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프로그램과 심신치유의 관계성
3)차 명상이 마음치유에 미치는 영향
다도란 사전적 의미로는 찻잎 따기에서 달여 마시기까지 다사(茶事)를 통하여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덕을 쌓는 행위, 또는 차를 달여 손님에게 권하거나 마실 때의 예법이다. 또한 다도란 경험적 다사의 바른 방법, 또는 그러한 행위를 통하여 얻는 진리와 깨달아 도달하는 자연조화의 정신적 경지를 뜻한다. 이와 같이 다도에 대해 여러 가지로 말하지만 공통된 점은 좁은 의미에서 다도는 단순히 차와 차 마시는 행위와 연관 있는 모든 행위와 방법을 말하고, 넓은 의미로는 차와 차 마시는 과정을 통해 깊은 정신 수련을 하고 우주의 진리를 깨달아 나가는 일련의 수행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도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을 떠나 있지 않다. 선도 또한 평상심을 떠나 있지 않다. 차를 음미하면서 심신을 닦는 행위 때문에 차와 선은 한맛이 된다. 일상생활에서 차를 마시면서 차 맛을 즐기는 풍류가 다도로까지 발전하였다. 불가에서 차는 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것은 졸음을 쫓아 주는 차의 약리적 효과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도의 정신과 선의 정신이 서로 계합하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다선일미(茶禪一味說)의 말이 생겨나게 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수행자는 차를 즐기고 차를 마시는 일상에서 선을 추구하는 다선일여(茶禪一如說)의 정신을 따랐다. 지눌은 부처님 법은 차를 마시고 밥 먹는 곳에 있다고 하였고, 초의는 차의 더러움 없는 정기를 마실 때 어찌 대도를 이룰 날이 멀다고만 하랴 하였다.라는 사실은 수행자에게 있어서 차를 마시는 행위는 단순히 목마름을 해소하고 졸음을 쫓기 위한 목적보다는 차를 마시는 행위 그 자체를 깨달음의 모습으로 승화시키려는 것으로 진단된다. 즉 차를 마시는 것이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성향은 선 수행을 통해 근원적인 본래심을 추구하기 위해 수행하는 즉, 무심의 경지를 찾아가는 행위를 말한다. 그와 같은 입장에서 차와 선수행이 하나라는 것이다.
차가 우리 몸을 가볍고 유쾌하고 편안하고 부드럽게 하는 데에 있다면, 선법도 우리의 심성을 그와 같이 유연하고 포근하고 청정케 하여 일체를 그 안에 차별 없이 간직하는 지혜의 개발을 가능케 하는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다.
육우(727-803)는『다경(茶經)』에서 차의 정신을 '정행검덕(精行儉德)'으로 표현하였는데, 한 잔의 차가 단순히 생리적 필요에 의해서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는 뜻으로, "차의 효용은 그 맛이 매우 차갑다. 차 마시기에 가장 알맞은 사람은 행실이 바르고 검소한 덕을 갖춘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덕이 있는 사람이 마시기에 가장 적당한 것이 차"라고 하였던 육우로부터 비롯되었고, 백장(百丈), 조주(趙州) 등의 선사에 이르러 그 깊이를 더 하였다.
평상심은 곧 도이자 선(禪)이라는 '다선일미' 사상은 고려시대 이후 우리나라의 선가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고려의 승려들은 차를 즐겼고 차를 마시는 일상생활 속에서 진리를 터득하려 하였다. 지눌스님이 "불법은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곳에 있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다선일미의 사상은 19세기 초의에 의해 더욱 강조된 바 있다. 그는 한 잔의 차를 마시되 법희선열식(法喜禪悅食)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차란 그 성품이 속되지 않아 욕심에 사로잡히지 않는다고 하면서 "차의 더러움 없는 정기를 마실 때 어찌 대도를 이룰 날이 멀다고만 하랴."고 자부하기도 하였다.
