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워싱턴 뉴욕 LA 등 한인 집단거주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1년 새 집값이 20% 이상 올랐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 평균 집값 상승률 22.5%(국민은행 자료) 와 비슷한 수준이다.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조기교육을 위해 건너간 부모들이 숙식을 해결할 집뿐만 아니라 투자목적으로 한두 채 더 구입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집을 임대 놓아서 현지 교육비로 쓰기도 한다.
주인공들이 대부분 서울 강 남 출신이라니 "역전의 용사"가 따로 없다.
최근 국내에선 대통령이 "토지공개념"이라는 반시장적(反市場的)인 조치까지 거론하며 치솟는 부동산 값을 잡는데 정력을 쏟고 있다.
조만간 엄청난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번엔 상당히 강력한 조치가 나올 것이라 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지난주 말 분당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주상복합아파트가 나왔는데 청약경쟁률이 72대1에 달했다.
청약 대기표에 웃돈 까지 붙었다.
단순한 청약경쟁률이라면 누가 뭐랄까만, 평당가가 1400만원이나 되고 청약금 이 2000만원인데도 한 사람이 10개, 20개씩 청약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무려 5200억원이 넘는 돈이 청약금으로 몰렸다.
"당첨만 되면 몇 천만원을 먹을 수 있다는데 누군들 청약을 하지 않겠어요." 현장에서 전하는 말이다.
부동산 현장에는 이처럼 돈이 넘쳐난다.
하지만 다른 쪽에선 돈이 없어 난리다 .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택시기사 아저씨나 시장 아줌마들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할 이유 가 없다.
외환위기를 막 벗어난 99년 당시 시중엔 23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이때 나온 여의도 고급주상복합에는 밤새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요즘엔 부동자금이 400조원에 가깝다고 한다.
170조원이 어디서 늘어났을까. 벤처열풍은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국민들의 주머니에 구멍을 냈으며 주식시장 도 답보를 거듭했다.
결국 부동산시장에서 많은 부분이 튀겨졌을 것이다.
부동자금은 점점 불어나는 물과 같다.
아무리 막으려 해봐야 그때마다 약한 곳 을 찾아 흘러 넘친다.
물꼬를 돌리지 않고 땜질만 계속한다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제방마저 무너질 위기라는 말이 점점 설득력 있어진다.
부동자금이 갈 곳이 없다.
투자자들은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주식에도 쉽게 투 자하기 어렵고, 정기예금금리가 3~4%인 금융권에도 별다른 매력을 못느낀다.
이들이 분당 주상복합의 사례와 같이 무엇을 하더라도 은행에 넣어 두는 것보 다 낫다고 생각하는 한 부동산시장에서 돈이 떠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물꼬를 돌릴 방법은 전혀 없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일반리츠(부동산 투자회사) 활성화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리츠가 활성화하면 우선 소자본의 부동산 투자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단돈 100만원이라도 증권화돼 있는 리츠에 투자함으로써 "돈 있는 사람만 한다 "는 식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개발리츠 등으로 투기가 아닌 건전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부동산의 뮤추얼펀드쯤으로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지난 2001년 7월 리츠법이 만들어졌지만 일반리츠는 법 시행 2년째 햇 빛조차 보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CR)리츠는 이미 주식시세의 한자리를 차지 하고 있지만 일반리츠는 없다.
일반리츠가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CR리츠와는 달리 법인세가 면제되지 않는다 는 점이다.
법인세 면제 여부에 따라 운용 수익률에 1~2%나 영향을 주기 때문 이다.
건설교통부에선 법 제정 당시부터 꾸준히 요구했지만 재정경제부는 꿈쩍도 하 지 않고 있다.
페이퍼컴퍼니가 아닌 실체회사의 법인세를 면제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작전을 바꿔 페이퍼컴퍼니형 일반리츠와 개발리츠 도입을 중심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올 들어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발표할 때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는 범 부처적 인 합동작전의 양상이다.
주무부처인 건교부는 물론이고 재경부 행자부 교육부 국세청 등이 모여 연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시장을 조정하려면 채찍만 아니라 당근도 필요하다.
규제보단 자금흐름의 물꼬 부터 트란 말이다.
기왕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으니 이번엔 리츠 활성화 대 책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 <신임호 부동산부장 wtige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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