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
오늘은 아산 영인산 산행을 하는 날이다.
어제는 동지섣달 지나긴 밤이었건만 밤새 무얼 그리 열심히 하였는지 머리는 어질어질
오룡경기장 09:00 출발 시간을 맞추기에 허겁지겁이다.
사진을 찍어 보겠다고 토요일에만 빼앗은 딸아이 디카마저 눈에 보이질 않자 만만한 아내에게 투정을 부린다.
투정을 부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가지고 가봤자 한 장도 못 건질 것은 뻔한 일인데.....가증스럽게도 투정은 무슨 투정.....으이구 이 푼수야 주제좀 파악해라 주제좀! 꼬라지 하고는”
오룡경기장에 도착하니 제법 쌀쌀한 겨울아침이었지만 산을 주말애인처럼 좋아하는 울님들 벌써 모여 술렁인다.
이윽고 산행차량은 천안 시내를 총알처럼 빠져나가 아산 음봉 사거리 농협에서 아산님들과 합류하여 산행 들머리인 아산 기와내 서원리에 당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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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산회와 처녀산행을 하는 회원님들을 소개과정중 최경순님,이재은님은 카페참여를 확인했는데 어젯밤 목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느냐고 김현숙님과 ,유미경님을 미쳐 확인하지 못하고 토산회 처녀산행이냐고 묻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그 것도 미녀 두분한테, 에구 여기서 또한번 총무는 “꼬라지 하구는!”
하여튼 소개와 회장님의 인사말씀이 끝나자 오늘 산행 길잡이이신 백전노장 산객 유진호님은 회심의 미소를 띠고 영인산속으로 접어드는데 저 미소가 웃음의 코스인지 울움의 코스인지 둘 중 어떤 것을까?
영인산 초입은 우리를 부드럽게 유혹한다.
아마도 웃음의 산책코스일 것 같다.
경사가 급하지도 않으며 울창한 고목도 없고 고만고만한 나무가 마치 동네 뒷동산에서 땔나무를 하던 옛날을 추억케 한다.
겨울철 지게지고 산에가서 나무해오면 어머니는 수수로 엿을 고아 가끔씩 주시곤 하셨는데...
붉은 엿속에 박힌 흰땅콩
그 달콤함과 고소함은
수십년 세월 넘어 오히려 생생한데
엿가마솥 오래 불지피던
어머니의 모습은
꿈결속에 그립기만 하네
등로만큼이나 날씨도 포근하고 바람 한점 없어 마치 해동된 봄날같다.
등산이 아무리 부드럽다해도 산에 오르는 것아닌가
울님들은 솟아나는 땀에 겉옷을 벗기시작한다.
여기서 총무는 또 한번 “꼬라지 하구는”
“으이구”그냥도 더울 판인데 두툼한 내복을 껴입었으니...
미인들도 많은데 명색이 토산회 총무가 스타일 다구기게 차마 벗어서 배낭에 얼른 쑤셔 박을 수는 없지 않는가?
참자 참자 인내가 그냥 인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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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흔들바위, 두자로 줄이면 動石
여기서 숨고르기를 하는데......
“바위가 움직인다.”호기심이 발동하여 세게 밀어 보았지만 감각이 무딘 것인지,아니면 힘이 미약한 것인지 도통 흔들리지 않는다.
“동석, 안흔들린다. 꿈적도 안한다. 거짓말이다. 조건을 달아야 한다. 단 항우같은 장사가 밀어야 흔들린다”라고....
하기야 백근도 않되는 이 체격으로 바위를 밀어 보겠다고 덤빈 그 자체가 無분수고 넌센스다.
흔들바위와 힘겨루기에서 완패 “에이구 꼬라지 하구는”
에라 모르겠다. 사나이 칼을 뺏는데 힘으로 안되면 뭐라도 하나 해야 되지 않겠나
問而胡爲動(묻노라 너는 어이하여 움직이는고?)
滄海駕巳遠(이승을 싣고 창해로 가자꾸나)
秦亡千載後(진나라가 망한지 천년이 지났건만)
猶劫祖龍威(오히려 조룡(진시왕)의 위엄이 두렵구나)
무슨 사연인지 알 듯 모를 듯 묘하기만 하다.
