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칸티나>
소식 듣고 오지 않으면 잘 찾기도 힘든 곳이다 최고 번화가에 있지만 지하라서 안내판을 보고 내려가야한다. 그 지하에 아방궁처럼 식당이 있다. 화려하고 고전적이면서 역사의 육중함까지 갖춘 식당, 메뉴판에는 없지만 유명인이 먹었다는 고정 메뉴도 있다. 이태리 음식에 한국문화를 입힌 것이다. 음식문화뿐이 아니라 식사문화도 말이다.
1. 식당대강
상호 : 라 칸티나(이태리 레스토랑)
주소 : 서울 중구 을지로 19 삼성빌딩 지하1층( 을지로1가 50)
전화 : 02-777-2580
주요음식 : 이태리요리
2. 먹은 날 : 2022.10.21.점심
먹은 음식 : 삼성메뉴세트 1인 48,000원
3. 맛보기
지하식당이라 우려스러웠는데 한눈에 기우?가 가셨다. 깔끔하고 정연하고 품격이 있다. 12시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빈 테이블이 많더니 순식간에 차버렸다. 맛과 분위기를 귀신같이 아는 사람들이 참 많다, 싶다.
그냥 전형적인 이태리요리를 시킬까 하다가 소문난 메뉴 맛좀 보자 싶어 메뉴판에도 없는 삼성메뉴를 주문했다. 수프 한입에 과연, 싶었다. 다음에 아는 사람 또 누구랑 같이 오지? 어느 새 맘으로는 다음을 기약하고 있었다. 가격이 부담스러우니 계라도 부어야 지인 초대를 하려나..
소문난 메뉴에는 이곳 음식의 풍미가 제대로 담겨 있을 것이 분명하다 싶으니 가격 부담을 넘어선다. 수프 한 수저를 맛보고 가격 갈등이 다 녹아버렸다.
마늘빵과 치즈수프가 나왔다.
마늘빵은 풍부한 풍미로 혀를 감싼다. 바삭거리지 않고 기름끼로 약간 촉촉한데, 느끼하지 않다.
'삼성 세트'의 네 가지의 메뉴는 수프, 파스타, 스테이크, 샐러드 등이다. 그중 우선 이 양파 수프에 압도당한다. 다음은 파스타, 두 가지가 주요 얼굴이다. 쫄깃한 모짜렐라 치즈가 녹아 있고 양파 맛이 감돈다. 약간 간간한 듯한 맛도 좋은데, 더 좋은 것은 맑은 국물 맛이다. 깨끗하고 깊은 맛이다. 담백한 맛이 쫀득한 치즈와 양극을 이룬다. 수프의 입맛 돋구기는 성공이다.
다음은 조개파스타다. 일명 봉골레 파스타. '봉골레'는 조개라는 이태리 말. 이병철 회장이 가장 사랑했던 것으로 알려진 요리다. 파스타가 아니라 조개국을 먹는 기분. 맑은 조개국에 파스타가 들어 있어 흥을 돋구는 기분이다. 아니 조개칼국수를 먹는 기분이 나기도 한다. 칼국수와 달리 국물이 맑고 조개살의 기운이 온전히 국물에 녹아 있는 듯하다.
보통 봉골레파스타는 올리브오일을 많이 사용하여 비빔국수같이 바특하게 요리하지만 조개 국물을 넣어 잘박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 파스타는 조개국물에 파스타가 담겨 있는 듯해서 조개국을 먹는 거 같다. 잔뜩 들어 있는 조개가 뿜어낸 진한 국물맛이 매력이다. 간도 세지 않아 국물 먹듯이 먹는다. 한식에 가까워진 파스타다.
개운한 국물맛을 찾는 손님들 입맛에 맞추어 맛도 국물 양도 이렇게 변했다니 한식화가 분명하다.
스테이크는 오히려 평범하다. 서양요리들이 대개 그렇다. 메인요리는 고기를 그냥 굽는 스테이크의 경우라면 특히 그냥 식재료이니 식재료 선택의 안목을 넘어선 솜씨를 발휘하기 어렵다. 프랑스 요리도 요란한 것은 대개 전식과 후식이다. 이곳도 그렇다. 고기는 부드럽고 적당히 익어 질기지 않다.
