. 얼굴 한번 찌푸리고 생각을 떨쳐버리면 그만일 것을 실제적이고 심각한 것으로 여김에 따라 실제적인 통제행위를 수반하는 심각한 위협거리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강박장애 환자들은 발생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한 소설적 허구와 같은 사건과 발생확률은 낮지만 그래도 개연성이 있는 사건을 적절히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완벽하게 실수나 오점이 제거된 수준까지 확인행동을 했기 때문에 의례행위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미신적인 이유나 피로감에 의해서 행위를 멈추게 된다. ‘열 다섯 번이나 확인을 했으니 이제는 충분하겠지’라는 식으로.. 책상위에 뭔가가 있을 것 같다는 의심은 육안으로는 관찰 할 수 없는 미생물 또는 먼지라도 있을 것이라는 개방적인 안목에 의한 것이 아니다. 거의 ‘무언가가 거기 반드시 있다’ 는 하나의 신념에 가까운 것이다. 이러한 가설은 좀처럼 증명될 수 없고 계속해서 불안감과 의심만을 증폭시킬 뿐이다.
* 부당한 의심과 추론
강박장애에 대한 인지행동 이론은 불안을 일으키는 것이 사고 자체로 인한 것이기보다는 침투적인 사고에 대한 비합리적인 해석과 평가로 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외에도 상황 판단 과정 중에 이들이 빈번히 나타내는 추론상의 오류를 살펴보자.
첫째, 이들은 보통 사람들이 가진 추론 과정을 역행하는 식으로 현상의 인과를 추론한다.
많은 경우에 강박장애 환자들도 자신의 의례행위가 무모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은 경우에 따라 거의 99%의 정도로 자신이 의례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1%의 가능성에 집착하며 이 1%가 문제의 근원이 된다.
정상적으로 바닥에 흩어져 있는 흙먼지와 진흙이 엉겨있는 구두를 보고서 ‘이것으로 진흙을 밟았던 사람들이 많이 지나갔나보다’라고 추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강박장애 환자들은 ‘더러운 신발을 신고 지나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라는 가정에서 출발해서 ‘분명히 바닥에 진흙이 있을 것이다’라는 추론을 한다. 또 아무리 시각정보가 바닥에 더러운 오물이 떨어져 있지 않다고 입력되어도 이를 무시한다.
두번째, 이들은 정확하지 못한 기억에 근거한 추론을 한다. 이들의 추론 과정에서는 서로 관련이 없는 개별적인 과거의 두 사건이 합쳐져서 이상한 내용으로 결합되는 경우가 있다. 우연하게도 거의 동시에 또는 연속적으로 일어났지만 서로 별 관련이 없는 사건들이 결합되어 하나의 증상을 이루는 것이다.
셋째, 이들은 부적절한 감각 양상에 의해 추론을 하기도 한다. 옷이 제대로 정리된 것을 눈으로 봐서 알기보다는 옷이 걸리는 소리에 의해서 자신의 옷이 잘 정리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강박장애 환자도 있다.
이러한 추론 양상이 모든 강박장애 유형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들은 자신의 증상영역에서는 보통 사람들과 상이한 방식으로 현상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것처럼 보인다.