쉴만큼 쉬었으면 또 오르자
등로가 점점 급해진다. 정상이 가까워졌나 보다.
얼마를 오르니 봉오리 하나가 나타나는데 조망이 시원하다.
이제 이마의 땀을 산뜻하게 식혀주는 바람도 불고 굽어보이는 풍경이 아기자기 정겨운데
우뚝 솟구친 봉우리가 예사롭지 않다.
설마 저봉우리는 우리 코스가 아니고 우회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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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내리막이다.
오를 때와는 달리 힘이 안드니 룰루 랄라 신난다.
이때 갑자기 淸天에서 벼락이 아닌 흰 눈뭉치가 사각으로 내려친다.
아니나 다를까 예측불허 이감사님이 눈을 뭉쳐 장난을 친 것이다.
“눈이 지천인 태백산 가서봐”
“이자 복리로 붙이고 호프만계수는 날리고 따 따블로 복수할거야”
다시 오르막이다.
숨이 차오르고 불안해진다.
예사롭지 않던 우뚝한 봉우리 정말 가려나 오른다면 산세로 보아 군대말로 “웃음이 나오지?”인데 어떻하랴 웃음이든 울음이든 따라가야지
경사가 심한 돌너덜지대도 매어놓은 줄을 부여잡고 끙끙거리 오르려니 웃음이 사라진다.
얼마를 이러다가 또 하나의 봉우리에 이르는데 이름하여 닫자봉
하여간 쉬어간다니 다행이다.
뭘 닫자는 얘긴가
어른이나 아이나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은 법, 울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닫자봉에 와서 왜 너나 할 것 없이 몽땅 열어 버린 것인가
약식,떡, 귤.......마구 쏟아져 나온다.
조금전 오를때 울음, 금방 웃음으로 원상회복
룰루 랄라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잔칫집은 저리가라 에헤야 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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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진비래
흥이 다하니 슬픔이 오네
또 오른다 경사가 점점 가파라 진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다리가 뻐근해 진다.
선두에서 정상 다왔다고 라면 맛나게 끓여 준다고 유혹, 아니“꼬시지만”별로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어찌하라 한발 두발 올라야지
불현듯 얼마전 검찰총장이 검찰직원들과 산에 오르며 한 말이 생각난다.
“총장님께서 산에 오를 때 지키는 하나의 원칙은 절대로 정상을 바라보지 않고 그냥 묵묵히 오르다 보면 저절로 정상에 이른다는 것.”
그 깊은 뜻이야 알 수 없지만 정상은 결코 쉬운 게 아닌 건 틀림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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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깃대봉,정상
멀리 서해바다와 어렴풋이 보이는 서해대교,아산만,삽교천,아산시내,아스라이 예산까지 한눈에 잡히고 특히 천안시내를 굽이도는 하천이 현충사 앞을 지나 삽교천쪽으로 빠지며 예당저수지에서 흘러 내리는 하천과 합류되는 지점을 육안으로 확인하니 마치 지도제작자라도 된 듯 울쭐한 기분이 든다.
이렇 듯 일품의 조망을 즐겻으니 오늘도 땀흘려 오른 보상은 충분히 받은 셈이다.
이제 부터는 룰루 랄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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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내려가 연화봉,“영광과 시련의 탑” 고운 잔디밭에서 라면도 끓여주고, 과메기도 준단다.
아싸라비야 에헤디야
식기당번이야 고생하건 말건 과메기와 라면 한입 얻어먹고 시련과 영광의 쌍탑에 올라 이것 저것을 본다.
입석 위의 명문(돌에 새긴 글)에 아산과 영인산 그리고 인걸에 대하여 백제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자세하게 시처럼 쓰여져 있다.
그 담시로 미루어 보면 “영광”은 이곳이 백제 도읍지의 일부로 문화가 찬란했으니 영광이요,“시련”은 백제와 고구려의 멸망,임진왜란,국토분단 등 상처가 깊고 현재도 분단이 계속되니 시련이나 통일을 이루면 세계에 찬란한 우리의 영광이 올 것이라고 했으니 이곳을 “시련과 영광의 탑”이라 이름한 이유를 알 듯 하다.
