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9월 22일 토요일
10시경 사무실에 요란한 전화벨소리가 울려 수화기를 드니
"아우님, 나야 1시까지 양제동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자구"
"예, 알았습니다" 뚜 뚜 ~~ 통화 끝 --
3가족 맏형의 소집엔 이유도 장소도 불문하고 그냥 따르기를
벌써 6~7년 째 이것이 우리 모임의 불문율이다...
1시에 3가족이 전부 모였다.
인원 점검, 어른 6명에 아이들 6명 이상무 출발 (우연히 각 집의 자녀도 1남1녀씩)
이날도 3가족 12명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다.
이날 여행의 목적지가 어딘지는 너무 오래되어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자주 이런 식이 여행이 있어서 익숙해져 있었다.
2013년 5월 22일 수요일
몇일전 20여년 만에 맏형의 소집 통보를 받았다.
지난 5월 15일 여수, 순천을 여행하였던 40년지기 친구들과
1박2일 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지난 여행에 참석치 못한 맏형도 같이 가게 되어
20여년 만에 멤버가 전부 모이게 된것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1BA345522FACFF34)
위의 사진 좌측에서 부터 맏형 부부, 그리고 나와 아내, 막내 부부의 24년전 모습
아래 사진은 오늘의 모습... 좀 낡기는 했지만 옛 모습은 남아 있어 ㅎㅎㅎ
아침 9시 30분경 맏형이 사는 분당에 도착하였다.
20여년 전과 달라진 것은 아이들이 모두 결혼하여
어른 여섯명만 모인 것을 제외하고는 달라 진것이 별로 없었다.
우리가 브라질로 이민을 가지 않았다면 이 모임이 계속 이어 졌을 텐데...
10시경 맏형 차에는 여고 동창 3분이 함께 동승을 하고
나는 막내와 같이 한차에 타고 분당을 출발하였다.
경부고속,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140여km 를 달려
12시30여분경 간월도에 도착하였다.
서산 간월암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라는 작은 섬에 있는 암자로서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창건하였고
무학대사가 수도하다 달을 보고 도를 깨우쳤다 하여 간월암이라 하였으며
그후 폐사되었던 것을 1941년 만공선사가 다시 세웠다.
이 암자는 바닷물이 들어오면 작은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길이 열리는 곳으로
매년 정월 보름날 만조시에 굴의 풍년을 기원하는 굴부르기 군왕제가
간월도리 어리굴젓 기념탑 앞에서 벌어진다.
이곳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은 낙조로 유명한 서해에서도 특히 빼어난 경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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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보는 간월도의 간월암, 그리고 간월암 내 경내...
마침 도착한 시각이 썰물때라서
육지에서 200여m의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간월암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문득 열린 바닷길을 보니 10여년전 감명있게 읽었던
최인호의 장편 소설 [길 없는 길]이 생각났다.
[길 없는 길]은 단순한 구도 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 새대의 장경(藏經)이라고 평가받으며
'내가 곧 부처'라는 진리를 만나게 하는 인간주의 문학의 소설이다.
의친왕과 기생 사이에서 태어난 해직 교사 강빈이
아버지 의친왕이 남긴 경허스님의 염주를 찾아 간월암을 찾으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강빈이 경허스님의 생애를 쫓아 추적하다 깨달음에 이르면서 끝을 맺는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이곳을 찾으니
암자나 주위배경, 바닷길 등이 처음 와 본곳 같지 않고
눈에 익어 자주 왔던 곳 같이 느껴졌다.
석탄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간월암 경내에는
초파일 연등과 함께 참배객이 줄을 이루고 있어
경건한 마음으로 암자를 둘러보고 간월암을 떠나 백사장항으로 향하였다.
백사장항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에 있는 어항으로
포구에는 횟집들이 바다를 에워싸듯이 줄지어 있고
그 앞에는 소규모의 어선들이 정박하고 있으며
포구 옆으로는 백사장해수욕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봄부터 여름까지 꽃게잡이가
가을철에는 대하잡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홍성의 남당리와 함께 전국 대하 어획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9월 초에서 10월 말까지는 포구에 대하잡이 배로 장관을 이루며
매년 10월부터 11월 초에 대하축제가 열리는데
전국 각지에서 대하를 맛보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349B4F522FAEFF24)
백사장항의 포구, 수산물 시장 그리고 꽃게를 흥정하는 일행..
