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en I dream💜Carol Kidd(캐롤 키드) https://www.youtube.com/watch?v=mrR6tqKVoIM |
* 출처: 신동기 著 『SNS 인문학』(2022, M31刊) p49-63
직장 상사에게 ‘Latte is a horse’의 의미를 물어봐 ‘라떼는 한 필의 말이다’라고 해석한다면 그 상사는 ‘꼰대’에 해당되고, ‘라떼는 말이야’라고 바로 해석을 하면 그 상사는 ‘선배’에 해당된다고 한다. ‘라떼’ 전성시대다. 갑자기 ‘라떼’가 여기저기 뜬금없이 소환되고 있다. 급기야 ‘라떼는 말이야’라는 제목의 노래가 등장하고, 또 같은 이름의 과자도 등장했다. 여기서 ‘라떼’ 는 사람의 미각을 즐겁게 해주는 커피 ‘라떼’가 아니다. ‘꼰대’의 전형적 상투어인 ‘나 때(라떼)는 말이야’를 나타내는 그 ‘라떼(나 때)’다. 직장에서 나이 먹은 상사가 습관적으로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비슷한 발음인 커피 카페라떼의 ‘라떼’에 빗대어 풍자한 말이다.
따라서 ‘라떼’는 ‘꼰대’를 의미하고, ‘꼰데’는 곧 ‘라떼’와 동의어다.
‘꼰대’ 또는 ‘라떼’ 문제의 핵심은 기본적으로는 권위주의와 노파심이다. 권위주의에서는 사람 관계를 수평적이 아닌 수직적 관계로 인식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나이가 많든 적든 성인이면 모두 같은 수평 관계다. 같은 성인 사이라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존중을 요구하거나,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책임 경감을 요구할 수 없다. 그것은 성인과 미성년자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성인 간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직장에서의 상사와 부하는 권한과 책임 관계에 있어 업무적으로 수직 관계다. 부하는 상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고 동시에 그만큼의 책임도 수임한다. 그리고 상사는 위임자인 만큼 수임자인 부하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위임한 권리만큼 책임을 물을 권한을 갖는다. 따라서 근로계약과 회사 내부규정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면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전쟁 또는 전염병이 도는 지역에서의 근무도 지시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계약과 회사 규정을 벗어난다면 바로 눈앞 테이블 위의 커피잔 치우는 것도 강요할 수 없다. 직장에서의 상사·부하의 수직 관계는 오직 업무 범위에 한해서다. 업무를 벗어나면 아침 출근 때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의 관계처럼 완전 평등한 수평적 관계다. 물론 당장이라도 근로계약을 해지하면 그 순간 양자 간 업무적 수직 관계도 바로 해지된다.
상사의 ‘꼰대’적 권위주의는 업무에 있어서 항상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거나, 업무를 벗어난 영역에서까지 부하를 수직 관계로 인식하려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상사의 판단이 언제나 부하들보다 더 나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당연히 완벽할 수도 없다. 편견과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판단의 전제인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경구는 지금처럼 변화가 빠른 때일수록 새겨야 할 내용이다. 상사와 부하는 회사와의 근로계약을 통한 업무적 위·수임 관계일 뿐이다. 업무적 위·수임 관계에 상사가 부하의 인격을 무시해도 된다거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해도 된다는 내용은 당연히 없다.
