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 6회 독회는 『애드거 앨런 포 단편집』입니다.
본 책은 총 14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졌기에 각자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함께 소개하고 조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각각 1~3편씩 골라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 <도둑 맞은 편지>, <소용돌이 속의 추락>, <붉은 죽음의 가면극>, <어셔가의 몰락>, <윌리엄 윌슨>, <검은 고양이>, <구덩이와 추>, <아몬티아도 술통>, <타원형 초상화>의 작품들을 짚어나갔습니다. 특히 이번 독회에서는 참여자분들께서 다른 문학 작품이나 영화 등이 차용하시는 경우가 많았고, 그 덕분에 더욱 작품을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저의 후기에 그 밀도를 담지 못하였으니 다른 분들의 후기를 깊이 참고해주세요!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는 당시 미국인들의 항해라는 미지의 공포를 초자연적인 세계로 펼쳐내며 유령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도둑 맞은 편지>의 경우, 한얼님께서 형이하학적으로 뛰어났던 것으로는 도둑 맞은 편지를 꼽으셨을 정도로 본 작품은 치밀합니다. 제한된 공간 속 단일한 주제가 진행되며 그 안에서 일련의 추리와 관찰이 이뤄집니다. 애초에 범인이 누구인지 아는 상태로 시작되며, 그 편지가 누구의 손에 있느냐에 따라 여왕과 D, 백작, 경찰, 뒤팽의 이 4명의 역학관계와 욕망이 두드러지며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붉은 죽음의 가면극>은 『바벨의 도서관』이란 작품처럼 공간 묘사가 주어집니다. 그 장치가 된 상태는 그들에게 익숙하고 안전한 곳이었지만, 그러한 공간에서 전염병으로 인한 공포감이 극대화되는 과정은 낯설게 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윌리엄 윌슨>은 자아가 분열된 주인공의 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또 다른 윌리엄 윌슨인 초자아와 초자아가 탐하는 이드 윌리엄 윌슨의 관계는 점점 다른 양상을 가지며 과열됩니다. <검은 고양이>는 선이 아닌 악이 죄를 폭로하는 형태로 정의구현이 된다는 것이 주요 포인트였습니다. 그러면서 억압된 것의 회귀를 논할 수 있었고, 이에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맥베스』나 『호메루스』, 『기생충』, 『카지노』 , 『부당거래』 등의 작품들이 그러한 정의 구현의 예시로 언급되었습니다. <구덩이와 추>는 마치 『쏘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으셨다고 했던 것처럼 밀실안에 혼자 갇혀 있는 자의 심리를 다양하게 투영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타원형 초상화>는 화가가 아내를 그려 화폭에 담으려는 모습에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그림에 도취한 부분에서 나르시시즘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외에도 별개의 부분으로 동양과 서양이 왜 다른지를 해양과 농경이라는 환경에서 설명해주신 점과 귀신, 운명을 보는 관점에서의 차이를 마치 교양 수업처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다른 분들이 들으셔도 정말 호기롭게 들으실 수 있을 정도로 저는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독회는 저에게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처럼 다가왔습니다. 무한히 펼쳐지는 것만 같은 지식의 향연이 오고 감에 저 또한 이해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본 독회의 근간인 애드 거 앨런 포의 단편집만 보더라도 그가 “읽을 때 독자의 영혼은 작가의 뜻에 따라 흘러간다.”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를 무장해제시키고 사건과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할만큼 몰입도가 좋았고, 어떤 상상력이나 추리력, 인식의 확장 등을 촉발시키리만큼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공포소설을 통해 단순히 재미를 가질 뿐만이 아니라 철학을 할 수 있던게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정말 유익하디 유익한 독회였습니다. 함께 자리하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유현준님
개인적으로 단편선을 주제로 하는 만큼 이야기가 잘 오갈 수 있을 지 많이 걱정되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도록 훌륭하게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포가 쓴 공포 소설의 전반적인 특징이나 다른 추리, 공포 소설 작가와의 비교 등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성과 비이성의 대립 구조를 포의 몇가지 단편에 적용한다거나, 다른 공포 소설의 소재나 서사를 포의 것과 비교해보는 과정을 통해 포의 소설 자체 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현대 소설의 가장 거대한 뿌리들 중 하나가 되었는지에 대해 얼마간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둑맞은 편지」에 대해서 다루며 진행한 공포의 양상이나 조건을 주제로 한 긴 대화, 그 중에서도 특히 일상적인 순간 속에서 찾아오는 공포에 대한 몇가지 사례 또한 매우 인상깊게 남아있습니다. 이 주제는 정신분석학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uncanny한 감정과 우리의 일상, 그리고 포의 소설을 동시에 관통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보자면 굉장히 탁월한 소재 선정이라고 느껴집니다. 독회의 특유의 자유로운 진행 방식과 열심히 참여해주신 참석자 분들의, 특히 이재민님과 장한얼님의 열정이 일궈낸 성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독회에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도 비슷한 분위기의 독회가 진행된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도화영님
