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담 학
< 정서와 정신건강 >
1. 서 론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려 할 때 자주 자신의 정서적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직장인들은 "일하고 싶지 않다"고 자신의 느낌을 말하면서 직장에 나타나지 않는다. 학생들은 "공부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수업에 빠진다. 어떤 부부들은 "우린 더 이상 사랑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이혼을 한다. 이들은 모두 느낌으로 자신의 행동을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정서는 생활의 매우 중요한 한 부분인 것이다. 가끔 정서는 우리의 사고를 방해하여 비합리적인 행동이나 혹은 자기파멸의 길로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우리 인생에 묘미와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선 정서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2. 정서란 무엇인가?
이는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왜냐하면 정서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다수의 심리학자들은 정서라는 것이 여러 가지 요소, 즉 신체적인 감각을 포함한 생리적 변화, 이러한 감각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과 의미있는 해석, 그러한 인식이 외현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높은 가능성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정서는 우리를 행동하게끔 동기를 부여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외적 표현과 내적 감각과 관련된 복합적인 인식상태이다. Darwin도 일찌기 정서라는 것이 주로 진화과정에 있어서 생존하려는 각성에 대한 유전적인 반응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정서의 기본적인 역할은 유기체가 각자 자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깨우쳐주고 기동성있게 해주는 것이다. 정서가 어떻게 이러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각 정서이론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1) 신체각성
초기 정서이론인 James-Lange 정서이론에 의하면, 외부자극이 우리 신체 내에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게 하며 그런 다음 사후 결과로써 우리는 이러한 감각을 정서로서 경험하게 된다.
그후의 연구자들인 Cannor과 Bard는 정서의 원천이 중추신경조직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정서만 전담하는 특정한 뇌중추는 없지만, 정서에는 우리의 정신과 육체와 관련된 생리적인 변화의 복잡한 조직망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즉 이들에 의하면 인간은 동시에 느끼고 행동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신경학적 연구의 흥미있는 결과 중의 하나는 우리가 감각을 잘 다룸으로써 어느 정도 자신의 정서를 조절할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정서가 감각기관 자체에 의해서 정상적으로 전달된다 하더라도 하부신경상의 어떤 특정한 부분에 전기자극을 줌으로써 직접적으로 고통이나 기쁨의 정서를 경험할 수 있다.
(2) 해석된 감각
정서에 대한 인지이론가들은 "정서란 감각 이상의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즉 정서는 해석된 감각이라는 것이다. 감각에 대한 신체적 신경계통의 각성은 정서의 강도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주는 그 질이나 의미는 상대적인 정신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우리가 내적 감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으로 느껴지는 정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인식 및 신념, 기대 등과 같은 인지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예> Schacter와 Singer의 실험연구)
이러한 인지적 요소를 강조하는 이론이 함축하고 있는 중요한 의미는 우리의 정서란 대부분 학습된 반응이라는 것이다. 정서적인 각성 능력은 선천적으로 지니고 태어나지만 특정한 정서의 대부분은 조건화된 반응, 모방, 다른 사람들과의 동일시 등과 같은 심리기제를 통해 학습되어진다는 것이다.
(3) 정서의 적응반응
정서에 대한 인지이론은 정서가 우리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인지이론가들은 우리가 자극을 감지하자마자 곧바로 그것에 대한 우리의 직관적인 평가가 뒤따른다고 주장한다.이러한 평가는 반응을 위한 단서를 제공해주게 된다. 동물의 원시적인 정서반응이 "투쟁-아니면-도피"라는 반응으로 기울어지는 것처럼 인간의 정서 또한 "접근-아니면-회피"라는 특정한 행동의 길을 걷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정서는 우리의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정서는 우리로 하여금 생존가능성을 높이는 적응반응을 하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정서의 또다른 적응기능은 개인과 집단 사이의 사회적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감동은 개인까리 서로 매력을 느끼게 한다. 따뜻한 어버이의 사랑은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데 도움이 된다.애착심과 동일시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은 성정하는 어린이들이 사회화되는데 도움을 준다. 부정적인 정서 또한 중요한 작용을 한다. 분노, 불안, 질투, 슬픔 등과 같은 정서적인 반응은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적 관계의 붕괴를 가져온다.