(3) 사고억제의 반동 효과
사람들은 누구나 심리적인 안정과 편안함을 추구한다. 따라서 원치 않는 불편한 생각이 떠오를 경우 이를 억제하거나, 불쾌한 감정 상태를 회피하기 위해서 갖가지 방법을 시도하며 자신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의도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원치 않는 사고와 행동들이 보다 높은 빈도로 발생하거나 재현되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
자신의 마음을 통제하려는 여러 시도들 중에서 특히 의도적인 생각의 억제는 강박장애와 관련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억제는 ‘특정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노력’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많은 연구에서 어떤 생각을 억제하려는 능동적인 시도는 그러한 시도를 하지 않는 경우보다 오히려 그 생각에 더욱 집착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효과를 생성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특정한 생각을 억제하려는 노력은 일시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뒤이은 시기에 표현하게 했을 때 역설적인 반동 효과라고 불리는 사고 빈도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렇게 특정한 생각을 의도적으로 억제하려는 시도는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4) 정신역동적 설명
정신분석에서는 개인의 심리구조가 자아, 원초아, 초자아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어떤 추동이나 욕구의 표현 및 해소와 관련하여 서로 간에 상당한 갈등이 빚지고 결과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불안은 자아가 위협적인 원초아의 욕구와 추동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발동시키도록 하는 위험신호로 작용하고 결국 자아와 원초아간에 ‘타협’이 형성되게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타협은 생각이나 행동을 비롯한 여러 가지형태의 증상을 발현된다. 심리적인 원인이 개입하는 대부분의 증상은 자아와 원초아의 타협으로서 이는 원초아로부터 비롯되는 위협적이고 본능적인 추동과 욕구를 방어하면서 한편으로 이를 현실적으로 덜 갈등적인 변형된 형태로 표출할 수 잇게 해준다. 이러한 의미에서 타협형성은 억압된 갈등을 반영하며 동시에 이러한 갈등과 관련된 긴장과 압박을 간접적으로 해소할 수 있게 해준다.
정신역동적인 입장에서는 모든 다른 신경증적 증상에서와 마찬가지로 강박 증상도 일종의 타협형성이라고 본다. 신경증 증상은 불안의 실제적 근원을 경험하고 인식하는 것을 방해하며, 경험되는 갈등과 불편감을 감소시키려는 무의식적 의도를 지닌다. 이러한 갈등은 위협적인 욕구나 충동으로부터 발생한다. 특히 강박장애 환자들의 경우 공격적이 충동, 분노감, 성적인 욕구와 충동이 기저의 주요한 갈등원이 된다고 이야기 된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개인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므로 직접적으로 그런 느낌을 표현하거나 건강한 방식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갈등과 억제의 패턴은 생의 초기에 학습된다. 아이들은 이를 적절히 통제하고 다루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이러한 갈등을 적절히 다룰 만한 인지적 정서적 자원이 제한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갈등들을 경험하게 될 때 사람들은 이러한 욕구를 숨기거나 위장하기 위한 많은 조작을 수행하게 된다. 강박사고와 강박행동 역시 이러한 불안이나 긴장을 통제하기 위해 상징화되어 나타나는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즉, 아동기를 거치면서 겪을 수 있는 위협적인 욕구나 충동이 적절히 표출되거나 다루어지지 못한 채 감당하기 어려운 죄책감이나 수치감으로 남게 되는데, 이러한 다양한 심리적인 불편감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강박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심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초기 정신분석에서는 방어되어야할 충동이 주로 항문기적인 갈등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최근에 이러한 갈등은 복종 대 반항이라는 개념화로 수정되기도 하였는데, 이것은 의존성 대 자율성 갈등의 유형과도 관련된다. 아이는 부모의 간섭과 지배적인 성향 때문에 자율성을 추구하고 획득하는 과정에 많은 방해를 받고 어머니의 명령, 금지, 처벌에 대한 분노감을 느끼지만 이를 억압하고 복종으로 반응한다. 부모는 아동의 독립성 추구에 대해 애정박탈 또는 엄격한 통제와 훈육으로 반응한다.
항문기에서 이와 같은 부모와의 외적인 갈등은 발달 과정에서 내재화되어 초자아와 자아간의 내적인 갈등이 되고 처벌에 대한 원초적인 불안은 이제 죄책감으로 바뀐다. 자아는 계속 자기의 죄책감을 줄이려고 종종 가망 없는 노력을 하며, 초자아의 새로운 처벌 행동을 피하기 위해 원초아추동을 다시 억압하려고 한다. 이처럼 원초아로부터 비롯되는 위협적인 욕구와 추동에 더불어 초자아와 자아의 갈등사이에서 일어나는 죄책감도 타협형성을 통해 발현되는 강박 증상의 중요한 근원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정신역동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강박증상은 원초아적인 성적, 공격적 충동과 같이 자아에게 위협적이고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적인 갈등에 대한 복잡한 방어와 통제 및 타협의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5) 뇌와 신경계의 이상
최근 몇 년간 여러 연구자들이 강박장애는 생물학적인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우리 뇌에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일종의 화학물질로 세포와 세포간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교신자의 역할을 한다.