에드거 앨런 포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작품 속 화자 모두 자기분열적 성격을 가졌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또한 단편 소설이다 보니 각각 내용이 끊겨있다고 느꼈으나 독회를 통해 모두 공포를 소재로 한 점과 바다, 표류와 같은 소재를 활용한 점이 반복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혼자 읽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책을 바라볼 수 있었고,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독회에서 각자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을 언급하고 그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하여 더 풍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윌리엄 윌슨>에서 화자의 초자아, 이드에 초점을 두고 읽어 흥미로웠다고 말씀드렸었는데 마지막 장에서 결국 화자의 이드가 자아를 차지한 것인지, 본 단편선의 핵심 단어로 일컬어진 회기 하는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첫 독회에서 얻은 것이 많아 참여한 다른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독회에 참여하여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재민님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중 한명을 다른 분들과 나눌수 있어서 기분좋은 시도였습니다. 단순히 재밌기 때문에 읽었던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을 정신분석학과 같은 보다 깊은 주제의 학문으로 토론할 수 있던 시도부터가 긍정적이었습니다.
어떤 소설에 있어서 다양한 층위로 읽는것이 중요합니다만은 저의 경우 대부분의 소설을 흥미본위나 유희를 위해 읽다보니 여타의 층위로 읽어본적이 없던 차에 독회를 통해 다양한분들의 의견을 들을수 있었던 것은 굉장히 귀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진행에 있어서 저의 제안에 대해서 배척하거나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신 점에 대해서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의견을 나눠주신 유현준,장한얼,성수현,도화영,문준서님께 감사드리며 다음 기회에도 함께 할 수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문준서님
포의 단편들이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어떤 이유 때문에 그의 소설이 다른 소설들보다 돋보이는 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야기 나눈 것이 좋았습니다. 각자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 소설을 택해 그에 대한 감상 및 설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 되었는데, 억압된 것의 회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조, 정신분석학적인 관점들, 이성과 비이성의 대립, 파도와 같은 대자연이 지닌 은유 등 다양한 주제들이 오갔습니다. 참여하신 분들 중 공포/추리 소설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포의 영향을 받은 다른 작가에 관한 이야기나 장르의 역사 등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자유로운 토론 방식을 택한 것이 더욱 다양한 주제들이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것 같습니다. 제대로 포의 소설을 접해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매우 좋아하게 되어 기쁩니다. 다양한 의견들 제시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장한얼님
토론을 하면서 책을 좀 더 면밀하게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는 생각지 않았던 부분을 생각해보고 이야기하면서 토론 후로 책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많이 상승한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단순히 도서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포의 작품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면밀히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 특히 값진 기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포의 작품들은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의 길항을 다룹니다. 그의 공포소설들은 합리적인 설명이 결국 비이성적인 무언가에게 굴복하는 것인 반면, <도둑맞은 편지>와 같은 탐정소설은 이성이 비이성을 합리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으로 해명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이러한 특징은 호러, 미스터리 장르가 가지는 어떠한 동일성을 함축합니다. 그리고 포는 이러한 방식의 시초라고 불리는 점에서 문학사적인 위인으로 불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논의를 나누었습니다.
한편, 포의, 정확히는 포가 살아왔던 그 시공간에서만 탄생할 수 있는 특수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었습니다. 가령 <검은 고양이>나 <배반의 심장>과 같이‘ 초자연적인 악이 죄를 폭로하는 구조’ 자체는 셰익스피어와 같은 작가들로부터 과거에도 반복된 모티브이나, 그 것이 위치한 시대가 18세기 미국이라는 점에서 오직 포 만이 구현할 수 있는 독특한 질감을 갖는다는 설명이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적으로 호러소설과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해서 그런지 같은 독서 기록을 공유하고 있는 분들과 함께 의견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즐거운 기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같이 이야기 나눠주신 토론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