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통합예술치료 프로그램 구성
(1)심신 통합예술치료 프로그램의 구성 원리:
동양적 수행법의 치유 메커니즘으로부터
심신 통합적 예술치료는 근육과 움직임이 포함된 몸을 사용하면서 심리적 이미지들을 예술 매체와 함께 사용한다. 심신 통합예술치료는 자아의 활성화, 재편성, 성장, 재통합을 이루도록 하여 내담자를 돕는다. 이러한 심신 통합적 치료 과정에서 첫째, 운동 근육적/감각적, 둘째 감성/지각 그리고 셋째 인지적/상징적 축이 모든 개인의 경험 단계에 존재하며 이 동시적 순환의 상호작용이 유기체의 발달적 계층 구조를 통합하는 포괄적이고 복잡한 모델로 작동한다(Cohen, Weihs, 2016:2).
이러한 설명은 인간이라는 유기체가 경험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몸이라는 경계 안의 모든 것들-감각, 지각, 감정, 근육-을 동원하고 사용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마음의 과정(생각과 느낌)이 사람의 감각과 운동 경험과 연결되고, 감각운동 경험이 감각정보를 신체에 전달하여 감정과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Cohen과 Weihs는 심신 통합적예술치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1)치료사, 내담자와 매체 사이의 삼각관계 2)자기 참여 3)내면적인 것의 외현화 4)메타인지과정과 같은 치유적 작동원리가 필요하다고 했다(Cohen, Weihs 2016:5).
본 연구는 이 중 내면적인 것의 외현화의 원리와 동양의 수행법이 가진 치유적 메커니즘을 통해, 프로그램의 구성 원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1)지금-여기에 현존하기
트라우마 고통의 핵심은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시간, 공간과 상관없이 생각과 감정과 감각이 과거에 사는 것 즉, 현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존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명징한 현존이 호흡에 집중하는 것처럼 현존은 신체로 하는 경험이다. 그 때문에 지금-여기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신체를 사용하고 그것을 느끼는 경험 즉, 신체적 경험과 신경생물학적 경험이 일치해야 하는 것이다.
현존은 신체 경험과 신경생물학적 경험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즉 신체에서 일어나는 것(두 발이 바닥에 닿거나 다리 근육이 수축되는 것)과 뇌에서 일어나는 것(내부수용감각 경로라고 지칭하는 연합신경회로) 둘 다 동일한 것을 지향한다(David Emerson, 2018:177).
때문에 지금-여기 현존은 신체로 현재를 경험하며 감각과 생각과 감정들을 알아채는 것이다. 이 알아채는 것은 또 다른 치유 메커니즘이 된다.
2)알아채기-마음챙김-메타 인지
알아채기는 마음챙김과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앞서 서술했듯이 마음 챙김은 지금-여기를 알아차리는 마음 작용이다. 현재의 순간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내 마음의 현상이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일상의 습관적이고 자동적인 감정, 생각, 경험과의 동일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마음챙김이란 현재의 순간에 그리고 모든 순간 전개되는 경험에 대해 비판단적이고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때 나타나는 알아차림이다. 이는 현재 순간 우리 경험의 모든 스펙트럼을 알아차리는 것이고 이렇게 마음챙김을 할 때 우리는 우리의 경험이 일상화되고 습관화되고 검증되지 않은 생각과 감정, 그리고 종종 직접적인 감각의 세계와 신체 경험으로부터의 심각한 소외에 의해 심하게 편집되고 종종 왜곡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Kabat Zinn, 2003:145. 148).
이러한 자신의 정신 과정에 대한 되돌아보기는 일종의 메타 인지로 생각에 대한 생각이다. 발달심리학자인 J. H. Flavell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인 메타 인지는 인지적 행위자로서 자신이나 타인, 과제, 행동, 계획 그리고 이들 모두가 상호작용을 통해 지적 업적의 결과에 대해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축적된 지식이나 신념이다. 메타 인지적 경험은 그 경험의 어떤 측면-주로 어떻게 잘 진행되고 있는지-와 관련되어 발생하는 인지적 또는 감정적으로 중요한 경험으로 자신의 과정을 평가하는 과정, 혹은 자신의 생각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이는 내적 경험에 대한 비반응성, 감각, 인식, 생각, 느낌에 대한 알아차림, 주의 기울이기, 경험에 비판단적이기를 의미하며 종합하면,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이다(Siegel, 2019:28-29). 즉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일관성 있는지, 타당한지 그리고 사전지식과 경험과 일치하는지 목표달성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지를 탐색하는 것(Flavell, 1979:909).
이러한 알아차림-마음챙김-메타 인지는 지금–여기의 경험의 의미와 행동이 가진 함의를 해석하도록 돕는다. 이것은 확장된 자기 인식이라 표현할 수도 있는데 박미리(2018)는 연극치료에서 자기인식은 움직임, 이야기, 소리나 그림 등 어떤 매체를 사용하든 그 기저는 은유 기법과 신체 경험과 신체적 표현에 의존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과 문제점을 스스로 진단하는 과정을 자기인식이라 하였다. 그리고 신체적 경험과 자기인식을 연결하는 매체로서 몸이 가장 적합한 도구적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즉 지금-여기의 신체에 머무르는 것이 우리를 마음챙김, 메타 인지로 순환시키는 동력이 되고 이는 순환고리를 형성한다.