노파심(老婆心)은 ‘노파(老婆)’의 ‘마음(心)’처럼 ‘필요 이상으로 남의 일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이다. 노파심은 흔히 필요 이상으로 길고 상세하게 말하거나, 요청하지도 않은 것까지 가르치고 간섭하려 들거나, 했던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노파심의 의도는 대체로 선(善)이지만, 그 결과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다. 연륜(年輪)은 한자 의미인 ‘나이테’ 그대로, 해가 가면서 쌓이는 것이다. 쌓이는 것은 경험이고, 일과 관련된 경험의 구체적 의미는 바로 예상하기 쉽지 않은 예외적 상황에 대한 기억들이다. 상사가 말이 길어지거나 요청하지 않은 것까지 설명하려 드는 것은 대체로 바로 이런 예외적 상황까지 모두 말해 주고야 말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자신은 호의지만 상대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선이 아닌 악이다. 말을 줄여야 된다. 그리고 물론 그런 예외적 상황의 발생으로 일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위임받은 만큼 부하의 책임이다. 물론 상사 역시 이때 직제상 자신에게 돌아오는 책임을 일단은 피할 수 없다. 노파심 중 특히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현상은 기억력의 문제이거나 그야말로 노파심 중의 노파심이다. 기억력 문제가 아니라면, 전형적인 ‘꼰대’이고 ‘라떼’ 현상이다.
라떼 또는 꼰대 현상은 상사의 적절치 못한 행위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세대 간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은 성장기 환경에 크게 영향받는다. 20c는 세계사적으로도 그랬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격동기였다. 전반과 중반기는 일제 강점기와 민족상잔이 벌어진 암울하고 참혹한 시기였고, 후반기 상당 기간은 경제의 고도성장과 함께 노동과 인권, 민주주의가 질식당하는 시기였다. 따라서 세대별로 성장환경이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세대를 크게 구분하면, 1920-40년대생은 생존이 삶의 절대 목표인 ‘생존지향세대’, 1950-70년대생은 고도 경제성장과 함께 개인의 성공을 중요 가치로 생각한 ‘성공지향세대’ 그리고 1980-2000년대생은 축적된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바탕에서 자기 행복을 지향하는 ‘행복지향세대’로 구분된다.
생존지향세대는 죽느냐 사느냐가 관건이었다. 일제 강점기와 건국 초기의 혼란, 6·25 민족상잔 속에서 죽임을 당하지 않고, 그리고 굶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이 세대 삶의 절대목표였다.
성공지향세대는 대체로 개인적 성공이 최대관심사였다. 그리고 그 성공의 기준은 사실 그다지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바로 넥타이를 차고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자기 집을 마련해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었다. 부모세대의 한 맺힌 결핍이 자식 세대의 성공 인식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었다. 부모 세대의 염원이 담긴 성공의 첩경이자 유일한 통로는 소위 명문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명문 대학을 들어가는 것은 곧 안정적인 직장의 확보를 의미했고, 고성장 시대에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것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의 평안한 삶이 보장되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은 자식의 대학 보내기에 있는 자원 없는 자원 모든 것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쳤고, 자식들은 부모의 염원을 받들어 머리를 싸매고 공부에 매달렸다. 명문 대학 합격은 말 그대로 등용문(登龍門)이었다.
행복지향세대는 수십년 간의 축적된 산업화와 민주화 성과의 세례를 받고 성장한 세대다. 대체로 물질적 절대 결핍을 경험한 일이 없고, 가정이나 학교에서 앞 세대보다 훨씬 민주적인 환경에서 자랐고, 형제가 없거나 있어봤자 하나 정도다. 인간은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더 높은 욕구 단계인 자기실현을 추구한다. 그리고 자기실현은 결국 자기 방식의 행복 추구다.
따라서 행복지향세대의 주요 관심은 나답게 살기, 워라밸, 소확행, 욜로(YOLO), 카르페 디엠(Carpe diem)과 같은 자기만의 행복 추구다. 그러나 축적된 산업화, 민주화 성과의 세례를 받고 자란 세대라 해서 모든 것이 축복일 수만은 없다. 고도 경제성장기의 종말이 그들을 슬프게 했다. 인간은 타인과의 비교뿐만 아니라 과거와의 비교를 통해 만족을 느끼는데, 고도 성장기의 종말은 물질적 풍요의 지속적 향상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산업의 인공지능화가 더해지면서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절대빈곤과는 거리가 먼세대지만 동시에 직장 잡기는 최악의 상황이 되었다.