이처럼 자극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와 판단을 포함하는 정서에 대한 해석과정은 행동을 위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 결과, 정서는 환경과 다른 사람에 대하여 적합한 방법으로 행동하도록 우리를 깨우치고 조직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3. 정서에 대한 인식
정서라는 것은 개인의 내면세계를 말해주는 지표와도 같다. 즉 우리는 정서를 통해 순간적으로 우리 자신에 대해 직관적인 인식을 하게 한다. 정서는 우리에게 흥분의 강도 즉, 우리가 자극에 얼마만큼 영향을 받고 있는가, 자극이 우리에게 주는 개인적인 의미가 무엇이며 그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그 순간에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등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강렬한 정서를 느낄 때마다 우리는 자신의 욕구나 욕망이 여하간에 심하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자동적으로 알게 된다. 이렇게 강한 정서적 반응은 우리를 행동하게끔 각성시키고 동기화하는게 기여한다. 그러나 거의 또는 전혀 정서를 느끼지 않을 때는 우리의 욕구나 욕망이 특별히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되며 전혀 특별한 행동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처럼 자신의 정서에 대해 두드러지게 인식하게 되는 것은 우리 내부의 동기화된 상태에 중요한 변화가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보통 우리는 주관적 경험에 있어서 통상적인 변동에 익숙해있기 때문에 항상 자신의 정서를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체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정서의 강도나 의미가 변할 때 비로소 그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때에도 개인에 따라 정서를 경험하는 강도가 서로 다르다. 기본적인 정서의 강도는 필시 유전적인 요인 중의 하나임에 분명하지만, 습관적인 정서표현 방법은 학습경험에 의하여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4. 정서의 표현과 통제
아기들이 보챌 때나 재롱을 떨며 좋아할 때 살펴보면 유아들은 그들의 정서를 표현하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 같다. 유아의 자연스러운 감정표현은 그들의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도록 어른의 관심을 끌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없는 감정표현은 아이를 돌보는 사람에게 너무 지나친 긴장을 주게 되기 때문에 유아의 신경이나 분비선 조직이 성숙함에 따라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정서를 조정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 결과, 성장기의 유아들은 정서를 계속 경험하면서도 종종 이를 공개적으로 나타내지 않게 된다. 이때 통제가 지나치게 되면 정서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1) 억압
지나친 통제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억압이다. 억압이란 자동적이며 무의식적인 과정으로, 자아는 만약 의식적으로 받아들이면 매우 위협적일 수 있는 감정에 대한 인식을 부정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의식적으로는 거의 또는 전혀 위협이나 근심에 대해 인식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해결되지 못한 감정에 대한 긴장을 무의식적으로는 계속 경험하고 있다면 이는 일종의 자기기만이 될 수 있다. 그 결과, 그는 자기자신보다도 다른 사람의 억압된 정서를 인지하는 것이 더 쉽게 된다.
목이 뻣뻣해지고 안면근육이 뒤틀리는 것과 같은 만성적인 근육의 긴장은 관찰하기 쉬운 억압의 한 징후이다. 말과 상반되는 행동도 억압된 정서의 또다른 표시이다. 어떤 행동에 대한 실제적인 동기가 달리 있었으면서도 다른 동기의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조차 부정하는 것도 역시 억압의 한 형태이다. 이런 모든 행위의 공통된 특징은 당사자가 진실한 자신의 느낌을 검토하기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느낌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2) 억제
정서는 종종 억압되는 대신 억제된다. 억제에 있어서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정서를 의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표현하기보다는 신중하게 통제하는 것을 택한다. 일반적으로 억제는 억압보다 자신의 느낌을 조정하는 좀더 건전한 반응일 수 있다. 그러나 정서를 습관적으로 억제하게 되면 바람직하지 못한 여러 가지 억제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만성적인 정서의 억제에 의해 이성적인 문제해결이 방해받기도 한다. 또한 만성적으로 억제된 감정은 간혹 폭발적인 행위로 분출되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3) 언어적 표현
정서를 건전하게 표현하는데 이성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보통 이성과 정서를 구별하는데, 이는 상대적인 것이며 어떤 경우에는 잘못된 구별이 될 수도 있다. 정서에도 해석과 평가 등과 같은 인지적 요인이 포함되어 있으며, 또한 사고에도 추상적인 이론 뿐만 아니라 상상, 현상, 기억, 직관 등과 같은 비논리적인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사고와 정서를 구별할 수 있으나 실체로서의 우리 인간은 총체적으로 생각하고 느낀다. 따라서 우리가 자신의 정서를 말로 표현하고 확인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 이성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매우 직접적으로 정서를 표현하는 것은 솔직한 행동이라기보다 충동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배우는 것은 즉흥적인 표현과 진중하고 이성적인 통제 사이에서 건전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과 관계가 있다.
Rogers는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좀더 자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는 정서를 느끼는데, 그러한 감정을 남들과 함께 나누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자신의 안정성있는 감정을 자주 표현할수록 더욱 더 그런 감정을 잘 인식하게 되며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이 증진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심한 분노나 혐오 같이 다루기 힘든 정서도 매우 깊게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자신이 느끼고 있는 정서적 경험과 그 표현에 따르는 위험도 쉽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가치있는 일임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Rogers는 관심을 기울여주는 사람과 함께 자신의 느낌을 나누는 것도 그것을 명백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이따금 감정을 표현하여 그것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응을 듣기 전까지는 우리가 느끼고 있는 것을 완전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피드백조차도 우리의 정서적 확신의 정도를 시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것을 정확하게 말하고 또 그것을 정서적으로 분명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과 좀더 자주 나누는 연습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자신을 표현할 수 없을 때는 자신의 정서를 좀더 개방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상담자나 심리치료자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느끼느냐가 아니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것이다.