최근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로 인한 심신치유의 한 방법으로 명상이 크게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 중 다도명상은 현대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차라는 매개체를 통해 보다 자연스럽게 명상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차를 마시면 머리, 눈, 귀가 밝아지고 소화를 도와 밥맛을 좋게 한다. 또한 탁한 것을 맑게 하고 굳은 것을 부드럽게 한다. 차는 은은한 색, 향, 미를 통해 사람을 사색의 숲으로 인도해 명상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차명상은 차 생활을 통해 sati(알아차림)을 연습하는 방법이다. 차명상을 통해 알아차림이 익숙해지는 것은 일상의 모든 생활에 명상을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모든 상황에 자각과 통찰이 가능해진다. 차는 정서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매우 유익한 작용을 한다. 이러한 장점과 명상의 접목은 시너지효과를 발생시켜 차 생활이나 명상수행 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차를 이용한 명상은 힘과 자각력을 키우고 한편으로는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차명상은 올바른 다도를 행하여 일곱 가지 성품의 결정체인 화(和)·경(敬)·청(淸)·적(寂)의 다도의 정신을 이루어 궁극적으로 안정된 마음가짐과 행심을 갖춘 다인(茶人)을 완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올바른 다도를 위해 행다 시에 갖춰야 할 덕목들은 전통다례법의 기반이 되는 다례칠칙(茶禮七則), 다인구용(茶人究容), 다인구사(茶人九思,) 다인오감(茶人五感)으로서 몸가짐, 생각 가짐, 감각 가짐을 통해 수행으로 완성할 수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면역계를 쇠약하게 만들며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현대인의 정신적 고통은 주로 스트레스 때문에 야기되기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 현대인은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관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자율신경계를 조절함으로써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 줄 수 있는 다도명상은 현대인에게 필요한 스트레스 관리기법이 될 수 있다. 이는 다도명상이 면역력 향상이라는 신체건강뿐 아니라 스트레스 감소라는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세영은 "정신치료 방법으로서의 다도명상의 효용성"에서 다도명상은 차 도구 및 자기 자신과의 대화, 함께 차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 기능을 통해 자신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게 되고 외부자극과 의도적 노력에 의한, 인간이 경험하는 두 가지 통로를 활성화하여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마음의 상태로 변화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도명상은 명상이 지니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고 본질 삶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특징을 포함하면서 차의 정신이완 효과·혈압강하·각성효과·항암효과 등 각종 약리적 효과가 접목되어 있는 명상법이다. 따라서 다도명상은 정신적 영역뿐만 아니라 건강이라는 총체적 관점에서 심신의 건강을 아울러 증진시키는 치료적 도구로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을 정리하면, 다도명상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할 수 있으며,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템플스테이에서 운영되는 다담(茶談)프로그램이 주는 효과를 네 가지 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다도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신을 성숙시킨다. 둘째, 다담으로 차를 마시며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소통의 장을 나눌 수 있다. 셋째, 차훈 명상이 주는 효과이다. 즉 차를 우려낸 찻물의 훈기를 귀, 눈, 얼굴 등에 쐬면서 전신의 기혈을 조절하여 몸 안의 탁한 기운을 정화시킴으로써 참가자의 심리적 안정과 육체적 정화를 실현하는 명상법이다. 따라서 다도명상은 현대인의 생활에 매우 중요하다는 함의를 갖는다할 것이다. 신체 및 정신 건강의 향상은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성'을 의미하는 차는 수행자의 삶에 있어 중요한 매개역할을 한다. 선사들은 차를 마시는 것이 선과 다르지 않다고 하여 '다선불이(茶禪不二)' 또는 '다선일여(茶禪一如)'라 했고, 그 때문에 차 한 잔을 마시는데도 정성을 다했다. 한 잔의 차를 마신다는 것은 어울림을 의미한다. 곧 차와 물, 차와 다기, 차와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어울림이다. 차를 직접 마시어 차 맛을 아는 것처럼, 차를 마시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본래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평상심에의 회귀요, 또 무심하게 마시는 차 한 잔에도 일생의 참학을 깨닫도록 자기 자신을 늘 돌아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조선 중기의 함허선사는 수행의 삶에서 차 한 잔이 지니는 의미를 "한 잔의 차에서 한 조각의 마음이 나오고, 한 조각 마음이 차 한 잔에 담겨 있"음을 노래하며, 차를 마시면 한없는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즐거움이 솟아나니 차를 마실 것을 권하고 있다.
차를 마심으로 얻는 이로움은 스스로를 반조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뿐만 아니라 타인과 함께 나누어 마심으로 얻는 즐거움이다. 그러니 차를 권하고 함께 마시는 행위에는 근본적으로 남을 배려하고 위하는 베푸는 마음이 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차를 마심으로 집중과 통찰을 높이고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관조하며 깨달음에 이르렀던 선사들의 수행은 현대인들의 불안과 스트레스,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마음치유의 한 방법일 수 있다. 오늘날 템플스테이에서 스님들과의 차를 마시며 명상을 하거나 다담을 나누는 것이 인상 깊은 체험으로 진단되고 있는 것은 차와 다도가 마음치유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음을 잘 반증해 준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심신치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서용석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불교문학전공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