연구자들은 강박장애가 두뇌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세로토닌이 감소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기능을 하는 클로미프라민이라는 항우울제를 강박장애 환자들에게 사용하면 증상이 완화된다는 보고가 있어, 이로부터 세로토닌 결핍이 강박장애와 관련되었을 것이라는 제안이 나온 것이다.
세로토닌은 충동성, 공격성, 자살, 불안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신경전달물질로서 많은 정신장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신경계의 위치에서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을 경우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강박장애에 세로토닌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애의 발달과 지속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잇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역시 여러 심리장애와 관련되어 있다. 도파민의 일종인 암페타민을 투여한 고양이에서 강박적으로 냄새를 맡는 행동이 관찰된다거나, 도파민 촉진제를 투여한 쥐에게서 반복적인 행동이 나타난 연구 결과들이 도파민과 강박장애 증상과의 관련성을 시사하고 있다.
약물의 효과와 함께 직접 두뇌의 기능 및 신진대사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를 탐지해내려는 연구 방법도 있다. 이는 두뇌의 다양한 부위가 강박장애 증상과 어떠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지를 밝혀내기 위한 것으로 대개의 연구자들은 특히 두뇌의 전두엽의 이상이 강박장애의 원인이 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연구에 따르면 강박장애 환자들에게서 뇌의 전두엽, 기저신경절(특히 미상핵) 부분의 대사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증가되어 있는 소견이 보고되고 있어 신경학적인 이상이 강박장애의 원인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생물학적 이론은 여러 연구에서 지지받고 있기는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또한 강박장애 환자들의 세로토닌 수준에 이상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나 이것이 다른 정신장애, 특히 다른 불안장애 환자들과 구분되는 강박장애 환자들만의 특징인지를 말해주는 확실한 근거는 없는 상태이다.
다양한 생물학적 연구에서 강박장애 환자들의 신경학적 결손에 대한 가설을 제안하고 치료과정에서도 긍정적인 약물반응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이 강박장애의 원인이나 경과를 명확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강박장애를 생물학적 소인과 심리적 환경적 요인의 상호적용으로 보는 것이 균형 잡힌 시각일 것이다.
4) 강박장애의 경과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은 이를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갖고 살아가기 때문에 뒤늦게 발견된다. 강박증상의 발생은 청소년기 초기인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치료를 받는 것은 30세 이후라고 보고되기도 한다. 강박장애는 삶을 고통스럽고 제한되게 하지만 동시에 다른 방법으로는 얻기 어려워 보이는 것을 얻을 수 있게 해 주므로 나름대로 적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강박행동은 최소한 불안감을 신속히 감소시켜 준다.
강박장애는 임상적으로 다양하게 증상이 나타나며 그 공통적인 면은
① 어떤 하나의 생각이나 충동이 지속적으로 완고하게 의식으로 침범하듯이 나타나거나
② 이 때 불안이나 두려움이 동반되며 이를 막기 위한 수단을 취하게 한다.
③ 이러한 강박사고나 행동은 개인 경험이나 자아에 대해 이질적인 것이다.
④ 증상이 아무리 심해도 자신에게 이는 어리석고 불합리한 것으로 인식된다.
⑤ 강박 증상에 저항하려 한다.
이러한 강박적 사고와 강박적 행동은 대치나 취소하기 등과 같은 부적응적인 방어기제가 사용되며 어느 정도 퇴행적이고 마술적인 면을 갖는다.
5) 강박장애의 유형
강박장애의 내용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하위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어떠한 기준을 적용하는가에 따라 구분되는 하위 유형이 달라질 것이다. 기존에 강박장애의 특징적인 하위 유형이라고 주목되어 온 것들은 주로 외현적인 강박행동의 증상 내용에 따라 구분된 것인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강박적인 씻기 행동, 확인행동, 반복행동, 정리행동, 수집행동 등이 있다.