(4) 얼굴표정과 신체적 표현
정서는 보통 언어적인 수단 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수단, 즉 몸짓, 발성, 얼굴표정 등을 통해서 전달되기도 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 비언어적 반응 중 일부는 선천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의 표현에 있어서 학습된 요소와 선천적인 요소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정서는 다른 정서보다 더 표현하기 쉽다. 일반적으로 사랑, 행복, 결심 등을 표현하는데는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혐오, 경멸, 고통 등을 표현하기는 좀더 어렵다. 우리는 자신의 정서를 타인에게 잘못 전달하기가 일쑤이기 때문에 언어적인 것 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방법도 배워야 할 것이다. 의사소통에서 비언어적 정서를 해석하고 전달하는 능력은 우리 자신의 경험와 노력에 따라 좌우된다.
(5) 정서 표현을 위한 제안
사람들은 자신의 정서를 표현할 때 "난 지금 우울해", "너무 속상해" 등과 같이 실제적으로 정서에 이름지을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때는 "난 배신 당했어", "내가 소중하다는 걸 느꼈어" 등과 같이 자기자신에게 미친 어떤 정서의 영향을 말하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 사람들은 "돌로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군", "하늘에 붕 떠있는 것 같아" 등과 같이 은유적인 표현을 하기도 하고, 또한 "널 한 대 때려주고 싶어", "널 꼭 껴안아주고 싶어" 등과 같이 자신의 충동이나 동기를 말함으로써 정서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두고, 정서표현을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살펴보기로 하자.
1) 자신의 신체적 증상을 이해하라
자신에게 있었던 내부적인 일이나 감정을 토대로 하여 자신의 감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도록 해보라. 자신이 창자가 죄어드는 것을 느낄 때, 혹은 자신의 심장이 급히 뛰기 시작하고 머리가 무거워짐을 느낄 때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2) 자신의 정서를 확인하라
자신의 정서를 부인하거나 억압하지 말고, 그것이 어떤 정서인지를 밝혀보라. 그 정서에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붙여보고, 그렇지 않다면 그 정서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이를 묘사할 수 있는 은유적 표현이 무엇이며 또는 자신이 느끼는 충동이나 동기가 무엇인지를 기술해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감정을 억제하고 부인하도록 사회화되어 왔기 때문에 이러한 정서표현은 아주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부인하거나 부정직하게 표현하도록 배운다면 그것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3) 자신의 정서를 자기의 것으로 하라.
자신의 정서를 타인에게 전가하거나 그 문제로 인해 타인을 책망하지 말고, 자신의 정서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책임감을 가져라. 만약 여러분이 어떤 사람에게 "너, 나를 아주 화나게 했어"라고 말했다면 여기에는 여러분이 그 사람을 상당히 구속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나 당신에 대해서 화가 나있어"라고 말했다면, 여러분은 자신의 감정을 확고히 소유하고 그러한 감정에 대해서 책임을 지려 한다고 보여질 것이다.
4) 자신의 정서를 다루는데 무엇이 필요한지 결정하라
정서에는 상당한 힘과 잠재력이 내포되어 있다. 개인이 그러한 힘과 잠재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 자신이 해야 될 일이고 책임이다. 자신의 정서를 다루는데 필요한 것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① 내가 할 수 있는 선택과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② 각각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는가? ③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서 나는 만족하는가? 등을 자문해야 될 것이다.
사람들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감정에 관해서 개방적으로 의사소통하기를 원할 수 있다. 만일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의사소통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도의 신뢰와 의의가 있다면, 개방적으로 의사소통함으로써 그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바람직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전달 문제로 타인을 당황하게 했거나, 타인이 너무나 수용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전달 문제가 더욱 악화되었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상식적인 행동은 '입을딱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고 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럴 때 취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자기와 친밀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해서 그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해보는 것이다. '자신의 가슴 속에 박혀있는 것을 털어놓는 것'은 자신에게 가해지고 있는압력 중의 몇 가지를 해소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타인은 자신이 알고 있지 못하는 대안을 알 수 있게 도움을 줄 수도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지원을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의 신체적 활동도 또다른 방법이 될 수가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정서적인 왜곡을 경험한다. 이따금 이러한 감정은 신체적 활동을 통해서 가장 잘 해결될 수 있다. 조깅, 테니스, 에어로빅 등과 같은 활동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신체적인 활동으로 해서 정서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또다른 사람들은 창조적인 일을 함으로써 자신의 울적한 정서를 해소한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집안 청소나 세차 등을 함으로써 자신의 정서문제를 해결한다.