꽃게를 사가지고 꽃게찜을 쪄서 산낙지와 함께 ... ㅋㅋㅋ
서산이 고향이신 맏형이 "백사장항에 가서 꽃게찜을 내가 쏜다"
하여 백사장항 수산물 시장에서 꽃게를 사가지고
그곳에서 추천한 식당으로 가서 꽃게찜을 부탁하였다.
잠시후 꽃게 찜이 나왔는데 먹기도 전 부터 일이 어긋나기 시작 하였다.
꽃게찜을 가지고 식당에 들어와 부탁하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쥔 아주머니가 꽃게 확인하세요 하며 꽃게를 세어 몇개내요
하고 알려 주었는데 쪄서 나온 꽃게는 갯수도 부족하고
한마리는 알이 찬 암게가 숫게로 바뀌어
대충 계산해보니 차이 금액이 3만원 정도나 되었다.
쥔을 불러 종업원이 실수 한것 같으니 한번 알아보라 이야기 하였더니
잠시후 와서 자기네가 준것이 맞다며 오리발을 내밀어
항의을 하였으나 막무간으로 말이 통하지 않았다.
하는수 없이 잡친 기분으로 대충 꽃게를 먹었다.
수산물 시장 꽃게 판곳에서 식당의 비리를 항의하였더니
수산물 가게 쥔이 식당 쥔을 야단치는 것을 보며 시장을 나왔다.
아직도 얄팍한 상술로 손님을 기만하며
끝까지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식당 쥔의 작태에 씁씁한 마음을 안고
백사장항을 출발하여 꽃지해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꽃지해변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승언 4리에 있는 꽃지해변은
꽃지해수욕장이 꽃지해안공원과 연결되어 있고
할배바위, 할미바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낙조가 아름다워
사철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간척 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된 안면도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꼽히고
주변에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어 꽃지라는 지명을 가졌으며
할배바위, 할미바위의 승언과 미도의 슬픈 전설도 깃들어 있다.
2002년에 개최된 국제꽃박람회를 계기로 꽃지해안공원이 조성되어
이십만 제곱메터의 규모에 야생화 전시관과 꽃동산, 초화원, 장미원 등
야외 정원과 체육 시설과 편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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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해변과 승언과 미조의 전설이 깃든 할미바위 와 할배바위 그리고 꽃지해변의 낙조..
아름다운 꽃지 해변을 산책하는 일행..
3시 30분경 꽃지해변 리솜오션캐슬 리조트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 일행은 가벼운 옷 차림으로 해변을 산책하였다.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 해변에서 17년이나 살아서
해변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하였는데
이곳 꽃지해변은 리오 데 자네이로 해변에는 없는
고운 모래가 깔린 넓은 해변에 물이 빠져 들어난 갯벌과
할배바위, 할미바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낙조는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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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해변에 있는 리솜오션캐슬 리조트와 주위 경관들..
조개구이집에서 리조트안에서 그리고 야외 공연장에서 자 한잔 씩 건배 ㅎㅎㅎ
꽃지해변을 산책하고 나서
조개구이 집에서 싱싱한 조개구이에 소주한잔..
리조트 방에서 꽃지해변의 낙조를 바라보며 맥주 한잔..
리조트 앞뜰에 펼쳐진 야외 공연장에서
밤하늘에 시끄럽게 울리는 전자 악기의 소음 속에서 또 한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소맥 칵테일로 밤 늦도록 ...
옛날에도 만나면 늘 이렇게 즐겁고 끈질기게 마셨던 기억이 ㅋㅋㅋ
이렇게 20년 만에 모인 재회의 밤을 저물어 갔다.
2013년 5월 23일 목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어젯밤 횡설 수설하며 맏형한데 실수를 많이 한 모양이다.
오랫만에 제일 좋아하는 분들과 분위기에 취해
너무 많이 마셔 머리가 아펐다.
오늘은 힘든 하루가 되겠구나 ......
남자 셋이서 사우나에서 주독을 풀고
리조트 한식당 해송에서 해장국을 먹고나니
머리도 개운하고 피로도 풀려 몸과 마음이 가벼워 졌다.
10시경 리조트를 나와 서산 부석사로 향하였다.
