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에 대한 '처음'은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때론 설레임이 커서 선뜻 용기를 내기도 하지만
때론 두려움이 더 커서 첫 발을 내딛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혼자 하는 모든 걸 즐기지만 - 쇼핑, 영화, 공연, 운동, 드라이브, 우아하게 스테이크도
혼자 썰 수 있으며 출입하진 않지만 술집도 Bar석이 훨씬 구미가 당긴다.
그런데 산.. 그건 왠지 혼자 만나러 가기에 겁이 났다.
살레와를 찾은 이유도 그거였다, 사람이 그리워서는 아니었다.
뉴스로만 전해 듣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가지가지 산짐승들도 무서웠고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맺힌 게 많을 듯한 개나 고양이도 무서웠다.
무엇보다 무서웠던 건 일행이 있음에도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고
친절을 베풀어 오는 얼굴 벌건 인간들이었다.
물론 여러 안전사고에 대한 뉴스도 한 몫을 거들었지..
게다가 산.. 난 산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덕이살레와의 1년, 52번에 한참이나 못 미치는 산행을 했지만 조금의 용기가 생겼나보다.
그 작은 불씨를 화락~ 키운 건 살레와의 女님들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동네 슈퍼 다녀오듯 쓰윽~ 홀로 산행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용기백배!
그렇게 덕이살레와 일 년만에, 내 삶 사십여 년만에 ' 그래.. 그까이꺼.. ' 뱉고 나선 오늘.
예정코스 불광역 - 북한산 둘레길 8구간 - 족두리봉 - 향로봉 - 비봉 - 비봉탐방지원센터 - 불광역
버스타고 이동하기 싫어 나름 머리 쓴 만족스런 코스. ㅎㅋ.
헌데 < 길 찾기 잘한다.. 한때 네비게이터가 꿈이었다. > 주장하는 내가 그 북한산 둘레길
초입부터 못 찾아 동네 한 바퀴를 돌고도 안내소에 묻고서야 찾았지 뭐래니.. ㅉㅉ..
평일 아침, 언제 비가 왔는지 촉촉한 둘레길을 독차지 했다.
으쓱으쓱 발걸음도 신이 났고 세계일주의 첫걸음이기라도 한 듯 마음도 신이 났다.
그렇게 사뿐사뿐 둘레길을 걷다가 오르기 시작한 족두리봉.
' 아후아후.. 오늘따라 왜 이렇게 힘이 든다니..'
늘 오시는 동네 어르신인지 " 혼자 왔수? " 물으시곤 내 모습이 뭔가 영 걱정스러운지
가다 돌아보시고 가다 돌아보시길 한참이나.. 흡사 셰르파마냥.
대장님들 따라 다닐 때는 내 눈이 길을 잘 알아보는 줄 알았다.
ㅋㅋ. 헌데 오늘 혼자 나서보니 어디가 길인지 도통.. 모르겠더라는.
사람 발길이 숱하게 닿아 완벽하게 길이 나있는 북한산에서조차. 이런..
힘든 발걸음 겨우 끌고 족두리봉에서 향로봉.. 그리고 멀리 비봉이 보였다.
헌데.. 비봉을 겨우 200m 남겨 둔 그 갈림길에서 왜 헤맨거지?
네 방향으로 표시 된 이정표를 한참이나 이러저리 살피다가 왜 좌측으로 내려갔냐구~
' 돌아서 가게 되어있나? ' 갸우뚱거리면서도 그 사거리서 쉬고 있는 많은 눈들 앞에
이정표를 더 쳐다보기 쪽" 팔려 성큼 엉뚱한 길로 들어서고야 말았다.
어허~ 순간의 선택이 더 큰 쪽팔림을 불러오고야 말았으니.. 개봉박두!!
200여m를 내려가다 반대로 표시 된 비봉 이정표를 만났네??
' 이건 뭐래니뭐래니.. 되돌아가라구? ' 힘든 몸이 문제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 아까 그 갈림길에 쉬고 있던 등산객들이 모두 제 갈길을 갔어야 할 것인데.. .'
이정표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다시 오는 그 아줌마.. 아쓰.. 생각만으로도 쪽~~ 팔려.