이것과 자주 등장하는 것이 외현적인 강박행동이 잘 드러나지 않는 순수 강박사고 유형이나 내적 강박행동 유형이다. 대체로 어떠한 강박행동 증상을 보이는가에 따라 장애의 하위 유형 구분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1) 외현적 강박행동
① 강박적인 씻기 행동
오염에 대한 강박사고와 씻기 강박행동을 가진 환자들은 어떤 물건이나 상황에 의해 오염되는 것에 대한 강박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다. 신체 분비물, 병균, 질병, 화학물질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오염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이들은 과도하게 손을 씻거나 매우 의례화되어 있는 장시간의 샤워를 하고, 몇 시간 동안 집안청소를 하는 등의 강박행동에 몰두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세척행위가 죽음이나 질병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예방적인 행위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미 오염되었다’는 극도의 불안감으로부터 안정감을 회복하기 위한 행위로 수행된다.
- 씻기 행동 강박장애의 예
박씨는 42세의 여성으로 무려 25년 이상을 손씻기와 집안청소에 ‘몸바쳐’ 온 환자이다. 일을 하자면 손을 가만히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박씨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실 고민아라는 말로만은 턱도 없이 부족하며, 박씨의 삶은 차라리 피폐화되고 황폐화되고 말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남편과의 관계는 물론 사회적인 관계 역시 거의 최악이 되어버렸다. 쓰레기통, 화장실, 카페트 등 조금이라도 먼지가 묻어나올 만한 곳에 접촉한 후에는 바로 손을 씻고 또 씻기를 반복하였다. 손을 씻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병에 걸릴 것 같은 생각에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박씨는 고등학교 시절에도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야할 때면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화장실 문을 건드리는 것조차 끔찍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발로 툭 차고 뛰어들어 갔으며, 나중에는 화장실 문에 발이 닿는다는 것조차 순식간에 오염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남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을 잘 포착해서 틈새로 끼어들어갔다. 일을 보고 난 후에 손을 씻을 때도 수도꼭지를 만지는 것이 여간 찝찝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친구들이 손을 씻고 있을 때 “미안해”라며 얼른 손을 씻고 내빼듯 도망쳐왔다. 집에서 손을 씻을 때는 우선 수도꼭지를 씻는다. 그러고 나서는 다시 손을 씻고난 후에 이제는 손이 어느 정도 깨끗하다고 생각이 되었기 때문에 더러운 손으로 씻었던 수도꼭지를 다시 씻어 깨끗하게 만든다. 이제 수도꼭지는 깨끗해졌지만 다시 손에 더러운 것이 묻었을 것 같기 때문에 손을 깨끗이 또 씻는다. 그러고 나서 수도꼭지를 잠그면서 손과 수도꼭지를 전체적으로 한 번 헹궈주면 손을 한번 씻는 것이 된다. 이렇게 하루에 50번을 씻고, 화장실의 비누는 삼일에 하나씩 갈아야 한다.
② 강박적인 확인행동
강박적인 확인행동은 어떤 결함이나 실수 혹은 사고에 대해 ‘의심하고’ 두려움을 느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의도에서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행위를 말한다. 확인행동은 대체로 일정하게 굳어진 의례적인 방식으로 수행되며, 주로 실수나 사고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 내지는 검토의 의도를 띤다. 흔히 등장하는 강박적인 확인행동의 소재로는 문단속, 가스밸브, 난로, 재떨이 등을 들 수 있다.
- 확인 행동 강박장애의 예
정씨는 28세의 남자 환자로, 남을 해치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확인행동을 한다. 정씨는 참을 수 없는 생각들이 계속 침투해 들어오고 여기서 비롯되는 강박적 확인행위를 견딜 재간이 없기 때문에 운전을 할 수 없었다. 생각의 내용은 주로 누군가를 차로 치게 될 것 같거나 누군가를 차로 치고 지나온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온 길을 몇 시간이고 되돌아가서 아무도 자신으로 인해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했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서 주차를 시킨 후에 바퀴에 핏자국이 묻어 있지는 않나 살펴보아야 하고, 심지어는 다음날 조간신문을 사서 누군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있지는 않나 확인해보아야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③ 강박적인 지연행동
강박장애 환자들 중에는 꾸물거리고 지연시키는 행동이 주요 증상인 환자들이 있다. 물론 강박장애 환자들이 반복적이고 의례화된 강박행위에 몰두하고 있는 한 지연행동을 필연적으로 나타낼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소수의 강박 환자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지연행동이 다른 의례행위에서 비롯되는 부차적인 결과가 아니라 그 자체가 일차적인 강박 증상으로 나타난다.