현재 경제활동의 중추는 성공지향세대와 행복지향세대다. 성공지향세대는 자기 확신이 강하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오면서 지금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일구어 왔다는 자부심에 근거한 자기 확신이다. 거의 무에서 유를 만들어 냈다는 자부심이다.
반면에 행복지향세대는 자기애가 강하다. 물질적 절대 결핍을 경험하지 않은 이 땅 최초의 세대로, 적은 형제 속에서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민주화된 환경에서 자라 개인주의 성향과 함께 자기주장이 강하다.
성공지향세대 입장에서 볼 때 행복지향세대는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주장만 앞서고 유약하다. 자기 세대는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하고 과제가 주어지면 이의 다는 일 없이 일단 시도부터 하고 보는데, 행복지향세대는 개인을 우선해 과제가 주어지면 안되는 이유부터 먼저 찾고 또 도중에 쉽게 포기하는 등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지향세대 입장에서 성공지향세대는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하다. 지나친 자기 확신으로 독선적이거나 강압적이고 그리고 직장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행복과 가족의 생계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인데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고 있다. 근본적인 간극 속에서 성공지향세대의 입에서는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고, 행복지향세대의 입에서는 ‘그런데요’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성공지향세대가 거의 무에서 유를 이룬 것은 맞다. 가난을 벗어나고자 온갖 노력을 다해 지금의 자리에 이른 것도 맞다. 그러나 세상 일은 결코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공지향세대 즉, 1950-70년대생은 고도 성장기(1970-1999년 우리나라 연평균 경제성장률 8.6%) 때 사회생활을 한창 하거나 시작한 세대다. 경제성장의 과실은 그 세대 국민들에게 그대로 분배된다. 기업 조직은 확장되고 개인의 부는 쌓인다. 성공지향세대의 회사 내 지위, 개인의 부(富) 중 일부는 바로 시대를 잘 만난 덕분이라는 이야기다. 성공지향세대의 자기 확신과 자부심의 근거 일정 부분 역시 당연히 본인 개인의 노력이 아닌 시대의 과실(果實)이라는 이야기다.
행복지향세대는 많은 것을 갖춘 세대다. 일단 글로벌 세대다. 영어가 상당히 자유롭고 외국생활이나 이(異)문화 경험이 많아 세계 시민적 소양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가지고 살아 온라인과 모바일 사용이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성공지향세대가 회사를 입사할 때 주요 시험 과목이 상식과 영어였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의 행복지향세대는 엄청난 실력과 소양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행복지향세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시대를 탓하는 것 외에 다른 수가 없다.
과학사학자 토머스 S.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비교할 수 없는(Incommensurable)’과 ‘양립할 수 없는(Incompatible)’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자연과학의 발전은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전환과 같이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진행되는데, 이 전·후의 패러다임은 말 그대로 서로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 ‘비교할 수 없는(Incommensurable)’ 그리고 ‘양립할 수 없는
(Incompatible)’ 관계라는 것을 설명하면서다.
시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30년 동안 형성된 한 개인 또는 한 세대의, 세상을 그리고 인간을 보는 관점은 하루아침에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성공지향세대와 행복지향세대 모두 쉽게 달라질 수 없다고 할 때 양자 간의 관계는 어느 정도, 앞의 ‘비교할 수 없는(Incommensurable)’, ‘양립할 수 없는(Incompatible)’ 관계를 닮는다. 각자 입장에서 자신들이 옳고, 끝까지 자신들의 입장만 옳다고 주장한다면 결국 서로는 비교할 수 없고 양립할 수 없다.
