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인천과 런던의 하늘을 오가는 영국항공은 그 클래스가 다르다. 과하지 않게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 지극히 세심하나 간섭은 하지 않는 서비스는 승객들로 하여금 마치 영국 귀족이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
“클래스가 다르다.” 영국항공의 런던행 비행기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히드로 공항에 바퀴가 닿을 때까지 머릿속을 지배했던 생각. 과하지 않게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 지극히 세심하나 간섭은 하지 않는 서비스로 영접 받으며 마치 영국의 귀족이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왜 이전부터 유럽노선에서 영국항공을 고려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들만큼. 사실 얼마 전까지도 영국항공은 우리에게 그리 익숙한 항공사가 아니었다. 인천과 런던 히드로를 연결하는 직항노선을 운항하기 시작한지 12월 2일로 이제야 2주년을 맞이하는 터라 친해질 시간이 부족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물론 올해 3월 31일부터 주 7회로 증편해 매일 운항하고 있으니 영국항공과 우리나라 여행자들의 사이가 앞으로 훨씬 더 가까워 질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겐 다소 낯설지만, 영국항공은 전 세계 75개국 170여 개 도시의 노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약 4천만 명 이상의 승객이 이용하고 있는 최대 국제 항공사 중에 하나다. 명예로운 타이틀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2013년 ‘비즈니스 트래블러 어워드’에서 최고의 항공사, 최고의 비즈니스 클래스, 최고의 상용고객 프로그램, 최고의 단거리 노선 항공사, 최고의 공항 라운지로 선정된 바 있고, 2014년에는 항공사 최초로 영국 ‘컨슈머 슈퍼 브랜드’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토록 훌륭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의 핵심은 간단하다. 섬나라인 영국에 항공 연결은 필수적이므로. 물론 유럽 간의 철도 연결이 잘 되어 있기는 하지만, 항공은 영국에서 여전히 주요한 교통수단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영국항공이라면 우선 믿고 봐도 좋겠다.
커튼 너머로 상상하는 퍼스트 클래스는 상상만큼이나 달콤하다. 개인 전용기를 탄 기분으로 승무원이 안내해주는 자리에 이르면 좌석 앞에 있는 옷장을 열어 코트를 걸고 편안한 신발로 갈아 신은 뒤, 샴페인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만끽한다. 더 편안한 비행을 위해 승무원이 가져다준 짙은 색 파자마로 갈아입고 나면 정말 집과 같은 휴식 상태에 이르는데, 개인 공간이 워낙 넓어서 프라이빗이 보장되기에 파자마를 입고 있는 게 눈치 보인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다. 2중으로 된 전자동 윈도우를 버튼 하나로 열고 닫으며 잠을 청해도 좋다. 졸린 눈빛으로 앉아있으면 승무원이 다가와 베드를 180도로 만들고 이집트산 최고급 침구세트를 준비해준다. 그 안에 몸을 넣으면 진심으로 웬만한 호텔방보다 더 아늑하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2011년부터 모든 항공기에 적용된 퍼스트 클래스는 영국항공의 전통이 세련되게 표현되어 있다. 남다른 품격이 느껴지는 건 허례적인 전자기기나 과도한 장치가 없고, 단순하면서도 은근하게 드러나는 세련됨 덕분으로 그 공간에 머물다 보면 이따금 항공기 안인지, 호텔 방 안인지 착각에 빠지는 게 당연한 일이 된다.
10시간에 가까운 장거리 비행에서 필요한 모든 물품들도 호텔처럼 완벽하게 제공된다. 여성를 위한 워시백은 영국의 유명한 아로마테라피 전문 브랜드인 아로마테라피 어소시에이트Aromatherapy Associates, 남성을 위한 워시백은 더 리파이너리The Refinery의 제품으로 성별에 맞게 세심하고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잘 만들어진 어매니티 키트를 받는 것은 마치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는 것과 같은 즐거운 비행 경험 중 하나. 특히 여성 제품은 눈가를 팽팽하게 하고 수분을 공급하는 아이 세럼부터 피부에 수분을 제공하고 섬세한 향기를 남기는 모이스춰라이저, 손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는 핸드로션,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주는 로즈 클렌저, 데오도란트, 립밤, 칫솔과 치약, 빗과 거울까지 빠짐없이 준비되어 있어서 피곤한 비행을 마치고도 여행지에서 완벽한 상태로 나설 수 있게 도와준다.
인천과 런던을 연결하는 영국항공의 보잉 777-200ER은 총 4개의 좌석으로 이뤄져있어 취향이나 예산에 따라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다. 플랫베드가 장착된 퍼스트 클래스 다음으로는 보통 항공사와 달리 이름이 조금 복잡한 편이다. 클럽월드 비즈니스 클래스, 월드 틀래블러 플러스 프리미엄 이코노미, 월드 트래블러 플러스. 그중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좌석은 클럽월드다. 동양의 철학인 음양의 조화가 적용된 디자인이라서 침대 포지션이 앞뒤로 앉을 수 있는 게 특징으로 놀랍게도 탠저린 디자인의 한국인 이돈태 CEO의 작품이다. 개인적 공간을 좀 더 배려하고, 평상형 침대에 발을 올릴 수 있는 스툴도 따로 장착되어 있어 편안한 비행환경을 제공한다. 월드 트래블러 클래스는 일반 이코노미보다 한 단계 높은 좌석이다. 가격은 합리적이면서도 좀 더 넓은 공간을 누릴 수 있다. 특히 비즈니스 클래스인 클럽월드와 동일한 식사가 제공되고 23킬로그램짜리 수화물 2개가 허용되는 혜택이 주어지는 터라 똑똑한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클래스다.