- 지연행동 강박장애의 예
이군은 하루를 시작하며 씻고 옷을 입는 데 자그마치 여섯 시간을 소비했다. 면도를 할 때는 턱수염 한올 한올을 각각 잘라내야만 한다고 느꼈고, 구두끈을 묶을 때는 정확하게 양분된 리본 모양으로 날마다 똑같게 묶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씻고 입는 행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화장품 바르고, 옷 입는 정도의 서너가지 행동으로 구분되겠지만, 이군에게는 이것이 수없이 많은 자잘하고 세세한 행위로 구분되었다. 또한 날마다 똑같은 고정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느꼈다.
④ 강박적 반복행위 유형
강박장애라고 하면 그 생각과 행동이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된다는 것이 정의적인 특징이지만, 반복적인 씻기나 확인행동 등을 주 증상으로 하는 환자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반복행위 유형’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강박사고와 이에 수반되는 의례화된 강박행위간의 연결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강박장애 유형은 씻기, 확인, 정리, 지연행동 등 주로 반복행위의 내용이 무엇인가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 이는 ‘더러워진 것 같아서 씻는다’, ‘사고가 날 것 같고 실수가 있을 것 같아서 확인한다’ 와 같이 강박사고와 강박행위간에 논리적으로 잘 설명되는 연계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러워진 것 같다면 거의 본능적으로 ‘씻어야 한다’ 는 대답이 떠오르고, 문이 열려서 누군가가 침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당연히 문단속을 재확인하는 것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처행동일 것이다. 반면에 강박적 반복행위 유형에서 보이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의 결합은 이러한 논리적인 연계가 아닌 마술적인 연계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강박적 반복행위를 유발하는 상황은 매우 다양하며 어떤 경우에는 신성모독적인 생각과 같이 명확한 외부자극이 없이 내면에서만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불안감, 수치심, 죄책감, 혐오감을 유발하는 생각이나 이미지 또는 충동에 대해서 강박적 반복행위 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남편에게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지?, ’옆집 아저씨는 개새끼다!‘, ’이 엄숙한 자리에서 음탕한 소리를 외칠 것 같다‘, ’우리 어머니가 죽을 것이다‘, ’내 딸이 학교 다녀오다가 강간을 당할 것이다‘ 와 같은 생각들이 주로 강박적 반복행위에 선행하는 생각들이다.
⑤ 강박적인 정리정돈
강박적인 정리행동을 보이는 환자들에게도 반복적인 강박행위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반복행동의 목적이 다분히 모호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정리정돈 행동이 어떤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한 불안감에서 비롯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행동 기저에 자리잡는 것은 ‘사물을 제대로 맞춰놓아야 한다’는 완벽주의의 욕구인 것처럼 보이는 때가 많다. 많은 경우에 ‘대칭이나 균형’을 포함하는 질서정연한 상태에 대한 완벽주의적 추구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 보인다. 이들은 사물을 가지런히 정해진 순서대로 배열하느라 몇 시간이고 소모하고,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광기에 가까운 분노감을 터뜨린다.
- 정리정돈 강박장애의 예
오씨는 30대 중반의 여성인데, 집안의 모든 것들을 특별한 방식에 의해 정리해야만 하는 강박 증상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사물을 정해진 위치에 각각의 특별한 각도로 배치해야만 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옷장이나 서랍을 만지고 나면 사물의 배열이나 정돈 상태가 흐트러지니 심기가 불편해져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기 일쑤였다. 하루 일과는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다니며 물건을 정돈하고 배열하며 식구들이 만진 것들을 원래 상태로 복구시키는 것이었다. 찬장에 양념통을 넣거나 냉장고에 음식을 넣을 때도 엄격한 균형과 대칭에 의해서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⑥ 강박적인 수집행동
정리정돈을 하고 보이지도 않는 먼지를 닦아내기 위해 야단법석을 떠는 강박장애 환자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집안을 온통 난잡한 쓰레기더미로 만들어 놓는 강박장애 환자들도 있다. 수집행동과 관련된 강박장애 유형은 생활공간을 난잡하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언젠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필요 없어 보이고 심지어는 쓰레기로 취급될 만한 물건을 차곡차곡 쌓아 모은다.