세대 간 갈등은 대체로 어느 한쪽에 의해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경중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양쪽 모두에 원인이 있다. 성공지향세대가 ‘라떼’라면 행복지향세대는 ‘그란데’다. 커피사이즈를 나타내는 그 ‘그란데’다. 성공지향세대가 ‘나일리지(나이+마일리지)’라는 연륜 만능주의를 앞세워 자기방식을 강요한다면, 행복지향세대는 ‘그런데요(그란데)’ 하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민주적으로 토론할 것을 요구한다. 성공지향세대의 나일리지는 행복지향세대에게 권위주의와 노파심의 ‘라떼’로 받아들여진다. 행복지향세대의 이의 제기와 평등적 토론 요구는 성공지향세대에게 핑계 찾기의 ‘그란데’로 받아들여진다.
모든 일의 대원칙은 균형이다. 회사 조직에서 직급이 높다는 것은 권한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 정도의 책임도 함께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직급이 낮다는 것은 권한이 작고 동시에 책임도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하는 상사가 권한을 행사할 때 그 권한이 규정을 벗어나는가와 함께 책임과 균형을 이루는가를 봐야 한다. 그리고 권한이 정당한 업무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책임과의 균형을 잃어 과도하게 행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상사의 권한 행사를 자기 멋대로 권위주의로 해석할 수 없다. 그리고 상사 입장에서도 최종 의사결정은 마땅히 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본인이 내리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은 최대한 민주적이어야 한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 환경에서 더 좋은 대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회사와 근로자는 계약관계다. 근로자는 회사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을 제공하고 기업은 반대급부로 급여를 준다.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의 차이 또는 지위의 차이를 떠나 근로자라면 누구나 회사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를 해야 한다. 각자 자신이 받는 ‘급여와 복지’, ‘1인당 소요된 일반관리비’ 그리고 ‘주주의 적정 이익을 직원 수로 나눈 금액’을 합친 것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것은 직장인 된 자로서 기업과의 신성한 약속이다.
따라서 모든 근로자는 매달 급여를 받을 때 이 3가지 금액을 합친 것 이상의 부가가치를 자신이 만들어냈는지와, 자신이 회사 입장이라면 지금 자신이 받고 있는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면서 자신과 같은 사람을 고용할 것인가를 질문해 보아야 한다. 만약 ‘No’라는 답이 나온다면 그때부터는 더 이상 회사와 상사, 동료, 부하 직원 평가하기를 멈추고 회사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해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먼저 자기 몫을 다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동료,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몫 중 일부를 자신이 빼앗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비난 내지 평가하는 것은 염치없고 부도덕하고 주제넘기까지 한 매우 잘못된 행위이기 때문이다.
자기 몫 이상을 해야 하는 것은 임원이나 신입사원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신입사원의 급여가 작은 것은 자기가 해야 할 몫이 크지 않다는 것이지 자기가 해야 할 몫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회사는 놀이터나 유아원이 아니다. 물론 당연히 요양원도 아니다.
독일의 사회학자 퇴니스는 인간이 이룬 사회를 공동사회Gemeinschaft)와 이익사회(Gesellschaft)로 구분한다. 공동사회는 가족, 교회와 같이 협동과 교류를 중요시하는 사회를 말하고, 이익사회는 기업과 같이 이익을 중요시하는 사회를 말한다.
우리나라 기업문화는 한편으로 오랫동안 온정적·가부장적 공동사회 성격이 강했다. 회사는 상(喪)과 같은 직원의 개인사까지 챙기는 것은 물론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정년퇴직 때까지 함께 하고, 직원들은 일이 바쁠 때 한두 시간 정도는 시간외수당 없이 그냥 일하는 분위기였다. 회사와 직원 간에 권리·의무가 균형을 이루는데, 그 균형이 장기적으로 느슨하게 이루어지는 ‘느슨한 계약’(신동기, 회사에 대한 오해와 착각을 깨는 인문학적 생각들, 2016, 티핑포인트, 201-213면 참조)이었다.