그러나 통일이 되는 날은 이곳 이름이 이렇게 바뀔 것 같다.
“영광과 시련 그리고 찬란한 영광의 탑”
오늘은 토산회 점심잔치가 간소해야 한다.
하산후 이름도 정겨운 “논두렁 밭두렁”에서 천하별미 어죽을 누룽지 동동주와 함께 즐겨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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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후 하산길은 그야말로 “띵까 띵까”
초입처럼 부드러운 산세와 올망졸망한 풍경은 계속되고 산불감시탑까지 등로도 정상의 등로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룰루 랄라---- 룰루랄라----
어 근데 3부능선쯤 내려오는데 또 푸른 하늘에서 눈가루가 불규칙하게 떨어진다.
한두 번도 아니다.
이번엔 오부장님의 장난기 발동
말려도 막무가내다.
할 수 없이 “오늘 떠든 사람: 오정석”패널티를 무엇으로 할까
교무실청소 1회, 아니 여러번 던졌으니까 그에 상응하는 화장실 청소 일주일 좋다. 낙찰.
이에 화풀이라도 하려는지 조이사님 등에 애기업었다고 놀린다.
갑자기 왠 애기,애기는 열달 되어야 나오고 만삭의 몸으로 등산올리는 만무고,그렇다고 산에서 주었을 리도 없고 참 요상한 일이다.
그래서 패널티 따블 하려다 배낭위에 외투를 걸친 조이사님의 모습을 뒤에서 보니 꼭 등에 애기 업은 모양이다.
박장대소하고 웃음을 선사한 댓가로 화장실 청소 성탄절사면.
이런 재미 좀더 누려야 하는데 어라 벌써 산이 없어졌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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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논두렁 밭두렁 어죽 먹으러 가자
역시 산행의 휘날레는 뒷풀이
마치 63빌딩 맨 꼭대기층에 올라 꽃등심에 십오만원 화이트 와인까지 하고 내려와서 삼백원짜리 자판기 커피로 만찬을 휘날레 하듯
어죽놓고 누룽지 막걸리로 건배하니 산행의 피로는 봄눈 녹듯 사라지고 울님들의 행복은
풍선만큼 부푼다.
산행에 참여하신 울님들 모두 고생 많이 하셧습니다.
이 산행에서 얻은 활력 일주일 내내 이어가시고 다음주 은석산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줄줄 써내려간듯한 필적...재미있네요~~~근디 왜 사모님한티 투정부렸슈~~~~밥두 못얻어드실려구..ㅋㅋㅋ지루하지 않는 글귀네요~잘보고갑니다...수고하셨습니다
설마 밥이야 안줄려고....
재미있게 잘 읽엇습니다..
몰라 뵈여 죄송합니다 미인을 앞으론 그런일 없을 겁니다.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없다면,산행도 어렵고 힘이 든데 요렇게 재미있게 산행기를 쓰시기 힘들지요.총무님의 토산회 사랑에 감~~~~~~~~동~~~^^*
산행기보다는 조이사님 미소가 더 멋지지요
아기 업고 산행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ㅋㅋ
총무국장님 꼬라지 최곱니다.일단 눈도 마음도 배도 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우리 회원님들이 계셔서 항상 기다려 지는 토요일입니다.산은 저절로 따라 오데요.황국장님의 글을 보니 산행의 여정이 다시한번 떠오르고 이 글을 쓰신 국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약식 좋아하는데 정말 맛있는 약식 먹었습니다.라면,김치찌개,과매기도 당연히 우수상감이었습니다.과일에 떡에 ......너무 먹었었어요.결국 그 맛있는 어죽은 절반정도 먹고 포기했지요.나중에 다시 먹으러 가야겠습니다.산행인지 먹거리행인지 구분이 안돼서 걱정입니다.모두들 고맙습니다.