감자를 모양나게 구워 입맛나게 소스를 얹었다. 외양도 스테이크보다 더 화려해서 얘가 주인공 같다. 겨자가 입맛을 돋운다. 저민마늘을 그대로 얹은 마늘 스테이크 곁에 통겨자소스가 색다르다.
통감자 살이 구이처럼 고소하다.
과일 후식에 커피. 커피 맛은 평범하다. 먹을 만한 정도. 이태리에서 먹던 커피맛과는 조금 얕다는 느낌이다.
4. 먹은 후
1) 식당역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다는 식당이다. 1967년 이곳 삼성빌딩 지하 1층에 문을 열었다. 라칸티나는 이탈리아말로 '와인 저장고', 대부분 와인 저장고는 지하에 있으니,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역발상의 이름이다. 오스트리아 아이젠슈타트에서 만난 성 안 지하의 와인저장고를 잊지 못한다. 운동장보다 넓은 데다 개미집처럼 여기저기 만들어진 길과 창고에 와인이 잔뜩 숨어서 영글고 있었던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만드는 음식이라면 맛과 품격이 신뢰가 가지 않겠는가.
봉골레파스타는 한국인 입맛에 맞춘 대표적인 요리다. 삼성가 사람들이 좋아해서 그랬다지만 사실 이 맛는 한국사람이라면 모두 원하고 편안해 할 맛이다. 아마 이태리 사람들도 와서 먹으면 본토 것보다 더 맛있다고 하지 않을까. 일식도 한국으로 와야 더 풍성하고 다양해지며 맛과 요리의 스펙트럼이 더 커진다. 일본인도 한국에 와야 푸지게 맛있게 제 나라 음식을 먹는다.
이곳 요리는 맛도 있지만 메뉴판에 있는 수많은 음식의 종류에도 놀란다. 그만큼 섬세하게 맛과 요리의 구분이 지속되고 있다는 거다. 이태리에 가서도 이만한 메뉴판을 만나지 못했다. 이태리를 넘어서는 이태리 요리 수준을 기대한다. 오늘 주문한 음식들은 이미 이태리를 넘어서고 있다는 생각이다.
민족음식, 향토음식도 맛의 경쟁을 국적을 넘어 해서 나쁠 건 없다. 그만큼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경쟁이니까. 짜장면이 중국으로 역수출 되었듯이 봉골레파스타도 '조개파스타'라는 이름으로 역수출되기를 기대한다. 이태리 음식이 한국의 이태리 레스토랑 때문에 긴장하길 바란다.
벽돌이나 타일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사의 냄새는 한국식 이태리 느낌, 이태리도 우리식으로 즐기면 되는 거다. 어원이나 유래보다 현재적 의미, 현재적 향유 계층이 더 중요한 것이 문화의 근원학보다 더 유용하고 의미 있는 실존주의다.
언제 이 메뉴판을 교재 삼아 이태리음식 공부를 해야 할 거 같다. 이태리에 가도 이처럼 엄청난 양의 이태리 요리를 메뉴판에서 못 만난다. 본토보다 더 다채롭다.
하우스 와인까지 있다. 와인까지 직접 만들다니. 와!
4. 먹은 후
2) 서울광장 구경
시청광장이 이 식당의 마당이다. 식당을 나와 건물을 돌아서면 광장과 만난다. 마침 무슨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내일은 대규모 대통령 반대 시위가 있을 예정이지만, 오늘까지는 평화롭다. 가을하늘도 높다. 반쯤 누워서 안방처럼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도 좋다. 대통령 반대 시위같은 것은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시절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처럼 평화로운 하늘을 그대로 편안하게 올려다 봤으면 좋겠다.
우리 도심은 아까 레스토랑처럼 원래 이렇게 평화로운 곳이다. 서울에 이처럼 중심에 광장이 있는 것은 서울의 복이자 나라의 복이다. 복이 물심 양면으로 잘 지켜지면 좋겠다. 이태리음식에도 우리 입맛이 스미듯 정치에도 우리 국민의 입맛이 스며 고품격의 민주가 보존되고 강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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