(2) 순수 강박사고 유형
강박장애 중에는 외현적인 강박행동이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순수 강박사고 유형 혹은 강박적인 반추, 강박행위가 생각의 형태를 지닌 내적 강박사고 유형, 걱정 등이 그것이다.
순수 강박사고 유형은 불편한 생각이 떠오르고 내면에서 이에 대해 끝도 없이 지리한 난상토론이 일어나는 것과 유사하다. 누구나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다. 일단 혐오스러운 생각이 떠오르고 불안해 지기 시작하면, ‘괜찮아. 별 생각 아닐 거야. 왜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지’와 같은 또 다른 목소리가 내면에서 일어난다. 순수 강박사고 환자들은 이러한 내면의 대화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까지 이르게 된다.
순수 강박사고 유형은 외현적인 강박행동이 나타나지 않지만 분명히 강박장애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 목소리는 자신을 비판하고 힐난하는 내용으로, 일종의 강박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분명히 불편감을 일으키고 강박적으로 집착하게 만든다. 두 번째 목소리는 안도하고 위안하려 하는 목소리로, 불편감을 감소시켜준다는 면에서 일종의 강박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이것이 내면에서 강박사고와 뒤엉켜 진행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따라서 강박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두 내면의 음성은 상이한 내용을 지니게 될 것이다.
똑같은 내용의 생각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이 순수 강박사고와 곧 다룰 내적 강박행위 유형을 구분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원치 않는 성적인 내용의 생각, 공격적이거나 난폭한 내용의 생각, 신성모독적이거나 도덕관념에 배치되는 생각 등은 순수 강박사고 환자들의 단골 메뉴인 것 같다. 이것들은 공통적으로 생각 자체가 매우 혐오스러운 것들이며,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내용의 생각들이 많다. 또 죄책감을 일으키는 도덕관념에 위배되는 내용이 많다. 보통 이처럼 침투해 들어오는 생각들이 성가신 강박사고로 발전하는 경우는 그 내용이 그 사람의 가치나 신념체계와 상반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 순수 강박사고 유형의 예
성적인 공상을 밥 먹듯 즐기는 음흉한 중년의 남자가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절대로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해로운 일을 하는 것은 큰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느 날 이 남자에게 주변의 가까운 사람과 원치 않는 성적인 관계를 갖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내가 왜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지’ 하며 머리를 흔들었지만, 그다지 그 생각이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별로 이 생각에 신경이 쓰이지도 않고 이 생각을 반드시 떨쳐버려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문득 앞사람의 뒤통수를 구둣발로 찍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우욱’ 머리가 아찔해지면서 현기증을 느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지’ 하면서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자꾸 신경이 쓰이면서, 이 생각이 또 떠오르게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이상하게도 사람을 쳐다볼 때마다 의식이 되고 신경이 쓰인다.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염려하고 있을라치면 틈새를 놓치지 않고 바로 앞사람을 가격하는 생각이 또 떠오른다. 점점 이 생각으로 인해 신경이 몹시 쓰이게 되고 죄책감마저 든다. 이 생각을 떨쳐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더 생각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졌다.
(3) 내적 강박행위 유형
내적 강박행위 유형은 특정한 심적인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강박사고에 대처한다. 씻고 확인하고 반복하는 행위가 겉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지 실질적으로 강박행위가 내면에서 지속된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강박장애 유형과 유사한 점이 많다. 행위 대신에 강박사고에 대항하는 어떤 생각이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내적 강박행위이다. 외현적인 강박행위나 내적인 강박행위 모두 불편감을 감소시키고 안정감을 되찾기 위한 의도로 수행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동일한 강박장애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 내적 강박행위 유형의 예
박군은 ‘다른 사람을 대하며 감정을 상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는 생각으로 괴로워했다. 그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죄책감을 느끼고 자기비하에 빠질 때마다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고정되어 있는 기도문을 반복하였다. 기도문은 늘 똑같은 억양과 어조로 동일한 내용을 반복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언제고 누군가와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충분히 미소를 짓지 않았고 충분히 상대를 배려하고 위해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의 기분을 몹시 상하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러면 자신이 무례하고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두 시간 이상씩 기도문을 반복하였다.