이정표가 뭐 그리 감동적이라고 그렇게도 들여다보는 아줌마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을만큼 등산객이 적은 것이 문제였다.
헥헥거리며 다시 갈림길. ' 아.. 있다 있어. ' 빚쟁이라도 발견한 양 후딱 몸 틀어 비봉으로
향하는데 뒤에서 고맙다 하는 인사가 들려온다.
충분히 잰걸음으로 가고 있는 내 뒤에 와서 늘어놓는 얘기인 즉..
이정표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나를 보고 친구랑 술내기를 했단다.
내가 분명히 다시 올거라고 한 자기가 이겼단다. 기다렸단다. 곧 다시 올라오더란다..
미.치.겠.다.
다행히 고마운 전화가 걸려와 주었고 뒷통수에 늘어놓는 이야기를 털어내며
사모바위까지 서둘러 갔다. 비봉에서 다시 돌아설 참이었는데...
초행 티가 온 몸에서 쭉쭉 흘렀는갑다. 하긴 솔직히 나도 연기를 할 여유는 없었다.
스마트폰이 아니어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할 수 없는
나는 번번이 < 전화 산행안내 도우미 >를 이용해야 했다. ㅎㅎ.
앱보다 훨씬 좋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데다 나의 수준까지 파악한 맞춤형 산행안내!
그 안내가 없었더라면 지금도 사모바위에서 그 개를 어떻게 피해와야 할 지
종종거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도우미는 사모바위지나 좌측으로 빠지는 삼천사 방향을 추천했으며 그 추천은 탁월~~
맑고 깨끗한 물이 제법 많이 넘쳐 흘러 태강님 아닌 나조차도 ^^
물에 푹~ 머리박고 머리채를 흔들어대고 싶었다.
계곡가장자리 어디에 앉아도 좋을 듯했다.
예쁘게 물이 머물다 작은 폭포처럼 몰아쳐 내리는 그 곳에 깔판을 깔고 느긋하게 앉았다.
쨍~하게 찬 물에 발 담그고 얼굴들어 나뭇잎사이로 하늘을 보았다.
꽤 크게 소리를 내며 바쁘게 물이 흘렀다. 다른 소리는 없었다.
하늘을 가만가만 보고 있으려니 게서 나는 소리같기도 했다. 황홀한 헷갈림.
크게 심호흡을 해야했다. 좋아서, 많이 좋아서 가슴이 빵~ 터질듯 했으니까.
머리 감으러 오라고 태강님께 연락 넣고 싶었으나 통신 불가 지역인 관계로.. ㅋ.
삼천사에 이르도록 아니, 삼천교에 이르도록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했다.
산을 벗어나니 마을은 햇빛에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 뜨거운 빛이 좋을 리 없었지만 나 홀로 첫 산행에 취해 대략" 대충" 안중에도 없었다.
집에 돌아와 정리하고 단골 커피점 테라스에 앉아 시원한 아이스커피 들이켜는데
팔선녀와 함께 한 성진의 삶처럼 오늘의 산행이 꿈만 같다.
누구는 뭐 그깟것쯤? 이라고 하겠지만 나에게는 큰 변화를 몰고 올 중요한 경험이었다.
' 두구두구두구.. 기대하시라~ ' 이런 소리가 마음 속에서 마구 울려퍼졌다.
" 설악아, 한라야~ 지리산아!! 기다려라..
가뿟한 내 한 몸으로 훨훨 날아 너희에게로 불어갈터이니.. 음하하!! "
첫댓글 바람님 용기 있는 girl~~ 쪽팔린 만큼 유능한 네비게이터 된다?ㅋ 첫 솔로 입산 축하드려요!! 저도 삼천사 어제 갔었는데요..아!까!비ㅋ담에 산지도는 꼭 챙겨요.요놈 잡느라 사투를 했네요ㅋ~~^^
지도가 있었더랬죠. ^^
나름 꼼꼼히 손 짚어가며 예습도 했더랬죠.
눈으로 몇 번이나 와리가리도 했더랬죠.
근데.. 지도 위의 그 길..
그 길이 그 길이 아닌게야. 흠..
갯버들 박사님 무슨 나무죠?
쪽팔린데 다시 보며 복습!