3)내면의 암묵적 자원의 명시화
암묵적인 것이란 드러나지 않은 감정과 사고 그리고 신체의 반응과 같은 내면적인 감정, 사고의 생리학적 및 신체적 요소들로 구성된다. 명시적이란 감정과 사고의 신체적 변화의 의식화와 표현을 의미한다. 예술작 업은 언어로 해석되지 않는, 표현할 수 없었던 신체적, 감정적 암묵적 지식을 표현하여 눈에 보이는 외현적인 것들로 전환시킨다. 즉, "암묵적 감정 표현을 명시적 표현인 인지적 발달 과정으로 변형시킨다(Subic-Wrana, Beutel, Garfield & Lane, 2011:291)." 이는 암묵적인 신체적, 감정적, 인지적 자원을 명시적인 인지적, 감정적(그림, 글), 신체적(동작, 움직임) 자원으로 변화시켜서 새로운 자기 발견의 기회를 제공한다. 일단 "의식적으로 처리되는 정보는 암묵적이고 자동적인 행동을 충분히 점검하여 그들이 더이상 적응에 간섭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행동을 변화시킨다(Subic-Wrana, Beutel, Garfield & Lane, 2011:291)."
이처럼 심신 통합예술치료 작업은 내재된 감정적, 인지적, 신체적 표상들을 외현화시켜 경험하는 것으로 이를 직면하고 수용하면서 자기의 통합적 발전을 이루게 한다.
4)신체 사용 - 즉흥 동작
동양의 수행법이 치유적 함의를 갖는 것은 요가나 마음챙김 명상에서 볼 수 있듯이 신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신체 사용-즉흥 동작은 신체적으로 경험되는 암묵적 감정과 감정의 내재된 표상(Cohen & Weihs, 2016)을 밖으로 표현한다. 이는 앞서 기술한, 내면을 외현화시키는 많은 방법 중 가장 본질적인 것이고 어떠한 검열이나 방어 없이 표현할 수 있다.
동작 외의 모든 매체에서는 내면의 경험이 우리와는 다른 재료로 표현된다. 동작으로 표현할 때는 우리 몸의 동작 그 자체가 재료이다. 재료와 도구와 생각은 몸을 움직이면서 표현할 때 모두 하나가 된다(Barbara Mettler, 미출간. Rogers, 2010:64. 재인용).
즉, 즉흥적 동작은 내면의 경험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만 매체를 사용한다는 것은 몸적 경험을 한 번 걸러내고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즉흥적 동작에 대한 충동에는 욕구가 담겨 있고 그 욕구가 직접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즉흥적 동작은 "무의식적 욕구를 불러내고 만나게 해주고 자기검열 없이 표현되도록 허락한다." 따라서 즉흥적 동작은 "결과에 대한 정해진 의도나 집착 없이 다양한 수준에서 일어나는 자유연상의 온몸 극장(full-bodied theatre)(Halprin, 2006:141)"과 같다. Halprin은 즉흥이 활성화시키는 치유적인 핵심 요소들에 대해, 현재의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 열려진 상태로 존재하는 것, 일어나는 모든 일에 반응하는 것, 떠오르는 것들을 온전히 표현하는 것, 자신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해질 때까지 반복할 수 있는 것, 대립적인 부분과 작업하기 위해 대조적인 요소들로 전환할 수 있는 것 등을 들고 있다(Halprin, 2006:142-3). 이는 알 수 없었던 내면의 정서와 생각들을 신체적 감각으로 경험하면서 즉흥적 동작으로 표현할 때 가능하다.
지금까지 제시한 동양적 사유와 수행법이 가진 치유적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본 연구의 실제 프로그램에서 제시할 치유 메커니즘은 동시에 프로그램의 구성원리가 될 것이다. 즉, 지금-여기 현존하기, 알아채기-마음챙김-메타 인지, 즉흥적 움직임과 내면의 암묵적인 것을 외현화시키기가 치유 메커니즘인 동시에 프로그램의 구성원리이다.
동양적 사유와 수행법에서 출발한 치유 메커니즘은 지금-여기의 신체적 감각이 가져오는 감정과 사고의 알아차림이 마음챙김을 통하여 메타 인지를 사용하게 하고 이는 비판단, 무비판적으로 자신의 현상 형태를 받아들이게 하는 현상학적 태도로 연결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는 또한 앞서 Siegal이 메타 인지란 내적 경험을 비반응적, 비판단적으로 수용하면서 감각, 인식, 생각, 느낌에 대해 알아차리기, 주의 기울이기,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이라고 정의했듯이 지금-여기의 현존, 신체에 머물기, 알아채기, 마음챙김과 현상학적 삶의 태도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신 통합예술치료의 치유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 민주원 용인대학교 대학원 예술치료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