6) 강박장애의 진단기준
* 진단
강박적 사고나 행동이 사회생활이나 개인역할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여서 환자 자신이 강박행위에 대한 불합리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중단하지 못해서 괴로워할 때 진단된다.
A.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이 있다.
●강박사고는 (1), (2), (3) 그리고 (4)로 정의된다.
(1) 이 장애 동안 어떤 때에는, 침입되고 부적절한 것으로 경험되고 현저한 불안과 고통을 일으키는 반복되고 지속되는 사고, 충동 혹은 영상
(2) 이 사고들, 충동들, 영상들은 실제적인 삶의 문제들에 관한 과도한 걱정만은 아니다.
(3) 개인은 그런 사고들, 충동들 혹은 영상들을 무시하거나 억제하려고 시도하거나 혹은 다른 사고나 행동으로 중화하려고 한다.
(4) 개인은 강박적 사고들, 충동들, 혹은 영상들이(사고주입처럼 없는 것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자기 마음의 산물인 것을 안다.
●강박행동은 (1)과 (2)로 정의된다.
(1) 강박사고에 대한 반응으로 또는 엄격히 지켜야만 할 것 같다고 느껴 반복하는 행동(예 : 손 씻기, 헤아리기, 검토하기) 또는 정신적인 활동(예 : 기도하기, 수 세기, 단어를 조용하게 반복하기).
(2) 이 행동이나 정신적인 활동은 고통을 줄이거나 두려운 사건이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하는데 목적이 있다 ; 그러나 이 행동과 정신적인 활동은 중화시키거나 막기 위해 고안된 실제적인 방법과는 연관이 없거나 그에 비해 명백히 과도하다.
B. 이 장애의 경과 중 어느 시점에, 개인은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이 과도하거나 비이성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주 : 어린이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C. 강박적 사고나 행동은 현저한 고통을 주고, 시간을 소모시키거나(하루 한 시간 이상 씀), 개인의 정상적 일상생활, 직업적(혹은 학문적인) 기능, 혹은 일상적인 사회생활 혹은 관계에 명백한 장애를 준다.
D. 또 다른 I 축의 장애가 존재하면 강박사고 혹은 강박행동의 내용은 그것에 제한되어 있지 않다(예 : 식사장애에서 보이는 음식에 대한 집착, 발모광에서의 머리카락 뽑기, 신체변형장애에서의 외모에 대한 관심, 물질 사용 장애에서의 약물에 대한 집착, 건강염려증 환자에서 병에 대한 집착, 성도착증 환자에서의 성적인 충동, 환상에의 집착, 주요 우울증에서의 죄책감의 되뇌임).
E. 이 장애는(예 : 약물남용이나 처방 같은) 물질 혹은 일반적 의학적 상태에 의한 직접적인 생리적 영향에 의한 것은 아니다.
* 감별진단
감별진단으로 강박성 인격 장애는 지나친 정리정돈벽, 시간엄수, 인색함, 완고한 고집 및 현학적 태도, 자기 생각대로 안 될 때 지나치게 화내기 등이 특징인데, 자신에게는 큰 불안이 되나 주위 사람에게 불편스럽지 않은 정도를 두고 말한다.
도박, 음주, 성행위, 음식섭취 등이 강박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경우는 본인에게 괴로움을 주기보다는 쾌감을 준다. 즉 자기 의지로 행하는 행동인 것이다. 설사 그런 행동을 안 하려고 애쓰더라도 그것은 괴로워서가 아니라 윤리적, 도덕적 판단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강박장애의 경우와는 다르다. 또 불쾌한 상황이나 사건을 지나치게 반복하여 근심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태는 강박증상과 구별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기 의지와는 반대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뇌의 기질적 장애와도 감별이 필요하다. 기질적 정신장애 후기나 후유증으로 강박증상이 올 수 있다. 정신분열병과의 감별도 중요하다. 특히 정신 분열병의 초기 증상이 표면적으로는 강박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 경우 증상에 대한 통찰력이 간혹 결여되어 있고, 증상을 없애려고 하는 저항이 별로 없어 불안증상이 뚜렷하지 않으며, 강박사고의 내용이 비교적 비현실적이고 모호하다. 특히 사춘기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심한 강박증상이 보이면 정신분열병의 초기 증상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주요우울장애에서도 강박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럴 때는 주요우울장애의 다른 특징적 증상을 찾아야 한다.