글쎄요.먹는 즐거움에 토산회 일년후 제 몸이 걱정되네요^^
그래서 저는 먹거리에서는 "꼬라지"를 면했지요 조금씩 조금씩을 되뇌이며 가까스로 참아 결굴 논두렁 밭두렁 깨끗히 비웠습니다. 부회장님도 담에 그렇게 한번 해보세요 조금씩 조금씩
암튼 황총무님의 글은 세세한 면까지 콕콕 찍어 쓰셔서 그런지 현장감이 살아 있는듯 합니다..그날의 산행 감동이 다시한번 밀려 오는듯 합니다...산행기 잘읽고 마음속의 영인산을 다시한번 오르내립니다~~
오부장님이 사진을 너무 생생하게 찍어 주셔서 사진만 보면 산행이 재생됩니다.
섬세하면서도 유머와 위트가 있는글 잘 읽고 갑니다. 글을 읽으니, 영인산 못간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꼭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세요 뽀빠이
역쉬 황국장님 이십니다.산행후기중 눈덩이가 하늘에서 내리길래 먼일인가 했드만 이감사님.오부장께서 대우박을 선사 하신거 구만유!~ㅎㅎ 태백산 산행때 봅시당 !~ㅋㅋㅋ 황국장님 진짜 글 잘쓰세요!~ ㅎㅎ 앞으로 불량산행자 낯낯히 적어 주세요!~적어 두었다강 태백산에서 지름 1m 짤 우박 하사하게요!~ ㅎㅎ
낟낟히 고자질 했다가 "영구"되면 어떻하고
솔잎 긁고 고주백이(아마도 이런 뜻 아니가:枯株박이:나무베고 등걸이 오래 되어 빠지는 것)해오면 어머니가 엿고아 줘요
마자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즘말 그랬또요.
요렇게 재밋는 산행후기 올려주심에 감사합니다 시련과 영광의 쌍탑 정해년 가을에 다시함 가보고 싶네요 나도 어릴적 과수원 수확이 끝나면 전지하고 나온 가지로 가마솥에서 조청 고아 주시던 어머니 생각이 핑하네요 아수수엿도 맛은 비슷할겁니다 꼬뺑이때나 지금이나 맘은 같은데 머리에 흰머리가 휘날리네요 ㅎ ㅎ 오늘은 엄마 엄마 전화해야겠네요.
어머니가 계신다는 것은 행복중 가장 큰 행복입니다. 효도 많이 하세요 그래야 훗날 그리움이 적어집니다.
후기 실감나게 잘 쓰셨네요...8월인가 한참전에 뵈었는데 다시 만나 반가웠어요.. 글 잘보고갑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미녀를 몰라보는 "꼬라지"는 없을 겁니다.
후기를 읽으면서 영인산에 다시 온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도 자세히 써주셨네요. 즐거웠던 하루였고 맛난 점심도 감사했고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어죽도 참말로 맛있었어요. 다음에 우리 남편하고 또 먹으러 가야겠어요. 수고들 많이 하신 울 님들 감사혀유 ^^****~~~~~~~~~
좋으셨다니 저도 덩달라 더 좋습니다
국장님 너무 수고하셧고 후기보면서 나도모르게몇번씩 웃었습니다. 진짜 국장님 멋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웃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하~!마치 잡지에 기고한 글인 줄 알았어요...^^ 꼬라지 하고는~!의 양념까지~!!^^역시 국장님 이십니다...^^글쓰시느라 애쓰셨어요..
재미있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황국장님 후기 잘 보았습니다....안갔어도 산행을 함께 한 기분이 드네요...좋은산행 이끄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이종명님 바쁜 일 언능 마무리하고 산에서 뵈면 좋겠습니다.
정말 산행후기에 감동 받습니다.재밌고 감동적인 토산회 후기는 읽어도 읽어도 지루하지가 않네요^^좋은 후기글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산에서 뵈며는 영광 이겠습니다.
황국장님, 회원들 사랑하시는 마음이 단어 단어에 묻어 있습니다. 감사함니다. 그런데 너무 과로하지는 마세요.
회원님들이 기쁘시다면 미력하나마 해보는데 까지는 해봐야 겠지요 감사합니다.
지각한 전 미안함과 죄송함.. 시간 잘 지키겠습니다 .. 후기 영인산 다시한번 올라가며 읽은듯합니다.
별 말씀을요 총무가 길을 잘 몰라서 제데로 안내했으면 좀더 편하게 오실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합니다. 차차 나아 지겠죠