40여km를 달려 한시간 만에 부석사에 도착하여
호젓한 산길을 따라 부석사 경내로 접어 들었다.
서산 부석사
부석사는 충남 서산시 부석면 취평리에 있는 신라시대의 사찰로
신라 문무왕 677년에 의상대사가 세우고 조선초 무학대사 중수하였는데
1984년 5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95호로 지정되었다.
극락전·안양루·심검당·무량수각 등의 건물은 고려시대의 건축양식으로
1995년에 해체 복원되었으며 일제강점기 때 건물 수리 기록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부석사에는 1330년에 조성된 금동 관음불상과
1689년에 조성된 목조 아미타여래 좌상 등 유물이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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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의 일주문, 종각, 심검당등 사찰 경내의 전경...
안양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일행, 무량수각 앞의 작은 연못에서 ....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가에는
하얀 겹 벗꽃 꽃잎이 떨어져 흰주단을 깔아 놓은듯 하였다.
20여분을 올라가니 일주문 그리고 부석사 경내가 눈에 들어왔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소박하고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고찰로
사 오십년전으로 돌아온듯 모든 것이 옛것 그대로 였다.
사찰을 둘러보고 안양루에서 잠시 쉬면서
준비해 간 간식과 커피를 마시며
지난날 여행다니며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고풍스러운 주변 풍물과 아름다운 경관에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마지막 여정인 해미읍성으로 향하였다.
해미읍성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에 있는 이십여만 제곱메터의 조선시대의 성곽으로
고창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현존하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읍성이다.
조선 태종 14년에 왜구를 막기 위해 성을 쌓기 시작해 세종 3년에 완성되었고
서해안 방어의 병마절도사영이 설치 되었던 곳이며
이순신장군이 선조 12년에 훈련원봉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조선 말기 1866년 천주교 박해 때 관아가 있는 해미읍성으로
1,000여 명의 천주교 신도들이 잡혀와 고문당하고 처형당했는데
지금도 천주교도를 박해하였던 흔적이 남아있어 천주교도들의 순례지가 되었다.
매년 서산 해미읍성 병영체험 축제가 열리는데
관아체험, 옥사체험, 군영체험 등 독특한 체험거리로 관광객에게 흥미를 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60434E522FAE1E1C)
해미읍성의 진남문과 성곽, 태형 곤장을 체험하는 아낙네 ....
읍성내의 민가, 뒤깐, 병마절도사영 등....
해미읍성으로 들어가니 넓은 잔디위엔
대포며 창등 재래무기가 곳곳에 진열되어 있어
이곳이 수군 병마절도사 군영임을 알수 있었다.
해미읍성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과
초등 학생, 유치원 영아들 틈바구니에 끼어
옥사에서 뜰에 있는 형틀에서 곤장 체험도 하고
민가에서 전통민속을 재현하는 할머니들과 다딤이 방망이도 두둘여 보고
대나무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곳에서 대나무 체반도 사고
병마절도사영에서 재현된 수군 군영회의도 보고...
한시간 남짓 돌아보고 나니 2시가 넘었다.
부석사에서 11시 반경 간식을 먹고나서
지금까지 점심을 못 먹었으니 배가 몹시 고팠다.
일행은 점심도 먹고 서산 어리굴젓도 사기 위해
해미읍성을 나와 서산 동부시장으로 향하였다.
서산 동부시장은 전통 재래시장으로
서해안의 각종 수산물과 농산물, 젓갈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일행은 어리굴젓, 박대 등 서산 특산물을 사고
시장통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서 팥죽, 바지락 칼국수와
서산 명물인 갑오징어 회로 점심을 먹었다.
시장통에서 먹는 음식은 맛도 맛이려니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식당 아주머니의 훈훈한 정이 음식의 맛을 돋구었다.
3시30분경 서산을 출발하여 6시경 분당에 도착하여
각자 집으로 돌아 갔다.
짧은 1박 2일의 여정이 었지만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 여행으로 간직하게 될 것이다.
계속 ---
첫댓글 20여년만에 만나 여행을했으니
얼마나 감회가 깊었을까요?..고국에서 함께하고싶은 분들과 여행을 하셨으니
얼마동안은 지금의 추억가지고도 행복하겠습니다 잘보았습니다^^
이런분들도 있고 구름마을도 있으니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