강박성 인격 장애와도 감별이 필요하나, 이 문제는 증상의 정도와 현실생활에 미치는 장해 정도를 보아 상대적으로 감별하게 된다. 과거 병력을 검토해서 예전부터 변함없는 강박적 생활을 하다가 그 증상이 심해진 증거가 보이면 강박장애로 진단을 내리는 것이 통례이다. '강박적 성격'이란 완벽 지향적이고 질서를 고집하고 융통성이 없으며, 지엽적인 것, 지나치게 세세한 것, 순서나 규칙, 원칙, 규율 따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성격을 말한다. 이러한 경향이 심하면 '강박성 성격장애'라는 진단이 붙는다. 이는 일 중독증(workaholics) 환자이며 감정의 표현이 별로 없고, 결정을 빨리 하지 못하고 항상 우유부단하며, 인색하고 너그러움이 없다. 또한 필요 없는 물건도 잘 버리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건다. 1960년대 잉그람이라는 사람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강박증 환자의 약 1/3에서 심한 강박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강박적 성격과 강박증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에 의하면 강박증과 강박적 성격은 확연히 구분되는 현상이며 강박적 성격이 강박증으로 발전하는데 필요조건도 아니며 충분조건도 아니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리고 '강박성 성격장애'가 있다고 해서 강박증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뚜렛증후군은 강박장애에 발병연령 및 증상이 비슷하다. 뚜렛증후군 환자의 90%정도는 강박행동을 보이며 최대 2/3정도는 강박장애의 진단기준에 부합된다. 이 질환에 특이하게 나타나는 운동성 및 음성 틱 증상으로 감별한다.
7) 강박장애의 치료
치료로는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정신 역동적 정신 치료도 환자의 증상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 시키고 증상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정신사회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 생물학적치료
삼환계 항우울제의 하나인 Clomipramine과 SSRIs 항우울제가 효과적이다. 약 70%가 호전을 보이며 이때 SSRIs의 용량은 우울증 치료에 사용되는 통상적인 양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대개 증상 감소는 부분적으로 나타나는데 초기증상의 40%정도 감소한다고 한다. 대개 약물치료 개시 후 4주 이상 지나야 치료 화과가 나타나지만 6개월 또는 1년 이상 지나서야 증상이 호전될 수도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행동치료도 대치하면서 약물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 하지만 약물 중단 후 4~7주 후에 증상이 악화되었다는 보고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때로는 전기경련요법도 효과적이다. 이 같은 모든 방법에 반응이 없으면 대상회전 절제 등의 정신외과수술을 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치료저항성 강박장애 환자의 약 25~30%가 호전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행동치료
강박행동이 주 증상인 경우 효과적이다. 약물치료와 병행하여 사용되며 노출요법, 반응방지요법이 주가 강박사고만 있거나 숫자 세기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강박행동 보다는 뚜렷한 강박행동이 있을 때 더 효과적이다. 이 경우에는 상상적인 홍수법이나 사고중지 등을 시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손을 강박적으로 씻는 경우 더러운 물체를 만지게 한 후 손을 씻지 못하게 하여 강박행동을 하지 못하여 일어나는 불안감과 그 결과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탈감작 되도록 한다. 치료를 잘 이행하는 경우 60-70%가 호전을 보이며 약물치료에 비해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다.
* 정신치료
주로 지지정신치료가 많이 이용된다. 화자기 실수에 대한 위험을 감내하고 이를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지해 주며 불안을 인간의 한 가지 정상적인 경험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를 취해 치료자는 적극적인 태도로 과거보다는 현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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