그런데 기업은 사실 전형적인 이익사회이고 본질적으로 계약사회다. 계약이라는 것은 계약의 당사자가 권리·의무를 정확히 지키는데 의미가 있다. 즉 계약 조항대로 주고받을 것을 정확하게 지키는 ‘타이트한 계약’(신동기, 회사에 대한 오해와 착각을 깨는 인문학적 생각들 ,2016, 티핑포인트,201-213면 참조)이다.
성공지향세대는 ‘느슨한 계약’의 ‘공동사회’적 기업문화에 익숙하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한시간 정도 늦게 퇴근한 것 가지고 무슨 시간외수당까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다. 반면 개인을 중요시하는 행복지향세대에게 기업은 당연히 ‘타이트한 계약’의 ‘이익사회’다. 따라서 ‘칼퇴근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문제죠?’라는 질문이 너무나 당연하다.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 사이에서의 갈등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이 간극에서 발생한다.
상사가 부하의 회사에 대한 의무는 엄격하게(타이트 하게) 요구하면서 회사의 부하에 대한 의무에 대해서는 대충(느슨하게) 하거나, 부하가 회사에 대한 자신의 권리는 확실하게(타이트하게) 챙기면서 자신의 의무에는 관대할(느슨할) 때 발생하는 갈등이다. 상사와 부하가 각자 기업의 공동사회(느슨한 계약)와 이익사회(타이트한 계약) 속성을 자기 편의적으로, 기회주의적 선택을 하는 경우다. 양쪽이 각자 한마디로 권리는 챙기고 의무는 방기하는 이기적 불균형을 선택한 경우다. 이때 상사는 부하에게 ‘라떼’가 되고 부하는 상사에게 ‘그란데’가 된다.
사실 ‘꼰대’ 또는 ‘라떼’ 현상은 생각보다 훨씬 보편적이다. 그리고 상대적이다. 그 이야기는 ‘꼰대’ 또는 ‘라떼’ 현상이 반드시 성공지향세대와 행복지향세대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잊을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대학 신입생 환영식에서의 술 강요로 인한 음주사망, 비민주적 신입 노예(?) 군기 잡기 사건을 비롯해 군대 신병과 일병 사이, 직장 신입사원과 1년차 사이 등 손톱만큼이라도 나이 차이가 나고 경력 차이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같은 행복지향세대 사이에서도 여기저기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직장 생활 1년차가 자기 부장을 ‘라떼’라 흉보면서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 앞에서는 직딩 1년차의 위엄과 권위를 내세운다면 그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그러고 보면 ‘꼰대’ 현상은 반드시 ‘세대’나 ‘나이’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생각’의 문제인 듯하다. 같은 성인 간에 한살이라도 아래면 어떻게든지 아우, 후배, 동생으로 서열 지으려 달려드는 粗野조야하면서도 고리타분한 이 땅의 조선시대적 무례한 친근함. 그렇다면 희망은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상사들은 ‘생각’을 바꿀 일이다. 권위주의 아닌 민주주의로, 수직이 아닌 평등적 인간관계로.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부하 직원들은 일단 상사를 미워하지 않고 볼 일이다. 사람은 자기가 미워하는 사람을 닮아간다고 하지 않던가. 아니, 벌써 많이 닮아있지 않은가?
상사가 나에게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내가 먼저 아래 직원에게 하지 않고, 아래 직원이 나에게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내가 먼저 상사에게 하지 않고 볼 일이다. 그다음, 상사가 나에게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을 내가 먼저 아래 직원에게 하고, 아래 직원이 나에게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을 내가 먼저 상사에게 해 볼 일이다.
‘라떼’와 ‘그란데’가 유행어 아닌 화석어가 되는 그날을 그리면서 우리 모두 카페‘라떼’ 한잔, ‘그란데’로. 그런데 참, 카페라떼에 그란데가 있던가? 없던가? 하긴, 없으면 만들면 되지 뭐.
* 출처: 신동기 著 『SNS 인문학』(2022, M31 刊) p49-63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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