@샤니조아 이걸 고맙다해야나 말아야하나.. 훙~
@바람 잠 좀 자!
@샤니조아 허윽~ 여기도 노친네가..^^
@바람 여기서 문제 하나-바람님 집은 몇층 일까요? 정답-1층?ㅋㅋ
@샤니조아 문제출제자도 답을 모르다니.. ㅉㅉ.
@바람 단골 커피점 테라스와 새소리 시끄러운 곳이 어딜까?? 바람님! 지속적인 흥행을 위해 독자 관리도 해야쥐~~^^
@샤니조아 헛? 그런거? 모르셨구나아~~
똥배짱이 바람 관리법인거. ㅎㅎ.
숨어 있는 동식물도 관찰하는 센스!산딸기2
안 숨어있는 것들도 눈에 안 뵈는걸~ 요.
어제 혼자 나섰다가 샤니님처럼 셀카를 즐겨야할까..
많이 고민했더라는. ㅋㅋ.
바람님과 지금 같은공간에 있네요..
웬일로 노인네처럼 이시간에 ㅋㅋ
요즘 새들이 일찍부터 재재거려..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네요. ^^
알람이 따로 필요가 없스요~ ㅎ.
다섯시는 정상 기상시간.. 요즘은 더 일러요. ^^
@바람 나는 3시에 일어나서 이것저것하다가
카페들어와서는 글읽고나서 너무 일찍 댓글달면 논네 취급해서
5시넘을때까지 기다려요..
@모모 그를꺼 머.. 있나요.
우리 그냥 < 논네 클럽>으로 뭉치죠, 뭐.
< 애들은 자라~~ 애들은 자~~ > 하구요. ^^
@바람 그럽시다 뭐
그건 그렇고 대단해요 혼자 산행할 생각을 다하고
좀있으면 대단한 산행기를 읽을수 있겠네요..
@모모 숙제 다했으니 이제 왕숙천으로 자전거타러 나갑니다.
@모모 담부턴 비밀~
그건 산행기라기보단
숱하게 알바하고 사고치고..
내놓고 쪽~은 그만 팔아야지요. ㅎㅎ. ^^
좋은 하루 되시구요~
"바람님 바람나다?" ㅋ
혼자
오롯이 즐기는
바람님
부럽네요....
하나
마냥 좋으시더이까???
네..^^
오~~~~~~~~~~~
나홀로산행 입성을 축하합니다^^
저두 가끔 솔로산행을 즐기는편인대...
마약과도 같습니다...
정도를 조정해가며 나홀로 산행을 즐기셔용^^
여자분 혼자산행은 좀 귀찬은일들이 종종 생기니...
설악.지리.한라산두 혼자가보실생각???
저두 겨울에 설악 무박을 혼자 즐기는편인대...
나름 젬두 있습니다만...
여자분 혼자 멀리 산행은 무리입니당^^
주인님을 잘꼬셔보삼^^
즐거운 산행후기 잘보구 갑니당^^
생각보다 많이 계시던걸요. ^^
머.. 그까이꺼~ ㅋㅋ.
ㅎㅎ 바람님 후기보고 기분좋은 오후가 시작되네요...감사...합니다..
근데 홀로 산행 좋기는 하겠지만 .....음... 웬지 말리고싶네요...
산에는 홀로가면 나타나는 무서운 늑대들이 많다고....ㅎ
제가요?
@늑대 엥 아이고 우리 늑대님이 잇었네요....
우리 늑대님 제외 입니다^^
@늑대 ㅋㅋ.. 대체 언제쯤 나타나시는고야요? ^^
@행복이 살레와의 늑대님은 양에게 잡혀 먹힐..
그런 분이시지요?? 하하~
@바람 현재 늑대님은 발톱갈고있는중....
ㅎ 양에게 잡혀먹디다니... 늑대님 들으면 화 납니다^^
@행복이 어흥~~~
@행복이 이거봐봐요.. 늑대님 정체성에 문제있음.
어흥.. 이건 늑대소리가 아닌거 같은디..
ㅋㅋ. 요즘은 한의원에서 발톱을 갈아주는가봐요?
글도 댓글도.
잼나넹~~~의미심장도 있공~~ㅋ.
♡*
고마워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