적극적인 사고와 행동은 정신건강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러한 태도의 함양에는 건전한 자아상과 문제에 대한 부정보다는 인정, 적극적인 개인의 성장에 공헌할 수 있는 습관의 형성에 대한 의식적인 노력이 무엇보다도 먼저 갖춰져야 한다. '적극적인 생각'을 갖기로 결심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사고의 토대가 되는 개개인의 건전한 태도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적극적인 사고'란 말은 공허한 구호가 될 것이다.
인간이 정서적인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이고 건설적으로 표현하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자신의 정서를 이해하고, 그러한 정서가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고, 또한 그러한 정서를 다루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아주 유익한 것이 된다. 자신의 정서를 건설적으로 표현하고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은 실천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5. 정서와 정신건강
정신건강이란 용어의 의미는 이 용어가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상당히 애매하다. 보편적으로 정신건강이란 심리적 안녕과 정신질환의 개념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학자에 따라 정신건강을 달리 보고 있는데 이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Freud는 정신 내의 생활에 초점을 둔다. 그는 정신건강에서 무이식적 동기의 자각과 이러한 통찰을 기초로 한 자기통제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Sullivan은 인간의 정신건강을 인간으로서의 효율성, 만족감, 인생에서 성공감을 증가시키려는 과정,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회적 기능 등에 중점을 두어 설명하였다.
Fromm은 인간과 사회적 환경 간의 관계에 초점을 두었다. 그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생산적이고 자신을 세계에 관계시키는 사람, 객관적으로 현실을 파악하는데 이성을 사용하는사람, 자기자신을 유일한 개체로서 경험하며 동시에 자신의 친구로도 느끼는 사람, 비합리적인 권위에 복종하지 않으며 양심과 이성의 합리적 권위를 받아들이는 사람, 살아있는 한 항상 새로 태어나는 과정에 있음을아는 사람. 인생이라는 선물을 가장 가치있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
(1) 정신건강의 규준
그렇다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서로 다른다.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행동특징들이 정신건강의 규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1) 자기자신에 대하여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면 할수록 자기를 한층 더 정확하게 지각할 수 있다. 즉 자기가 현재 무엇을 느끼고 있으며,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게 된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자기존중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존재라고 스스로 느끼고 적극적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받아들인다. 그는 인간인 이상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와 결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용서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2) 타인에 대하여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타인의 요구와 감정을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으며, 동시에 자발적이고 수용적이고 이해성있고 융통성있는 태도로 남을 대한다. 그는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하여 남에게 비현실적이고 부당한 요구를 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과 적극적이고 상호적인 정서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3) 환경에 대하여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환경조건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지각한다. 그는 외계의 사물을 자신의 소원, 희망, 공포, 불안 혹은 신념 등에 따라 왜곡되게 지가하지 않고 현실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그는 물리적-사회적 환경의 영향에서부터 비교적 독립적이다. 그는 세상만사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외계의 환경변화 속에서도 비교적 침착과 안정을 유지한다. 그는 오히려 환경 자원을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환경에 적응한다.
4) 일에 대하여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일을 함으로써 생의 만족과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직무에 충실하고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처리한다. 그는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하여 적극적인 책임감 혹은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이기적으로 일한다기보다 전인류, 국가 혹은 가까운 타인에게 대한 봉사로서 일한다. 그러므로 보람을 느낀다. 따라서 피로를 모르며 생산적이고 정열적이고 능률적이다. 동시에 신체적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5) 정서적 상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일수록 정서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다. 그는 정서적인 안정을 누리고 산다. 또 불안을 경험하는 경우에도 쉽사리 정서적 안정을 회복할 수 있다. 우리들의 사회는 복잡하기 때문에 때때로 갈등과 욕구불만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이 사실을 이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정상적인 생의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고, 그때의 정서적 불안을 건전한 방법으로 표출한다. 그는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적대감정이나 공격감정을 표출할 수도 있다. 건강한 사람은 비교적 항상 유쾌하고 주의산만이나 심적 스트레스에 의하여 고통을 당하지 않는다.
결국 정신건강이란 풍부하고 행복하고 능률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이상적인 정신상태이며, 이와같은 정신건강의 경지에 가까이 갈수록 개인은 자신을 바로 지각하고 타인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환경에 능률적으로 적응하며 즐겁고 안정된 정서를 가지고 맡은 바 일에 능률적으로 임함으로써 자신이 행복하고 타인에게 기쁨을 주며 사회를 위하여 기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c)Copyright 2001. Yeunsoodot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