하이트 퀴진Height Cuisine은 90년간 진화해온 영국항공의 케이터링이다. 요리사, 영양사, 스튜어디스, 구매자 등 전 세계에 있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공중에서 즐기기 좋은 음식과 음료가 어떤 것인지 끊임없이 연구해서 만들고 있는. 예를 들면, 앨티튜드 티Altitude Tea라고 물이 낮은 온도로 끓는 것까지 상관해 트와이닝Twining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기내맞춤용 차를 특별히 고안하기도 했다. 빅토리아 시대에 많은 사랑을 받은 고급 샌드위치와 케이크, 패스트리, 스콘, 쨈, 클로디드 크림으로 구성된, 1830년부터 영국의 전통이 되어 온 에프터눈 티를 트와이닝과 합작해 만든 최고의 티와 함께 상공에서 최상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이트 퀴진을 칭찬할 만한 또 하나의 이유는 옵션이 다양하다는 것. 전 세계 최고의 셰프들이 고안한 영국항공의 클래식한 식사는 비행의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늘 위의 일등 레스토랑을 경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선택한 메인 코스를 준비하는 동안 탑승객은 맛있는 스타터로 식사를 시작한다. 마무리는 디저트와 신선한 과일, 또는 초콜릿과 치즈 플래터로 마무리한다. 무거운 식사가 부담된다면 3코스 식사 대신 비스트로 서비스에서 파스타, 샐러드, 수프, 샌드위치 등을 선택할 수도 있다. 특히 영국항공을 이용하면서 아침식사를 맛볼 수 있는 건 기쁨이자 재미다. 주스, 스무디, 요거트, 시리얼, 패스트리와 함께 전통적인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맛볼 수 있으므로. 퍼스트 클래스와 클럽월드 승객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기내 스낵바인 클럽 키친이다. 영국적인 브랜드인 웨이트로즈, 더 아이스크림 유니온, 티오니스, 베클베리 등의 케이크, 샌드위치, 쿠키, 아이스크림, 라면 등이 비행시간 동안 캐빈 뒤에 마련되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품격 있는 비행은 하늘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영국항공은 총 43억 파운드의 공사비용을 투자한 최첨단 터미널이라고 부르는 런던 히드로 공항의 터미널 5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2008년 봄에 처음 문을 연 이후 스카이트랙스가 여행 빈도수가 높은 1천 2백만 명의 승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세계 최고의 공항 터미널’로 3년 연속 선정된, 그 터미널의 시설과 서비스를 오로지 영국항공의 승객들만 이용할 수 있다는 거다.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빌딩 구조가 유동적으로 디자인된 터미널 5는 승객들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는 결과지만, 실제로 그렇다. 여행자들은 출국게이트에서 신속하게 이동해 최첨단 환경 안에서 쉬거나 식사를 즐기고, 업무를 볼 수 있다. 쇼핑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더욱 반갑다. 구찌, 프라다, 티파니 앤 코, 디올, 불가리 등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이 입점 되어 있으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셰프 고든 램지의 레스토랑 플레인 푸드Plane Food를 비롯한 세계적인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기도 하다.
더불어 독점 터미널 내에는 콩코드 룸,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클럽 라운지 등 총 6개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라운지가 있다. 레스토랑, 비즈니스 센터, 마사지 스파, 샤워 룸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특히 라운지의 게스트들은 무료로 엘리미스 스파에서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어 여행의 피로를 풀고 가기 좋다. 그중에서도 가장 럭셔리한 라운지는 콩코드 룸Concode Room. 히드로 공항 터미널 5와 뉴욕 JFK 공항에만 있는 아주 특별한 라운지로 화려한 가구, 멋진 샹들리에, 훌륭한 예술작품 등이 독특하고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조용하고 포근한 공간을 제공한다. 잠시 잠을 청할 수 있는 침대가 있는 개인 부스에서 웨이터의 풀 서비스를 받으며 와인과 함께 즐기는 아늑한 식사는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제공하기에 영국항공의 품격을 하늘이 아닌 땅에서도 흠뻑 느낄 수 있다.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 승객은 갤러리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오스본 앤 리틀Osbone and Little의 독점 직물을 사용하는 차분한 인테리어 속에서 고급 와인과 샴페인을 마시며 조용한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우리가 영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상상을 확실하게 채워주는 영국항공. 역시 클래스가 다른 항공 서비스, 마치 영국의 귀족이 된 듯한 경험을 선물해준다.
발행2014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